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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3. 11. 27. 선고 2002헌바24 결정문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11조 제1항 위헌소원]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허○봉

대리인 변호사 구충서

당해사건

대법원 2001도6375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마약)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마약인 아편을 매수하고 판매목적으로 소지하였고, 향정신성의약품의 일종인 메스암페타민(속칭 히로뽕)을 매수·매도하고 소지하였다는 이유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마약)죄 및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로 2001. 6. 28. 서울지방법원에서, 같은 해 11. 14.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상고하여 대법원(2001도6375)에 소송이 계속중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2000. 1. 12. 법률 제6146호로 개정된 것. 이하 “특가법”이라 한다) 제11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2001초632)을 하였으나 대법원이 2002. 2. 5. 상고를 기각하면서 위헌제청신청도 함께 기각하자, 같은 달 8. 위 조항이 헌법 제10조, 제11조,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특가법 제11조 제1항 전부에 대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 있으나, 청구인이 다투는 내용은 마약의 단순한 매수·판매목적소지를 영리목적 또는 상습의 매수·판매목적소지와 함께 취급하여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것은 그 형벌이 지나치게 과중하며, 한편 향정신성의약품의 경우와 달리 유독 마약의 매수·판매목적소지를 가중하여 처벌함으로써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해소송에서 적용된 법조를 함께 고려하면,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특가법 제11조 제1항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2000. 1.

12. 법률 제6146호로 제정된 것. 이하 “마약류법”이라 한다) 제58조 제1항 제1호 가운데 “매수” 및 “판매목적소지”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으로 한정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과 관련규정은 다음과 같다.

특가법 제11조(마약사범의 가중처벌) ①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제58조 중 마약과 관련된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제59조·제60조 중 마약과 관련된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다음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소지·재배·사용 등을 행한 마약의 가액(이하 이 조에서 “가액”이라 한다)이 500만원 이상인 때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가액이 50만원 이상 500만원 미만인 때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마약류법 제58조(벌칙) 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1.제3조 제2호 내지 제4호, 제4조 제1항, 제18조 제1항 또는 제21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마약을 수출입·제조·매매나 매매의 알선을 한 자 또는 수출입·제조·매매나 매매의 알선을 할 목적으로 소지·소유한 자

2. 내지 7. (생략)

② 영리의 목적 또는 상습으로 제1항의 행위를 한 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 규정된 죄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④ 제1항(제7호를 제외한다) 및 제2항에 규정된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마약류불법거래방지에관한특례법 제6조(업으로서 행한 불법수입 등) 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업으로 한 자(이들 행위와 제9조에 해당하는 행위를 함께 하는 것을 업으로 한 자를 포함한다)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이 경우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병과한다.

1.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제58조(제4항을 제외한다), 제59조 제1항 내지 제3항(동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5호에 관련된 행위에 한하며, 동항 제5호 중 향정신성의약품을 제외한다) 또는 제60조 제1항 제1호(상습범 및 미수범을 포함한다)에 해당하는 행위

(이하 생략)

형법 제198조(아편등의 제조 등) 아편, 몰핀 또는 그 화합물을 제조, 수입 또는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2. 청구인의 주장,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향정신성의약품을 매수 또는 판매목적으로 소지한 경우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은 가중규정이 없으므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메스암페타민을 매수 또는 판매목적으로 소지하는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향정신성의약품보다 마약을 그처럼 높은 형으로 가중처벌해야 할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당시의 시대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사유가 없고, 매매 또는 매매 목적으로 소지한 마약의 수량 또는 가액의 한도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성을 현저히 잃고 있어서 청구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정형도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 등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하여 비례원칙에 어긋난다. 또한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징역 5년의 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어 법관이 그 형을 정하는 데에 재량의 폭이 너무 한정되어 인간존중의 이념에 따라 재판을 할 수 없고, 양형상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어서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게 되어 있어 법관의 양형선택과 판단권을 원천적으로 제한하여 선고형의 합리성과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한다.

