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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방법원 2019.10.31. 선고 2016가합105693 판결
손해배상(의)
사건

2016가합105693 손해배상(의)

원고

1. A

피성년후견인이므로 법정대리인 성년후견인 B

2. B

3. C

4. D

피고

재단법인 E

변론종결

2019. 9. 5.

판결선고

2019. 10. 31.

주문

1. 피고는 원고 A에게 40,000,000원, 원고 B에게 20,000,000원, 원고 C, D에게 각 10,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6. 1. 1.부터 2019. 10. 31.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각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 A과 피고 사이에 발생한 부분의 19/20는 원고 A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하고, 원고 B, C, D와 피고 사이에 발생한 부분의 1/2은 위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A에게 863,758,558원 및 그 중 350,000,000원에 대하여는 2016. 1. 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나머지 513,758,558원에 대하여는 2016. 1. 1.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원고 B에게 위자료 30,000,000원, 원고 C, D에게 위자료 각 20,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2016. 1. 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원고 A은 피고가 운영하는 F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에서 아래와 같은 내용의 수술 및 진료를 받은 사람이다. 원고 B은 원고 A의 배우자이고, 원고 C, D는 자녀들이다.

나. 진료 경위

1) 원고 A은 약 10년 전부터 경부 통증이 있었다. 그런데 2015. 10. 중순경 언덕에서 넘어져 통증이 악화되었고, 뼈가 신경을 누르고 있으니 큰 병원을 가보라는 권유로 피고 병원에 내원하게 되었다.

2) 피고 병원은 원고 A에게 MRI 검사 등을 시행한 후 경추의 척수증 및 후종인대골화증 진단을 하였고, 두 차례 수술을 계획하였다.

원고 A은 2015. 11. 23. 피고 병원 의료진(주치의 : G, 집도의 : H)으로부터 후궁절제술 및 나사못 삽입술(이하 '1차 수술'이라 한다)을 받았고, 같은 달 27. 후궁성형술, 분절 나사못 고정술 및 자가골 이식술(이하 '2차 수술'이라 한다)을 받았다. 1차 수술과 2차 수술의 결과는 양호하였다.

3) 2차 수술 당시 원고 A은 전신마취를 하였고, 코를 통한 기관지 튜브 삽입 방법으로 호흡을 하였다. 2차 수술 후 원고 A은 기관 내 튜브가 삽입된 상태로 인공호흡기의 도움과 자가 호흡을 하였고 중환자실에 입원하였다.

다. 기관지 튜브 발관 및 응급처치

1) 원고 A의 주치의인 G은 2015. 11. 28. 12:35경 원고 A의 기도에 삽입된 기관지 튜브를 빼기 위하여 테스트를 하고 발관을 시작하였다(이하 '이 사건 발관'이라 한다).

2) 그런데 기관지 튜브가 제거되자, 원고 A은 후두 부종에 의한 기도폐쇄로 호흡을 할 수 없었고, 피고 병원의 의료비상팀의 응급조치로 목숨은 구했지만,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이다.

3)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이 사건 발관 및 응급조치 과정에서 진행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라. 원고 A의 현재 상태

1) 피고 병원 의료진은 원고 A에 대하여 2015. 11. 29. 뇌 MRI, 같은 해 12. 7. 뇌 CT, 2015. 12. 11. 뇌 MRI 영상검사를 하였는데, 저산소성 뇌손상 상태가 인정되었다.

2) 원고 A은 치료를 통하여 더 이상 개선 가능한 증상은 없으나, 치료를 중단할 경우 욕창 및 합병증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악화방지를 위하여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3) 원고 A은 치료가 종결된 후에도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원고 A의 장애는 모든 연령 및 직업 계수와 관계없이 노동능력상실률 100%의 영구장애상태임이 인정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28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 및 감정보완촉탁 결과(이하 '이 사건 진료기록 감정결과'라 한다), 이 법원의 I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요지

피고 병원 의료진은 아래와 같은 의료상 과실 내지 설명의무 위반으로 원고 A에게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게 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피고 병원 의료진에 대한 사용자로서 또는 진료계약의 당사자로서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원고들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가. 의료상 과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발관 과정에서 기도 폐색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응급처치를 적절히 수행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해태하여 원고 A으로 하여금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게 하였다.

