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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방법원 2020.8.28.선고 2020고합49 판결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학대치사),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사건

2020고합49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학대치사),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피고인

성피고, 80년생, 남, 회사원

검사

서경원(기소), 김미지(공판)

변호인

변호사 이

판결선고

2020. 8. 28.

주문

피고인을 징역 12년에 처한다.

피고인에게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의 이수를 명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아동관련기관에 10년간 취업제한을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의 점은 무죄.

이 판결 중 위 무죄 부분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범 죄 사 실1)

피고인은 2017. 11. 1.경 피해자 강아동(남, 5세)의 친모 서친모와 재혼하였고, 2019. 12. 28.경 서친모가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출산한 피해자를 대구에 있는 외가에서 데려와 양육하여 오던 중, 피해자가 평소 엄마인 서친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식사를 할 때 얼굴을 그릇 가까이 가져가서 먹는 등 식사 태도가 불량하고 버릇없이 행동한다는 이유로 훈육해왔다.

피고인은 2020. 2. 23. 19:45경 위 피고인의 주거지 거실에서, 피해자가 버릇없이 행동하면서 말대꾸를 하고, 비웃는 표정을 짓는 등 피고인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에 순간 격분하여 손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세게 밀쳐 피해자로 하여금 전도되면서 대리석 거실 바닥에 머리 부위를 강하게 부딪치도록 함으로써 피해자에게 우측 궁륭부2)의 외상성 경막하출혈상 등을 가하였다.

피고인은 그로 인하여 2020. 2. 28. 16:25경 울산대학교병원 외상권역센터 4층에서 치료를 받던 피해자를 외상성 대뇌부종, 경막하출혈로 인한 뇌(간)의 압박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아동에게 상해를 가하는 아동학대범죄를 범하여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증거의 요지

(증인 및 참고인 생략)

1. 압수조서 및 압수목록

1. 수사보고(진단서 첨부에 대해), 각 진단서

1. 수사보고(울산대병원 피해자 CT 사진 등 자료 제출에 대한), 영상 CD 1매

1. 수사보고(피의자 주거지 이웃 탐문에 대하여)

1. 수사보고(변사기록 사본 첨부), 변사사건 발생보고 및 지휘 건의, 사망진단서, 변사

현장 점검 목록표, 변사자 사진 21장

1. 수사보고(G병원 신경과 과장 소견서 첨부), 소견서

1. 수사보고(부검결과 회보에 대한), 감정의뢰 회보

1. 수사보고(피해자 신체 피하 출혈 사진 첨부), 각 사진, 수사보고(피의자 휴대폰 디지

털증거분석결과 첨부), 각 사진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1. 이수명령

1. 취업제한명령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의 머리를 세게 밀쳐 바닥에 부딪히게 한 사실이 없다. 사건 당시 피해자 입안에서 젤리를 꺼냈는데, 이 젤리에 의해 기도가 폐쇄되어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급성뇌출혈 및 뇌부종이 발생해 사망했거나, 사건 발생 수일 전 놀이터에서 놀다 머리를 부딪치는 등의 다른 원인에 의해 급성경막하출혈이 발생해 사망에 이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

2. 판단

가. 인정사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이 인정된다.

1) 객관적인 정황

가) 피고인은 2017년 중순경 인터넷 채팅으로 서친모를 알게 되어 교제를 시작했고, 2017. 11. 1.경 서친모와 재혼했다. 당시 서친모는 전남편과 사이에 피해자를 낳아 양육하고 있었는데, 피고인과 결혼 후 피해자를 대구에 있는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고, 피고인과 울산에서 생활했고, 2019. 12. 28.경 피해자를 울산으로 데리고 와 피고인과 함께 양육했다.

나) 피해자는 2020. 1. 2. M유치원에 입학하고, 같은 해 1. 9.부터 등원했는데,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결석한 적이 없다(증거기록 139~141쪽). 담임교사인 곽교사, 원장인 박원장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는 유치원 생활 중 친구들과 장난을 심하게 치거나 싸운 적이 없고, 위험하거나 과격한 행동을 보인 적도 없이 평범한 성향을 보였으며, 유치원에서 다친 적도 없었다. 유치원 담임교사 곽교사는 2020. 2. 17.과 2. 18. 피해자의 얼굴에 상처를 발견하고, 2. 17. 발견한 상처는 사진을 찍어두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피고인이나 서친모로부터 사실 확인이나 항의를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고, 피고인이나 서친모 역시 유치원에 확인하거나 항의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다) 2020. 2. 23. 저녁 무렵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훈계를 받던 중 거실 대리석 바닥에 머리를 부딪친 후 정신을 잃자, 피고인은 20:03경 119에 ‘훈육 중 갑자기 의식이 없어졌다’고 신고했고, 20:15경 구급대원이 피고인 집에 도착해 피해자를 구급차에 태워 20:39경 울산대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다.

라) 울산대병원 의사 홍의사는 사건 당일 응급실에 온 피해자의 몸에 멍든 자국이 너무 많고, 멍의 형태가 하루 동안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 아래 아동학대를 의심하여 울산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아동학대 통보를 했다.

2) 울산대병원 입원 당시 피해자의 상태

피고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원이 작성한 구급활동일지에는 ‘특이 병력 없는 환아로 보호자 훈육 중 갑자기 의식 없어졌다고 함. 현장 도착 시 환아 침대에 누워있으나 의식 없고, 양측 동공 산대3)되어 있음. 맥박 확인되어 이송하며 의료 지도하에 산소투여 및 모니터링 하면서 병원 이송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다(증거기록 127쪽). 응급실 초진기록지에는 현병력란에 ‘의식 없는 모습이 관찰되고, 내원시 얼굴에 점상출혈(petechia)이 발견됨’으로, 의식수준란에 [GCS4) 3, E(개안) : 전혀 눈을 뜨지 않는다, V(언어) : 무반응, M(운동) : 무반응]으로, 추정 진단명은 T-SDH(외상성경막하뇌출혈)으로 기재되어 있다(증거기록 58~59쪽). 수술 후 의사 남지원이 작성한 진단서에는 “최종진단명은 ‘우측 궁륭부의 외상성 경막하출혈’, 두개강압술 및 혈종제거술,

뇌압감시장치 삽입술 시행, 코마 상태로 중환자실 집중치료 중이며 수상 후 약 24주의 추적관찰 요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다(증거기록 195~197쪽).

3) 피해자에 대한 부검 및 전문심리위원의 사실조회 회신 결과

가) 피해자는 울산대병원에 입원 후 약 5일 뒤인 2020. 2. 28. 16:25경 사망했는데, 의사 박진단이 작성한 사망진단서에는 ‘직접사인 - 뇌(간)의 압박, 직접사인의 원인 - 외상성 대뇌부종, 외상성 대뇌부종의 원인 -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기재되어 있다(증거기록 313쪽).