나.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각이유의 요지

법정형의 형종과 형량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의 성격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입법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부가 결정하는 사항으로서 기본적으로 국가의 입법정책에 속하는 문제이므로 그 내용이 형벌의 목적과 기능에 본질적으로 배치된다든가 또는 평등의 원리인 합리성과 비례성의 원칙을 현저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닌 한 이를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은 여러 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마약류법 제58조 중 마약과 관련된 죄를 범한 자에 대한 법정형을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하였다고 하여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다. 보건복지부장관의 의견요지

향정신성의약품은 그 중 엘에스디(LSD), 메스암페타민과 같이 폐해가 크며 의학적 용도로 사용되지 않는 약품도 있지만 마약과는 달리 대부분이 의학적인 용도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반면에 마약은 양귀비, 아편, 코카엽 및 이들에게서 추출된 알칼로이드로서 인체에 직접적인 해독작용을 야기시키는 물질로 극히 제한적으로만 의학적인 용도로 쓰이며 불법적으로 공급 또는 사용되었을 경우 미치는 사회적·개인적 폐해는 향정신성의약품이 미칠 폐해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마약과 관련된 범죄에 보다 큰 사회적인 가중치를 부여하여 엄벌함으로써 마약에 관한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합리적인 형사정책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마약의 가액에 제한범위를 두지 않은 것은 마약류법 제58조상의 행위들이 마약의 공급과 관련된 제조·수출입·매매 등이므로 불법마약류의 공급을 차단함으로써

마약류 범죄를 근절시키고자 하는 형사정책적 의미와 입법자의 결연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3. 마약관계 규제법규의 개관 및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연혁

가. 우리나라 마약관계 규제법규의 개관

(1) 우리나라의 마약관계 규제법규로는 일반법인 형법(1953년 제정) 외에 먼저 1957년에 “마약법”이 제정되었는데, 이는 일제가 전매작물로서 양귀비의 재배를 허용한 결과 아편중독자가 발생하기 시작하여 1920년에 이미 마약중독자수가 20,000여명에 육박하고 6·25전쟁 등의 사회적 혼란을 거치며 1954년에는 남한에서만 50,000여명의 아편중독자가 발생하게 된 상황에서, 마약에 관한 국제협약을 근거로 하여 미군정법령의 마약단속규정을 대체하여 부정마약의 단속과 마약의 적정관리를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그 후 1970년에 마약 이외에 습관성이 있는 의약품 및 대마의 관리를 위해 습관성의약품관리법이 제정되었으나 1976년에 당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대마초 흡연의 규제를 강화하기 위하여 별도로 “대마관리법”을 제정하였고,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품의 규제를 위하여 1979년에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이 제정되면서 위 습관성의약품관리법은 폐지되었다. 그리고 2000. 1. 12. 규제개혁 차원에서 기존의 위 3개의 법률이 모두 폐지되고 마약류법으로 통합·제정되었다.

(2)현행 마약류법은 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 및 그 원료물질의취급·관리를 적정히 함으로써 그 오용 또는 남용으로 인한 보건상의 위해를 방지하여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동법에서 ‘마약류’라 함은 마약·향정신성의약품 및 대마를 총칭하여 말한다(제2조 제1호). 또한, ‘마약’이란 양귀비·아편·코카엽 및 이들에게서 추출된 알칼로이드로서 인체에 직접적인 해독작용을 야기시키는 물질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을 말하고(제2조 제2호·제3호), ‘향정신성의약품’이란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것으로서 이를 오용 또는 남용할 경우 인체에 현저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을 말하며(제2조 제4호), ‘대마’라 함은 대마초와 그 수지 및 대마초 또는 그 수지를 원료로 하여 제조된 일체의 제품을 말한다(제2조 제5호).

동법은 마약류의 거래에 대하여 유상·무상의 기준에 의해 매매와 수수(제58조·제59조)로 나누어 규율하면서 매매죄를 수수죄에 비하여 무겁게 처벌하고, 나아가 마약류 매매죄의 경우 영리범·상습범의 형을, 수수죄의 경우 상습범의 형을 다시 가중하는 규정방식을 취하고 있다. 한편, 특가법은 위 마약류 가운데 마약관련 규정의 죄를 범한 자(이하 “마약사범”이라 한다)에 대하여만 가중하고 있다.

나. 특가법상 마약가중 규정의 입법연혁

(1) 특가법에 마약사범에 대한 가중규정이 등장하게 된 것은 5·16 직후 경제질서를 문란케 하고 사회악을 조장케 하는 특정 범죄에 대해서는 본래의 처벌규정보다 엄중히 단속·처벌함으로써 국가경제의 재건과 건전한 사회질서의 확립을 기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도로 1966. 2. 23.