나. 설명의무 위반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발관 과정에서 후두경련, 후두부종, 기관지 분비물 등에 의한 기도 폐쇄로 심각하고 중요한 합병증의 위험이 있다는 점에 대하여 설명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3. 판단

가. 이 사건 발관 및 응급조치 과정의 과실에 관하여

1)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의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의 여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가 극히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서 피해자 측에서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 이를테면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할 것이지만, 이 경우에도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 과실의 존재는 환자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지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41863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 및 갑 제1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이 사건 진료기록 감정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 사건 발관 및 응급조치 과정에서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의료상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이 사건 발관 과정

(1) 일반적으로 발관이 늦어지거나 그 시기를 놓치는 경우, 기관내관에 의한 기도의 손상, 불필요한 안정치료, 근육약화, 인공호흡기 의존증 등과 같은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환자의 발관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신속히 발관을 하는 것이 환자의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

발관을 할 때에는 기관지 삽입 튜브에 의한 기관지 자극으로 후두부종이 있기 때문에 통상 아래와 같은 테스트를 거쳐서 진행한다.

(가) 환자의 상태가 안정적인지 육안으로 확인한다.

(나) 압력보조법(Pressure support)이나 T-piece법으로 자가호흡가능 여부를 확인한다.

(다) 후두경련, 후두부종 등과 같은 합병증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Cuff-Leak Test를 시행하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발관조치를 진행한다.

(2) 이 사건 발관은 2015. 11. 28. 12:42경 시행되었고, 그 전에 피고 병원 의료진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확인하였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가) 당시 원고 A은 의식이 명료하였고 호흡 상태 등이 안정적이었다.

(나) 2015. 11. 28. 12:30경 T-piece 50%를 적용한 후 원고 A의 자가 호흡 가능 여부를 테스트하였는데, 호흡곤란이나 가슴 답답함을 호소하지 않았다.

(다) 같은 날 12:35경 cuff leak test를 5차례 시행하였는데, 튜브를 막고 호흡을 내뱉을 때 공기 누출(leak)이 있음을 침대 옆에서 확인하였다.

(3) 이 사건 진료기록 감정결과에 따르면, 발관 이전 테스트에서 정상적으로 반응한 환자가 발관 후 후두 부종이 되고 기관지 수축이 발생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일이 아니므로 예견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사건 발관 과정에서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4) 원고들은, 원고 A에게 앰부 배깅 시 저항감이 있었고, 수술 후 지속적으로 인공호흡기를 사용하였으므로, 피고 병원 의료진은 발관검사를 한 후 즉시 발관하는 것보다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후 자발적인 호흡만으로 잘 견디는지 충분한 시간동안 검사를 한 후 발관을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사건 진료기록 감정결과를 통하여 인정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발관 이전에 T-piece 50%를 적용한 후 원고 A의 자가 호흡 가능여부를 테스트하였는데, 호흡곤란이나 가슴 답답함을 호소하지 않았다. 피고 A이 뇌손상에 이르게 된 원인은 자가 호흡 가능여부가 아니라 발관 후 발생한 예견할 수 없었던 기관지 수축과 후두 부종 때문이다(2019. 2. 26.자 감정서 제5면).

(나) 원고들의 주장처럼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후 자발적인 호흡만으로 잘 견디는지 충분한 시간동안 검사를 한 후 발관을 하더라도, 발관 후 예상할 수 없는 기관지 수축과 후두 부종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원고 A의 자가 호흡을 확인하고 이 사건 발관을 시행한 이상, 인공호흡기 제거와 발관 사이에 충분한 시간을 두지 않은 것을 의료상의 과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 응급조치 과정

(1) 일반적으로 발관 후 환자에게 후두부종 등 기도 수축에 따른 호흡곤란이 발생하면, 기관지 튜브를 재삽입할 수 있으면 즉시 시행하여야 하고, 재삽입할 수 없으면 산소공급을 할 수 있게 산소마스크 사용과 앰부 배깅을 하여야 한다. 그래도 회복되지 않는 경우에는 기관 절개를 하여야 한다.

(2) 이 사건 발관은 2015. 11. 28. 12:42경 이루어졌다. 발관 직후에는 정상적인 호흡을 하였기 때문에 재삽입을 하여야 하는 위험성은 없었으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호흡곤란으로 원고 A이 발작을 일으켰다. F병원 의료진은 앰부 백을 이용하여 호흡 보조를 수행하며 의료비상팀에 도움을 요청하였다. 의료비상팀이 도착한 후 윤상갑상연골 절개술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였고, 결국 기관절개술을 실시하여 같은 날 13:00경 마무리되었다.

