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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남부지방법원 2015. 1. 9. 선고 2014노1071, 2014노1623(병합) 판결
[업무상배임·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1 외 2인

항 소 인

쌍방

검사

김호삼, 정우식(기소), 박기완, 김진호(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권택수 외 2인

주문

제1원심판결에 대한 검사와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제2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 1을 벌금 3,000,000원에, 피고인 2를 벌금 5,000,000원에, 피고인 3을 벌금 3,000,000원에 각각 처한다.

피고인들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각 5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들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압수된 증 제1, 2호를 피고인 2로부터 몰수한다.

피고인들에 대하여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프로그램저작권을 침해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복제물을 취득하여 업무상 사용한 행위로 인한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위반의 점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들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가) 업무상 배임(제1원심)

(1) 피고인들이 피해자 공소외 3 주식회사(아래에서는 ‘피해자 회사’라 한다)에서 퇴사할 당시 보관하고 있던 프로그램 관련 자료들은, 피해자 회사가 저작권위원회에 등록한 ○○○○○프로그램과는 전혀 다른 프로그램으로서 공소외 1 주식회사(아래에서는 ‘공소외 1 회사’라 한다) 등 피해자 회사의 발주처 회사들의 소유물이며 피해자 회사 내부에서 비밀표시나 접근제한 등 조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므로, 피해자 회사의 영업비밀 또는 중요한 영업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

(2) 피고인들은 피해자 회사를 퇴사하면서 위 프로그램 자료들을 따로 복사한 것이 아니라 개인노트북에 보관하여 오던 것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을 뿐이고, 발주처와의 계약에 따라 프로그램 개발 이후에는 발주처에게 그 프로그램의 저작권이 귀속되므로 피고인들로서는 프로그램 개발 후 이를 피해자 회사에게 반납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였으며, 피해자 회사는 발주처와의 계약이 종료한 후 직원들에게 프로그램 개발과정에서 개인 노트북에 보관하게 된 프로그램을 반납하라는 요청을 하지도 않았고, 이를 별도의 서버에 저장하여 관리하는 등의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으며, 피고인들이 퇴사시 또는 고용계약 체결시에 작성한 보안서약서는 외부 유출 및 도용을 금지하는 취지일 뿐으로 원래 보관하고 있던 프로그램을 반환하거나 폐기하여야 한다는 의무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를 퇴사할 당시 개인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피해자 회사의 프로그램 파일을 반환 또는 폐기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에게 업무상 배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피고인들은 피해자 회사를 퇴사할 당시 보유하고 있던 ERP프로그램을 개인컴퓨터에 계속 보관하였으나, 피고인들이 공소외 2 주식회사(아래에서는 ‘공소외 2 회사’라 한다)에 입사하여 개발한 회계관리부분 프로그램은 피고인들이 보관하던 회계관리부분 프로그램과는 전혀 별개의 프로그램이고, 회계관리부분 이외의 ERP프로그램은 피고인들의 공소외 2 회사 입사 이후에 기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새로이 개발되거나 구동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의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공소외 2 회사의 ERP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고 볼 수 없다.

(4) 피고인들은 피해자 회사에서 퇴사할 당시 개인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프로그램을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을 뿐 이를 이용하여 공소외 2 회사의 ERP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 아니므로,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 회사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고 피고인들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 없다.

(5) 그럼에도 제1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나)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위반(제2원심)

(1) 사용자매뉴얼에 관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 중 사용자매뉴얼자료는 구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2009. 4. 22.자 법률 제9625호에 의해 2009. 7. 23. 폐지되기 전의 것, 아래에서는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이라 한다)이 정하는 컴퓨터프로그램이 아니므로 이를 개작하였다 하더라도 프로그램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다.

(2) ○○○○○프로그램에 관하여

피해자 회사가 저작권위원회에 등록한 ○○○○○프로그램과 피해자 회사가 2006년 공소외 1 회사에 납품한 ERP프로그램은 동일성이 없는 프로그램이고, 공소외 1 회사에 납품한 ERP프로그램은 그 소유권과 저작권이 피해자 회사가 아닌 공소외 1 회사 또는 그 이전의 발주처에게 귀속되는 것이며, 피고인들은 위 ERP프로그램을 복제, 개작하여 공소외 2 회사의 ERP프로그램을 제작하지 않았고, 수사단계에서 압수된 공소외 2 회사의 ERP프로그램 중 회계관리부분만 구동되는 정도일 뿐 나머지 부분은 공소외 2 회사에서 실제로 사용되지도 않았다. 또한 피고인들은 공소외 2 회사의 ERP프로그램을 개발한 자들로서,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 제29조 제4항 제2호 가 정하는 ‘프로그램저작권을 침해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복제물을 그 사정을 알면서 취득한 자가 이를 업무상 사용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제2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2) 양형부당

각 원심이 선고한 형(피고인 1 :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 원, 피고인 2 : 징역 6월, 벌금 700만 원, 몰수, 피고인 3 :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제1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제1원심에 대한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업무상 배임부분)

가.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관련법리

업무상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데, 여기에서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란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고( 대법원 1999. 3. 12. 선고 98도4704 판결 등 참조), ‘재산상 손해를 가한 때’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한다( 대법원 2003. 10. 30. 선고 2003도4382 판결 참조).

