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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3. 8. 29. 선고 2011헌바364 공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위헌소원]
[공보203호 1149~1153]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뇌물을 요구한 액수가 1억 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한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8. 12. 26. 법률 제9169호로 개정되고, 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 제1호형법 제129조 제1항의 “요구”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이나 형벌체계상의 균형성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헌법재판소는 여러 차례에 걸쳐 뇌물액수에 따른 가중처벌을 내용으로 하는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왔는데, 이러한 선례의 논거는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다. 한편, 뇌물죄의 보호법익은 국가기능의 공정성 또는 공직의 불가매수성이므로 공무원이 금원을 현실적으로 수수하였는지 여부는 범죄의 성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뇌물을 수수함에 있어 언제나 뇌물의 요구가 수반되는 것은 아니므로 뇌물요구를 뇌물수수의 미수행위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려우며, 공무원이 나서서 뇌물을 요구하는 행위의 불법성이 단순히 공여자가 제공하는 뇌물을 수수하는 행위의 불법성보다 반드시 가볍다고 볼 수 없다. 일반적으로 뇌물을 요구한 액수가 많을수록 요구자의 공무와 증뢰자의 업무 사이의 연관성이나 잠재된 이권의 실현가능성 등이 커지고 궁극적으로는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병폐와 피해가 심화될 수 있으므로, 뇌물로서 요구한 액수가 형벌의 범위를 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또한 형법상 뇌물죄와 달리 그 뇌물이 현재 담당하고 있는 직무에 관한 것인지 또는 그 뇌물로 인한 부정처사가 있었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동일하게 처벌하고 있으나, 이는 “1억 원” 이상을 뇌물로 요구하였다면, 국가기능의 공정성과 직무수행의 불가매수성에 대한 침해는 이미 심각하게 이루어졌다는 입법자의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이러한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거나 형벌체계상의 균형에 반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

재판관 이정미의 반대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의 뇌물요구는 뇌물수수에 이르는 과정의 한 단계로서 일종의 미수에 그치는 행위이므로, 뇌물수수가 미수에 그치는 경우 실제 수수하지도 않은 금원의 액수의 다과에 따라 가중처벌하는 것은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강한 엄벌주의를 통하여 달성하려는 일반 예방의 목적도 달성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으며, 양형실무상으로도 작량감경이 일상화되어 있어 감경없이 선고되는 사례가 이례적인 실정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뇌물요구액이 1억 원 이상인 경우 범행의 동기, 실제 수수가능성 등 죄질과 상관없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것은 법관의 양형선택의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뇌물을 현실적으로 수수한 경우와 뇌물의 수수없이 단지 뇌물을 요구하는 것에 그친 경우는 그 불법의 내용과 책임의 크기에 있어 현저한 차이가 있음에도 금품의 수수와 금품의 요구 간의 불법성과 책임의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고, 부정처사가 없는 단순 뇌물요구에 대한 법정형을 부정처사가 있는 경우와 동등하게 규정함으로써 형벌체계상의 균형성에 반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참조판례

헌재 1995. 4. 20. 93헌바40 , 판례집 7-1, 539

헌재 2004. 4. 29. 2003헌바118 , 판례집 16-1, 528

헌재 2006. 12. 28. 2005헌바35 , 판례집 18-2, 589

헌재 2011. 6. 30. 2009헌바354 등, 판례집 23-1하, 353

당사자

청 구 인이○갑대리인 변호사 신용석 외 1인

당해사건수원지방법원 2010고합226 특정범죄 가

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은 2008. 10. 1.부터 2009. 8. 30.까지 수원시 ○○국 ○○과 소속 7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사람으로, 수원시의 구거 현황에 대한 정보를 잘 알고 있던 점을 이용하여 2009. 5.경 치과의사인 황○선에게 수원시 팔달구 ○○동 소재 토지 및 건물을 사면 구거 용도를 폐지해주어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하면서 그에 대한 대가로 3억 원을 요구하였고, 그 후 2009. 9.경 1억 원을 교부받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죄로 기소되었다. 청구인은 2011. 10. 27. 수원지방법원(2010고합226)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 형법 제129조 제1항이 적용되어 징역 5년, 벌금 3억 원 및 추징금 1억 원을 선고받았고, 항소하여 2012. 4. 27. 서울고등법원(2011노3279)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2012도5356)은 2013. 6. 14. 검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였고, 현재 서울고등법원(2013노2025)에 재판 계속 중이다.