(3) 담당 의사의 주시 하에 이 사건 발관 직후 발생한 기도폐쇄에 대한 응급조치가 시행되었다. 환자가 호흡곤란 상태에 빠지고 2분가량 경과한 후 의료비상팀이 도착하여 이후의 구호조치를 시행한 것은 상당히 신속하게 응급조치가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4) 비록 실패하기는 하였으나 기관내관 발관 후 협착음(post-extubation stridor)을 의심하여 상부기도 폐쇄를 가정하고 윤상갑상연골 절개술(cricothyrotomy)을 시도한 것도 매우 합리적인 판단이며, 적절한 응급조치였다. 또한 심정지 인지 후의 심폐소생술(CPCR) 시작이나 윤상갑상연골 절개술 실패에 따른 기관절개술(tracheotomy) 처치까지 매우 적절하게 수행되었다.

(5) 윤상갑상연골 절개술의 경우 최근 연구들을 통해 해당 술기 자체의 실패율이 10% 가량임이 보고되므로, 술기의 성공 여부만으로 행위 자체의 적절 여부를 따질 수는 없다.

(6) 피고 병원 의료진은 2차 수술 후 급성기도폐색을 우려하여 원고 A을 중환자실에 입실시켰고, 중환자실에는 통상적으로 발관과 관련된 응급조치에 사용할 수 있는 재삽입 기구와 약제 등이 통상적으로 준비되어 있다.

(7) 이 사건 진료기록 감정결과에 따르더라도,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가) 응급상황이 발생한 이후 즉각적인 판단을 통해 신속히 윤상갑상연골 절개술을 시도하였고, 그 직후 심정지가 발생하여 심폐소생술(CPCR)과 함께 기관절개술을 수행하였다. 이 모든 과정이 14분가량의 짧은 시간 내에 발생하였음을 고려할 때, 응급조치 과정에서 피고 병원 의료진의 특별한 과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나) 응급조치의 적절성 여부는 성공 여부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조처를 하였는지가 관건이며, 본 건의 경우는 가능한 최선의 방법을 시도하였음에도 목적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의학적 판단에 의하면 적절하였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역으로 갑작스런 기도폐쇄로 인해 사망할 가능성이 높던 환자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적절한 응급조치를 통하여 뇌손상은 동반되었지만 생존한 것으로 예후가 호전되었다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

나. 설명의무 위반에 관하여

1) 일반적으로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 응급환자의 경우나 그 밖에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진료계약상의 의무 내지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당해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고, 의사의 설명의무는 그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으며, 그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당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그 발생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설명의무는 침습적인 의료행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의사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상의 조치로서, 그 의무의 중대성에 비추어 의사로서는 적어도 환자에게 설명한 내용을 문서화하여 이를 보존할 직무수행상의 필요가 있다고 보일 뿐 아니라, 통상적인 의료행위에 비해 오히려 긴급을 요하는 응급의료의 경우에도 의료행위의 필요성, 의료행위의 내용, 의료행위의 위험성 등을 설명하고 이를 문서화한 서면에 동의를 받을 법적 의무가 의료종사자에게 부과되어 있는 점, 의사가 그러한 문서에 의해 설명의무의 이행을 증명하기는 매우 용이한 반면 환자 측에서 설명의무가 이행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는 성질상 극히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측에 설명의무를 이행한 데 대한 증명책임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 · 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 및 법체계의 통일적 해석의 요구에 부합한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 및 을 제4, 27, 33, 37, 3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하는 아래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 병원 의료진이 원고 A에게 이 사건 발관 과정의 위험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가) 통상 기관 내 삽관을 할 때에는 기관 내 삽관술 신청서 및 동의서(을 제31호증)에 서명을 받는다. 위 서식에는 삽관 및 발관 과정에서 발생하는 후유증 내지 합병증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피고 병원 의료진은 원고 A이나 그 대리인으로부터 위 서식에 서명을 받지 않았다.

나) 주치의인 G이 원고 A에게 1차 및 2차 수술을 나눠서 하는 이유와 위험성,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경추운동범위 저하 및 신경손상 가능성 등에 관하여 설명하고 각 수술동의서를 받은 사실은 인정된다.