법률 제1744호로 특가법이 제정될 당시부터이다. 이러한 가중규정은 1960년대 중반에 접어들어 월남산 생아편이 대량으로 유입되기 시작하고 아편 밀수가 빈번히 일어났던 시대적 배경에서, 특히 1965년에는 일부 악덕제조업자들이 합성마약인 메사돈(methadone)을 설파제·해열제·비타민제에 혼합하여 주사약으로 시판함으로써 마약남용과는 관계 없는 사람들까지 이러한 약품을 사용하여 자신도 모르게 중독자가 되고, 이전까지 약 10,000명 정도였던 국내 마약환자수를 34,000명 정도로 폭발적으로 격증시킨 이른바 “메사돈 파동”의 발생 등 사회적 혼란상황을 배경으로 한 것이었다.

(2)특가법 제정 당시에는 마약을 제조·수출입·소지 또는 판매 등을 행한 마약의 가액이 100만 원 이상인 때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가액이 10만 원 이상 100만 원 미만인 때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마약의 가액에 따라 가중의 정도를 달리 하였다. 그 후 1968. 7. 15. 제2032호 개정법에서는 마약사범의 미수범을 정범에 준하여 처벌한다는 규정을 신설하였고, 1980. 12. 18. 제3280호 개정법에서는 마약법 제60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마약법 제61조·제6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를 차등적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마약관계 법률이 2000. 1. 12. 마약류법으로 통합되자 특가법 제11조 제1항은 마약류법 제58조 중 마약과 관련된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제11조 제2항에서는 마약류법 제59조·제60조 중 마약과 관련된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가액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하도록 하였다.

다. 우리나라 마약류사범의 실태

대검찰청의 자료에 의하여 우리나라 약물사범의 실태를 보면 1970년대 초까지는 마약사범이 주종을 이루고,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초까지는 대마관리법위반사범이 성행하였다가, 1980년대 초반부터 메스암페타민 등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위반사범(이하 “향정사범”이라 한다)이 꾸준히 증가하여 2001년에는 향정사범이 전체 마약류사범의 78.8%를 점유하기에 이르러 국내 주종 마약류사범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또한 최근 5년간 향정사범에 대한 기소율은 약 75.5% 정도로 마약사범에 대한 기소율 33.8%의 2배를 넘고, 1심 재판결과에 있어서도 마약사범의 실형율은 약 25%정도로 전체 마약류사범 평균의 절반 수준을 밑도는 반면 집행유예율은 70% 전후로 전체 평균의 2배 정도에 달하는데 비하여, 향정사범은 그와 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4.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에 대한 판단

가. 쟁 점

마약류법 제58조 제1항은 마약의 수출입·매매 등, 향정신성의약품의 제조·수출입·매매 등, 대마의 수출입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제2항에서 영리범·상습범에 관한 규정을, 제3항에서 미수범에 관한 규정을, 제4항에서 예비범·음모범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한편 특가법 제11조 제1항은 “마약류법 제58조 중 마약과 관련된 규정된 죄”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법문상 이에는 마약류법 제58조 중 ‘마약’과 관련되어 규정된 죄 가운데 제1항의 마약의 수출입·매매 등에 관한 죄뿐만 아니라 제2항의 영리범·상습범과 제3항의 미수범, 제4항의 예비범·음모범도 포함된다. 구 특가법(1980. 12. 18. 법률 제3280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11조 제1항도 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구 마약법 제60조 제3항의 미수범도 구 특가법 제11조 제1항에 의하여 가중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84. 1. 31. 선고, 83도2790 판결, 공1984. 4. 1, 462).

즉, 특가법 제11조 제1항은 마약류법 제58조에 정한 죄 중 마약에 관한 죄의 단순범, 영리범·상습범, 미수범, 예비범·음모범의 경우를 가리지 아니하고 일률적으로 마약류법(제58조 제2항)상의 영리범·상습범과 같은 법정형인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하는 규정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비영리·비상습의 매수(이하 “단순매수”라 한다)와 비영리·비상습의 판매목적소지(이하 “단순판매목적소지”라 한다)에 대하여도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바, 이러한 가중내용이 죄질과 그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 사이에 적절한 비례관계가 지켜질 것을 요구하는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에 반하는 것은 아닌지, 형벌체계상 균형성을 현저히 상실하여 다른 범죄와의 관계에서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등이 문제된다.