(2)청구인은 위 1심 재판 계속 중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중 “요구”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1. 10. 27. 기각되자(수원지방법원 2010초기1405), 2011. 12. 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중 “요구” 부분으로 특정하였으나, 이 사건에서 적용된 부분은 위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이고, 청구인에게 적용된 뇌물죄 유형은 형법 제129조 제1항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8. 12. 26. 법률 제9169호로 개정되고, 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 제1호형법 제129조 제1항의 “요구”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인바,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2조(뇌물죄의가중처벌)①형법제129조·제130조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그수수ㆍ요구또는 약속한 뇌물의 가액(이하 본조에서 “수뢰액”이라 한다)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가중처벌한다.

1.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관련조항]

제2조(뇌물죄의 가중처벌) ① 형법 제129조·제130조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그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뇌물의 가액(이하 본조에서 “수뢰액”이라 한다)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가중처벌한다.

2.수뢰액이 5천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인 때에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3.수뢰액이 3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인 때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형법」제129조, 제130조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그 죄에 대하여 정한 형(제1항의 경우를 포함한다)에 수뢰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을 병과(倂科)한다.

제129조(수뢰, 사전수뢰) ①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②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가 그 담당할 직무에 관하여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후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제130조(제삼자뇌물제공)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제132조(알선수뢰)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뇌물요구는 사실상 뇌물수수죄의 예비 또는 미수에 해당하는 것으로 죄질이나 가벌성이 미약함에도 뇌물수수죄와 동일하게 가중하는 법정형을 두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고, 수뢰액만을 기준으로 뇌물을 요구만 한 경우까지 가중처벌함으로써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조차 선고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법관의 양형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

형법에서는 뇌물죄에 관하여, 직무와의 관련 정도 및 수뢰 후 부정처사 유무에 따라 법정형 간에 현저한 차이를 두고 있는 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뢰행위의 유형 및 부정처사의 유무에 관계없이 법정형의 하한을 높여 놓아 형벌체계상의 균형성에 반한다.

3. 판 단

가. 선례의 원용

헌법재판소는 1995. 4. 20. 93헌바40 결정에서, 형법 제129조 제1항의 죄를 범한 자가 그 수뢰액이 5천만 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1990. 12. 31. 법률 제4291호로 개정되고, 2005. 12. 29. 법률 제77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 제1호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이래 위 법률조항의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수뢰액 기준이 5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되는 것으로 개정된 후에도 계속하여 같은 취지로 판단하여 왔는데(헌재 2001. 5. 31. 2000헌바91 , 공보불게재; 헌재 2004. 4. 29. 2003헌바118 , 판례집 16-1, 528; 헌재 2006. 12. 28. 2005헌바35 , 판례집 18-2, 589; 헌재 2011. 6. 30. 2009헌바354 등, 판례집 23-1하, 353), 그 이유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므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2)뇌물죄가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병폐는 수뢰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가중된다는 점에서 볼 때, 수뢰액을 기준으로 한 단계적 가중처벌은 비록 수뢰액의 다과만이 그 죄의 경중을 가늠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라 할지라도 가장 중요한 기준임에 비추어, 이를 수긍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다. 더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모든 수뢰죄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수뢰액이 5,000만 원 이상인 경우(2005. 12. 29. 법률 제7767호로 개정된 이후에는 1억 원 이상)에만 적용된다는 점과 수뢰액의 상한에 제한을 두지 아니하면서도 그 법정형에 사형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그것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었다고 할 정도로 과중하다고는 볼 수 없다.

(3)입법자가 법정형의 책정에 관한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률 그 자체로 법관에 의한 양형재량의 범위를 좁혀 놓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에 비추어 범죄와 형벌 간의 비례의 원칙상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성이 있다면 이러한 법률을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그 법정형의 하한을 높여 놓았다 하여 그것만으로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하였다거나 법관독립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판시는 이를 변경할 만한 새로운 사정이 없고,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므로 이를 여기에 원용하기로 한다.