회사직원이 영업비밀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무단으로 반출하였다면 그 반출시에 업무상 배임죄의 기수가 되고, 영업비밀이 아니더라도 그 자료가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공개되지 않았고 사용자가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여 제작한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경우에도 그 자료의 반출행위는 업무상 배임죄를 구성하며, 회사직원이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자료를 적법하게 반출하여 그 반출행위가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라도 퇴사시에 그 영업비밀 등을 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음에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이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아니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도9089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가) 피해자 회사의 ERP프로그램과 사용자매뉴얼이 피해자 회사의 영업비밀 내지 중요한 영업자산에 해당하는지 여부

(1)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바에 따르면, ‘영업비밀’이라 함은,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하고, 여기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다’는 것은 그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거나 그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그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인 것을 말한다( 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다44542 판결 등 참조).

또한, 회사 직원이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지에 관하여는, 그 자료가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되어 있지 않아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통상 입수할 수 없고, 그 자료의 보유자가 자료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인 것으로 그 자료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도에 이른 것을 말한다(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0도3043 판결 등 참조).

(2)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해자 회사는 1994년 컴퓨터프로그램 개발업 및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되어 건설산업 경영정보화에 필요한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Enterprise Recource Planning, 아래에서는 ‘ERP’라 한다)인 ○○○○○를 개발하여 저작권위원회에 등록하였고, 그 후 공소외 4 회사, 공소외 5 회사, 공소외 6 회사, 공소외 7 회사, 공소외 8 회사을 비롯하여 2007년 공소외 1 회사에 이르기까지 여러 건설회사와 ERP프로그램 제작 및 납품계약을 체결하여 기존에 피해자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ERP프로그램을 수요자의 요구에 맞게 수정, 개발하여 납품하여 왔으며, 그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달, IT환경의 변화에 따라 기존의 프로그램을 점차 업그레이드하여 온 점(아래에서는 피해자 회사가 여러 차례의 계약을 통하여 업그레이드하고 공소외 1 회사에 납품하면서 보유하게 된 ○○○○○/ERP프로그램을 통틀어 ‘이 사건 프로그램’이라 한다), ② 피해자 회사는 건설회사와의 계약에 따라 ERP프로그램을 개발함에 있어서, 단순히 계약에 필요한 인력만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 사건 프로그램을 건설회사의 특유한 환경이나 요구에 맞게 수정하여 개발하는 것(이러한 과정을 migration 또는 customizing이라 한다)이므로, 이러한 경우 기본이 되는 이 사건 프로그램의 저작권은 피해자 회사에게 그대로 유보되어 있는 것이고, 실제로 피해자 회사는 2004. 8.경 공소외 9 회사와 사이에 공소외 5 회사의 ERP프로그램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당해 계약의 이행에 따른 결과물의 지적소유권에 관한 무상사용권과 나머지 부분에 관한 소유권 및 판매권은 공소외 9 회사에 귀속하되 피해자 회사가 당해 계약 이전부터 소유하고 있던 기본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에 관한 권리는 제외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여, ERP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기본 프로그램의 저작권은 피해자 회사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였던 주1) 점, ③ 이 사건 프로그램은 피해자 회사가 개발한 이래 상당한 기간 동안 여러 회사와의 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계속 발전되어 온 것으로서, 피해자 회사는 ERP프로그램 개발계약의 수주를 위하여 피해자 회사가 이 사건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음을 홍보하기도 한 점(홍보할 때에는 이 사건 프로그램을 '○○○○○'라고 지칭하였다), ④ 피해자 회사의 직원들은 발주처 회사에서 ERP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고, 그러한 업무가 모두 종료되어 발주처 회사의 ERP프로그램이 완성되면 프로젝트 책임자는 그 소스코드와 매뉴얼을 백업하여 피해자 회사의 자료관리 서버에 저장하였고(피고인들의 경찰 진술, 수사기록 2권 152쪽), 그 서버는 ID와 암호를 설정하여 통제되었던 점, ⑤ 피고인 1, 피고인 2는 피해자 회사를 퇴사하면서 ‘피해자 회사에 근무하면서 진행했던 각종 프로젝트에 대한 기술 및 영업자료 등에 대하여 일체의 외부 유출 및 도용을 하지 않을 것을 확약합니다’는 내용의 보안서약서를 작성하였고, 피고인 3은 계약직 계약을 체결하면서 영업비밀보호, 지적재산보호 등 비밀보호의무를 부담하기로 약정하고 그에 관한 보안서약서를 작성한 점, ⑥ 피고인 1은 경찰 진술 당시 이 사건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는 피해자 회사 소유이고, 이 사건 프로그램은 피해자 회사가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개발해 온 피해자 회사의 지적재산권일 수 있다고 진술한 점(수사기록 1권 134쪽, 136쪽)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프로그램과 그에 대한 매뉴얼은,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로서 영업비밀에 해당하거나, 적어도 피해자 회사가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여 제작하고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공개되지 않은 영업상의 주요한 자산으로 볼 수 있다.

