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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법원 2020.8.21. 선고 2019고합278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위계등간음),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위계등추행)
사건

2019고합278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위계등간음),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위계등추행)

피고인

A

검사

최소연(기소), 김태호(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소리

담당변호사 서지훈

판결선고

2020. 8. 21.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지적장애 3급의 장애인인 피해자 B(여, 59세)의 이웃 주민으로서, 피해자의 남편이 장애와 투병으로 인해 일을 하지 못하고, 피해자의 시어머니가 사망한 이후 피해자를 보호해 주는 사람이 없어, 피해자가 피고인의 지시를 받아 농사일을 품앗이 하며 생계를 유지하여 왔기 때문에 경제적·심리적으로 피고인에게 저항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점과 피해자가 중등도 지적장애 수준으로서 인지능력이 심하게 떨어지는 점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 또는 추행하기로 마음먹었다.

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위계등추행)(이하 '공소사실 제1항'이라 한다)

피고인은 2018. 7. 일자를 알 수 없는 날의 오후 무렵 전남 곡성군 C에 있는 피해자의 집에 찾아와 부엌에 있던 피해자의 뒤에서 갑자기 옷 속으로 손을 넣어 음부를 만져 추행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력으로써 장애인인 피해자를 추행하였다.

나.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위계등간음)(이하 합하여 '공소사실 제2항'이라 한다)

1) 피고인은 2018. 8. 초순 오후 무렵 전남 곡성군 D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피해자가 농약 값을 준다며 찾아오자 피고인의 아내가 외출한 상황을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아무도 없으니 한 번 하자'며 피해자 손을 끌고 방으로 들어가 어깨를 밀어 눕게 한 후, 피해자의 음부에 피고인의 성기를 삽입하여 간음하였다(이하 '공소사실 제2-가.항'이라 한다).

2) 피고인은 2018. 8. 일자를 알 수 없는 날의 오전 무렵 전남 곡성군 E에 있는 피고인의 고추밭에서 고추를 따고 있던 피해자에게 '한 번 하자'고 하면서 '누우라'고 하여 피해자가 '미쳤냐'고 하자, 피해자를 밀어서 가마니에 눕힌 후 피해자의 바지와 팬티를 무릎까지 벗기고 몸 위로 올라타 피해자의 음부에 피고인의 성기를 삽입하려 하였으나 발기되지 않아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이하 '공소사실 제2-나.항'이라 한다).

3) 피고인은 2018. 9. 11. 오후 무렵 전남 곡성군 C에 있는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자에게 밭일을 가자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식당 일로 피곤하여 가지 않겠다고 하자, 방안으로 들어와 싫다며 거부하는 피해자의 어깨를 잡아 비틀어 눕게 한 후 피해자의 몸위로 올라타, 피해자의 음부에 피고인의 성기를 삽입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이하 '공소사실 제2-다.항'이라 한다).

이로써 피고인은 총 3회에 걸쳐 위력으로써 장애인인 피해자를 간음하거나 간음하려고 하였으나 미수에 그쳤다.

2. 피고인과 변호인 주장의 요지 및 이 사건의 쟁점

검사는 공소사실 제1항에 대하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제6조 제6항(위력에 의한 장애인 추행)을, 공소사실 제2-가.항 및 제2-다.항에 대하여 각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5항(위력에 의한 장애인 간음)을, 공소사실 제2-나.항에 대하여 성폭력처벌법 제15조, 제6조 제5항(위력에 의한 장애인 간음미수)을 적용하여 공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과 변호인은 ①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소사실 제1항에 대해서는 그러한 신체접촉(이는 성관계를 하기 위한 행위는 아니었던 것으로 이하에서는 이를 공소사실 제2항의 행위와 구별하여 '신체접촉' 또는 '신체접촉 행위'라 한다) 자체가 없던 것으로 기억하며1), ② 공소사실 제2-가. 및 2-다.항 행위의 경우 피고인의 성기가 발기되지 않아 간음한 사실이 없고, ③ 공소사실 제2-나.항 행위의 경우 고추밭에서 성관계를 시도하였으나(이하 간음 기수에 해당하는 성관계나 이를 하기 위한 행위를 통칭하여 '성적 행위'라 한다), 성기가 발기되지 않아 간음한 사실이 없거나(증거기록 343쪽) 또는 아예 성적 행위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며(증거기록 717쪽), ④ 설령 이 사건 공소사실의 각 행위가 모두 있었다 해도 이는 내연관계에 있던 피고인과 피해자가 합의하에 한 것이므로 위력으로써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는 ① 공소사실 각 항 기재 신체접촉이나 성적 행위가 있었는지, ② 그와 같은 행위가 있었다면 그것이 위력에 의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인지가 문제된다.

그런데 이 사건 각 공소사실에 담긴 피고인의 행위는 일시와 장소, 구체적인 행위태양이 조금씩 다르므로 피해자 및 피고인의 각 진술의 신빙성과 각 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는 각 행위의 시간적 순서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함이 타당하다.

그리고 위와 같이 개별적으로 판단할 때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에 해당하는 '신체접 촉 행위나 성적 행위가 있었는지, 그러한 행위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었는지'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은, 피해자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것이거나 피해자의 진술을 전문한 것이거나 그 자체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독자적인 증명력을 가진 증거로 보기에 부족하므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직접증거이다. 따라서 피해자의 각 진술의 신빙성에 관하여 먼저 살피되, 그에 관한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관하여도 함께 살펴본다.

3. 전제되는 법리

가.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5항, 제6항에서 '위력'의 의미

형법 제303조 제1항(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또는 형법 제302조(미성년자, 심신미약자에 대한 위력에 의한 간음, 추행)의 죄에서 '위력'이란, 피해자의 성적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으로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며, 폭행·협박뿐 아니라 행위자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위력으로써 간음 또는 추행한 것인지 여부는 피해자에 대하여 이루어진 구체적인 행위의 경위 및 태양, 행사한 세력의 내용과 정도, 이용한 행위자의 지위나 권세의 종류, 피해자의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피해자에게 주는 위압감 및 성적 자유의사에 대한 침해의 정도,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도3341 판결, 대법원 2019. 9. 9. 선고 2019도256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을 위력으로써 간음 또는 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5항, 제6항의 해석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4도4969 판결 등 참조).

나. 지적장애인에 대한 성폭력범죄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 방법

성폭력범죄 피해 아동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이 증거로 제출되어 그 신빙성을 판단할 때에는, 아동의 경우 질문자에 의한 피암시성이 강하고, 상상과 현실을 혼동하거나 기억내용에 대한 출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사정 등을 고려하여, 아동의 나이가 얼마나 어린지, 사건 발생 시부터 얼마나 지난 후에 진술을 하였는지, 사건 발생 후 진술을 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최초로 아동의 피해 사실을 청취한 보호자나 수사관들이 편파적인 예단을 가지고 아동에게 사실이 아닌 정보를 주거나 반복적인 신문 등을 통하여 특정한 답변을 유도하는 등으로 아동 기억에 변형을 가져올 여지는 없었는지, 위 진술 당시 질문자가 오도할 수 있는 암시적인 질문을 반복적으로 하지 않았는지, 같이 신문을 받은 또래 아동의 진술에 영향을 받지 않았는지, 면담자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은 아동 자신의 진술이 이루어졌는지, 법정에서는 피해사실에 대하여 어떠한 진술을 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한 진술내용이 일관성이 있고 명확한지, 세부내용의 묘사가 풍부한지, 사건·사물·가해자에 대한 특징적인 부분에 관한 묘사가 있는지, 정형화된 사건 이상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지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도2520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는 지적장애가 있어 정신연령이나 사회적 연령이 아동에 해당하는 성인이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한 진술이 신빙성이 있는지를 판단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4도2918, 2014전도54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7450 판결, 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6도14989 판결 등 참조).