나) 법의관 장법의가 작성한 부검감정서에는 ‘피해자는 의식소실을 주소로 내원,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수술 후 뇌부종 진행되어 약 6일간의 치료에도 호전 없이 사망한 자로, 오른 이마 마루 관자뼈에서 머리뼈절개술이 시행된 소견 외에 양쪽 대뇌반구에서 급성경막하출혈, 왼 이마엽에서 지주막하출혈, 머리뼈에서 봉합이개가 형성된 것과 함께 고도의 뇌부종을 보고, 오른 볼 부위에서 광범위한 피부밑 연조직의 출혈을 보는바, 외력으로 인해 발생한 심각한 머리 부위 손상이 인정되는 점, 머리 부위 손상 외에 나머지 외표 및 내부검사에서 사인으로 고려할 만한 심각한 손상을 보지 못하는 점, 내부 장기에서 사인으로 고려할 만한 특기할 질병을 보지 못하는 점, 약독물검사에서 치료약물이 치료농도 범위로 검출되는 것 외에 특기할 독물성분이 검출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사인은 머리 부위 손상(급성경막하출혈, 지주막하출혈, 고도의 뇌부종 및 머리뼈의 봉합이개)으로 판단됨’이라고 기재되어 있고(증거기록 651쪽), 참고사항으로 ‘뇌 CT 영상을 참조하면, 마루 부위 오른쪽에서 연조직 출혈로 추정되는 부위가 있으며, 부검 소견에도 오른 볼 부위에 광범위한 피부밑 연조직이 확인되는바 이러한 소견을 종합하면, 머리와 얼굴 오른쪽에 강한 외력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음. 또한, 스스로 넘어져서 이 정도의 머리 부위 손상이 발생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되며, 얼굴 이나 머리 오른쪽에 강한 외력이 작용할 만한 상황(가격이나 추락 등)에서 발생하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임’이라고 기재되어 있다(증거기록 652쪽).

다) 이 법원의 인제대학교부속 부산백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김전문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결과는 다음과 같다.

(1) 뇌 CT상에 나타난 피해자의 수술 전 상태에 대한 의견 : 우측 대뇌반구 및 반구간열 전반에 걸친 경막하혈종과 그로 인하여 우뇌와 좌뇌의 중심축이 좌측으로 9㎜가량 편위되어 있으며, 우측의 뇌실이 눌려 있는 상태로 두개강내 압력이 상당히 올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CT에서 우측 두정골의 골절이 관찰된다.

(2) 뇌부종 및 경막하출혈이 사망의 주된 원인인지에 대한 의견 : 수술 후 촬영한 뇌 CT까지 고려했을 때 피해자의 뇌는 심한 뇌부종을 동반하고 있고, 뇌탈출 되어 있는 상태였다. 따라서 피해자의 뇌부종 및 경막하출혈이 사망의 주된 원인으로 판단된다.

(3) 뇌부종 및 경막하출혈은 외력으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 : 피해자의 뇌부종 및 경막하출혈은 두개골 골절이 동반된 점을 고려할 때 울산대학교병원 의무기록에서 피해자가 기존에 뇌혈관기형 등의 뇌질환이 확인되지 않고, 외상의 흔적이 확인된다면, 외력으로 인한 것으로 보는 것이 적합해 보인다.

4) CT 영상에 대한 소견서

아래 내용은, G병원 신경과 전문의 황신경의 CT 영상에 대한 소견 중 주요 부분이다(증거기록 511쪽).

‘본 환자는 응급실 내원시 자극에 반응이 떨어지는 혼수상태에 이른 상태였다. 환자가 내원시 이미 깊은 혼수에 빠졌다는 점, 또한 뇌 CT 촬영에서 우측 대뇌 및 백질에서 뇌부종 소견 및 뇌실이 좁아진 소견을 미루어 뇌의 미만성 종창이 초기에 진행된 것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는 환자에게 상당한 외력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바로 의심된다. 2014년에 발표된 『head injury from falls in children younger than 6 years of age』의 연구를 보면 전체 1775명의 6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넘어짐에 의하여 발생한 뇌출혈 확률이 2.6%에 불과했다. 또한 외력 없이 자발적인 넘어짐에 의한 뇌출혈 확률은 1.3%에 불과하나 타인에 의한 또는 도구에 의한 외력 존재시 6.4%~9.8%까지 확률이 증가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더불어 이 연구에서 외력 없는 자발적인 낙상으로 인한 사망 사례는 한 차례도 없는 것으로 보고된다’

5) 의사들의 법정진술

가) 사건 당일 응급실에서 피해자를 진찰했던 의사 홍의사의 법정진술

(1) 응급실로 후송된 피해자는 무의식 상태였다. 여러 군데 멍든 자국이 많고, 멍든 모양새 자체가 하루에 다 생긴 것이 아니라 시기가 조금씩 다른 형태의 멍 자국이 군데군데 있고, CT 사진상으로도 뇌출혈이 생겼는데 뇌출혈 양이 많고 뇌에 부종이 생겨서 무의식 상태가 된 것이 단순히 아이가 쓰러져서 된 것이 아니라 계속 맞았거나 부딪혔거나, 하루아침에 된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저뿐만 아니라 그곳에 있던 의사들, 간호사들, 신경외과 교수들, 관련 전공의들도 보니까 단순히 넘어져서 부딪혀서 뇌출혈이 생긴 문제가 아니었다.

(2) CT 촬영 검사 결과 급성뇌출혈이 있었고, 코마 상태에 이르게 된 주원인이 출혈량보다는 그 중심축이 밀리는 부종이 심해서라고 볼 수 있다. 충격 정도가 아주 심하면 출혈량 이상으로 뇌가 부어오르고, 그러면서 의식을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가 뇌압이 올라가고 눌리면서 무의식 상태로 빠지게 된다.

(3) 처음 피해자를 봤을 당시 충격 부위를 알 수 있는 상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그런 것은 없었지만, 몸에 멍이 군데군데 보이고, 환자는 무의식 상태여서 쉽게 저런 일이 안 생기니까 추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CT까지 찍고 보니 뇌출혈이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라 어딘가 부딪혔거나 맞았거나 크게 낙상하지 않고서는 저런 형태의 뇌출혈이 생기기 어렵다.

(4) 피해자 머리에 발생한 뇌 중심이 밀려서 호흡이 곤란할 정도의 부종은 살짝 맞거나 부딪혔거나 이 정도의 충격으로 발생하지는 않는다. 저 연령대는 두개골이나 두피 두께가 딱딱하고 커져 있어서 웬만큼 크게 충격이 안 가고서는 뇌출혈도 잘 안 생기고, 뇌출혈이 생겨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뇌가 부풀어서 밀린다. 엄청 크게 사고가 나야 하고, 무언가에 크게 부딪쳤든 시간이 조금 지나서 뇌까지 부어오르면서 의식이 떨어졌다고 추정하는 것이다. 혼자서 넘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대단히 큰 충격을 받아야 하고, 그 충격을 받고 피해자가 병원에 실려 왔을 당시 정도의 뇌가 부으려면 뇌가 부을 때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5) 혼자 넘어질 때의 충격만으로도 심각한 머리 부위 손상이 일어날 수 있는지는 넘어질 때 어떻게 넘어졌느냐, 어느 정도의 높이에서 떨어졌느냐, 바닥 상태가 어떠냐에 따라 상황이 조금 바뀔 수 있다. 넘어질 때도 정말 의식을 잃고 콘크리트 바닥에 나무 쓰러지듯이 쾅 쓰러지면서 부딪쳤다면 뇌출혈이 생길 수도 있는데, 보편적으로 3m 이상 높이에서 떨어질 때, 본인 키 높이의 3배 정도 높이에서 떨어질 때 외상이 크게 있을 가능성이 있다.