나) 배임행위 및 배임의 고의가 있는지 여부

앞서 보았듯이 피고인들은 각종 프로젝트에 대한 기술 및 영업자료 일체를 ‘외부’로 유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보안서약서를 작성하였고, 이 사건 프로그램과 그에 대한 사용자매뉴얼은 피해자 회사의 영업비밀 내지는 영업상 주요한 자산으로서 피해자 회사가 진행한 프로젝트에 대한 기술 및 영업자료에 해당하므로, 피고인들은 계약에 따른 부수적 의무 내지는 위 보안서약서에 따라 피해자 회사에 대하여 퇴사시에 이 사건 프로그램과 사용자매뉴얼을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를 부담한다.

또한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들은 피해자 회사를 퇴사한 직후 바로 공소외 2 회사에 취업하였고 공소외 2 회사에서 ERP프로그램 개발업무를 수행하였던 점, ② 그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공소외 2 회사에서 사용하는 자신의 컴퓨터에 이 사건 프로그램 파일을 옮겨놓은 후 공소외 2 회사의 ERP프로그램 개발에 사용하였고, 피해자 회사의 이 사건 프로그램에 관한 사용자매뉴얼을 참고하여 공소외 2 회사의 ERP프로그램에 관한 사용자매뉴얼을 작성하였던 점(아래 3.항에서 자세히 보는 바와 같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은 피해자 회사를 퇴사하여 공소외 2 회사에서 ERP프로그램을 개발할 목적으로 이 사건 프로그램과 사용자매뉴얼을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들이 이 사건 프로그램과 사용자매뉴얼의 반환 또는 폐기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상태에서 공소외 2 회사를 위하여 이를 이용할 목적을 가지고 있던 이상, 피고인들이 공소외 2 회사에서 이 사건 프로그램을 실제로 이용하였는지와 관계없이, 피고인들이 퇴사하면서 이 사건 프로그램과 사용자매뉴얼을 반환 또는 폐기할 의무를 위반한 행위 자체가 배임행위에 해당하고, 배임의 고의도 인정된다.

다)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는지 여부

앞서 보았듯이 이 사건 프로그램과 사용자매뉴얼은 피해자 회사의 영업비밀 또는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들이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퇴사하면서 이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은 이상 그 자체로 재산상 이익을 얻고 피해자 회사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피고인들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들에게 처벌전력이 없는 점, 피해자 회사로부터 급여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던 상황에서 퇴직한 점 등은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이 사건 업무상 배임의 죄질이 좋지 않음에도 범행을 부인하는 점, 피고인들이 이 사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공소외 2 회사의 프로그램을 개발한 점,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피해자 회사가 상당한 손해를 입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정상으로 고려하면, 제1원심이 선고한 형이 너무 무겁다거나 너무 가벼워서 부당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3. 제2원심에 대한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위반부분)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범위(사용자매뉴얼 주장 관련)

피고인들은 이 부분 공소사실 중 사용자매뉴얼이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임을 전제로 한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위반의 점에 관한 무죄 주장을 하고 있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의 범위에 관하여 본다.

검사는 원심에서 2014. 3. 18.자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사용자매뉴얼의 개작과 사용에 관한 부분을 추가하였다. 그런데, 기존 공소장의 공소사실은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을 개작하여 컴퓨터프로그램저작권을 침해하였다’로 되어 있었던 반면 적용법조는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 제46조 제1항 제2호 , 제29조 제4항 제2호 로 되어 있어서 서로 부합하지 아니하였는바, 위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는 공소사실에는 위 적용법조에 해당하는 ‘피고인들이 개작된 프로그램을 취득하여 이를 업무상 사용하였다’는 사실을 추가하고, 적용법조에는 원래의 공소사실에 해당하는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 제46조 제1항 제1호 , 제29조 제1항 을 추가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것이다. 원래의 공소사실에서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개작, 사용하고자 한 프로그램저작물은 ‘이 사건 프로그램’이고,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에도 개작, 사용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저작물은 ‘이 사건 프로그램’으로 특정되어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은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의 주된 취지와 내용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에는 사용자매뉴얼이 프로그램저작물임을 전제로 한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위반의 점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봄이 상당하고, 제2원심도 이러한 공소사실을 전제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원심이 판단하지 아니한 것에 관한 주장이므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프로그램 개작으로 인한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위반 여부

1) 이 사건 프로그램의 저작권 및 그 귀속

앞서 2.의 가.항에서 본 사정, 즉 ① 컴퓨터 프로그램으로서의 이 사건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변화, 수정되어 온 과정, ② 피해자 회사가 이 사건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여러 건설회사와 시스템공급계약을 하면서도 이 사건 프로그램의 저작권은 피해자 회사에게 유보하는 내용으로 약정하였던 점과 더불어,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 제7조 제2항 이 ‘프로그램저작권은 프로그램이 창작된 때부터 발생하며 어떠한 절차나 형식의 이행을 필요로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프로그램은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이 정하는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로서 피해자 회사에게 그 저작권이 귀속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2) 피고인들의 개작 여부

가) 인정사실

(1) 이 사건 프로그램의 구성

이 사건 프로그램은 회계관리부분을 제외한 공사관리 등 부분은 ‘웹(web)방식’으로 개발되어 있고(아래에서는 ‘공사관리부분’이라 한다), 회계관리부분은 ‘C/S방식’으로 개발되어 있다.