하지만, 1차 및 2차 수술동의서에는 기관 내 삽관의 부작용으로, 기도 구조물(치아, 입술, 성대, 식도 등)의 손상 및 불편감, 수술 후 인후통, 성대마비, 경추 손상 등이 기재되어 있을 뿐이다. 따라서 1차 및 2차 수술동의서만으로 발관 후 후두부종을 포함한 기도수축에 의한 호흡곤란과 저산소성 뇌손상과 같은 이 사건 발관 과정의 위험성이 설명되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

원고들은 을 제33호증(수술동의서, 2015. 11. 27. 2차 수술)의 진정성립을 부인하나, 을 제37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을 제33호증의 진정성립이 인정된다고 판단된다.

(1) 주치의 G은 1차 및 2차 수술동의서를 받을 때 사전에 의료정보시스템에 등록한 자신의 이미지 서명을 이용하여 이를 동의서 양식에 끌어 써서 출력하였다. 2차 수술동의서 출력 일시가 2015. 11. 26. 9:56경으로 2차 수술 전날임을 알 수 있고, 서명의 형태도 1차 수술동의서와 동일하다.

(2) 2차 수술동의서의 생년월일 란에는 'J'이, 이름 란에는 'K'이 기재되어 있다. 위 생년월일과 이름은 원고 B이 집에서 따로 사용하는 것으로 제3자가 쉽게 알 수 없다.

다) 피고는 을 제35호증(중환자실 입실동의서)에 이학적 소견으로 '급성기도폐색'이 기재되어 있으므로, 원고 A에게 이 사건 발관의 위험성에 대하여 설명을 하였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을 제35호증의 진정성립을 부인한다.

을 제34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하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고려하면,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을 제35호증의 진정성립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부족하다. 따라서 을 제35호증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1) 피고는 각 동의서 내용 중 환자 측이 기재한 부분은 환자 정보(이름, 생년월일), 서명, 대리 서명 사유 체크 등이라고 한다. 그런데 원고들이 성립을 인정한 을 제34호증(MR검사동의서)과 을 제35호증을 비교하면 글씨체와 서명이 전혀 달라 동일인이 작성한 문서라고 보기 어렵다.

(2) 을 제35호증에는 수기로 기재된 작성일시나 객관적인 출력일시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피고는 2차 수술동의서와 중환자실 입원동의서가 같이 작성되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위 문서들을 동일인이 같이 작성하며, 2차 수술동의서에는 'K'으로, 중환자실 입원 동의서에는 'B'으로 각 기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3) 원고 B의 주민번호 앞자리는 'L'인데, 중환자실 입실동의서에는 'M'으로 다르게 기재되어 있다. 또한, 대리인(환자와의 관계) 란에도 다른 동의서는 배우자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중환자실 입실동의서에는 B이라는 이름만 기재되어 있다.

라) 을 제35호증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2차 수술 전에 원고 A에게 이 사건 발관 과정에서의 위험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였음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3)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수술 등을 하여 환자에게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환자 측에서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 대한 위자료만을 청구하는 때에는 의사의 설명 결여 내지 부족으로 인하여 선택의 기회를 상실하였다는 점만 증명하면 족하고, 설명을 받았더라면 사망 등의 결과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까지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결과로 인한 모든 손해를 청구하는 때에는 그 중대한 결과와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내지 승낙 취득 과정에서의 잘못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하며, 그때의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내지 치료행위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보호하기 위한 점에 비추어 환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구체적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 A에 대한 치료는 1차 및 2차 수술이 미리 계획되어 있었고, 2차 수술은 전신마취로 기관 내 삽관이 필요하였으며, 수술 후 중환자실 입실도 예정되었다. 이 사건 발관 및 응급조치 과정에서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의료상의 과실도 없었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병원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과 원고 A의 중대한 장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 A이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에 대한 위자료만을 인정한다.

4) 소결론

피고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이 사건 발관에 앞서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병원 의료진의 사용자인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를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 발관의 경위와 그로 인한 장해의 정도 등을 비롯하여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모두 고려하여 위자료 액수를 원고 A 40,000,000원, 원고 B 20,000,000원, 원고 C, D 각 10,000,000원으로 정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 A에게 40,000,000원, 원고 B에게 20,000,000원, 원고 C, D에게 각 10,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들이 구하는 2016. 1. 1.부터 피고가 이 사건 이행의무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9. 10. 31.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심태규

판사 이봉락

판사 신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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