(6) (기도가 막혀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을 경우 응급실 후송 당시와 같은 심각한 머리 부위 손상이 나타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서 있다가 고목나무 쓰러지듯이 쾅 쓰러지려면 뭐가 막혀서 발악하다가 넘어지는 것과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숨 쉬는 게 답답해지면 가슴을 치거나 답답함을 호소하고 바닥을 구르거나 그것을 보는 사람이 도와주려고 하다 보면 고목나무 쓰러지듯이 쾅 쓰러지는 게 쉽게는 안 될 거 같다. 기도가 막히면 쓰러질 때까지 호흡이 곤란하거나 불과 몇 분이라도 약간의 시간이 있다는 의미고, 갑자기 쾅 쓰러지는 일은 잘 없다. 실제로 숨 쉬는 구멍이 완전히 막혔으면 숨도 못 쉬기 시작하고, 1~2분 지나면 심장까지 멎어야 하는데, 피해자가 왔을 때 그 정도의 상황은 아니었다. 숨을 쉬고 있었던 것이고, 구토물이 입안에 있었다는 것이다.

(7) 만약 피해자가 일어서 있는 상태에서 기도폐쇄가 되어 의식을 잃고 쓰러졌을 때 대리석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게 되었다면, 피해자의 당시 상태와 일치할 수 있을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너무 낮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나) 부검의 장법의의 법정진술

(1) 급성경막하출혈은 거의 대부분 외력에 의해 발생한다. 피해자 머리 쪽에 출혈이 있고 뇌손상이 있는데 이 손상이 어떤 병적인 원인에서 생긴 것인지 아니면 외력에 의해서 생긴 것인지 봤을 때 오른 볼 부위에 외력이 가해진 흔적이 있기 때문에 외력에 의해서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일반적으로 5세 정도 되는 아기가 스스로 넘어져서 이 정도의 심각한 뇌손상을 일으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2) 일반적인 상황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스스로 넘어져서는 머리 안에 출혈이 생기고 그 이후로 회복되지 않는 정도의 손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 정도의 손상이 일어나려면 최소한 강한 외력이 작용해야 되는데, 그 외력의 근거를 부검에서 볼 때는 오른 볼 부위나 머리 부위 오른쪽으로 외력이 작용해야 그런 것들이 나타날 수 있을 것 같고, 일반적인 높이가 아니라 가속도가 일어날 만한 좀 더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아니면 오른쪽 얼굴 부위를 때려서 그 힘에 의해서 넘어지면서 머리가 부딪치면서 발생한 상황이 훨씬 더 자연스러운 손상이지, 가만히 서 있는 아이가 넘어지는 이런 손상은 조금 어색한 손상이라고 할 수 있다.

(3) 스스로 전도되는 충격으로 경막하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은, 피해자가 의식이 있었다면 스스로 방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은 잘 없을 것 같고, 의식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일반적인 아기한테서 넘어지면서 경막하출혈이 발생하기는 정말 쉽지 않을 거 같다.

(4) 부검결과만 가지고 피해자 나이를 고려할 때 피해자 얼굴과 머리 부위에 외력이 있었던 것은 맞고, 피해자 사인도 머리 부위 손상이고, 이러한 사인은 스스로 넘어지면서 생길 수는 없다 까지는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다) 신경과 전문의 황신경의 법정진술

(1) 사진으로 봤을 때 처음 환자가 촬영한 CT에서는 절대적인 뇌출혈 양이 치명적으로 많지는 않지만 이미 뇌부종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였고, 경막하출혈 같은 경우는 여러 가지 뇌 전단력이라고 해서 신경의 진행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쏠리는 여러 차례 반동이나 진동에 의해서 뇌가 손상당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뇌출혈이 아니더라도 전체적으로 뇌부종이 많이 진행되어 있다고 하는 것은 우측 뇌로 상당한 타격에 물리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진으로 보인다.

(2) (피해 아동의 머리에 발생한 뇌의 중심이 밀려 호흡이 곤란할 정도의 부종은 어느 정도 충격을 받아야 발생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의학적인 입장으로 출혈이 어느 정도 힘에 의해서 발생되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소견서에 첨부한 바 있는 논문에 따르면, 6세 미만 아이들 1775명을 대상으로 특별한 다른 외력이 작용하지 않았을 경우 뇌출혈이 발생했더라도 사망까지 이르는 경우는 없었다고 보고되고 있고, 도구에 의한 외력이나 타인에 의한 외력이 주어졌을 때는 뇌출혈 확률이 6.4%~10%까지 증가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다른 조건들, 바닥의 재질이나 타격점이나 여러 가지 물리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되겠지만, 통상적으로 환자가 단순히 넘어지는 정도로는 이렇게 뇌출혈이 여러 방향으로 발생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3) 통상 뇌에서는 산소가 6~8초 정도만 도달되지 않아도 충분히 의식을 잃거나 떨어질 수는 있다. 다만 몸의 반사작용이라고 하는 것이 개그반사5)라고 해서 기도나 이런 쪽에 이물질이 삽입되거나 어떤 물질이 들어왔을 때는 개그반사가 뇌 데미지가 없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유발되게 되어 있다. 오히려 개그반사가 유발되지 않았다고 하는 상황은 특수한 상황 또는 뇌 데미지가 다른 식의 어떤 상황을 고려해야 하므로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개그반사가 유발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야 될 것 같다.