4. 이 사건에서 전체적인 피해자 진술의 특성

먼저, 피해자가 수사단계나 이 법정에서 진술한 내용과 태도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피해자는 어떤 상황과 사건에 관한 기억능력, 구체적인 진술 및 표현능력에 일정한 한계가 있고, 날짜, 시간 개념에 다소 취약점을 보이며, 시간의 흐름이나 맥락에 따라 회상하기 보다는 떠오르는 경험의 기억들을 두서없이 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경험한 일에 관하여 비교적 짧은 길이로 분설하여 묻는 형태의 질문(가령, 피고인이 피해자 신체의 어떤 부위를 만졌는지, 어떻게 만졌는지 등)을 받아 각 질문들에 대해 짧게나마 구체적으로 진술한 부분도 있으며, 적어도 그 범위 내에서는 자신의 경험 및 주변 제반 정보에 관하여 재구성 능력 및 상황적 판단력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고, 적절한 대상인식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인다(F센터에서 이루어진 제2차 영상녹화 조사과정에 참여한 진술조력인의 의견도 대체로 이와 같다. 증거기록 306쪽 이하).

5. 공소사실 각 항 기재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 전반적으로 인정됨)

가. 공소사실 제1항

1) 피해자의 진술내용

피해자는 2018. 9. 25. G센터 피해 조사 및 영상녹화(이하 '제1차 조사'이라 한다)에서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8. 11. 20. F센터 피해 조사 및 영상녹화(이하 '제2차 조사')에서는, "피해자가 여름에 피해자의 집에서 밥을 먹기 위해 부엌에서 (앉거나 선 자세로)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피고인이 위 부엌으로 와서 피해자의 바지를 잡아당긴 후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피해자의 '음부(아기 만드는 것)'을 만지고 음부를 보고 갔다. 이때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예쁘다'고 하였으며,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염병, 너는 아내도 있는데 미쳤느냐. 남편이 오니 빨리 가라.'고 하자 피고인이 갔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제2차 조사 당시 자신의 손으로 가랑이 사이를 만지면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음부를 어떻게 만졌는지를 재연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199 ~ 203, 303쪽).

2)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긍정)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인정된다.

가) 진술의 일관성, 구체성 등

①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피해자의 구체적인 진술은 오직 제2차 조사 때의 것뿐이어서 이 부분 진술이 수사단계에서 이 법정에서의 증인신문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별로 일관성이 있는지를 살피기는 어려운 점은 있다. 그러나 적어도 제2차 조사 초반부에 최초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질문을 받은 이후 후반부에 공소사실의 다른 항 기재 행위의 순서를 확인하기 위해 공소사실 제1항의 행위가 재차 언급되었을 때, 피해자는 그 선후관계를 나름 특정하면서 재차 그러한 행위가 있었음을 간략하게나마 진술하였다. 그리고 피해자는 추행이 일어났던 장소와 시간대, 자신이 추행 전 하고 있었던 행동, 피고인의 행동 등에 관하여 어느 정도는 구체성을 띠게 진술하였다.

② 피해자의 위 진술은 공소사실 제1항의 행위가 발생한 때부터 약 4개월 후 이루어진 것으로 시기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③ 피해자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피고인이 음부를 만진 후 피해자가 가라고 하자 피고인이 가버렸다'고 하여, 공소사실 제2항 기재 행위와 달리 성관계 시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공소사실 제2항의 행위는 제1항의 행위보다 더 법정형, 죄질 등이 나쁜 행위인데, 피해자가 굳이 허위로 공소사실 제1항의 행위가 있었다고 진술해 처벌을 원할 동기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④ 피해자는 지적장애 3급의 장애인으로서 위 4.에서 본 것과 같이 어떤 상황과 사건에 관한 기억능력, 구체적인 진술 및 표현능력에 일정한 한계가 있는데도, 비록 스스로 길게 서술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조사자가 분설하여 묻자 나름대로 당시 상황의 실체에 맞게 조사자의 질문에 담긴 내용을 정정하기도 하면서(가령, 바지를 완전히 벗은 것이 아니라 입은 상태에서 열어서 음부를 만졌다고 진술하는 등) 진술하였다. 또한, 조사자의 질문들에 특별히 신체접촉 행위 자체에 대한 유도나 암시적인 질문이 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나) 비록 제1차 조사 당시 피해자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제대로 진술하지 못하였으나, 지적장애로 인한 인지능력, 진술 및 표현능력의 한계에다가 ① 그 이틀 전에 피고인이 음독자살을 시도하였고(증거기록 115쪽), 그 소식을 들은 피해자는 조사에 응하는 데 심리적으로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이는 점(증거기록 71쪽), ② 제1차 조사 당시 피해자의 큰 딸이 동행을 하였는데, 피해자는 피고인과 신체접촉이나 성적 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언급하는 것을 매우 불편해 하고, 특히 그 사실이 자녀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상당히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증거기록 90쪽) 등을 더하여 보면, 피해자가 제1차 조사에서 이를 언급하지 않은 점에 대해 납득할 만한 사정이 있다. 따라서 제1차 조사 당시 언급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제2차 조사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피해자가 한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는 어렵다.

다) 피고인 역시 위 행위가 확정적으로 없었다기보다는 그러한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을 뿐이다.

3) 피해자 진술에 따라 인정할 수 있는 신체접촉 행위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기본적으로 공소사실 제1항 기재 행위를 인정할 수 있으나,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의 음부를 만진 것이 '갑자기', 즉, 기습적으로 이루어졌는 지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구체적인 진술이 없다. 또한, 이 부분 공소사실 말미 문구와 죄명을 볼 때에도 기습추행으로서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기소한 것이 아니라 위력에 의한 추행으로 기소한 것이다. 따라서 공소사실 제1항 기재 행위 중 '갑자기' 만졌다는 부분을 제외한 부분만을 실제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하였던 신체접촉 행위로 인정한다.

나. 공소사실 제2-가.항

1) 피해자의 진술내용

피해자는 제2차 조사에서 "피고인에게 농약 값을 주기 위해 피고인의 집에 갔는데, 피고인이 방문이 있는 마루(또는 마루방)에 들어가서 '한 번 성관계를 하자'면서 피해자에게 드러누우라고 하였다. 이에 피해자가 바닥에 드러누웠고, 피고인과 피해자가 완전히 옷을 벗지는 않고 바지와 팬티를 약간 내린 상태에서 성적 행위[피해자는 이를 '연애'(증거기록 227쪽) 또는 '아기 만드는 행위'(증거기록 191 ~ 194쪽)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운동하러 나갔던 피고인의 아내가 돌아와서 마루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왔다가 피고인과 피해자가 위와 같이 성적 행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피고인의 아내가 깜짝 놀라서 피고인에게 '너, 나와 함께 죽자'는 취지로 말하였고, 피고인은 피고인의 아내에게 반복하여 '잘못했다'고 빌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양손으로 진술조력인의 팔을 잡으면서 피고인이 당시 그의 아내에게 '잘못했다'고 빌면서 한 행동을 재연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242 ~ 246쪽)

한편, 피해자는 제1차 조사에서 "피고인이 방에 들어가서 성관계하자고 하자, 피해자가 '안 한다. 누가 오면 어쩌려고 그러느냐'라고 하였다. 그러자 피고인이 '빨리 하고 가야지'라고 하였고, 이에 피해자가 '미쳤어'라고 하였다. 이후 피고인의 아내가 와서 '너, 나와 함께 죽자. 부끄러워서 어떻게 사느냐.'고 말했고, 이에 피고인이 반복해 '미안하다'고 했다. 피해자는 혼자 피고인의 집에서 나와 버렸다(증거기록 53, 57, 58쪽)."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2)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피해자의 진술은 피해자와 피고인이 성적 행위를 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비교적 구체적인 사실을 담고 있다. 특히 성적 행위를 하고 있는 도중 피고인의 아내에게 발각되어 피고인과 그 아내가 크게 다투었다는 특징적인 사건을 잘 표현하여 공소사실 제2-나.항 기재 행위가 대부분 실제로 있던 일이라는 신빙성을 더해주며, 이는 제1차 조사에서부터 제2차 조사에 이르기까지 일관된다.