(2) 피고인들로부터의 압수과정, 압수한 프로그램과 책자 및 피고인들이 작성한 서면

(가) 서울수서경찰서는 2010. 6. 9. 공소외 2 회사의 피고인들 사무실을 수색하여, 피고인 1로부터 '2009SH' 폴더를 압수하고, 피고인 2로부터 ‘기존 source(□□□□ 1, 2, 3, 4)’ 폴더, ‘피고인 2 차장님 백업(2006SW)’ 폴더, ‘new_source’ 폴더 및 ‘데이터베이스’ 폴더 및 ’해외현장 ERP시스템 사용자매뉴얼‘ 2권을 압수하였다. 또한 공소외 2 회사의 회계팀장인 공소외 13의 컴퓨터에서 ERP 시작화면 캡처 및 소스코드를 CD에 저장하는 방법으로 압수하였다.

압수 당시 피고인 2는 ‘□□□□, 신 시스템 DB 등 내역을 참여 하에 CD 2장으로 제출하였다‘는 취지의 서면을 작성하여 제출하였고, 공소외 13은 ’ERP시스템 시작화면 캡처 및 소스를 CD 1장으로 제출하였다‘는 취지의 서면을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나) 압수된 ‘2006SW' 폴더는 피해자 회사의 이 사건 프로그램 중 회계관리부분을 그대로 복제한 것이고, ’2009SH‘는 피고인 1이 ’2006SW'를 이용하여 C/S방식으로 공소외 2 회사의 회계관리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압수된 ‘new_source' 폴더에는 웹방식의 공사관리부분과 웹방식의 회계관리부분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다.

공소외 13의 컴퓨터에서 압수된 ERP시작화면 캡처 및 소스코드에 따르면, 공소외 13의 컴퓨터에서 구동되던 공소외 2 회사의 ERP프로그램 중 재무관리부분(회계관리부분)은 웹방식이 아니라 C/S방식으로 운용되는 것이었고, 시작화면의 소스코드는 이 사건 프로그램 시작화면의 소스코드와 동일한 것이 사용되었으며(공소외 1 회사의 'cookie 값 : id=“△△△△△△index1"‘도 포함되어 있음), 2009. 6. 18. 이후로 ’대표이사 지시사항‘, ’공지사항‘ 등의 자료 업로드 일시가 기재되어 있고, 상단 메뉴에 재무관리 외에도 ‘실행관리, 공사관리, 외주관리, 자재관리, 노무관리, 장비관리, 자금청구’의 메뉴가 있었다(수사기록 2권 16쪽).

(다) 한편, 피고인 2는 공소외 2 회사의 ‘건설 ERP 시스템 추진경과 및 소개’라는 서면(수사기록 1권 102쪽 이하)을 작성하였다. 위 서면의 ‘추진 경과 및 향후 계획(수사기록 1권 104쪽)’에 따르면, ‘2008. 12.경 프로젝트 착수[(1)]→2009. 1. 7.부터 1. 24.까지 리비아 출장을 통한 정보 인프라 분석[(2), (3), (4)]→2009. 2. 이후 해외현장 ERP시스템 개발[(5), (6), (7)]→2009. 6. 사용자교육 및 테스트 등[(8), (9)]→2009. 7. 1. 해외현장 ERP시스템 개설 및 시스템 안정화[(10), (11)]→2009. 8.경 본사 ERP 적용[(12), (13), 14)]’의 과정으로 되어 있고, 첨부된 표준 화면구성 소개에는 2009. 5. 23.자로 작업된 테스트 화면이 출력되어 있다. 위 소개서는 피해자 회사의 공소외 10 주식회사와의 계약을 위하여 작성하였던 ‘건설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착수보고’라는 서면의 중요 주2) 내용 을 그대로 차용하는 방식으로 작성되어 있다.

피고인 2가 작성한 ‘현장교육 및 과거자료 소급적용 계획’이라는 서면(수사기록 1권 126쪽 이하)은, 피고인 2, 피고인 1, 피고인 3 등 공소외 2 회사의 ERP개발팀이 리비아 현장에서 공소외 2 회사의 각 부분 담당자들에게 ERP프로그램의 사용방법을 교육하는 것을 목적으로 작성된 서류이다. 위 서면의 내용에 따르면, 리비아 건설현장의 각 부분 담당자들에게 교육하기에 앞서 2009. 5. 22.부터 같은 달 23일까지 시스템 환경을 구축(ERP시스템 설치 및 네트워크 관련 준비)하고, 담당자들에 대한 교육 및 테스트를 거쳐 2009. 7. 1. 리비아 건설현장의 ERP프로그램을 개설하여 그 운영에 따른 프로그램 보완작업을 거친 후, 2009. 8. 12.부터 본사 회계관리 담당자들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위 서면의 교육내용 중에는 피교육자들에게 각자의 PC를 준비하도록 하여 당해 PC에 교육에 필요한 각종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여 ERP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후 교육을 실시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피고인들이 작성한 ‘해외현장 ERP시스템 사용자매뉴얼’은 책자 형태로 제작된 것으로서, 화면정의서의 작성일자는 ‘2009. 7. 31.’로 되어 있고, 업무흐름도, 일부 설명문, 출력정의서, 코드설계서 등은 피해자 회사가 공소외 10 주식회사에게 제공했던 사용자매뉴얼의 내용과 동일하다.