(4) CT 사진을 보면, 출혈이 보이는 부분이 모두 우측 대뇌반구에 있는 것들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백색의 음영으로 관찰되고 있어 급성경막하출혈로 보는 것이 합당할 것으로 보이고, 출혈의 발생 위치가 한군데로 볼 수 없고, 앞쪽 전두부에서 후두부까지 전부 다 출혈이 퍼져있는 상황이며, 출혈이 발생된 지 2~3일이 지났다고 보기 어려운 상태이고, 수일에 걸쳐서 충격이 발생해서 일어난 출혈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5) 기도폐쇄로 의식을 잃고 아주 딱딱한 바닥에 넘어졌을 때 이 사건과 같은 부상을 입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의학적인 지식으로는 기도폐쇄로 인해 의식을 잃고 쓰러져서 그런 상병을 입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 기도흡인이 되는 상황에서 구역반사나 헥헥거리는 등 다른 전조증상이 이미 나왔을 것이고, 또 기도흡인이 되었다고 해도 바로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자세를 낮추거나 서 있는 자세가 아닌 고개를 숙이거나 앉거나 하면 높이가 낮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머리를 부딪쳤다고 해도 머리에 문제가 생길 확률 자체는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나. 구체적인 판단

이 사건은 피고인의 보호·양육을 받아오던 피해자가 피고인 집 거실 대리석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급성뇌출혈 및 뇌부종으로 의식을 잃고 119 구급대에 의해 울산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어 수술과 보존치료를 받다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고, 피고인의 학대행위를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는 없으므로, 피해자에 대한 부검결과 및 의사의 전문적 소견과 기타 정황 등 간접적인 증거들을 종합해 피고인의 학대로 사망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위 인정 사실과 기록에 의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를 밀쳐 넘어뜨려 머리 부위를 대리석 바닥에 충격시킴으로써, 피해자를 사망케 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1) 조사자 증언의 증거능력 여부 판단

2020. 2. 25. 경찰 2회 조사 시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한 바 있다는 증인 이여청(울산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과 팀장)의 조사자 증언의 증거능력에 관해 먼저 본다.

가) 관련 법리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은 공소제기 전에 피고인을 조사하였거나 그 조사에 참여하였던 자를 포함한 피고인 아닌 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아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따라서 피고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조사경찰관의 증언은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아래에서 행하여졌다면 증거능력이 있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에서 말하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아래에서 행하여진 때’라 함은 그 진술을 하였다는 것에 허위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9도347,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도9452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기록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이 2020. 2. 24. 오후 1시경 경찰 1회 피의자신문을 받은 후 경찰 2회 피의자신문은 다음 날인 2020. 2. 25. 오전 10시경부터 이루어져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한 상태에서 2회 조사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② 경찰 1회 조사뿐 아니라 2회 조사에서도 피고인의 동의 하에 조사 과정 및 진술 내용에 대해 영상녹화가 이루어진 점(증거기록 제207쪽), ③ 경찰 2회 조사 다음 날인 2020. 2. 26. 13:30경 이루어진 피고인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신문절차에서 피고인은 영장 담당 판사 앞에서 2회 조사에서 진술한 바와 같이 범행을 모두 인정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2회 조사 및 영장실질심사가 이루어지고 2020. 2. 28. 검찰에 사건과 신병이 인계되면서 구속송치 피의자 확인서를 작성할 때까지 피고인이 자백한 진술을 번복하거나 재조사를 요구한 바 없는 점, ⑤ 피고인은 경찰 1회 조사시 범행을 부인했다가 2회 조사시 범행을 자백한 경위에 대해 “경찰관이 의사소견을 말해 주어 들어보니, 자신의 주장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아, 무거운 처벌을 면하려고 허위진술한 것이다”(증거기록 355, 356쪽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라고 진술한 이래 법정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이런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바, 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진술을 변경한 과정에서 이여청이 의사의 객관적 소견을 말해 준 것 외에는 피고인에게 자백을 강요하거나 겁박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보이고, 진술변경은 피고인이 오직 스스로 자유롭게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경찰 2회 조사 단계에서 조사경찰관인 증인 이여청 앞에서 한,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는 피고인의 진술은 그 진술에 허위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만한 상태에서 행해졌다고 보이므로, 피고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증인 이여청의 전문진술 부분은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있다.

2) 피해자가 피고인의 학대행위가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머리를 부딪쳐 사망했을 가능성 여부

가) 젤리에 의한 기도폐쇄 가능성 여부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망원인에 관해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 범행이 아니라 피해자가 훈육 도중 먹던 젤리가 목에 걸려 기도폐쇄로 인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서 머리를 대리석 바닥에 부딪쳤다고 주장하나,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이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1) 피고인은 검찰로 사건이 송치돼 조사받을 때까지 피해자 입에서 젤리가 발견된 사실과 이로 인한 질식 가능성에 대해 단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가 갑자기 검찰 조사 단계에서 처음으로 젤리 이야기를 꺼냈다. 아동학대 혐의로 긴급체포됐고, 구속까지 된 피고인 입장에서 피해자 사망원인으로서 매우 중요하다고 보이는 사항을 경찰 조사가 끝날 때까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2) 피고인은 울산아동보호전문기관의 통보를 받고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한 수사관에게 사건 경위에 대해 ‘2020. 2. 23. 20:00경 피해자가 말을 듣지 않아 무릎을 꿇게 하고 훈육하던 중 고함을 치자 아동이 갑자기 옆으로 넘어지며 뾰족한 모서리에 머리가 부딪쳐 울산대병원에 왔다’고 진술했다가, 같은 날 22:50경 병원 4층 수술인 가족 대기실에서 피고인과 대면한 수사관에게는 ‘엉덩이를 수회 때리고 무릎을 꿇어앉힌 후 고함을 치니 갑자기 왼쪽으로 넘어져 머리를 대리석 바닥에 부딪쳐 구토를 하고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후송했다’고 진술했고(증거기록 7쪽), 이 진술은 경찰 1회 조사에서도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 검찰에서는 대체로 경찰 1회 조사시 진술 내용을 유지하면서도 젤리에 의한 기도폐쇄 이야기를 처음 언급하고, 훈육시에도 화를 참으면서 평소처럼 했다고 진술했다. 이처럼 피고인은 사건 경위에 관해 조사가 거듭되면서 진술 내용이 변경되거나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고 있다.