피고인도 이 부분에 대해 성적 행위를 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성기 삽입 사실을 부인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 피고인의 아내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과 피해자의 성적 행위를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남편의 형사책임을 줄이기 위하여 또는 남편이 다른 여성과 성적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수치스러워 솔직하게 진술하지 않았을 개연성이 있으므로 그러한 진술은 믿기 어렵다.

3) 피해자 진술에 따라 인정할 수 있는 성적 행위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기본적으로 공소사실 제2-가.항 기재 행위를 인정할 수 있으나, 다만, 이 부분 공소사실 말미에 '성기를 삽입하여 간음하였다.' 부분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부수적으로 '어깨를 밀어서 눕게 만든 것인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오히려 피해자는 '피고인이 드러누우라고 말을 해서 스스로 드러누웠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증거기록 244쪽). 피해자는 제2차 조사 과정에서 경우에 따라 몇 번의 질문이 오간 끝에 공소사실 제2-나.항에서는 성기 삽입이 이루어지지는 않았고 공소사실 제2-다.항에서는 성기 삽입이 이루어졌다고 진술하였다. 그런데 조사자는 공소사실 제2-가.항 행위에 대해서는 성기 삽입 여부를 구체적으로 질문하지 않았고, 이 부분에 관하여 피해자는 그저 '피해자와 피고인이 성적 행위를 하고 있는 도중에 피고인의 아내가 방에 들어와 들켜버렸다'고 진술하고 있을 뿐 성기 삽입이 된 상태였는지를 분명히 진술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드러눕게 만든 후, '성기 삽입이 이루어져 간음하였다'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행위만을 실제 하였던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다. 공소사실 제2-나.항

1) 피해자의 진술내용

피해자는 제2차 조사에서 "피고인이 피고인의 고추 밭(산 위에 위치)에 있는 소나무 밑의 넓은 곳에서 '가마니를 가지고 왔으니 성관계하자'면서 피해자에게 드러누우라고 한 후 피해자를 밀어뜨려서 드러눕게 만들었다. 이어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바지와 팬티를 무릎까지 내리고 피고인도 팬티를 안 입은 상태에서 바지를 내린 후 피해자에게 '예쁘다, 사랑한다'면서 피해자의 다리를 접어서 다리 사이를 벌렸다(증거기록 219 ~ 230쪽)."라고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성기가 피해자의 음부에 들어갔는지에 대해서는 "1번 집어넣었는데(증거기록 229쪽), 피고인이 '성기가 피해자의 음부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증거기록 218, 219쪽('연애하지 않았다'), 229쪽]."라고 진술하였다.

2)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피해자의 진술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실제 경험하지 않으면 밝히기 어려운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실제로 피고인의 고추밭은 산꼭대기에 있고 고추밭 옆에는 소나무와 그 밑에 큰 가마니를 펼 수 있을 정도의 터가 있는(증거기록 323 ~ 326쪽) 등 피해자의 진술은 다른 객관적인 사정과도 부합한다.

피고인은 처음 경찰 피의자신문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고추밭에서 성적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성기의 삽입이 되지는 않았다고 다투다가, 검찰 피의자신문에서는 아예 성적 행위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다투었다. 그러나 그 번복 경위가 자연스럽지 않다.

따라서 성적 행위 자체는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성기 삽입까지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사실관계를 구성하고 있는 공소사실 제2-나.의 성적 행위는 실제로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라. 공소사실 제2-다.항

1) 피해자의 진술

피해자는 제2차 조사에서 "피해자가 15:00 무렵 식당 일이 끝나고 피해자의 집에 있는데 피고인이 와서 밭에 가자고 하였고, 피해자가 식당 일로 피곤하니 가지 않겠다고 하자 큰 방까지 와서 피해자에게 드러누우라고 한 후 밀어뜨려서 피해자가 드러눕게 하였다(증거기록 254쪽). 피해자는 피고인이 뽀뽀하려하자 고개를 틀었는데, 그러자 피고인은 뽀뽀를 하지 않은 채로, 피해자의 바지(몸빼 바지, 쉽게 통으로 입을 수 있는 고무줄 바지를 의미한다)와 팬티를 피해자의 무릎 정도까지 내렸다. 이어서 피고인은 피해자의 다리를 든 후 벌려서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넣었다. 피고인이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넣은 시간은 채 5분이 되지 않는다(증거기록 249 ~ 259쪽)."라고 진술하였다. 한편, 피해자는 제1차 조사에서도 "피해자가 식당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자려고 큰 방에 누워 있는데 피고인이 와서 한 번만 대주라고 말한 후 피해자의 바지를 조금 벗기고 금방 (성관계를) 하고 갔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5 ~32쪽).

2)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피해자는 제2차 조사에서 피해자의 집에서 이루어진 피고인의 성적 행위로 크게 3가지를 이야기하였는데, 그중 마루에 있다가 큰 방으로 옮겨 이루어진 성적 행위(증거기록 262 ~ 267쪽), 피해자가 목욕 후 팬티만 입고 나왔는데 피고인이 성기가 발기된다면서 피해자의 팬티를 피해자의 허벅지까지 내린 상태에서 피해자의 다리를 벌려한 성적 행위(증거기록 271 ~ 274쪽)는 모두 남편이 목격하였다고 진술하였다(위 두 건은 이 사건 공소제기의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한편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남편에게 피고인과 성적 행위를 하는 것을 3번 들켰다고 하였으나 그 구체적인 행위의 일시나 상황을 언급하지 않았으므로 제2차 조사에서의 진술이 더 믿을 만하다고 보인다). 그에 비해 공소사실 제2-다.에 해당하는 행위는 남편이 보지 않은 것이라 하여 각 행위를 나름의 기준으로 구별하여 기억한 후 진술하였다. 피해자가 묘사한 피고인의 성적 행위는 피해자의 지적 능력 등에 비추어 어느 정도 구체성을 띠고 있고, 피고인도 피해자와 성적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 성기가 삽입되지는 않았다고 다투고 있을 뿐이다.

비록 피해자가 피고인이 다투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 성기 삽입 사실에 대해 스스로 먼저 언급하지는 않고 '연애', 즉, 피고인이 양 다리를 벌려 어떤 행위를 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 조사자(경사 H)가 이전에 공소사실 제2-나.항에서 나누었던 '연애'의 의미(남성의 성기를 여성의 음부에 넣는 것)를 상기시킨 후 그때와 같느냐고 물은 것에 대답하는 형태로 진술했기 때문에(증거기록 257, 258쪽) 성기 삽입 여부에 관하여는 조사자가 답변을 유도했다고 볼 여지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① 이전에 공소사실 제2- 나.항의 성적 행위와 관련하여 피해자가 피고인과 '연애를 했다'고 했을 때, 조사자가 피해자에게 '연애'가 무엇이냐고 하자, 피해자가 먼저 여성의 음부로 연애를 한다는 이야기를 꺼냈고, 그에 이어서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가던 도중 피해자가 '연애'의 의미를 '여성의 음부에 남성의 성기를 넣는 것'으로 진술하게 되었던 점(증거기록 228쪽), ② 피해자가 공소사실 제2-나.항에 대한 진술과 달리 '안 들어갔다'는 말을 하지 않고 피해자의 음부에 피고인이 성기를 넣은 것이 맞고 약 5분도 안 걸리는 시간 동안 넣었다면서 성기가 삽입된 시간까지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는 점, ③ 피해자의 지적 능력상 피해자는 시간의 흐름이나 맥락에 따라 길게 진술해야 하는 상황들을 스스로 구체적으로 묘사하기가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증거기록 258쪽) 성기가 삽입되었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믿을 수 있다.