나. 책임과 형벌간의 비례성원칙 준수 여부

(1)우리 헌법은 국가권력의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려는 법치국가의 실현을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고, 법치국가의 개념은 범죄에 대한 법정형을 정함에 있어 죄질과 그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 사이에 적절한 비례관계가 지켜질 것을 요구하는 실질적 법치국가의 이념을 포함하고 있다(헌재 1992. 4. 8. 90헌바24 , 판례집 4, 225, 230). 따라서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데 대한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이 무제한한 것이 될 수는 없다.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할 때는 형벌 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10조의 요구에 따라야 하고,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과잉입법금지의 정신에 따라 형벌개별화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하도록 하여야 하며,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한다.

이러한 요구는 특별형법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바, 원래 특별법은 일반법의 제정 이후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여 일반법을 보완 혹은 대체하기 위해 제정되는 것으로 그 용도는 어디까지나 한시적이고 제한적이지 않으면 안된다. 특가법 역시 다른 법률과 마찬가지로 범죄와 형벌은 헌법질서에 기초한 그 시대의 가치체계와 일치되도록 제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입법취지에서 보아 중벌(重罰)주의로 대처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범죄의 실태와 죄질의 경중,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 처벌규정의 보호법익 및 형벌의 범죄예방효과 등에 비추어 전체 형벌체계상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그러한 유형의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함으로써 입법재량권이 헌법규정이나 헌법상의 제원리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법정형을 규정한 법률조항은 헌법에 반한다고 보아야 한다(헌재 1992. 4. 28. 90헌바24 , 판례집 4, 225, 229-232 참조).

(2)입법자는 마약의 확산을 방지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마약류법 제58조 제1항에서 마약류 취급자가 아닌 자, 또는 관계당국으로부터의 적법한 승인을 얻지 않은 자가 마약을 매수하거나 판매목적으로 소지하는 경우에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에서 영리의 목적 또는 상습으로 제1항의 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같은 조 제3항에서 제1항 및 제2항의 미수범에 대한 처벌규정을, 같은 조 제4항에서 제1항 및 제2항에 규정된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마약류불법거래방지에관한특례법 제6조에서는 마약밀매업자나 조직범죄집단 등 마약을 “업으로” 매수한 자에 대하여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병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마약을 단순매수하거나 단순판매목적으로 소지한 경우에도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마약류법 제58조의 영리범의 경우와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하고, 더욱이 “업”으로 마약범죄를 행한 경우와도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고 있으므로, 이것이 범죄에 대한 법정형을 정함에 있어 죄질과 그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 사이에 적절한 비례관계가 지켜질 것을 요구하는 실질적 법치국가의 이념에 반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3) 마약범죄를 공급측면과 수요측면으로 나누어 볼 때 마약의 제조·수출입·매도 등의 행위가 공급측면이고 마약의 사용행위가 수요측면이라면, 매수는 매도행위와는 필요적 공범관계로서 공급측면과도 관련성을 갖고 있지만 그 관련성의 정도, 공급행위와의 밀접성 등 마약확산에의 기여의 정도는 마약매수행위의 유형에 따라 다르다고 할 것이다. 즉, 전매차익을 위하여 매수하거나 마약을 싼값 또는 무상으로 제공하여 수요를 창출한 후 창출된 시장에서 고가로 판매하기 위하여 매수하는 경우와 같은 ‘영리매수’는 마약의 공급원을 새로이 창출하거나 기존의 제조 및 판매조직을 확대시키고 마약의 확산을 촉진하는 기능을 하여 마약의 대량확산에 크게 기여할 뿐만 아니라 타인의 정신적·육체적 황폐화를 통하여 영리를 도모한다는 점과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마약류시장의 특성상 그 불법성과 비난가능성은 일반범죄의 영리범의 경우보다 더욱 크다. 반면에 단순히 소비하기 위하여 매수하는 경우와 같은 ‘단순매수’는 마약 남용자의 소비에 충족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수요의 측면에 해당되고 마약의 유통구조상 최종단계를 형성하므로 마약확산에의 기여도와 그 행위의 구조, 위험성 및 비난가능성 등 죄질에 있어서 영리매수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마약류법에서 단순범과 영리범을 구별하는 취지는 오히려 단순매수와 영리매수는 죄질에 있어서 질적으로 차이가 있음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 하겠다. 실무상으로도 마약사범에 대하여 영리범과 단순범을 구별하고 있는 마약류법의 법조를 올바르게 적용하고 그 죄질에 상응하는 적정한 형벌을 과하기 위해서는 수사 및 재판과정을 통하여 마약거래의 유형이 마땅히 규명되어야 한다. 그런데, 거래되는 마약의 양 등의 정황으로 미루어 비영리매수인지 여부는 비교적 어렵지 않게 구별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단순매수를 영리매수와 같은 법정형에 처하도록 하는 것은 어느모로 보나 합리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한편, 판매목적소지는 마약의 매도행위에 대한 예비죄를 독립된 구성요건으로 한 것이다. 그런데, 마약의 매도행위는 영리의 추구를 그 핵심적 성질로 하므로 비영리의 단순판매목적소지는 그 행위의 발생 개연성이 극히 드문 만큼 마약의 공급이나 확산에 기여하는 정도도 상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히 미미하다 할 것인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러한 행위에 대하여까지 영리범과 동일하게 가중처벌하는 것이어서 국가형벌권의 지나친 남용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외국의 입법례를 보면, 1970년에 제정된 미국의 종합마약류남용예방및규제법(Comprehensive

