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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1. 5. 31. 선고 2000헌바91 결정문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 위헌소원]
[결정문] [전원재판부]

위헌소원

청구인

고 ○ 길

대리인 변호사 이 교 림

당해사건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 2000고합197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 위반(뇌물)

주문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1990. 12. 31. 법률 제4291호로 개정된 것)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1991. 10. 30.부터 1995. 10. 30.까지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일대에 추진중인○○재개발조합의 부조합장으로서 1995. 9. 하순경 위 재개발조합의 아파트신축공사를 시공한 ○○(주) 관리부장 석○길로부터 공사진행의 편의제공 명목으로 금 7,500만원을 교부받아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이 사건 당해사건의 공소사실로 2000. 9. 16.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 위반으로 기소되어 그 형사재판을 받던 중1)동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2000초847)

기각되자, 2000. 12. 19.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가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항 제1호(1990. 12. 31. 법률 제4291호로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이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뇌물죄의 가중처벌) ① 형법 제129조·제130조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그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뇌물의 가액(이하 본조에서 "수뢰액"이라 한다)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가중처벌한다.

1. 수뢰액이 5천만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청구인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조항의 법정형은, 형법상의 각종 중형에 해당하는 범죄들과 비교하더라도 지나치게 높고 가혹하여 국민의 자유와 생존을 불안하게 하는 위헌적인 법률이다. 아무리 공무의 염결성을 보호하고 부정부패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5,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자를 최소한 징역 10년에 처해야 한다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

더욱이 공무원이 아닌 일반인의 배임수재(형법 제357조)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으나, 도시재개발법 제61조에 의하여재개발조합의 임직원은 공무원으로 의제되어 특가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바, 재개발조합의 임직원의 직무가 공익성을 띠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내용이 공무와는 본

질적으로 다른 것이므로 재개발조합원에 대한 위 특가법의 처벌조항은 합리성을 상실한 것이다.

이 사건 조항은 그 법정형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규정되어 있어 실무상 법관이 그 형을 정하는 데에 재량의 폭이 너무 한정되어 인간존중의 이념에 따라 재판을 할 수 없고, 양형상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어서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따라서 법관의 양형선택과 판단권을 원천적으로 극도로 제한하여 범죄자의 귀책정도에 알맞은 형벌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구체적 정의를 구현하는 선고형의 합리성과 사법권 독립을 보장하는 중요한 기능을 저해하고 있다.

결국 이 사건 조항은 행위자의 위법행위에 비하여 형벌이 지나치게 과중하고 가혹한 것이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할 국가의 의무와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선언한 헌법 제10조에 위반되고,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성을 현저히 잃은 것으로서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에 반하며, 또한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존중되어야 하고 법률로써 제한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 본질은 침해할 수 없다고 하는 과잉입법금지를 선언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이 사건 조항은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되는 공무원 또는 이에 준하는 자의 직무상 뇌물수수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경제규모의 확대와 함께 수뢰액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형법 규정의 법정형만으로는 이들의 수뢰를 예방, 척결하기에 미흡하다는 입법정책적 고려에 따라 제정된 이래, 사회경제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처벌의 기준이 되는 수뢰액이 상향조정되어 온 점,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일반의 법감정과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그리고 법정형의 종류나 범위의 선택은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재량이 부여되어 있고,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

는 한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그 법정형의 하한을 높여 놓았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한 이를 과잉처벌이라 할 수 없는 점등을 종합할 때, 헌법상 인간존중의 이념에 위배된다거나 평등의 기본원리인 합리성과 비례성의 원칙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다. 서울지방검찰청 서부지청장의 의견