(3) 피고인은 이 법정에서는 ‘피해자를 훈육하면서 엉덩이를 몇 차례 때린 후 무릎을 꿇고 손을 들고 있게 했으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울지 않았고, 언성을 높인 적이 없다’고 진술했으나, 유일하게 이 사건 현장에 있었던 서친모는 수사기관과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처음에는 조근조근 타이르듯이 말했는데 시간이 좀 지나서 소리도 크게 지르고 윽박지르듯이 소리 지르고 애가 울기 시작한 게 한 10~15분 정도였다’, ‘남편이 그렇게 화나서 소리지르고 화내는 모습은 처음 봤다’고 진술(증거기록 153, 155쪽)하였는바, 피고인과 서친모의 진술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4) 피고인은 이 법정에서 젤리가 목에 걸려 피해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후 입안에서 젤리를 꺼낸 전후의 상황에 대한 재판장의 거듭된 질문에, ‘피해자가 바닥에 쓰러졌을 때 헐떡이면서 약하게 숨을 쉬고 있었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쓰러졌을 때 처음에 캑캑거리다가 꺼냈을 때는 숨을 좀 많이 쉬었다’고 했으며, 곧이어 ‘캑캑거리는 것을 보았느냐’는 질문에 ‘대놓고 캑캑거리는 것은 없었고 소리 약하게 헉헉거렸다’고 하는 등 젤리가 목에 걸려 쓰러졌다는 피해자의 당시 상태에 대해 분명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손가락을 넣어서 젤리를 꺼냈느냐는 질문에 ‘우선은 꺼냈다’고 하다 곧이어 ‘깊숙이 찔러서 빼냈느냐’는 질문에 ‘손가락을 깊숙이 그 정도는 아니었고, 손가락을 얼마만큼 넣었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하는 등 젤리를 꺼내는 상황에 대해서도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5) 피고인은 검찰에서 ‘피해자가 일어서다 갑자기 왼쪽으로 쓰러지면서 머리를 부딪쳤다’고 진술했고, 서친모 역시 검찰과 이 법정에서 ‘피해자가 왼쪽으로 쓰러져 있었다’고 진술했으나, 피해자에 대한 진단서 및 부검결과 등에 의하면 피해자는 우측 머리 부분에 심한 외력을 입은 것으로 나오는바, 피고인과 서친모의 위 진술은 객관적 사실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6) 검찰 및 법정에서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하는 진술을 한 서친모의 진술은 아래 사정으로 볼 때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가) 서친모는 사건 발생 당시 출동한 경찰에게 ‘거실에서 쿵 하는 큰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아이가 구토 증상 보이며 정신을 잃은 상태였고, 그 전 상황은 안방에 있어 목격하지 못했다’고 진술했고(증거기록 7~8쪽),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훈육하는 모습을 실제 보지는 못했고, 소리만 들었다. 쿵 소리에 놀라서 나와봤더니 애가 쓰러져 있었다’고 진술했다(증거기록 153쪽). 그런데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부터 ‘방문을 살짝 열어 놓고 피고인과 눈을 마주치며 훈육하는 모습을 다 보고 있었다’고 진술을 변경했고(증거기록 538쪽), 법정에서도 훈육하는 모습을 봤다는 취지로 진술해, 사건 당시 목격 여부에 대해 진술을 완전히 변경하고 있다.

(나) 서친모는 이 법정에서, ‘피해자가 훈육하는 도중에도 젤리를 오물거리며 먹고 있었고, 피해자가 쓰러진 후 입안에 젤리가 걸려있었다’고 진술했는데, ‘당시 피고인이 이전에 겪어보지 못할 정도로 화를 내고 고성을 지르며 피해자를 훈육했고, 이에 놀라 피해자가 경기를 일으켰다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하면서도 피해자가 그 와중에 젤리를 계속 오물거리며 먹고 있었다는 서친모의 진술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다) 서친모 역시 피고인과 마찬가지로 경찰 조사 단계에서는 젤리 이야기를 단 한 번도 꺼낸 적이 없다가 검찰 조사 단계에 이르러서야 젤리에 의한 질식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피고인이 젤리 이야기를 꺼낸 시점과 비슷한 시기에 젤리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점에서 그 진위에 의구심이 들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사망원인으로 매우 중요할 수 있는 사항을 사건 발생 초기에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라) 서친모는 2020. 3. 11.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후 조사 과정에서 언급한 젤리에 의한 질식사 가능성에 대한 증거자료로 사용해 달라면서, 피해자가 쓰러진 후 입안에서 꺼냈다는 젤리와 포장지, 피해자 입안과 입 주위를 닦은 물티슈를 제출한 바 있으나(증거기록 377~381쪽), 앞서 본 바와 같이 ① 피고인과 서친모의 젤리에 관한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점, ② 피고인은 이 법정에서 ‘피해자 입안에서 꺼낸 젤리는 바로 버렸다’고 진술한 점, ③ 피고인이나 서친모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 전혀 젤리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도, 사건 당일인 2020. 2. 23.로부터 17일이나 지난 2020. 3. 11.까지 피해자 입안에 있던 젤리를 계속 보관하고 있다가 검찰 조사 단계에 이르러서야 제출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서친모가 검찰에 제출한 위 젤리 등이 피해자가 먹다 기도를 막은 그 젤리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렵다.

나) 사건 당일 이전 다른 원인으로 머리에 충격을 받아 이미 경막하출혈이 발생 했을 가능성 여부

피고인과 변호인은, 사건 발생 수일 전 피해자가 놀이터에서 놀다 이마에 멍이 드는 등의 일로 인해 머리에 충격을 받아 이미 경막하출혈이 발생해 약한 전조증상이 있었고, 이로 인해 사건 당시 갑자기 쓰러졌을 가능성 혹은 피해자가 미숙아로 태어나 여러 질병을 앓은 바 있는데, 이와 같은 피해자의 건강 상태가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주장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사건 당일과 근접한 2020. 2. 14. ~ 2020. 2. 21.까지의 유치원 CCTV 영상을 보면, 유치원에서 피해자의 멍든 상처가 생길 만한 일이 전혀 확인되지 않으며, 오히려 2020. 2. 17. 월요일 영상에서는 담임교사 곽교사가 출근 후 피해자를 유심히 살펴본 후 얼굴의 상처를 발견하고 사진을 찍고 약을 발라주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증거기록 430~431쪽).

(2) 서친모는 피해자가 사건 발생 2~3일 전부터 자주 넘어지고 졸려 하는 등 힘없는 모습이 관찰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고, 피고인의 변호인은 그 근거로 피해자가 응급실에 입원한 후 작성된 간호정보조사지(증거기록 67쪽) 기재를 제시하고 있으나, 위 조사지 기재는 서친모가 병원에서 한 진술을 그대로 기재한 것에 불과하고, 피해자가 사건 발생 수일 전부터 위와 같은 증상을 겪고 있었다고 인정할 아무런 객관적인 자료가 없을 뿐 아니라 유치원 담임교사 곽교사와 원장 박원장의 진술 내용, 유치원 CCTV 영상을 살펴봐도, 피해자가 그런 증상을 보인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도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서친모는 피해자가 그와 같은 증상을 보여 토요일인 2020. 2. 22.에 병원에 데리고 가려고 했으나 토요일이 되니 상태가 괜찮아서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았다고 진술하기도 했고, 사건 당시 훈육 전후의 집안 상황에 대한 피고인과 서친모의 진술 내용을 살펴봐도 피해자가 사건 발생 전 그런 증상을 보였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 위와 같은 여러 사정을 고려해 볼 때, 만약 피해자가 어떤 원인으로 충격을 받아 경막하출혈이 생겼고, 전조증상이 나오기 시작했다면, 그 증상이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심해졌을 것으로 보이므로, 서친모의 위 진술은 그대로 믿기가 어렵다.

(3) 출생증명서 기재에 의하면 피해자가 출생 당시 몸무게 2.56㎏이었고, 임신 기간 35주 5일 만에 출생하긴 했으나, 피고인이 제출한 피해자에 관한 의료기록을 살펴봐도 폐렴이나 기관지염, 감기나 비염 등으로 치료받은 적이 자주 있을 뿐 특이한 병력은 발견되지 않는다. 피해자의 CT 영상에 대한 소견서를 작성한 의사 황신경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의 변호인이 ‘피해자가 미숙아로 태어나서 출생 1년 이후부터 호흡기질환을 앓아 최근까지 치료를 받았는데, 이러한 환자의 상태가 일반적인 유아보다 더 약한 충격에도 경막하출혈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는가’라고 질문하자 ‘그럴 가능성을 생 각하기는 어렵다. 약하다고 하는 개념이 호흡기 부분에 국한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 것이 대뇌발달이나 이런 부분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 어떤 병력이라는 부분들이 없었다면 그런 부분들을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했다.