Drug Abuse Prevention and Control Act)에서는 남용가능성의 정도, 의료용으로 사용되고 있는가의 여부, 그리고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의 정도 등의 3가지 기준에 따라 마약류를 5등급으로 분류하여 거래마약류의 종류에 따라 형벌의 경중을 결정하였고, 그 후 위 법을 개정하면서 마약류의 위험성의 정도뿐만 아니라 불법거래 마약류의 양, 재범의 회수 및 상해와 사망의 결과발생 여부에 따라 가중의 정도를 달리하여 더욱 세분하여 규정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영리범과 단순범을 구별하고, 유럽 각국에서도 중한 마약류와 경한 마약류를 구별하거나 사용자와 거래자를 구별하여 벌하고 있는 등 대부분의 외국에서는 불법과 책임의 정도에 따라 세분하여 죄질과 책임의 비례관계를 보다 정밀하게 달성하도록 규율하고 있다.

그런데 특가법은 매수한 마약의 양이나 위험성의 정도, 마약사용의 결과로 타인의 신체에 상해나 사망을 일으켰느냐의 여부 및 재범의 존부 등 죄질이나 비난가능성의 정도를 구별하지 않고 있다. 또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마약류법은 영리범·상습범에 대하여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대단히 중한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는데 반하여, 단순범에 대하여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단순범과 영리범의 구별은 그 의미가 크고 또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 할 것인데,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그나마 존재하던 단순범과 영리범의 구별조차 소멸되어 불법의 정도, 죄질의 차이 및 비난가능성에 있어서의 질적 차이를 무시함으로써 죄질과 책임에 따라 적절하게 형벌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마약의 단순매수·단순판매목적소지에 대하여 영리범과 동일한 법정형을 규정한 것은 법정형 설정에 대한 입법형성의 범위를 일탈하여 죄질과 그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 사이에 적절한 비례관계를 현저히 훼손하는 것이다.

(4)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단순매수나 단순판매목적소지의 마약사범에 대하여도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예컨대 단 한 차례 극히 소량의 마약을 매수하거나 소지하고 있었던 경우 실무상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법관의 양형선택과 판단권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고 또한 범죄자의 귀책사유에 알맞은 형벌을 선고할 수 없도록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는바, 이는 살인죄(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의 경우에도 작량감경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집행유예가 가능한 것과 비교할 때 매우 부당하다.