보호법익과 죄질이 다른 둘 또는 그 이상의 범죄를 동일 선상에 놓고 그 중 어느 한 범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여 단순한 평면적인 비교로써 다른 범죄의 법정형의 과중여부를 판정하여서는 아니될 것이다. 살인죄는 이른바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죄로서 그 보호법익은 사람의 생명이고 이 사건 조항은 이른바 국가적 법익을 침해하는 죄로서 그 보호법익은 국가기능의 공정성이며 공무원의 직무 순수성 내지 그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이므로 양자는 그 보호법익과 죄질이 다르고, 따라서 살인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여 이 사건 조항의 법정형의 경중을 논단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뇌물죄가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병폐는 수뢰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가중된다는 점에서 볼 때, 수뢰액을 기준으로 한 단계적 가중처벌은 비록 수뢰액의 다과만이 그 죄의 경중을 가늠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 가장 중요한 기준임에 비추어 일응 수긍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다 할 것이고, 더구나 이 사건 조항의 경우는 모든 수뢰죄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수뢰액이 5,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점과 수뢰액의 상한에 제한을 두지 아니하면서도 그 법정형에 사형이 없는 점등을 고려하면 그것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었다고 할 정도로 과중하다고는 볼 수 없다.

3. 판단

가. 헌법재판소는 1995. 4. 20. 선고한 93헌바40 사건 결정(판례집 7-1, 539)에서 이

사건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다.

(1)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罪質)과 보호법익(保護法益)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므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된다.

(2) 보호법익과 죄질이 서로 다른 둘 또는 그 이상의 범죄를 동일 선상에 놓고 그 중 어느 한 범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여 단순한 평면적인 비교로써 다른 범죄의 법정형의 과중여부를 판정하여서는 아니된다. 살인죄는 강학상의 이른바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죄로서 그 보호법익은 사람의 생명이고 형법상의 수뢰죄(收賂罪)나 이 사건 조항은 이른바 국가적 법익을 침해하는 죄로서 그 보호법익은 국가기능의 공정성이며 더 구체적으로는 공무원의 직무 순수성 내지 그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이므로 양자는 그 보호법익과 죄질이 다르다. 따라서 살인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여 이 사건 조항 소정형의 경중을 논단할 수는 없다 할 것이고 이 점은 사람의 생명이 가장 존귀한 형벌법규의 보호법익이라 하더라도 결론을 달리 할 수 없다.

(3) 뇌물죄가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병폐는 수뢰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가중된다는 점에서 볼 때, 수뢰액을 기준으로 한 단계적 가중처벌은 비록 수뢰액의 다과만이 그 죄의 경중을 가늠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 가장 중요한 기준임에 비추어 일응 수긍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다 할 것이고, 더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는 모든 수뢰죄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수뢰액이 5,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점과 수뢰액의 상한에 제한을 두지 아니하면서도 그 법정형에 사형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그것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었다고 할 정도로 과중하다고는 볼 수 없다.

(4) 입법자가 법정형 책정에 관한 여러 가지 요소의 종합적 고려에 따라 법률 그 자체로 법관에 의한 양형재량(量刑裁量)의 범위를 좁혀 놓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에 비추어 범죄와 형벌간의 비례의 원칙상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성이 있다면 이러한 법률을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조항이 작량감경(酌量減輕)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그 법정형의 하한을 높여 놓았다 하여 곧 그것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하였다거나 법관독립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5) 그러므로 이 사건 조항은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이나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유래하는 비례의 원칙 내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할 수 없고 따라서 헌법 제10조의 인간존중의 이념에도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이 사건 조항이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그 법정형의 하한을 높여 놓았다 하여 곧 그것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하였다거나 법관독립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나. 헌법재판소의 위와 같은 판시 이후 현재까지 이를 변경할만한 새로운 사정변경이 없으므로 이 사건 조항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청구인은 자신과 같은 재개발조합의 임직원을 특가법상의 공무원으로 의제하도록 한 도시재개발법 규정이 합리성을 상실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 사건에서 그

조항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은 바 없으며, 법원의 위헌제청기각결정도 이를 대상으로 삼은 바 없으므로 이에 대하여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4. 결론

이 사건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으므로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01. 5. 31.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김영일

주심재판관 권성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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