3) 기타 사정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응급실에서 피해자를 진찰한 의사 홍의사, 부검의 장법의, CT 영상에 대한 소견서를 작성한 의사 황신경 모두 대체로 피고인이 변소하는 바와 같이 젤리에 의해 기도폐쇄가 되어 자발적 낙상에 의해 이 사건과 같은 정도의 외상을 입을 가능성은 극히 낮고, 그보다 머리에 가해진 훨씬 큰 외력에 의한 충격으로 발생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공통적인 의견을 진술하고 있는데, 이에 근거하면 위 피고인의 변소 내용이 아닌 피고인이 경찰 2회 조사에서 자백한 내용처럼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머리에 충격을 받아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나) 피고인은 검찰에서 ‘제가 바로 앞에서 지켜본 바로는 피해자가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천천히 옆쪽으로 넘어갔고, 피해자가 의도적으로 자해를 하기 위해 머리를 바닥에 처박는 동작으로 바닥에 넘어진 것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라고 진술하고 있는데(증거기록 357쪽), 위에서 살펴본 의사, 부검의 등의 법정진술 내용을 볼 때 그런 상황에서의 충격 정도로는 피해자가 입은 정도의 심한 외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인다.

다) 사건 당시 피고인의 아파트 바로 윗집에 거주하는 이웃 주민 김○○은 수사관에게 ‘사건 당시 쿵쿵 소리를 들었는데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는 정확하지 않고, 당시 쿵 하는 한 번의 소리가 너무 커서 지진인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쿵쿵하는 소리가 2~3회 울렸다’고 진술했고(증거기록 208쪽), 서친모는 검찰에서 ‘애들이 식탁 의자에서 뛰어내릴 때 나는 소리보다 더 컸다‘고 진술했으며, 피고인도 이 법정에서 ’피해자가 쓰러지면서 쿵 소리가 크게 났는데, 소리가 평소보다 크게 났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피고인이 주장한 피해자의 쓰러질 때의 상황에서는 도저히 위와 같은 정도의 충격음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라) 결론적으로, 앞서 살펴본 정황을 모두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 즉 ① 피고인과 서친모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가 쓰러질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를 나무라며 훈육하고 있었고 주위에는 서친모 외에는 아무도 없었던 점, ② 당시 상황을 목격했다는 서친모의 진술은 앞서 본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점, ③ 서친모는 아동학대 방임에 대한 본인의 책임을 면하고, 남편인 피고인을 위해 허위진술을 할 개연성이 충분히 존재하는 점, ④ 앞서 본 전문의들의 일관되고 일치된 소견은, 강한 외력에 의해 바닥에 심하게 머리를 부딪치지 않고서는 발생할 수 없는 결과인 것이 명백한 점, ⑤ 이러한 전제 하에서, 피고인이 훈육 도중 피해자의 머리를 바닥에 강하게 부딪치게 한 사정 이외에 달리 합리적으로 피해자의 이 사건 부상 및 사망을 설명할 방법이 없는 점, ⑥ 피고인이 주장하는 젤리에 의한 기도폐쇄 및 전도로 인한 부상 가능성은 앞서 본 여러 정황으로 볼 때 터무니없는 허위주장으로 보이고, 기타 사정으로 인한 사망은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극히 예외적 경우로 보일 뿐 아니라, 피해 아동의 뇌손상 상태는 강한 충격에 의해 단시간에 발생한 것이라는 것이 의사들의 일관된 소견인 점, ⑧ 이런 모든 사정에다 피고인이 경찰 조사 시 임의로 자백한 정황이나 꾸며낸 이야기로 볼 수밖에 없는 젤리 변소를 하면서까지 범행을 은폐하려는 정황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범행은 직접적 증거의 부재에 불구하고,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5년∼30년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유형의 결정]

체포·감금·유기·학대범죄 > 03.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중상해·치사 > [제2유형] 아동학대치사

[특별양형인자]

- 가중요소: 학대의 정도가 중한 경우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가중영역, 징역 6년∼10년

[일반양형인자]

- 가중요소: 6세 미만의 미취학 아동을 상대로 한 범행

3. 선고형의 결정

가. 이 사건은, 피고인이 의붓아들인 피해자의 머리를 세게 밀쳐 대리석 바닥에 부딪히게 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피고인에게 이 사건 이전에 동종 범행이나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 전력 없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피고인의 범행으로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생명의 상실이라는 막중한 결과가 야기된 점, 자신이 보호하고 양육하는 나이 불과 5세의 방어능력 없는 어린 아동에 대한 범행인 점, 뇌출혈과 뇌부종으로 뇌가 한쪽으로 쏠릴 정도의 심한 폭행을 가한 점, 수사기관 이래 법정에 이르기까지 터무니없는 변소로 일관하면서 범행사실을 적극 부인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는 점, 평소에도 훈육을 이유로 피해자를 자주 구타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을 가질 만한 여러 정황이 엿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죄책에 상응한 처벌을 면할 수 없다.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나. 아동학대의 심각성과 폐해를 다시 한번 인식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함을 강조하고자 몇 마디 부기한다.

1) 훈육의 리스트에 폭력의 자리는 없다

가정은 인간의 삶이 시작되는 최초의 장이자, 인간 형성의 가장 중요한 사회화의 장으로 인간의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정 내에서 아동과 청소년은 가족원들로부터 심리적·정서적 지지를 받고, 부모는 양육과 보호를 제공하고, 사회의 가치와 요구를 가르치며 사회적 경험을 확장하는데 기본이 되는 자아 개념 및 자율성을 증진시킴으로써, 자녀가 보다 유능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가족구성원에게 폭력을 마구 휘두르고, 저항할 수 없는 어린 아이를 학대하는 행위는 인간 생존의 최소 단위와 영혼을 파괴하는 씻을 수 없는 범죄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행동방식을 심어 주는 훈육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적절한 훈육이 없다면 아이들은 걷잡을 수 없이 망가진다. 그러나 훈육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훈육의 리스트에 폭력은 있을 수 없다. 사랑의 매란 없다. 사랑과 매만 있을 뿐이다. 사랑이 폭력을 수반하면, 사랑은 잊히고 폭력만 각인된다. 폭력이 수반된 훈육은 사랑도 아니다. 때린 사람의 착각일 뿐이다. 자신은 사랑이었다고 믿지만 뒤돌아 생각해 보면 그 폭언과 매에 사랑만 담기지 않았었음을 그도 안다. 그가 알면 아이들도 안다. 사랑과 폭력을 쉽게 준별하고 분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어림도 없다. 절대 구분할 수 없다. 그렇기에 폭력은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훈육이든, 사랑이든, 어떤 명목에서도 아예 쓸 수 없는 방식이 있음을 선언해야 한다. 체벌과 폭언이 훈육에 있어 즉각적이고 효과적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아이들은 계속되는 폭력이 두려워 잠시 말을 듣는 척 할 뿐이다. 폭력이 정말 나쁜 건 유전된다는 점이다. 맞아 본 사람이 훨씬 더 잘 때린다.

