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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9다203545 판결
[대여금][미간행]
판시사항

민법 제126조 에서 정한 표현대리의 성립요건인 정당한 이유의 존부에 관한 판단 기준

참조조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공평종합 담당변호사 정익군)

피고, 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피고의 2019. 3. 18.자 준비

서면 및 2019. 5. 20.자 참고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민법 제126조 의 표현대리책임을 진다고 판단하였다.

가. 피고의 어머니인 소외인이 2012년경 피고의 명의를 빌려 서울 강남구 (주소 생략)에서 ‘○○○ ○○’라는 상호로 음식점을 개업하였다.

나. 소외인의 고등학교 동창인 원고는 소외인의 딸인 피고의 계좌로 2012. 1. 10. 6,000만 원, 2012. 2. 3. 7,000만 원, 2012. 2. 21. 500만 원, 2012. 2. 22. 1,500만 원 합계 1억 5,000만 원을 송금하였다.

다. 소외인은 위 돈을 임대차보증금, 점포 권리금, 인테리어 공사비 등으로 사용하였다.

라. 피고는 소외인에게 음식점의 운영을 위한 사업자등록 및 은행계좌의 사용에 관하여 명의를 대여하였으므로 소외인에게 기본대리권이 있다.

마. 소외인이 위와 같이 원고로부터 금전을 차용한 것은 위 기본대리권의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이나, 소외인이 피고 명의로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피고 명의의 계좌를 이용하여 원고와 금전거래를 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로서는 소외인에게 위와 같은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민법 제126조 에서 말하는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의 효과를 주장하려면 자칭 대리인이 본인을 위한다는 의사를 명시 또는 묵시적으로 표시하거나 대리의사를 가지고 권한 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 상대방이 자칭 대리인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고 그와 같이 믿는 데 정당한 이유가 있을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인데, 여기서 정당한 이유의 존부는 자칭 대리인의 대리행위가 행하여질 때에 존재하는 모든 사정을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2다27001 판결 ,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2다90931 판결 등 참조).

나.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소외인이 원고에게 1억 5,000만 원의 송금을 요청할 당시 소외인이 피고를 위한다는 의사를 명시 또는 묵시적으로 표시하거나 대리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1) 원고는 고등학교 동창인 소외인으로부터 돈을 빌려달라는 요청을 받고 1억 5,000만 원을 송금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소외인이 피고가 위 돈을 쓴다거나 피고를 위하여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오히려 원심 증인 소외인은 원고에게 자신이 사용할 목적으로 1억 5,000만 원을 송금해 달라고 요청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2) 위 1억 5,000만 원에 관하여 피고 명의로 차용증이나 그 밖의 서면이 작성된 적이 없다.

3) 소외인은 피고 명의의 계좌를 빌리고 피고 명의로 음식점에 관한 사업자등록을 마친 후 음식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총 1억 5,000만 원을 임대차보증금, 점포 권리금, 인테리어 공사비 등으로 사용하였다.

다. 설령 소외인이 원고에게 1억 5,000만 원의 송금을 요청할 당시 피고를 위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소외인이 피고 명의로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피고 명의의 계좌를 이용하여 원고와 금전거래를 하였던 점만으로는 원고에게 소외인이 피고를 대리하여 1억 5,000만 원에 관한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1) 원고는 소외인의 요청에 따라 피고 명의의 계좌로 거액을 송금하면서 소외인으로부터 피고 명의의 위임장 등을 받은 바 없고, 소외인이 피고를 대리하여 1억 5,000만 원을 차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에 관하여 피고에게 확인한 바도 없다.

2)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피고 명의로 된 음식점의 사업자등록을 확인한 것은 1억 5,000만 원의 송금 이후라는 것이고, 원고는 위 돈의 개별 송금 당시 계좌 명의인이 피고라는 점, 피고와 소외인이 모녀관계인 점을 확인하였을 뿐이다.

3) 소외인은 피고 명의의 계좌를 빌리고 피고 명의로 음식점에 관한 사업자등록을 한 후 자신이 직접 음식점을 운영하였다.

라. 그럼에도 원심이 위 1억 5,000만 원의 금원 차용과 관련하여 소외인이 원고에게 피고를 위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원고에게 소외인이 적법한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것에는, 대리의 방식 또는 표현대리에 있어 정당한 이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조희대 민유숙 이동원(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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