그런데, 피고인들은 2009. 1.경 및 2009. 5.경 공소외 2 회사의 리비아 건설현장으로 출장을 다녀왔고, 피고인 1, 피고인 2는 2010. 1.경에도 리비아 건설현장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3) 한국저작권위원회의 프로그램 감정결과

[이 사건 프로그램으로서 피해자 회사가 제출한 ‘2006SW(재무)’ 폴더 및 ‘http(공사관리및기타)’ 폴더와, 압수된 프로그램 중 ‘2009SH’ 및 ‘new_source’ 폴더 사이의 감정]

(가) 공사관리부분 사이의 유사성

[이 사건 프로그램 중 공사관리부분{‘http(공사관리및기타)’ 폴더}과 ‘new_source’ 폴더의 공사관리부분 사이의 비교]

본문내 포함된 표
폴더이름 및 파일 이름의 동일성 디렉토리 이름이 완전히 일치
[영문판 디렉토리와 신규 디렉토리(aa, at, ap, po, simstr, upDown 등) 등 제외]
원시소스종합유사도(원본비교방식) 82.72%

(나) 회계관리부분 사이의 유사성

① 이 사건 프로그램의 회계관리부분[‘2006SW(재무)’ 폴더]과 ‘2009SH’ 폴더 사이의 유사성

본문내 포함된 표
폴더이름 및 파일 이름의 동일성 디렉토리 이름이 완전히 일치
[영문판 디렉토리와 개정 디렉토리(AF, AF_OLD) 및 Visual Basic 실행/프로젝트 파일 등 제외]
원시소스종합유사도(원본비교방식) 98%

② 이 사건 프로그램의 회계관리부분[‘2006SW(재무)’ 폴더]과 ‘new_source’ 폴더의 회계관리부분 사이의 유사성

이 사건 프로그램의 회계관리부분[‘2006SW(재무)’ 폴더]은 C/S방식(Visual Basic 이용)으로 개발된 프로그램이고, ‘new_source’ 폴더의 회계관리부분은 웹방식(JSP 이용)으로 개발된 프로그램이다. 서로 다른 언어로 개발된 프로그램 사이의 유사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일단 감정대상이 되는 프로그램 중 ‘텍스트로 표현된 파일’을 대상으로 감정하되, 기능별로 나뉜 프로그램의 단위 분석을 통하여 프로그램 개발과정을 주3) 파악하고, 각 기능적 내용에 관한 설계의 유사성을 알기 위하여 사용된 주4) 변수/필드명 등이 유사한지 여부를 가린다.

그 결과, 아래와 같은 사정을 참작할 때 'new_source' 폴더의 회계관리부분은 이 사건 프로그램의 회계관리부분의 프로그램 코드를 직접 차용하지는 않았지만 그 코드를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구조를 설계하고 소프트웨어를 작성한 것이다.

우선, 파일명의 유사도는 80%(‘new_source’ 폴더 파일의 jsp 파일 이름 중 이 사건 프로그램의 Visual Basic의 form 이름이 사용된 비율) 이상으로, 각 프로그램은 설계토대가 유사하다. 다음으로, 파일명이 유사한 파일 사이의 변수명과 속성의 유사도에 관하여 변수명과 속성의 표시가 일치하고 동일한 변수명이 10개 이상 그 순서가 같게 나열되어 있는 영역이 11개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각 프로그램 사이의 ‘표현구조 및 배열방법’이 유사하다.

