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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6도14989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유사성행위)][미간행]
판시사항

[1]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

[2] 성추행 피해 아동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이 증거로 제출되어 그 신빙성을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및 지적장애가 있어 정신연령이나 사회적 연령이 아동에 해당하는 성인이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한 진술이 신빙성이 있는지를 판단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주원 담당변호사 허남욱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불특정 주장에 관한 판단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시일,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 이처럼 공소사실의 특정을 요구하는 법의 취지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주기 위한 것이므로, 공소사실은 이러한 요소를 종합하여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다른 사실과 식별할 수 있는 정도로 기재하면 충분하다. 공소장에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지 않았더라도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법의 취지에 반하지 않고, 공소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개괄적으로 표시하는 것이 부득이하며 그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면 공소내용이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도2939 판결 ,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4도2918, 2014전도5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공소사실의 범죄일시는 “2014년 6월에서 8월 초순 사이 일자불상경”으로 비교적 개괄적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지적장애 2급의 장애인으로서 피해를 입은 정확한 일자를 기억하거나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피해자의 진술 외에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성폭력범죄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검사로서는 피해자가 가진 진술능력의 한계로 말미암아 공소사실의 범죄일시를 일정한 시점으로 특정하기 곤란하여 부득이하게 개괄적으로 표시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장소, 범행의 태양 등에 비추어 다른 사실과 구별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이러한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공소사실의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지적장애인 진술의 신빙성 등에 관한 판단

가. 성추행 피해 아동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이 증거로 제출되어 그 신빙성을 판단할 때에는, 아동의 경우 질문자에 의한 피암시성이 강하고, 상상과 현실을 혼동하거나 기억내용에 대한 출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사정 등을 고려하여, 아동의 나이가 얼마나 어린지, 사건 발생 시부터 얼마나 지난 후에 진술을 하였는지, 사건 발생 후 진술을 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최초로 아동의 피해 사실을 청취한 보호자나 수사관들이 편파적인 예단을 가지고 아동에게 사실이 아닌 정보를 주거나 반복적인 신문 등을 통하여 특정한 답변을 유도하는 등으로 아동 기억에 변형을 가져올 여지는 없었는지, 위 진술 당시 질문자가 오도할 수 있는 암시적인 질문을 반복적으로 하지 않았는지, 같이 신문을 받은 또래 아동의 진술에 영향을 받지 않았는지, 면담자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은 아동 자신의 진술이 이루어졌는지, 법정에서는 피해사실에 대하여 어떠한 진술을 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검찰에서 한 진술내용도 일관성이 있고 명확한지, 세부내용의 묘사가 풍부한지, 사건·사물·가해자에 대한 특징적인 부분에 관한 묘사가 있는지, 정형화된 사건 이상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지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도2520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는 지적장애가 있어 정신연령이나 사회적 연령이 아동에 해당하는 성인이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한 진술이 신빙성이 있는지를 판단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4도2918, 2014전도54 판결 ,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745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다음, 피고인이 2014. 6.에서 8. 초순까지 지적장애인인 피해자를 상대로 유사성행위를 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1) 피해자는 지능지수 36, 사회연령 2.64세인 지적장애 2급의 장애인으로서 인지능력과 언어능력에 제약이 있으나,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제한된 단어들을 사용하면서 그 말에 부합하는 몸짓, 표정과 같은 비언어적 행동들을 더하여 자신의 경험사실을 스스로 표현하였다.

(2) 피해자는 수사기관부터 제1심 및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문에 성기를 넣으려다가 성기가 커서 넣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진술과정에서 손바닥으로 주먹을 치는 등 성적 행위를 연상케 하는 행동도 여러 번 하였다.

(3) 피해자가 부정(부정)형의 질문에 반대로 답하는 등 일부 진술에 불일치가 발견되기는 하나, 피해자가 가진 지적장애의 내용이나 정도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가 질문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피해자의 진술은 주요 부분에서 일관성이 있고, 다소의 불일치는 수긍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어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부정할 정도가 아니다.

(4) 피해자의 지적 능력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실을 허위로 꾸며내어 위와 같이 진술하거나 비언어적 행동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또한 구체적인 진술의 내용이나 경과 등을 살펴보면, 피해자가 경찰관이나 돌보미 공소외인으로부터 유도나 암시를 받아 진술을 하였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다. 상고이유 주장은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이 부당하다는 취지로서,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피해자 진술 등의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지적장애인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결론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어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박병대 권순일 김재형(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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