나아가 형사정책적 측면에서도 형벌이 지나치게 가혹·잔인하면 일시적으로는 범죄 억지력을 발휘할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중벌에 대해 면역성과 무감각이 생기게 될 뿐이고, 범죄예방과 법질서수호가 아니라 법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법질서의 영속성과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뿐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에 마약의 단순매수·단순판매목적소지를 영리범과 같이 중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마약의 단순매수자로 하여금 마약밀매자 등과 동류의식 내지는 공범의식을 갖도록 조장하게 되어 그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지나친 엄벌로 인하여 자포자기케 하여 심지어는 마약밀거래에 가담하게 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마저 있다. 또한, 마약의 단순매수자는 매수자이기 이전에 마약사용자 내지 피해자 또는 환자의 측면이 강한데 단순매수자를 엄벌로 다스리게 되면 그들은 처벌을 두려워한 나머지 은밀한 곳에 숨게 되므로 범죄조직의 활동이 더욱 용이하게 되고, 결국 엄벌이 치료를 기피하게 만들고 따라서 마약사범의 퇴치는 점점 어려워지게 되어 형사정책적으로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다.다른 범죄와의 관계에서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는지 여부

(1)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남용의 정도나 남용으로 인한 폐해가 가장 심각한 것은 메스암페타민을 포함한 향정사범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향정사범에 대한 법적 규율을 보면 마약류 취급자가 아니면서 메스암페타민 또는 그것을 함유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제조·수출입하거나 위 목적으로 소지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며(마약류법 제58조 제1항 제6호), 영리의 목적 또는 상습으로 위 행위를 하면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같은 조 제2항), 매매·매매의 알선·수수·소지·소유·사용·관리·조제·투약·교부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제60조 제1항 제3호), 상습으로 위 죄를 범한 자는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나(같은 조 제2항), 특가법에서 이들을 가중하는 규정은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우리나라 마약류사범의 주종이라 할 수 있는 메스암페타민 등 향정사범에 대하여는 가중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그 비중이 저하된 마약사범에 대하여만 위와 같이 중형으로 가중하는 것은 평등원칙 위반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2)마약류를 위험성에 따라 분류하면 원칙적으로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은 강한 마약류에, 대마는 약한 마약류에 속한다고 봄이 일반적이다.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을 구체적으로 비교하기 위하여 마약에 속하는 헤로인과 향정신성의약품에 속하는 메스암페타민의 위험성의 차이를 보면, 약물의 독성이나 의존성의 면에 있어서는 헤로인이 더 위험하다고 할 수 있으나 헤로인 중독자의 범행행위는 약물 구입자금을 위한 매춘행위 따위의 소극적인 것이 많은데 비하여 메스암페타민 중독자는 망상작용에 기인하는 발작적인 파괴활동 내지 적극적인 범죄행위로 사회전반에 큰 불안을 준다. 이러한 의미에서 메스암페타민은 보다 사회적인 면에서 위험한 약물인데 반하여 헤로인은 보다 개인적인 면에서 위험한 약물이라고 할 수 있고, 사회에 대한 범죄성·파괴성·폐해성이라는 면에서는 향정신성의약품 특히 메스암페타민 등의 약물이 가져오는 위험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마약류범죄에 있어서 1980년대 이후에는 마약사범이 차지하는 양적인 비율이나 질적인 위험성의 정도가 과거보다 현저히 저하되었고, 검찰이나 법원에서 향정사범에 비해 마약사범을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처분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도 이러한 양상을 반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외국산 마약류의 밀반입에 있어서도 반입건수별, 반입량별 점유비율에 있어서 여전히 메스암페타민 등 향정사범이 압도적이며, 마약사범의 경우는 그 비율이 비교적 적게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마약류 자체가 가지는 위험성의 측면이나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에 있어서도 향정사범과 달리 마약사범에 대하여만 가중을 하여야 할 정도로 마약이 향정신성의약품에 비해 더욱 위험하다고 볼 수는 없으며, 범죄의 실태와 검찰에서의 기소율이나 형사재판의 결과 등을 감안하고 마약류 규제법규의 연혁을 살펴보면 마약사범만을 가중하여야 할 합리적 근거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아무런 합리적 근거 없이 마약사범만을 가중하여 형벌체계상의 균형성을 현저히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5. 결 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을 규정함으로써 죄질과 그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 사이에 비례관계가 준수되지 않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려는 실질적 법치국가 이념에 어긋나고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하여 과잉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되며, 형벌체계상 균형성을 상실하여 다른 범죄와의 관계에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 할 것이므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그러므로, 이와는 달리 구 특가법(1980. 12. 18. 법률 제3280호로 개정되고 2000. 1. 12. 법률 제61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1항구 마약법(1993. 12. 27. 법률 제46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0조 제1항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헌재 1995. 4. 20. 91헌바11 결정은 이 결정의 견해와 저촉되는 한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주심) 전효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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