나) 판단

(1)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 제2조 제4호 는, “개작이라 함은 원 프로그램의 일련의 지시·명령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을 이용하여 새로운 프로그램을 창작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위의 인정사실 및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은 이 사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공소외 2 회사를 위한 ERP프로그램(공사관리부분 및 회계관리부분)을 개발함으로써 이 사건 프로그램을 개작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피고인 2가 작성한 ‘건설 ERP 시스템 추진경과 및 소개’, ‘현장교육 및 과거자료 소급적용 계획‘의 각 서면에 기재된 ERP프로그램에 관한 업무추진일정이 매우 구체적인 점, 당해 서면에는 ERP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네트워크를 준비하여 시스템 환경을 구축하고 피교육자들에게 ERP프로그램에 관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PC를 준비하게 하는 등으로 ERP프로그램이 이미 개발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점, 위 서면에 따른 피고인들의 리비아 조사 및 교육업무 일정은 피고인들의 리비아 출장일정과 일치하는 점, 위 서면에 출력된 테스트화면의 일자가 2009. 5. 23.로 되어서 그 무렵 위 서면이 작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은 2009. 5.경 리비아로 출국하여 공소외 2 회사의 리비아 건설현장 담당자들에게 새로운 ERP프로그램의 사용방법을 교육하였다고 보이므로, 공소외 2 회사의 리비아 건설현장을 위한 새로운 ERP프로그램은 2009. 5.경 공사관리부분과 회계관리부분 모두에 관하여 개발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들은 경찰 수사단계에서 공소외 2 회사가 구 ERP프로그램인 □□□□를 사용하고 있고 다만 회계관리부분에 관하여만 2010. 1.부터 웹버전의 회계관리시스템을 개발하여 사용한다고 진술하나, 공소외 13으로부터 압수한 ERP 시작화면과 소스코드는 공소외 2 회사의 ERP프로그램을 구동하여 이를 캡쳐한 것이고 그 소스코드가 이 사건 프로그램의 소스코드와 동일한 주5) 점, 피고인들은 공소외 2 회사의 새로운 ERP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하여 공소외 2 회사에 입사한 점, 원래 공소외 2 회사의 전산실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은 피고인들의 입사 이후 차례로 모두 퇴사하였고, 피고인 3의 진술에 의하면 □□□□의 개발과정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어서 □□□□의 유지, 보수업무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던 점을 고려하면, 공소외 2 회사가 구 ERP프로그램인 □□□□를 사용한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② 비록 2009. 5.경 개발되어 공소외 2 회사의 리비아 건설현장에 적용된 위 ERP프로그램에 관하여 직접 감정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피고인 2로부터 ‘new_source' 폴더를, 피고인 1로부터 ’2009SH' 폴더를 압수하였는바, 피고인 2는 구 ERP프로그램과 신 ERP프로그램을 구분하여 폴더에 저장하고 있었던 점, 앞서 보았듯이 피고인들은 2009. 5.경 이미 공소외 2 회사를 위한 ERP프로그램을 개발하였고 ‘new_source’ 폴더와 ‘2009SH’ 폴더 이외에 경찰 압수 당시 피고인들이 공소외 2 회사를 위하여 개발한 ERP프로그램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프로그램의 사용자매뉴얼은 통상 시스템이 완성된 후 당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용편의를 위하여 만들어지는 문서인데, 피고인들은 2009. 8.경 공사관리부분과 웹방식의 회계관리부분에 관한 ‘해외현장 ERP시스템 사용자매뉴얼’을 작성하였던 점, 피고인들은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프로그램과 피고인들로부터 압수된 프로그램에 대한 감정이 이루어지고 기소될 때까지도 공소외 2 회사에서 실제로 구동되고 있다는 ERP프로그램을 제출하여 더불어 감정을 하는 등의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다가 기소 이후에서야 감정대상이 된 프로그램이 공소외 2 회사 서버가 아니라 피고인 1, 피고인 2와 공소외 13의 PC에서 압수된 프로그램이므로 공소외 2 회사에서 실제로 구동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하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들로부터 압수된 각 폴더의 프로그램은 피고인들이 2009. 5.경 개발한 ERP프로그램으로 봄이 상당하다(그 후 일부 수정되었다 하더라도, 뒤에서 보듯이 공소외 2 회사 본사의 ERP프로그램과 리비아 건설현장의 ERP프로그램은 동일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이 상당한 점, 그런데 압수된 'new_source' 폴더에 들어있는 시작프로그램의 소스코드는 공소외 2 회사 본사에서 구동되는 ERP프로그램 시작화면의 소스코드와 유사한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들로부터 압수된 프로그램은 2009. 5.경 공소외 2 회사의 리비아 건설현장을 위하여 개발된 후 실제 운용과정에서 일부 수정되어 보완된 것으로서 2009. 5.경 개발된 ERP프로그램과 동일성이 있는 프로그램이다).