한편, 피고인은, 발기부전 등으로 말미암아 피고인이 피해자를 간음하는 것이 신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으므로, 이에 배치되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면서 전북대병원 신체감정서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이는 이 부분 범행 이후인 신체감정을 할 당시의 피고인의 신체 상태에 관한 것에 불과하고, 그 사이 피고인이 농약을 마시는 방법으로 음독자살을 시도하여 전남대학교병원에서 32일 동안 입원치료를 받은 점까지 감안하면, 그것만으로는 이 부분 범행 당시 피고인이 발기부전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음부에 피고인의 성기를 삽입하는 것이 불가능한 신체 상태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그 밖에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찾을 수 없다(설령 피고인의 발기 기능에 다소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성관계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성기가 일부라도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되는 순간이 있었다면 간음행위는 기수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이 내세우는 위 사정만으로 이 사건에 관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배척된다거나 공소사실 제2-다.항 기재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3) 피해자 진술에 따라 인정할 수 있는 성적 행위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기본적으로 공소사실 제2-다.항 기재 행위를 인정할 수 있으나, 다만, 피해자의 진술에 따르더라도 피고인이 자신에게 뽀뽀하려고 해서 이를 피하려고 스스로 고개를 돌렸다는 것일 뿐, 피고인이 피해자의 어깨를 잡아 비틀어 눕게 하였다거나 피해자가 명확하게 싫다며 거부했다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으므로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만을 실제 있었던 일로 인정한다.

마. 소결

이상과 같은 내용을 정리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한 신체접촉 행위나 성적 행위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① 공소사실 제1항 관련: 그 기재 내용 중 '갑자기' 만졌다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② 공소사실 제2-가.항 관련: 그 기재 내용 중 피고인이 피해자의 어깨를 밀었다는 부분과, 피고인의 성기가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되었다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③ 공소사실 제2-나.항 관련: 그 기재 내용 전체

④ 공소사실 제2-다.항 관련: 그 기재 내용 중 피고인이 싫다며 거부하는 피해자의 어깨를 잡아 비틀어 눕게 했다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6.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한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가 위력에 의하여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졌는지 여부(= 부정)

가. 전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 가능

1) 검사는 이 사건에 관하여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4항(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사람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조항)이 아닌 그보다 법정형이 낮은 같은 조 제5항, 제6항을 적용하여 공소를 제기하였다. 이는 비록 피해자가 지적장애등급을 받은 장애인이기는 하나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5항, 제6항은 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으로, 여기서 말하는 '위력'이란 피해자의 성적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의미하므로, 검사의 이 사건 공소제기는 피해자에게 성적 자유가 있고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 실제로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능력이 있는지(= 긍정)

가) 모든 장애인의 성에 관한 권리는 존중되어야 하며, 장애인은 이를 주체적으로 표현하고 향유할 수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다(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9조 제1항). 이는 지적장애인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장애인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다 하더라도 실제로 이를 행사할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그 장애인에 대한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 자체만으로 그 장애인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가 이루어질 무렵 피해자에게 실제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능력이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 이 사건의 경우 ① 수사가 개시된 이후 실시된 임상심리학적 평가에 의하면 피해자는 지능지수가 46(중등도의 지적장애 수준), 사회연령이 8세 8개월 수준에 불과하고 의사소통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며 일생상활에서도 보호자의 지속적인 조력이 필요한 상태라고 평가된 점(증거기록 384쪽), ② 피해자가 학교교육이나 특수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해자가 제1, 2차 조사, 2019. 2. 13. 전남곡성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진술녹화실에서 이루어진 조사(이하 '제3차 조사'라 한다) 및 이 법정에서 보인 진술태도상 피해자에게 인지능력, 판단능력 및 표현능력에 일정한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보통의 성인만큼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하게 행사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는 성관계의 의미를 알고 있으며 자신이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를 원하지 않으면 이를 거부할 수 있는 능력도 있었다고 보이므로, 어느 정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1) 피해자는 P생(사건 당시 만 59세)으로서 수사가 개시되기 이전의 객관적인 장애 등급은 지적장애 3급이었다. 이는 장애등급제 개편 전 지적장애 등급 중 가장 양호한 것으로 '지능지수가 50 이상 70 이하인 사람으로서 교육을 통한 사회적·직업적 재활이 가능한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2019. 6. 4. 보건복지부령 제6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 별표 1 참조].

(2) 피해자는 결혼하여 자녀를 두고 있고, 수사단계에서 이루어진 제1 ~ 3차 조사에서 피고인과 '연애'나 '아기를 만드는 행위'를 하였다면서 이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등 성관계의 의미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피해자는 "피고인이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를 제안했을 때 '미쳤느냐'면서 남편이 오니 빨리 가라고 한 적이 있다", "피고인의 아내로부터 성적 행위 현장을들켰을 때 황급히 자리를 피하였다", "이러한 행위들은 자신이 아닌 피고인만이 원해서 일어난 것으로 그 행위들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는 취지로 이 법정(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4, 5쪽)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이를 보면 피해자는 각자의 배우자가 있는 남녀 사이에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를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 피해자는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보면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에 관하여 어느 정도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① 피해자는 스스로 농사를 짓지는 못하지만 피고인의 도움을 받아 간단한 일들은 스스로 할 수 있었고, 식당에서 설거지나 허드렛일 등 육체노동을 하며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가능하였다. ② 피해자는 정확한 시간 개념을 갖고 있지는 않고 정밀한 계산은 못할지라도(증거기록 318쪽), 돈에 대한 개념도 어느 정도 있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의 딸조차 피해자는 돈 개념은 철두철미하다고 하였고, 동네 사람들은 피해자가 피고인이 260만 원 중 200만 원만 돌려주었다는 이유로 가슴이 보일 정도로 피고인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고 진술하였다. 비록 피해자가 일을 한 식당의 주인은 피해자가 돈 계산을 못한다고 하였으나(증거기록 318쪽) 제3차 조사에서 1,000원 단위까지의 돈을 세어 보이기도 하였고(증거기록 596쪽), 동네 사람들 중 피해자가 '돈은 똑소리 나는 편이다,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라고까지 진술한 사람도 있다(Q기관이 제출한 '2019고합278 사건 의견서'에 첨부된 I의 진술서). 또한, 은행 직원에게 통장에서 인출하고자 하는 돈을 특정해 인출해달라고 할 줄도 알았다(증거기록 595쪽). 이처럼 피해자는 정밀한 계산까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돈을 세는 개념과 쓰임새는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596쪽).

(5) 피해자의 딸은 이 법정에서 '과거 피해자가 매일 밤 남편과의 성관계를 심하게 거부하기도 하였고 자신도 피해자로부터 맞거나 욕을 들으면서 생활하였었다'고 증언하였다. 동네 사람들 또한 피해자의 성격이 드세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있다.

(6)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피고인과 싸우면 자신이 이긴다'고 증언하였다. 또한 제2차 조사 등에서 피해자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성관계를 하자고 제안했다가도 욕설을 하면서 가라고 하면 피고인이 일단 갔다가 다음에 다시 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는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억지로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를 하지는 않았다는 피고인의 진술에도 부합한다.

나. 피고인의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었는지 여부

1) 판단기준

성관계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인지는 피해자가 그에 관한 명시적 의사표시를 한 경우는 물론 피해자가 명시적인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더라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가해자가 간음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간음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 간음행위 이후의 정황 등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간음행위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 상황을 기준으로 피해자가 간음행위에 동의하지 않았음이 인정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서울고등법원 2019. 2. 1. 선고 2018노23549 판결 참조). 이는 위력으로써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을 간음 또는 추행한 경우 그 간음 또는 추행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었는지를 판단할 때에도 기본적으로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2) 피해자의 진술내용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를 한 것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었는지에 관하여 피해자가 진술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 공소사실 제1항 관련

피해자는 제2차 조사에서 그 당시 피고인에게 "빨리 가, 미쳤냐?, 염병, 남편오니까 빨리 가라."라고 얘기하였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00, 201쪽). 그리고 그 당시의 느낌에 관하여 "뭔 생각이야 늙어가지고, 기분이 나쁘니까 '염병, 미친놈' 그랬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02쪽).

나) 공소사실 제2-가.항 관련

피해자는 제1차 조사에서 피고인이 '(마루)방에 들어가자'고 하자, '안 해, 누구오면 어쩔라고 그래'라고 하였고, 이에 피고인이 '빨리 하고 가야지'라고 하자, 다시 이에 대해 피해자가 '미쳤어'라고 하였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53쪽). 이후 피해자는 피고인의 말에 따라 드러누운 후 성적 행위를 하였는데, 그 부분부터는 특별히 거부의 의사를 표시했다는 진술은 보이지 않는다.