나. 청구인의 기타 주장에 대한 판단

(1) 청구인은 뇌물요구는 사실상 뇌물수수죄의 예비 또는 미수에 해당하는 것으로 죄질이나 가벌성이 미약하다고 주장하나, 뇌물죄의 보호법익은 국가기능의 공정성 또는 공직의 불가매수성이므로 공무원이 금원을 현실적으로 수수하였는지 여부는 범죄의 성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뇌물을 수수함에 있어 언제나 뇌물의 요구가 수반되는 것은 아니므로 뇌물요구를 뇌물수수의 미수행위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공무원이 나서서 뇌물을 요구하는 행위의 불법성이 단순히 공여자가 제공하는 뇌물을 수수하는 행위의 불법성보다 반드시 가볍다고 볼 수 없고, 뇌물을 요구한 경위나 방식에 있어 뇌물을 수수한 경우에 비추어 그 불법과 책임이 더 큰 경우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헌재 2011. 6. 30. 2009헌바354 등, 판례집 23-1하, 353, 362 참조).

또한, 공무원의 직무 관련 금품요구 행위는 일반적인 형사범죄와 비교할 때 범행의 동기나 행위의 태양 등이 비교적 정형화되어 있고, 일반적으로 뇌물을 요구한 액수가 많을수록 요구자의 공무와 증뢰자의 업무 사이의 연관성이나 잠재된 이권의 실현가능성 등이 커지고 궁극적으로는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병폐와 피해가 심화될 수 있으므로, 뇌물로서 요구한 액수가 형벌의 범위를 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뇌물을 요구한 액수에 따라 단계적으로 가중처벌하겠다는 입법자의 결정이 법정형의 범위에 관한 폭넓은 입법재량을 일탈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2)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뢰행위의 유형 및 부정처사의 유무에 관계없이 법정형의 하한을 높여 놓아 형벌체계상의 균형성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형법상 뇌물죄와 달리 그 뇌물이 현재 담당하고 있는 직무에 관한 것인지 또는 그 뇌물로 인한 부정처사가 있었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동일하게 처벌하고 있으나, 이는 “1억 원” 이상을 뇌물로 요구, 약속, 수수하였다면, 국가기능의 공정성과 직무수행의 불가매수성에 대한 침해는 이미 심각하게 이루어졌다는 입법자의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이러한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헌재 2011. 6. 30. 2009헌바354 등, 판례집 23-1하, 353, 362-363 참조).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재판관 이정미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이정미의 반대의견

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므로 다음과 같이 위헌의견을 밝힌다.

가. 형벌의 한계

(1)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작용인 형벌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는바, 이를 위하여 책임 없이는 형벌을 받지 아니한다는 책임원칙에 구속되고,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후ㆍ보충적으로 발동되어야 하며, 실효성을 넘는 과중한 형벌이 부과되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2) 물론 형벌에 대한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가 입법재량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입법재량은 위와 같은 한계를 넘어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는 없으므로,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할 때에는 헌법 제10조에 의한 내재적 한계 이외에도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과잉입법금지의 정신에 따라 합리적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하도록 하고,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하며, 헌법 제11조의 실질적 평등의 원칙에 부합하여야 한다. 이러한 요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을 포함한 특별형법과 같이 중벌(重罰)주의로 대처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다(헌재 2006. 4. 27. 2006헌가5 , 판례집 18-1상, 491, 497-498 참조).

우리 재판소도 이러한 이유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2항 제1호에 대한 헌법소원사건(헌재 1992. 4. 28. 90헌바24 ),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제58조 제1항 제1호 가운데 ‘매수’ 및 ‘판매목적소지’에 관한 위헌소원사건(헌재 2003. 11. 27. 2002헌바24 ),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2항 중 협박죄 부분에 관한 위헌제청사건(헌재 2004. 12. 16. 2003헌가12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4항 제1호, 제2호에 관한 위헌제청사건(헌재 2006. 4. 27. 2006헌가5 ),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위헌제청사건(헌재 2008. 12. 26. 2007헌가10 ) 등에서 해당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을 선언한 바 있다.