④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감정결과에서 보듯이, ㉮ ‘new_source' 폴더의 공사관리부분은 이 사건 프로그램의 공사관리부분과 상당히 유사하고, ㉯ ’new_source‘ 폴더의 회계관리부분은 이 사건 프로그램 중 회계관리부분의 프로그램 코드를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구조를 설계하여 프로그램을 작성한 것이다. 또한, ’new_source‘ 폴더의 회계관리부분은, 피고인 1이 피해자 회사를 퇴사하기 전에 피해자 회사를 위하여 개발하다가 미완성의 상태로 남아 있던 웹방식의 회계관리프로그램과도 상당 정도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사정에다가, 다른 프로그램을 참고하지 않고 새로운 ERP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하여는 1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지만 이 사건 프로그램을 migration하는 정도로 변형하는 것은 4~5개월 정도로 가능한 점, 그런데 피고인들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 2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므로 피고인 1, 피고인 3만이 개발업무를 수행하였으면서도 피해자 회사에서 퇴사한 지 6개월 무렵인 2009. 5.경 공소외 2 회사의 리비아 건설현장을 위한 ERP프로그램을 개발한 점을 보태어 보면, 2009. 5.경 개발된 공소외 2 회사의 새로운 ERP프로그램은 이 사건 프로그램을 공소외 2 회사의 리비아 건설현장에 맞게 변형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⑤ 공소외 13의 컴퓨터에서 압수된 공소외 2 회사의 ERP프로그램 시작화면에 따르면, 공소외 2 회사의 리비아 건설현장 뿐 아니라 국내 본사에서도 새로운 ERP프로그램을 구동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회계관리부분은 C/S방식을 채용한 것이고 이는 피고인 1이 공소외 2 회사를 위하여 C/S방식으로 개발한 ’2009SH‘에 기반한 것으로 보이므로(피고인 1의 경찰 주6) 진술, 수사기록 2권 64쪽, 공소외 14의 검찰 진술, 수사기록 3권 212쪽), 공소외 2 회사 본사에서 사용되는 ERP프로그램 중 회계관리부분은 이 사건 프로그램 중 회계관리부분을 이용하여 개발된 프로그램이다.

또한 공소외 2 회사 본사에서 사용되는 ERP프로그램 중 공사관리부분은, 앞서 보았듯이 시작화면의 소스코드가 동일한 점, 시작화면에 공지사항 등 자료 업데이트 내용이 게시되어 있는 점, 상단메뉴에 공사관리부분에 관한 메뉴가 게시되어 있는 점, ‘건설 ERP시스템 추진경과 및 소개’의 일정에 따르면 리비아 건설현장에서의 ERP프로그램 설치 및 구동 이후 공소외 2 회사 본사에 ERP프로그램을 적용한다는 것이므로 압수 당시인 2010. 6.경에는 공소외 2 회사 본사에도 이미 새로운 ERP프로그램이 적용된 이후인 점, 이 사건 프로그램과 같이 전사적 자원관리프로그램의 경우 본사와 해외 건설현장에서 다른 프로그램을 사용할 이유는 없어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공사관리부분도 이 사건 프로그램 중 공사관리부분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 제29조 제4항 은 “다음 각 호의 사항의 경우 해당 프로그램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면서 제2호 에서 “프로그램저작권을 침해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복제물을 그 사정을 알면서 취득한 자가 이를 업무상 사용하는 행위”라고 규정하여,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 제29조 제1항 에서 프로그램저작권을 복제, 개작, 번역, 배포 등의 방법으로 침해하는 행위 외에도, 그와 같이 프로그램저작권을 침해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 복제물을 그 정을 알면서 취득한 자가 이를 업무상 이용하는 행위를 프로그램저작권 침해행위의 하나로 의제하고 있다. 이러한 법문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 제29조 제4항 제2호 의 행위주체는 같은 조 제1항 에서 프로그램저작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한 자 이외의 제3자라고 봄이 상당하다.

앞서 보았듯이 피고인들은 이 사건 프로그램을 개작함으로써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 제29조 제1항 이 정하는 프로그램저작권 침해행위를 한 자들이므로, 피고인들이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 제29조 제4항 제2호 가 규정하는 침해행위의 주체로서 프로그램저작권을 침해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복제물을 ‘그 사정을 알면서 취득한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

그렇다면 제2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잘못이 있다.

4. 결론

제1원심판결에 대한 피고인들 및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고, 제2원심판결에 대한 피고인들의 항소는 일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제2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피고인 2는 2000. 9.부터 2008. 12. 초까지 피해자 회사에서 ERP 사업부의 개발담당 차장으로 재직하다가, 2008. 12. 8. 공소외 2 회사에 입사하여 현재 ERP팀 총괄업무를 맡고 있고, 피고인 1은 2000. 10.부터 2008. 12.까지 피해자 회사에서 고객사에 ERP프로그램을 납품할 때 개발업무를 담당한 이사였다가 2009. 1. 2. 공소외 2 회사에 입사하여 현재 회계 쪽 ERP 개발을 담당하고 있고, 피고인 3은 2006. 9.부터 2008. 11.까지 피해자 회사에서 ASP(프로그램 임대사업) 운영 및 ERP 개발을 하던 직원이다가 2008. 12. 8. 공소외 2 회사에 입사하여 현재 프로그램 운영과 네트워크 및 홈페이지 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고, 공소외 2 회사는 토목, 건축 등 기타 특수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이다.

누구든지 정당한 권원 없이 다른 사람의 프로그램 저작권을 복제, 개작, 번역, 배포, 발행 및 전송의 방법으로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피해자 회사가 개발하여 1995. 4. 28. 저작권위원회에 프로그램저작권을 등록한 건설산업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 프로그램인 ○○○○○를 2006년경 공소외 1 회사 등에 제작·납품할 목적으로 일부 수정하여 창작한 ○○○○○ 프로그램을 개작한 후 공소외 2 회사에서 사용하기로 공모하였다.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위와 같이 각각 피해자 회사를 퇴사하면서 복제하여 가지고 나온 피해자 회사의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인 위 ○○○○○ 파일 및 사용자매뉴얼을 이용하여, 2009. 5.경부터 위 ○○○○○ 소스를 대부분 그대로 사용하여 공소외 2 회사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위 ○○○○○ 프로그램을 개작함으로써, 정당한 권원 없이 피해자 회사의 프로그램 저작권을 개작하였다.