다) 공소사실 제2-나.항 관련

피해자는 제2차 조사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밀쳐서 가마니에 눕게 만든 후 간음을 시도하면서 피해자에게 '예쁘다'고 하였고, 피해자는 늙고 아내가 있는 피고인과 성적 행위를 하는 것이 싫었지만 '내가 미쳤냐, 늙어 가지고, 내가 바보라서 대준다'고 말하면서 피고인의 요구에 응하였으며, 이에 피고인은 '뭐가 바보야, 똑똑한데'라고 말하였다(증거기록 231쪽)."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라) 공소사실 제2-다.항 관련

피해자는 제2차 조사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에 찾아와 밭에 가자고 했을 때 피해자가 피곤해서 못 간다고 하자, 피고인이 그곳 큰 방에서 피해자에게 드러누우라고 한 후 성적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뽀뽀를 하려고 했는데, 피해자가 싫다는 의미로 고개를 돌려서 뽀뽀를 하지 않고 성관계를 한 사실이 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마) 일시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어려운 언행에 관한 진술

비록 정확히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날에 있던 것으로 특정할 수 없거나 다른 날에 하였던 언행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것들이 반복되었다면 이 사건 각 공소사실 당시 피해자의 거부 의사를 객관적으로 추단해 볼 수 있고 피고인도 그러한 피해자의 의사를 알 수 있었다고 평가할 여지가 있으므로, 일시를 알 수 없는 날의 언행에 관한 진술도 아울러 살펴본다.

(1) 피고인이 강제력이나 위력(이하 합하여 '강제력 등'이라 한다)을 행사하였는지에 관한 것

(가) 수사단계(제1 ~ 3차 조사)에서의 진술

피해자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를 할 때 폭행, 협박(무섭게 하거나 거칠거나 아프게 한 행동, 조사자는 협박의 예시로서 '너 죽여버린 다'를 들었음)은 없었으며, 왜 그러한 행위를 하는 피고인을 밀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94, 298, 300쪽).

다만, 기소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피고인의 성적 행위들 중에도 피고인이 성적 행위를 할 때에 피해자에게 드러누우라고 말을 할 뿐 아니라 피해자를 밀어뜨린 경우가 있었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가령, 증거기록 235쪽).

그리고 제3차 조사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가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를 하자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경우 농사일을 도와주지 않겠다고 말하였는지에 관하여 '안 도와준다고 염병'이라는 다소 불분명한 취지의 언급을 하거나(증거기록 538쪽), 피해자가 피고인의 농사일을 도와주지 않으면 피고인도 피해자가 농사짓는 것을 도와주지 않으려 했고, 피고인이 '자신이 도와주지 않으면 피해자는 살 수 없다'는 취지의 말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524, 525, 526쪽).

(나) 법정에서의 증언

피해자는 피고인과 성적 행위 등('연애')을 한 이유에 관하여 피고인이 '음부 등을 대주지 않으면 죽인다'고 하였기 때문에 무서워서 응해주었다고 진술하였다(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7쪽). 또한, 피고인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농사일을) 도와주지 않는다', '자식도 필요 없고 내가 도와주니까 나만 믿으라'고 하였는데, 그 말을 들었을 때 협박한 것처럼 들렸다고 진술하였다(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4, 6쪽).

한편, 피고인이 성적 행위를 하자고 요구하였을 때에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면 피고인이 '안 대주면 죽인다'고 말한 것 외에 또 어떤 식으로 무섭게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무서운 것 없어요[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 녹음파일(이하 '녹음파일'이라 한다) 33분 43초 부분], 다른 것은 없어요(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7쪽)."라고 답하였다. 또한, 피고인이 '협박'한 것처럼 들렸다면서도 '협박'이 무슨 말인지 모른다고 진술하였다. 그리고 피해자와 피고인이 싸우면 피해자가 이긴다고 하였고 실제로 피고인으로부터 돈을 못 받아서 싸운 사실도 있다고 하였다.

그 외에도 피해자는 피고인이 '왜 나쁜 사람이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남의 것을 가져다가 써서"라고 답하였고(녹음파일 30분 40초), 이에 변호인이 증인과 관련해서 왜 나쁘냐고 묻자 피해자는 "나에게는 좋게 해주지"라고 답하였다(녹음파일 30분 50초). 이에 진술조력인이 피해자에게 피고인이 나쁘게 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녹음파일 31분 2초), 피해자는 "다 좋아요."라고 답하였다(녹음파일 31분 4초). 이에 다시 진술조력인이 "아까 나쁜 사람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냐"라고 하자 피해자는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돈을 갖다 주면 다 뺏어서 돈이 없다'고 진술하였다(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6쪽).

(2) 피해자가 피고인의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에 대해 가진 생각에 관한 것

피해자는 수사단계에서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는 피고인이 좋아서 한 것일 뿐, 피고인이나 자신이나 각자의 배우자가 있는 상황에서 자신은 늙은 피고인과 그러한 행위를 하기 싫었으며, 피고인은 나쁜 사람이므로 벌을 받아야 한다'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또한, 수사단계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과 피해자가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를 한 점에 대해 (죽고 싶을 정도로) 매우 부끄러웠으며 현재도 부끄럽고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감정을 표현하였다(증거기록 69, 284, 432쪽,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5쪽).

(3)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나타낼 의도로 하였다는 언행에 관한 것

피해자는 법정에서는 특별히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고 주로 제2차 조사에서 이를 언급하였다.

(가) 피고인의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 요구에 대해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네 며느리와 연애(성적 행위를 의미)를 하라'고 말하였고, 그러자 피고인이 '우리 며느 리는 아까워서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답하였다고 진술하였다(제2차 조사, 증거기록 189, 205쪽).

(나)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아기를 만들고 싶다'고 하였는데, 이에 대해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미쳤냐. 아기 하나 만들고 어디서 누가 키워?'라고 말하였다고 진술하였다(제2차 조사, 증거기록 196쪽).

(다) 피고인이 고추밭에서 성적 행위를 하자고 제안하자 피해자는 '염병하네, 모기 물고 뱀도 있고'라고 말하면서 그 자리를 피해 와버렸거나(제1차 조사, 증거기록 59쪽), '미쳤느냐, 내가 연애(성적 행위를 의미)를 하게, 식당 일 나가야 한다.'고 하였다(제2차 조사, 증거기록 219쪽)고 진술하였다.

(라) 피해자는 제2차 조사에서 피고인이 성적 행위를 하자고 할 때 싫다고 표현하거나 행동한 사실이 없고, 피고인이 '자식도 필요 없고 자신만 믿으라'고 했다는 말을 반복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285쪽). 또한, 자신은 항상 하고 싶지 않았고 이를 피고인에게 표현하면 피고인이 가버렸다면서도, 피고인이 다시금 와서 피해자에게 통사정을 하는 바람에 했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면서도 피해자는 왜 억지로 피고인의 성관계 요구 등에 응하였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모르겠다고 답하였다(증거기록 296, 297쪽).

3)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유무(= 부정)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르면, 피고인의 신체접촉이나 성적 행위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었는지에 관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고 할 여지가 있기는 하다.

(1) 피해자는 수사단계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남편이 있는 자신은 아내가 있고 나이도 자신보다 훨씬 많은 피고인과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를 하고 싶지 않았으며 그러한 행위를 한 것에 대해 많은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체격적인 면에서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남편보다 상당히 작았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가 피고인과 싸우면 자신이 이길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왜소하였다.