2) 아동학대는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2013년 울산에서 발생한 ‘이서현양 학대 사망 사건’은 전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2000년 영국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출신의 빅토리아 클림비(Victoria Climbie, 1991~2000)라는 소녀가 몸에 128군데 상처를 입고 장기손상과 영양결핍 등으로 사망한 사건이었다. 수사결과 클림비를 입양한 이모할머니와 그녀의 남자친구가 수년간 상상하기 어려운 학대를 지속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영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건 클림비가 처참한 몰골로 복지센터에 맡겨진 적이 여러 번 있었고, 그 과정에서 아동보호기관·병원·경찰이 클림비를 도울 기회가 최소한 십여 차례 있었는데도 이를 모두 놓쳤다는 사실이었다. 영국 의회와 정부는 클림비의 죽음을 계기로 아동학대방지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2년에 걸쳐 조사한 다음 400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이것이 바로 아동보호 프로그램의 바이블로 불리는 ‘클림비 보고서’다. 영국은 이 보고서를 토대로 처벌에서 예방 중심으로 아동법을 고치고, 조기 발견과 지역사회 참여를 이끌어내는 아동보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대대적인 제도 개선을 이끌어냈다.

이서현양 사건을 계기로 우리 국회와 민간단체 역시 진상조사위를 꾸려 이 사건의 경위에 대해 상세히 조사한 후 국내 유일의 아동학대 보고서인 '이서현 보고서'를 2014년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클림비 보고서'의 한국판으로도 불린다. 이서현 보고서에 의하면, 서현이의 학대 사실이 확인된 건 사망 2년 전, 유치원 교사의 신고에 의해서였다. 이 교사는 "1년 전과 두 달 전에도 학대 흔적을 발견했다"라며 '지속적인 학대 '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원가정 보호조치'를 결정했다. 이 상담원이 서현이를 직접 만난 건 처음 신고가 들어온 직후 두 번뿐이었다. 이후 두 달간 학대 행위자인 계모 및 친부와 전화 상담만 했다. 그런데도 그사이 서현이의 아동학대 위험성 점수는 꾸준히 하락했다. 아이를 보지도 않고 ‘보호자를 두려워하는 것이 나아졌다, 아동이 무표정한 것이 사라졌다’고 평가했던 것이다. 이런 개입조차 서현이 가족의 이사로 아예 끊어졌다. 그 후 울산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한 서현이는 다리가 부러지고 양손과 발에 화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까지 했지만, 누구도 학대를 의심하지 않았고, 결국 서현이는 숨질 때까지 국가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동교육 및 보호기관과 의료종사자들의 아동학대 신고에 미흡한 점이 많다. 이 사건의 경우 역시, 사건 발생 며칠 전에 피해아동의 얼굴과 몸에 유치원에서 발생하지 않은 멍과 상처가 발견되었음에도, 유치원 측에서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은 채 아동학대 신고를 하지 않았다. 피해아동을 최초로 진찰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아동학대 의심통보를 한 응급실 의사 홍의사는 이 법정에서, “아동학대 신고자로 이름이 올라가면, 진료도 못 하고 고생할 뿐 아니라, 보호자가 어떻게 알고 와서 행패를 부리기도 하기 때문에, 의료현장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워한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도 아동학대 신고를 하지 않으려 하고, 아무래도 자신이 경험이 많다 보니 자신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고 진술한 바 있다. 아동 관련 기관이나 의료종사자들의 부주의나 무관심 및 방임으로 예방하지 못하거나, 드러나지 않은 사건들이 상당수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클림비와 서현이 사례에서 보듯, 아동학대는 아동 관련 종사자와 학대 의심 가정 주위 사람들의 세심한 관심과 주의, 신속하고 적극적 개입, 이를 통한 예방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3) 아동학대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이서현양 사건을 계기로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됐다. 이 법을 통해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법원, 수사기관 및 아동보호기관 등이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고, 피해아동에 대한 보호서비스뿐 아니라 가해자에 대한 제재조치에 대한 많은 규정이 마련되었음에도, 아동학대 사건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사망자 수도 매년 서른 명 내외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2018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총 36,417건이었고,6) 확인 결과 아동학대로 밝혀진 사례는 24,604건이었다. 피해아동의 연령은 만 13~15세의 아동이 전체의 24.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만 10~12세가 22.1%, 만 7~9세가 17.3%로 나타났다. 피해아동의 가족유형은, 친부모가족이 13,546건(55.1%), 친부모가족 외 형태는 8,682건 (35.3%)이었다. 학대행위자의 연령은, 40대 11,065건(45.0%), 30대 6,520건(26.5%), 50대 3,926건(16.0%), 20대 1,866건(7.6%) 순이었다. 학대행위자와 피해아동과의 관계는 부모가 18,919건(76.9%)으로 가장 많았는데, 친부 10,747건(43.7%), 친모 7,337건(29.8%), 계부 480건(2.0%), 계모 297건(1.2%) 순이었다. 서현이 사건은 피고인이 계모라는 사정 때문에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조사결과에서 보다시피 이는 편견이다. 피해아동에 대한 조치는, 원가정보호가 지속된 경우가 20,164건(82.0%)으로 가장 많았고, 분리조치는 3,287건(13.4%)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24,604건 중 학대행위자를 고소·고발한 경우는 7,988건(32.5%)이었다. 최근 5년간 아동학대 사례 중 2018년에 다시 신고접수 된 재학대 사례는 총 2,543건으로서 전체 학대 중 10.3%였다. 2018년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총 28명이었으나, 이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접수 된 아동학대 사례만을 기초로 한 통계이므로 수사기관을 통한 신고 건수를 포함하면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2017년은 전체 아동학대 22,367건에 사망자는 37명이었다). 사망 아동은 만 1세 미만이 10명(35.7%), 만 1세가 8명(28.6%), 만 4세와 5세, 7세가 각각 2명(7.1%) 순이었다. 사망 아동의 가구소득은 소득 없음이 35.7%(10명), 100만 원 이상 150만 원 미만과 300만 원 이상이 각각 3명(10.7%)이었다. 학대행위자의 직업은 무직이 40.0%(16명)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이 주부 16.7%(5명)였다.