증거의 요지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제2원심판결의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의하여 이를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1. 노역장유치

1. 몰수 (피고인 2)

1. 가납명령

무죄부분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2, 피고인 1, 피고인 3은 공모하여, 각각 피해자 회사를 퇴사하면서 복제하여 가지고 나온 피해자 회사의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인 ○○○○○ 파일과 사용자 매뉴얼자료를 사용하여, 2009. 5.경부터 피해자 회사에서 개발한 ○○○○○ 소스를 대부분 그대로 사용하는 등 ○○○○○ 프로그램과 사용자매뉴얼을 개작하여 공소외 2 회사의 ERP프로그램과 사용자매뉴얼로 사용함으로써, 개작된 피해자 회사의 프로그램을 그 사정을 알면서 취득하여 이를 업무상 사용하였다.

2. 판단

위 3.의 다.항 기재와 같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정인숙(재판장) 현의선 엄상문

주1) 피해자 회사는 2006. 3. 15. 공소외 8 주식회사와 사이에 건설통합정보시스템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공소외 8 회사에게 시스템의 사용권만 부여하는 내용으로 약정을 하였고, 2007. 7.경 공소외 10 주식회사와 사이에 공소외 11 회사 건설통합시스템 구축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의 수행과정에서 개발된 프로그램, 산출물 등 일체의 계약성과물에 대한 지적재산권 및 소유권은 공소외 10 회사에 귀속되고, 다만 본 계약과정에서 생성되지 아니한 제반 권리는 원 권리자에게 유보된다’는 취지로 약정하였으며, 2007. 9. 10. 공소외 12 주식회사와 사이에 공소외 1 회사 ERP시스템 구축계약을 체결하면서 ‘본 용역과정에서 발생한 산출물에 대한 소유권은 공소외 12 회사에 있고, 지적재산권의 귀속은 발명, 고안, 저작을 한 주체에게 귀속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약정을 하였다.

주2) 공소외 2 회사 프로그램 소개서 5쪽 이하의 구축시스템 구성도[천제 시스템 구성(안), 공사부분, 도급/실행관리, 자재관리, 노무관리, 경비관리, 자금청구(월차정산), 회계부분, 일반회계부분 시스템 구성도(위 서면 17쪽, 오른쪽 하단에 피해자 회사의 로고가 새겨져 있기도 하다)]의 경우 그 내용 뿐 아니라 도표의 구성, 사용된 그림까지 동일하고, 표준 화면구성 소개(24쪽, 테스트 화면으로 보인다)의 경우 피해자 회사의 테스트 화면(수사기록 1권 30쪽)과 내용이 동일하다.

주3) 소프트웨어를 개발함에 있어, 개발대상에 대한 분석과 전체 소프트웨어의 구조 설계가 선행된다. 이를 위하여 개발대상에 대한 기능적인 분석과 구체적인 프로그램 작성 단위를 설계하게 되므로, 기능별로 나뉜 프로그램의 단위를 분석함으로써 전체적인 프로그램 개발 과정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보완감정서 14쪽

주4) 감정대상인 프로그램은 데이터베이스와 연동하여 데이터베이스의 내용을 추출 또는 저장하는 프로그램이므로, 함수의 호출 구조는 데이터베이스의 호출/화면표시/저장 등의 단순한 인터페이스의 순서로 각 모듈마다 유사할 수밖에 없고, 각 데이터베이스 설계가 유사하다면 사용된 변수/필드명 등이 유사할 수 있으므로, ERP의 인터페이스 프로그램에서 ‘테이블 및 컬럼 명칭’ 등과 관련한 ‘표현구조 및 배열방법’은 인터페이스 프로그램의 독창성 여부를 판단하는 요소가 된다. 보완감정서 5쪽 및 14쪽

주5) 피고인들은 개발단계에서 구동여부를 확인하였을 뿐인데 개발자 중 누군가가 완성된 프로그램으로 생각하고 서버에 저장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그 주장내용 자체를 수긍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압수과정에서 ERP개발팀이 아닌 회계팀 소속 공소외 13의 컴퓨터에서 실제 구동 여부를 확인하고 압수하였던 사정을 고려하면, 위 주장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주6) 피고인 1은 경찰 진술 당시 공소외 2 회사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이 사건 프로그램의 회계관리부분을 이용하여 ’2009SH'를 개발하였지만 회계관리시스템도 웹방식으로 진행하기 위하여 이를 사용하지 못하였다고 진술하면서도, 만약 공소외 2 회사에서 웹방식이 아닌 C/S방식이 사용되었다면 ‘2009SH'를 사용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그럴 수도 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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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남부지방법원 2014.6.11.선고 2012고단3736
-서울남부지방법원 2014.9.2.선고 2011고정27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