(2) 피해자의 남편이 장애와 투병으로 인해 일을 하지 못하고, 피해자의 시어 머니가 사망한 이후 피해자를 보호해 주는 사람이 없어, 피해자가 피고인의 지시를 받아 농사일을 품앗이 하며 생계를 유지하여 왔기 때문에 피해자는 경제적·심리적으로 피고인에게 의존하는 관계에 있었다. 그리고 피해자는 피고인이 줄곧 '자식들도 다 필요 없고 자신만 믿으라'고 말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그러므로 피고인의 신체접 촉 또는 성적 행위에 대하여 피해자가 소극적이나마 응하였다고 보더라도, 그것은 피고인에 대한 의존관계에서 비롯된 것이거나 피고인의 그루밍에 의한 것이어서 피해자의 진정한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의 결과가 아니라고 볼 여지도 있다.

(3) 지적장애인에 대한 간음이나 추행 사건에서 해당 장애인의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에는, ① 지적장애인의 특성, 즉 성폭력에 대한 인지능력이나 상황파악능력, 대처능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이를 기억해 내거나 타인에게 전달하는 능력 또한 떨어져 상대 남성이 성행위를 하고자 하는 경우 '예, 아니오' 등의 의사표현을 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는 점, ② 특히 평소 가까운 친족이나 지인으로부터 이와 같은 성폭력을 당하는 경우 가해자에 대한 의존성, 복종 경향 등으로 인하여 쉽게 거부 의사표시를 하지 못하고, 성폭력을 당한 이후에도 이를 밝히기를 꺼릴 뿐만 아니라 그 의존성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으며, 상대방의 호의적인 태도 때문에 쉽게 관계 회복이 가능해지기도 하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

나)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신체접촉이나 성적 행위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었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1)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 여부(= 소극)

(가) 피해자는 자신이 피고인의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 요구를 거부하였다는 근거로서 '(남편 등이 오니까) 빨리 가, 미쳤냐, 염병, 내가 바보니까 (내 음부를) 대줄 뿐이다, 네 며느리하고나 성관계하라, 아기 만들면 누가 키우냐, 고추밭에 모기와 뱀이 있는데 거기서 성관계를 하자는 것이냐 염병' 등의 말을 하였고, 피고인이 성관계를 시도하면서 뽀뽀하려고 할 때 이를 피하고자 고개를 틀기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검사가 신청하여 조사한 증거들만으로는 과연 그러한 언행이 공소사실에 기재된 일시에 이루어진 것인지 분명하게 확인하기 어렵다(제2차 조사 등에서 피해자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성관계를 하자고 제안했다가도 욕설을 하면서 가라고 하면 피고인이 가고 다음에 다시 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므로, 피해자가 다른 일시에 위와 같은 언행을 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설령 이 사건 당시 혹은 피고인이 신체접 촉이나 성적 행위를 시도한 다른 일시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위와 같이 말하였다 하더라도, 그 말의 전후 정황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이 단편적인 진술들만 나열하고 있을 뿐이어서 객관적으로 그러한 언행이 어떠한 의도나 뉘앙스로 이루어진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우므로[피해자가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거칠게 말하는 습관이 있다는 주변 사람들의 진술(증거기록 138쪽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소극적이나마 피고인의 요구에 응하면서도 늙고 남편도 있는 자신이 피고인과 성적 행위 등을 하는 것이 남사스럽다는 마음에 위와 같은 말을 툭 던지듯이 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이를 통해 피해자의 거부의사를 객관적으로 추단하기도 어렵다.

(나) 피해자는 '부끄럽고, 가족들에게 미안해서 죽고 싶다'는 말을 수사단계에서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진술하였으나, 각자의 배우자가 있는 피해자와 피고인이 여러 번에 걸쳐 신체접촉이나 성적 행위를 한 사실이 가족들과 동네 사람들에게 알려져 그러한 감정이 들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으므로, 위와 같은 표현이 이 사건 당시에 피고인과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를 하는 것이 싫었다는 의미였는지도 단정하기 어렵다.

(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강제력 등의 행사 여부에 대해 제2차 조사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드러누우라고 한 후 밀어뜨려 하였다'는 말도 하였으나 이 역시 어떠한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설명이 부족하여 강제력 등의 행사가 있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오히려 제3차 조사에서는 피해자가 피고인이 요구한 성적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하였을 때, 피고인이 화를 내지도 않았고 피해자를 억지로 미는 행동도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537쪽), 이 법정에서도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신체접촉이나 성적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할 경우 피고인이 '안 대주면 죽인다'고 한 것 외에 어떤 행동을 하였는지에 관한 질문에 대하여 피해자는 '다른 것은 없었다'고 하였고, 동시에 '무서운 것이 없었다'고 증언하였다. 아래 (3)-(라)에서 보는 피해자의 진술 특성 등에 비추어 볼 때, '무서운 것이 없었다'는 진술은 '안 대주면 죽인다'는 피고인의 발언 외에 또 다른 무서운 언행이 있었느냐는 질문의 취지를 이해하고 한 대답이었다 기보다는, 평상시 피고인에 대해 무서움을 느끼지 않았다는 취지였다고 보는 것이 보다 실체에 부합한다고 보인다.

(2)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 여부(= 소극)

피해자가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를 당하였다는 진술은 그 내용이 중요한 부분에서 일관되지 않는다.

(가) 피해자는 제2차 조사에서는 피해자가 성관계를 하자는 피고인의 요구에 대해 '미쳤냐. 가.'라고 하면, 피고인이 성관계를 강압적으로 하지는 않고 가버렸고, 다만 다음에 다시 와서 성관계를 요구했을 뿐이라 하였다. 피해자는 그때에도 자신이 피고인에게 가라고 하면 또 다시 피고인은 갔다고 하였다. 또한, 성관계를 할 때에 험악하거나 거친 행동을 한 사실도 없다고 진술하였다.

그런데 이 법정에서는 피고인과 성관계 등을 한 이유에 관하여 '피고인이 피해자가 이에 응하지 않는 경우 죽인다고 하였기 때문에 무서워서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이는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피해사실을 언급하기 시작한 제2차 조사에서의 진술 내용과 명백히 다를 뿐 아니라, 피해자가 이 법정에서 한 다른 진술, 예컨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성관계 등을 하지 않겠다고 할 경우 피고인이 어떤 행동을 하였는지에 관하여 '무서운 것은 없었다, 안 대주면 죽인다고 한 것 외에 다른 것은 없었다'고 한 진술, '피고인과 싸우면 자신이 이기며 실제로 돈 문제로 피고인과 싸운 사실도 있다'는 진술, '다른 사람 것을 가져다가 써서 나쁜 사람이지만 나(피해자)에게는 좋게 해주었다'는 진술과도 조화되지 못한다.

(나) 또한,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농사일을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였고, 그것이 협박처럼 들렸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해자는 수사단계인 제2차 조사에서는 이를 언급하지 않았고, 제3차 조사에서는 피고인이 때리지도 않았는데 왜 피고인의 그러한 요구를 거부하지 못했느냐는 조사자의 끈질긴 질문에 '안 도와준다고 염병'이라는 한 마디만 하고 이 부분에 대하여 더 구체적인 진술을 하지 않아 정확한 의미를 알기 어렵다.

오히려 보다 분명한 부분은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와는 무관한 것으로 '피해자가 피고인의 농사일을 도와주지 않으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농사일을 도와주지 않기 때문에 피고인의 농사일을 도와주어야 했다'는 취지의 진술 정도이다(증거기록 525쪽). 제3차 조사에서 조사 말미에 피고인이 왜 나쁜 사람인지 묻는 조사자에 대해 피해자는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언급한 것이 아니라 '나만 다 시켜먹고 그래'라면서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가 아닌 일을 시킨 부분에 대한 언급을 한 점(증거기록 597쪽),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자신에게는 좋게 해주었다'고 진술하다가 이전에 나쁘다고 진술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 진술조력인의 질문에 대해 '피고인에게 돈을 갖다 주면 다 뺏어서 돈이 없다'고 증언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피해자는 피고인의 도움이 없으면 농사일을 할 수 없었던 상황으로 말미암아 피고인에게 노동력이나 돈을 착취당하여 왔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러한 상황 때문에 피고인과 원치 않은 신체접촉이나 성적 행위를 하게 되었다는 인식은 미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 법정에서 변호인이 피해자에게 피해자가 사용한 '협박'의 의미를 물었을 때 피해자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 모른다고까지 대답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신체접촉이나 성적 행위에 응하지 않으면 농사에 도움을 주지 않을 것처럼 협박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3) 피해자 진술이 주변 사람들의 영향으로 오염, 왜곡되었을 가능성

(가) 피해자는 피고인과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를 하게 된 것은 공소사실의 일시에 한정되지 않으며 이러한 관계는 피해자의 시어머니가 사망하여 피해자가 농사일 등에 피고인의 도움을 받기 시작한 때(피해자는 그 시점을 부정확하게 진술하고 있으나 피해자의 시어머니가 사망한 때는 2001년 무렵인 것으로 보인다)부터 본격적으로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78쪽 등). 그런데 피해자는 그녀의 시누이의 고발에 의해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피고인이 한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를 문제 삼지 않았다.