(3)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인지 여부는 위와 같은 헌법상 원리와 우리 재판소 선례의 진정한 취지에 비추어 판단되어야 한다.

나.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 위반 여부

(1)가중처벌로 달성하려는 공익 및 형사정책적 고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직의 청렴성과 불가매수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뇌물요구액에 따라 가중처벌하는 방법으로 잠재적인 범죄자에 대한 위하를 통하여 일반예방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입법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의 뇌물‘요구’는 뇌물수수에 이르는 과정의 한 단계로서 일종의 미수에 그치는 행위로 뇌물수수가 미수에 그치는 경우에도 실제 수수하지도 않은 금원을 그 액수의 경중에 따라 가중처벌하는 것은 그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형사정책적 측면에서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 즉 강한 엄벌주의를 통하여 달성하려고 했던 일반예방의 목적도 달성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고, 양형실무상으로도 작량감경이 일상화되어 있어 감경없이 선고되는 사례가 극히 이례적인 실정이다. 실효성 없는 형벌은 법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법질서의 영속성과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뿐 아니라, 형벌의 일반예방적 기능까지 해치게 되는 것이다.

(2)집행유예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책임에 반하는 과잉형벌인지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뇌물요구액이 1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범인의 성행, 전과 유무, 범행의 동기, 실제 뇌물수수의 가능성, 범행 후의 정황 등 죄질과 상관없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관으로 하여금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법관의 양형선택의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

(3)금품요구액을 기준으로 한 법정형 가중의 합리성

다른 나라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수뢰액을 단일한 기준으로 하여 가중 처벌하는 경우는 없을 뿐 아니라 뇌물요구의 경우에는 요구금액이 실제 수수액으로 연결될 개연성이 불확실하므로 뇌물의 요구액이 1억 원이 넘는다는 이유만으로 뇌물수수와 마찬가지로 일률적으로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것은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지 않는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과잉입법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다. 형벌의 체계균형성에 반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1)이 사건 법률조항은 범죄유형에 따른 차이를 두지 않아 형벌체계의 균형성을 상실하였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된다.

(2)이 사건 법률조항은 금품의 “요구”이후 실제 수수에 이르렀거나, 수수의 실현가능성, 부정처사가 있었는지를 묻지 않고 그 액수가 1억 원 이상인 경우 모두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뇌물을 현실적으로 수수한 경우와 뇌물의 수수없이 단지 뇌물을 요구하는 것에 그친 경우는 그 불법의 내용과 책임의 크기에 있어 현저한 차이가 있다. 법원조직법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양형기준이 뇌물을 요구하거나 약속한 것에 그친 경우를 감경 요소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불법과 책임의 크기의 차이를 고려한 것이다. 물론 뇌물을 요구한 경우가 실제 뇌물을 수수한 경우보다 불법적 요소가 더 중한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그러한 경우에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법원의 재판과정에서 그 책임의 정도를 판단하여 양형선택을 할 문제일 뿐 예외적인 상황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 이처럼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금품의 수수와 금품의 요구 간의 불법성과 책임의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3)일반법인 형법에 규정되어 있는 구체적인 법정형은 개별적인 보호법익에 대한 통일적인 가치체계를 표현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가치판단은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 우리 형법은 뇌물죄의 보호법익을 공무원 직무의 불가매수성으로 하면서 직무와의 관련 정도에 따라, 단순 뇌물요구죄(형법 제129조 제1항)에 대하여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면서, 부정처사에까지 이른 경우(형법 제131조 제1항, 제2항)에 대하여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보다 중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형법은 부정처사의 유무에 따라 법정형 간에 현저한 차이를 두는데 반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은 부정처사가 없는 단순 뇌물요구에 대한 법정형을 부정처사가 있는 경우와 동일하게 규정함으로써, 형벌체계상의 균형성을 상실하고 있다.

라. 소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되며, 형벌체계상 균형성을 상실하여 평등의 원칙에 반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재판관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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