4) 마지막 호명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한겨레신문 탐사기획팀 다섯 기자는 2008년부터 2014년 사이 우리나라에서 학대로 사망한 아동의 실태를 꼼꼼하게 조사한 후《아동학대에 관한 뒤늦은 기록》이라는 책을 펴낸 바 있다. 이 책에는 신체 학대와 방임으로 인한 사망 외에, 신생아 살해, 동반 자살이라는 이름으로 왜곡된 ‘살해 후 자살’까지 사망한 아동이 263명이라고 기술되어 있다. 그 아이들은 “소풍 가고 싶어요”, “마이쭈 먹고 싶어요”라고 말했다고, 식탐이 많다고, 자주 운다고, 대소변을 못 가린다고, 부모에게 맞고 학대당하고 방치되다 사망했다. 그 다섯 기자는 아동학대의 참혹한 현실을 기록하여 고발하고,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이들을 반드시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263명 아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했다. ‘민희, 태수, 민기, 시혁, 윤아, 승리, 재원, 지호 준성, 재혁, 인영, 진우, 은율, 신, 지아, 지혜, 사랑…’

당원 역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선고할 때마다 죽은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이 이름이 아동학대로 스러져간 마지막 이름이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다시 참담한 심정으로, 이 아이들 이름에 이름 하나를 더한다. 아이의 부모가 귀하게 살라고 ‘나라이름 ○’에, ‘임금 ○’자를 써서 이름을 지어준 아이, 바로 ‘○○’다. 학대로 숨져간 아이의 이름이 바뀔 때마다 당원의 소망이 그저 부질없는 기대였음을 통절하게 절감하지만, 그럼에도 세상에는 끝까지 놓을 수 없는 희망이 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 최소한 아이들이 어른들의 잘못된 선택과 판단으로 쉬이 스러지지 않는 세상에 대한 희망만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얼마나 더 많은 아이들이 죽어야만 그런 세상에 도달할 수 있을까. 우리의 무관심과 방임을 환기시키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은 아이들이 스러져야 하는가. 아직도 숫자가 부족한가. 그렇지 않다. 세상을 일깨우기 위한 희생은 최초의 한 아이만으로도 이미 충분했다. 부족한 건 언제나 공감과 행동뿐이다.

아이들의 목숨조차 온전히 지켜주지 못하면서, 무슨 복지를 논하고, 어떤 이념을 따지며, 어떻게 정의를 입에 올릴 수 있는가. 우리는 과연, 책무를 다하고 있는가.

무 죄 부 분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7. 11. 1.경 피해자 강아동(남, 5세)의 친모 서친모와 재혼하였고, 2019. 12. 28.경 서친모가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출산한 피해자를 대구에 있는 외가에서 데려와 양육하여 오던 중, 피해자가 평소 엄마인 서친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식사를 할 때 얼굴을 그릇 가까이 가져가서 먹는 등 식사 태도가 불량하고 버릇없이 행동한다는 이유로 체벌을 가해왔다.

가. 피고인은 2020. 2. 21. 20:00경 울산 북구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피해자가 공부를 하면서 문제를 반복하여 틀리는 등 집중하지 않고 학습 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양손으로 피해자의 뺨을 4회 때렸다.

나. 피고인은 2020. 2. 22. 20:00경 위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피해자가 공부하기 싫어하는 것에 격분하여 손바닥으로 피해자의 뺨을 강하게 3회 때렸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양쪽 뺨에 붉은 멍이 들도록 하는 등으로 2회에 걸쳐 아동인 피해자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 위를 하였다.

2. 판단

증인 이여청의 법정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경찰 2회 조사에서 2020. 2. 21. 20:00경 피해자의 뺨을 4대, 다음 날인 2. 22. 20:00경 피해자의 뺨을 3대 때린 사실이 있고, 이마에 든 멍이나 코에 긁힌 자국을 제외한 다른 부분은 자신이 그랬다고 자백한 바 있다. 위 진술 내용에 피고인의 휴대폰에 있는 2020. 2. 23.자 피해자 얼굴 사진과 같은 날 응급실에 입원한 후 촬영한 피해자 얼굴, 허벅지 등의 피하출혈 사진(증거기록 49~55, 299~300쪽)에서 확인할 수 있는 피해자의 몸에 든 멍의 부위나 색깔 등의 상태 및 증인 홍의사의 관련 법정진술 내용을 더해 보면, 정확히 위 각 일시는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피해자가 응급실에 입원한 2020. 2. 23. 이전 무렵 피고인이 피해자를 때

려 멍이 들게 한 것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2020. 2. 23.자 피해자 얼굴 사진에 멍 자국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그 멍이 피고인의 신체적 학대행위로 인한 것인지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없고, 설령 피고인의 폭행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 각 공소사실 중 어느 일시의 범행으로 인한 것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운 점, ② 서친모가 2. 23. 피고인에게 보낸 ‘○○ 쳐맞고 공부 안 한대서 놀이터 갔다 왔더만’이라는 카카오톡 문자 내용 중 ‘○○ 쳐맞고’라는 내용이 같은 날 피고인이 피해자를 때렸다는 의미인지, 서친 모가 피해자를 때렸다는 의미인지도 분명치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를 찍은 사진, 서친모의 카카오톡 내용 등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증인 이여청의 법정진술을 뒷받침해 피고인이 이 부분 각 공소사실 기재 범행을 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결론

따라서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위 무죄 부분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박주영

판사 김도영

판사 정의철

주석

1) 공소장에는, 아래와 같이 기재되어 있으나,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을 무죄로 판단하는 이상, 피고인이 평소 체벌을 가했다거나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다는 공소장 기재는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므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이 없는 범위 내에서 공소장 기재를 범죄사실과 같이 수정하였다. “피고인은 2017. 11. 1.경 피해자 강아동(남, 5세)의 친모 서친모와 재혼하였고, 2019. 12. 28.경 서친모가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출산한 피해자를 대구에 있는 외가에서 데려와 양육하여 오던 중, 피해자가 평소 엄마인 서친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식사를 할 때 얼굴을 그릇 가까이 가져가서 먹는 등 식사 태도가 불량하고 버릇없이 행동한다는 이유로 체벌을 가해왔다. 피고인은 2020. 2. 23. 19:45경 위 피고인의 주거지 거실에서, 위와 같이 피해자에 대한 폭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하여 오던 중 피해자가 버릇없이 행동하면서 말대꾸를 하고, 비웃는 표정을 짓는 등 피고인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에 순간 격분하여 손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세게 밀쳐 피해자로 하여금 전도되면서 대리석 거실 바닥에 머리 부위를 강하게 부딪치도록 함으로써 피해자에게 우측 궁륭부1)의 외상성 경막하출혈상 등을 가하였다.”

2) 궁륭부 : 대뇌 볼록부(cerebral convexity), 대뇌 중 뇌 주름이 깊게 겹쳐지는 곳

3) 산대(散大) : 퍼져서 커다랗게 됨. 죽을 때가 되어 눈동자가 열리는 일.

4) 글래스고혼수척도(Glasgow coma scale), 의식장애의 국제적인 평가분류법

5) Gag reflex : 구토반사, 구역반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인후부 뒤쪽의 수축에 의해 이물이 들어오는 것을 저지하는 반사작용을 말한다.

6) 보건복지부, 《2018 아동학대 주요통계》(가장 최근의 통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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