(나) 이 사건 수사는 피해자의 고소가 아닌 피해자 시누이의 고발에 의해 개시되었다. 그 발단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성관계 등의 요구를 거부하면서가 아니라, 피고인과 돈 문제로 젖가슴이 보일 정도로 크게 몸싸움을 벌이면서 홧김에 동네 사람들에게 피고인과의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를 말한 것이었다. 이로 인해 동네 사람들이 피고인과 피해자가 성관계 등을 하였다고 보다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그 내용이 곡성 밖에 사는 피해자의 시누이, 딸 등에게까지 전해져 피해자의 시누이 등이 피고인의 집으로 찾아갔더니 피고인이 무릎을 꿇고 빌고 이때 피고인의 아내가 억울하고 분하다면서 통곡을 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이후 피고인의 딸이 피고인의 아내로부터 들었다면서 피해자의 시누이 등에게 왜 피고인을 때렸냐며 따지자 피해자의 시누이인 J이 2018. 9. 19. '피고인이 2001년 무렵부터 계속하여 피해자를 강간하였다'는 내용으로 피고인을 고발하게 되었다(증거기록 133, 134쪽).

(다) 피해자는 2018. 9. 25. G센터에서 제1차 조사를 받았는데, 피고인과 사이에 있었던 신체접촉이나 성적 행위를 언급하는 것을 매우 불편해 하였으며, 가족들에게 그에 관한 구체적인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G센터에 동행한 피해자의 큰 딸이 조사과정에 동석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증거기록 90쪽).

(라) 제1차 조사에서 피해자가 제대로 진술을 하지 못하자, 경찰은 2018. 11. 20. F센터에서 제2차 조사를 진행하였다. 이때 피해자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한 여러 진술을 하였는데, 피해자의 주의력 문제로 장시간 조사가 어려워지자 경찰은 2019. 2. 14. 전남곡성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진술녹화실에서 제3차 조사를 진행하였다. 피해자가 제2차 조사부터 조사에 비교적 협조적으로 나온 데에는 K센터 상담원과의 라포르(rapport: 두 사람 사이의 공감적인 인간관계 또는 그 친밀도) 형성이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보이지만, 질문자에 의한 피암시성이 강한 지적장애인의 일반적인 특성 및 상대방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 답변을 고심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네, 네'라고 답변하면서 긍정하는 경향이 있는 피해자의 진술 특성(증거기록 315쪽)을 감안하면, 피고인이 장기간에 걸쳐 피해자의 성과 노동력을 착취하였다고 생각하고 있는 위 상담원이나 피해자의 큰 딸, 시누이 등과의 대화를 통해 피해자의 기억에 변형을 가져왔거나 진술태도가 바뀌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마) 특히 피해자는 2019. 11. 1. 이 법정에서 피고인의 어떤 점이 무서워서 피고인과 '연애(성적 행위를 의미)'를 하였냐는 질문에 대하여 수사과정에서 한 번도 진술한 적이 없었던 '안 대주면 죽인다고 했죠'라는 증언을 하였는데(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7쪽), 이는 피해자의 법정 증언이 피해자의 큰 딸 등에 의해 오염, 왜곡되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바) Q기관은 2019. 1. 28. '피고인이 2001. 8.부터 2018. 9. 중순까지 피해자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피고인을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하였고(이에 대하여는, 피고인과 피해자는 품앗이 개념으로 서로 농사일을 도와준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2019. 11. 21. 혐의없음 불기소처분이 내려졌다), 피해자를 대리한 피해자국선변호사는 2019. 11. 13. 피고인을 상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청구원인으로 하여 1억 원의 지급을 구하는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들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의 노동력과 성을 착취하였는지가 주된 쟁점이 되므로, 피해자가 수사단계 및 이 법정에서 한 진술들은 그에 맞게 구성되거나 변경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4) 피해자가 소극적이나마 자유로운 의사로 피고인의 신체접촉이나 성적 행위 요구에 동의했을 가능성

(가) 피고인은, "피해자와 정이 들어서 합의하에 성적 행위 등을 하게 되었고, 피해자는 그녀가 싫어하는 행위를 하면 악을 쓰고 성질을 내기 때문에 피해자가 싫다고 하면 성적 행위 등을 하지 않았으며, 피해자에게서 '알아서 해'라는 등 어느 정도는 허락을 받은 상태에서 성적 행위 등을 하였다"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였다(증거기록 342, 345, 346, 350, 608쪽). 또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명시적으로 피고인이 좋다고 말하지는 않았더라도 '오래 살아라, 피고인 없으면 못 산다'고 했고, 피고인이 노래를 부르면 피해자가 옆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610쪽). 피고인은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되자 2018. 9. 23. 음독자살을 시도하면서 '동네 여러분들 미안합니다. 너무나 거짓말이 많아서 도저히 저는 살 수가 없어요. 너무나 분해요. 미안합니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이는 피고인이 지적장애인인 피해자와 장기간에 걸쳐 성적 행위 등을 한 것이 잘못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한 것은 아니라는 뜻을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밝히면서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이해된다.

(나) 피해자도 피고인이 신체접촉이나 성적 행위를 요구할 때 자신이 '가라'고 하면 피고인이 가버렸다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비록 그 이후 피고인이 다시 이를 요구하면서 피해자에게 오는 것을 반복하였다고 진술하기는 하였으나, 적어도 피해자가 싫다는 의사를 표시하면서 '가라'는 말을 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강제력을 행사하거나 거친 행동으로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피해자는 피고인이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를 하면서 매번 "예쁘다, 예뻐 죽겠다"라는 애정표현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다) 비록 피해자가 피고인과 애정에 기초한 내연관계에 있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기는 하나, 사람이 상대방의 신체접촉이나 성적 행위에 동의하는 동기는 애정관계 외에도 이성으로서의 호감, 고마운 마음, 함께 함으로 인해 정이 드는 것 등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 다음과 같은 사실이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고마운 마음에서' 또는 오랫동안 농사일 등을 함께 하면서 '정이 들어서' 피고인의 신체접촉이나 성적 행위 요구에 소극적이나마 자유로운 의사로 동의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① 위 6-가.항에서 보았듯이 피해자에게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능력, 즉, 자신이 신체접촉이나 성적 행위를 원치 않으면 이를 거부할 수 있는 능력도 있었다고 보인다.

② 비록 피고인이 피해자보다 나이가 20살 더 많고 피해자의 남편보다(심지어 피해자보다) 체격이 왜소한 편이지만, 피해자의 남편이 장애와 투병으로 인해 일을 하지 못하는 데 비하여 피고인은 적지 않은 부동산을 소유하는 등 경제력이 좋고 장기간 피해자의 집안일, 농사일을 도맡아 도와주는 관계에 있었다.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같이 일하면서 사이도 좋았지 않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이를 긍정하였고, 또한, 피고인이 다른 사람과는 달리 자신에게는 좋게 대해주었고, 다만 피해자가 가져다 준 돈을 챙겨 가버린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녹음 파일 30분 40초 이하,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3, 6쪽).

③ 피해자는 겨울에 서울에 있는 큰 딸의 집에 머물다가도 피고인이 보고 싶다며 곡성으로 내려오라고 전화하면 '뭐가 보고 싶어, 이놈의 영감, 전화 끊어 빨리! 우리 딸 온다, 염병'이라고 말하면서도 곧 내려왔다(피해자 딸의 경찰 진술, 증거기록 284쪽의 피해자 진술). 비록 피해자의 시누이는 이에 대해 피해자로부터 "피고인이 '곡성으로 내려오지 않으면 농사일을 도와주지 않겠다'고 해서 일을 해주지 않을까봐 불안해서 내려갔다"라고 들었다고 진술하였으나(증거기록 136쪽), 이는 피고인 아닌 타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전문진술로서, 원진술자인 피해자가 진술을 할 수 있는 이 사건에서는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에 따라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④ 증인 L, M의 각 법정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동네 사람들은 피해자를 '피고인의 각시, 작은 마누라'라고 부르기도 하였고,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에 관하여 '둘 사이에 바람났다, (성폭행을 당했다기보다도) 각시같이 데리고 같이 많이 다닌다(다만, 장애인이니 순수한 연애는 아닐 것 같다), 오토바이에 태우고 다닌다, 연애한다'라는 소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다니던 식당의 업주도 여름철에 피고인과 피해자가 연애한다는 소문이 있었으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식당 나가지 말라고 하자 피해자가 식당에 일하러 나오지 않은 적도 있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319쪽). 동네 사람들은 피해자의 남편으로부터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성적 행위를 목격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413쪽).

⑤ 피해자가 피고인과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를 하였다는 소문이 퍼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성관계 등의 요구를 거부하면서가 아니라, 피고인과 돈 문제(싱크대 수리비 관련)로 가슴이 보일 정도로 크게 몸싸움을 벌인 사건 때문이다. 그런데 피해자가 피고인과 돈 문제로 격렬히 몸싸움을 할 때 동네 사람들이 들은 내용은 피해자가 피고인을 향해 '너와 나가 그렇고 그런 사이인데'라는 것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일방적으로 피해자에게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를 하였다고 여겨질 만한 언동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410쪽 이하).

⑥ 피해자의 큰 딸은 피고인에게 전화해서 처음에 '성폭력, 강간'을 언급하지 않고 '피해자와 그렇고 그런 관계냐'고 물어보았고, 피고인의 변호인이 이 법정에서 이는 '바람이 났다거나 내연관계'라는 의미가 아니냐고 묻는 질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이라고 답하였다. 이를 보면 피해자의 큰 딸도 이 사건을 처음부터 성폭력 사건으로 단정해 이해했던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 또한, 피해자의 큰 딸은 그 이전인 2018. 9. 14. 피고인의 딸에게 전화했을 때에도 처음에는 '너희 아빠와 우리 엄마가 애인관계이다.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봐라.'고 말한 사실이 있다(증거기록 99쪽). 피해자의 시누이인 J은 과거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슴 옆 부분에 손을 대어 흔들듯이 행동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고 거리낌이 없어 친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135쪽).

(라)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성적 행위 등이 있었음을 알게 된 피해자의 시누이 등(J, N)이 피고인을 쫓아가자 피고인이 무릎을 꿇고 빈 사실(증거기록 133쪽), 피고인이 J의 친척 오빠인 O에게 찾아가 '피해자의 일을 도와주다보니 그런 짓을 저질렀는데, 애들(피해자의 자녀로 추정된다)이 다 알게 되었으니 추석에 애들이 오면 말씀 좀 해달라.'고 부탁을 한 사실(증인 O의 법정 진술) 등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아내가 있는 피고인이 지적장애인이고 남편이 있는 피해자와 여러 번에 걸쳐 성적 행위 등을 한 것은 그 자체로 도덕적으로 비난을 크게 받을 만한 행위이므로, 이 사건이 불거진 이후 피고인이 피해자의 시누이 등이나 O에게 한 위와 같은 언동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성폭력을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 이른바 그루밍이나 돌봄관계의 영향으로 피해자가 피고인의 신체접촉이나 성적 행위 요구에 외형상 동의했을 가능성에 대한 검토

1) 피해자가 외형상 피고인의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 요구에 동의한 경우에도 그것이 그루밍에 의한 것이거나 피해자가 농사일 등을 하는 데 전적으로 피고인의 도움을 받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피고인의 요구에 응한 것이라면, 피해자가 자유로운 의사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2) 먼저 그루밍에 의한 것인지 살펴본다.

가) 일반적으로 그루밍이란, 가해자가 피해자를 길들여 성폭력을 용이하게 하거나 은폐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① 가해자가 감정적으로 취약한 피해자를 물색하는 과정, ② 피해자가 정해지면 일정 기간 피해자를 관찰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 ③ 피해자에게 접근하여 피해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면서 신뢰감을 쌓고, 피해자로 하여금 가해자에게 의존하게 하고 정서적으로 종속하게 하는 과정, ④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충분한 감정적 의존과 신뢰를 쌓는 단계가 되면 신체접촉을 시작하고, 이런 행동들을 피해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연인 관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과정, ⑤ 성관계를 시작하면 피해자의 계속적인 참여와 침묵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가해자의 성적 학대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 이도록 하는 과정 등의 단계를 거친다.

나) 그런데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수시로 피해자에게 '자녀들은 다 필요 없고 자기만 믿고 살라'는 취지로 말을 한 사실은 인정되나, 피해자의 연령, 성행(피해자는 가족과 동네 사람들에게 성격이 드센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생활경험, 가족관계(피해자는 서울에 사는 큰 딸과는 연락을 하고 지내는데 겨울에 농사일이 없을 때에는 남편과 함께 서울에 올라가 큰 딸의 집에서 지내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등을 고려하면, 검사가 신청하여 조사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로 하여금 피고인의 신체접촉이나 성적 행위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그루밍의 과정을 거쳤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3) 다음으로 돌봄관계 내지 의존관계로 말미암아 피해자의 성적 자유의사가 제압된 상태였는지 살펴본다.

가)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해자는 지적장애 3급의 장애인으로서 피해자의 남편이 장애와 투병으로 인해 일을 하지 못하고, 피해자의 자녀들은 분가하여 외지에 살고 있으며, 피해자의 시어머니가 사망한 이후 피해자를 보호해 주는 사람이 없어, 피해자가 피고인의 지시를 받아 농사일을 품앗이 하며 생계를 유지하여 왔기 때문에(피해자는 '피고인이 없으면 농사를 못 짓는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이 사건 당시 피해자는 경제적·심리적으로 피고인에게 의존하는 관계에 있었고, 피고인 역시 그러한 관계를 인식하고 있었다(피해자는 피고인이 수시로 피해자에게 '내가 농사일 등을 도와주지 않으면 굶어 죽는다'는 취지로 말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보이기는 한다.

나)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를 도맡아 돌봐주고 피해자가 경제적·심리적으로 피고인에게 의존하는 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가 성적 자유의사가 제압되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고마운 마음에서' 또는 오랫동안 농사일 등을 함께 하면서 '정이 들어서' 피고인의 신체접촉이나 성적 행위 요구에 소극적이나마 자유로운 의사로 동의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사가 신청하여 조사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위와 같은 우월적 또는 지배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그녀가 원치 않는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를 요구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라. 소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한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가 피해자의 성적 자유의사에 반하는 것이었는지에 관하여 피해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고, 그 밖에 검사가 신청하여 조사한 다른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다. 따라서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하여 피해자의 성적 자유의사를 제압하여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신체접촉 또는 성적 행위를 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만큼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7.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각 공소사실에 관하여는 모두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노재호

판사 차기현

판사 차유나

주석

1) 피고인의 변호인은 변론요지서에서 '그 행위를 함에 있어 위력을 행사하지 않고 합의하에 하였다.'고 하여 마치 공소사실 제1항 기재와 같은 신체접촉이 있었음을 전제하는 듯한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피고인은 수사과정에서 내내 '음부를 만진 사실이 없다.'거나 '음부를 만졌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여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이 법정에서도 피해자의 음부를 만진 사실이 있다며 명시적으로 번복하여 진술하지는 않은 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전체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는 부인하는 취지로 피고인의 입장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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