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8고정651 명예훼손, 업무방해
피고인
A
검사
김희송(기소), 서지원(공판)
변호인
변호사 남규석(국선)
판결선고
2018. 11. 30.
주문
피고인을 벌금 2,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소송비용은 피고인이 부담한다.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2016. 3. 30.경 모친 B(2016. 7. 8. 사망)이 서울 동대문구 C에 있는 피해자 D이 운영하는 '○○○○의원'에서 약 처방을 받은 후 사망하자 피해자의 처방으로 인하여 모친이 사망하였다고 생각하고 피해자에 대하여 악감정을 품게 되었다.
1. 명예훼손
피고인은 E와 공모하여 2017. 3. 21. 10:00경부터 같은 날 17:00경까지 다수의 행인들이 통행하는 피해자의 병원 앞에서, 사실은 피고인의 모친은 담낭암으로 사망하였고 피해자의 약처방으로 인하여 사망한 것이 아님에도, "살인을 멈추어라. D 원장은 약물 과다처방으로 살인행위를 멈추어라. 살인자 D 원장"이라는 내용이 기재된 나무 팻말을 목에 걸치고 1인 시위를 하거나 가로수 나무에 전시하여,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이를 비롯하여 피고인은 E와 공모하여, 2017. 3. 21.경부터 같은 해 4. 5.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10회에 걸쳐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2. 업무방해
피고인은 E와 공모하여 제1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제1항 기재와 같이 피해자의 병원 앞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피해자의 병원 운영 업무를 방해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D의 법정진술
1. A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1. F, E에 대한 각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1. G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1. 고소인 제출 증거사진 자료, 고소인 제출 추가 증거사진 자료, 고소대리인 제출 증거자료(서울북부지법 민사 결정문, 의사소견서)
1. 소견서, H병원 사실조회 회신
1. 수사보고(현장사진 첨부 보고), 수사보고(I 전화통화 및 의사소견서 첨부)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형법 제307조 제2항, 제30조(명예훼손의 점, 포괄하여), 형법 제314조 제1항, 제313조, 제30조(업무방해의 점, 포괄하여)
1. 상상적 경합
1. 형의 선택
벌금형 선택
1. 노역장유치
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1. 가납명령
1. 소송비용부담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피고인과 변호인은,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적시하지 않았고, 설령 허위사실을 적시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허위사실인 점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2. 판단
가. 형법 제307조 제2항의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에서 적시된 사실이 허위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세부적인 내용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면 이를 허위라고 볼 수 없으나,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지 않는다면 이를 허위라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행위자가 그 사항이 허위라는 것을 인식하였는지 여부는 성질상 외부에서 이를 알거나 증명하기 어려우므로, 공표된 사실의 내용과 구체성, 소명자료의 존재 및 내용, 피고인이 밝히는 사실의 출처 및 인지 경위 등을 토대로 피고인의 학력, 경력, 사회적 지위, 공표 경위, 시점 및 그로 말미암아 예상되는 파급효과 등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범죄의 고의는 확정적 고의뿐만 아니라 결과 발생에 대한 인식이 있고 그를 용인하는 의사인 이른바 미필적 고의도 포함하므로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역시 미필적 고의에 의하여도 성립한다(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3도12430 판결 등 참조).
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병원 운영 업무를 방해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고, 나아가 피고인에게 허위사실인 점에 대한 인식 역시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1) 피해자가 피고인의 요청으로 피고인의 어머니 B(이하 '망인'이라 한다)을 실제 진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이 와파린 정제를 반알 먹었다고 하는 말만 듣고, 기존 투약량이나 망인에 대한 혈액검사 등을 하지 않은 채 1정당 5mg의 제일와파린정 반알(2.5㎎) 처방하였는데, 망인은 직전에 다른 병원에서 1정당 2㎎의 대화와르파린나트륨반알(1mg)을 처방받아 복용하였던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제일와파린정과 대화와르파린나트륨은 와파린나트륨을 성분으로 한 혈액응고저지제로서 그 기능이 동일하고, 와파린나트륨의 경우 유지용량이 1일 2~10㎎으로, 피해자가 처방한 투약랑 자체가 불필요한 과다처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투약량을 정함에 있어서 피해자에게 망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H병원 외과의 J의 사실조회 회신 결과에 의하면, 와파린나트륨의 체내 생물학적 반감기를 고려할 때 복용 중단 시점으로부터 최대 10일까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데, 망인은 2016. 4. 15.경 K병원에 입원할 무렵 피해자로부터 처방받은 제일와파린정 복용을 중단하였고, 2016. 5. 6.경 H병원에 내원하기 10일 전부터 다시 와파린나트륨을 복용하기도 하다가(이때는 K병원에서 처방한 와파린나트륨을 복용한 것으로 보인다) 2016. 7. 8.경 사망하였는바, 그 시간적 간격, 피해자로부터 처방받은 와파린나트륨 복용 중단 이후 다시 와파린나트륨을 복용한 점 등에 비추어 망인의 사망에 피해자가 처방한 와파린나트륨의 영향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망인은 피해자 병원에 내원하기 전부터 폐색전증 증상으로 와파린나트륨정제를 복용하여 왔고, 혈액검사 결과에 따라 잠시 중단하다가도 다시 이를 복용해야 하는 상태였다.
2) J의 사실조회 회신 결과에 의하면, 망인이 겪은 점진적인 혈색소 감소나 혈변 등의 증상은 와파린나트륨의 증량 복용 외에도 망인의 암으로 인한 만성 빈혈증상일 수 있고, 궤양, 염증, 출혈 등의 이상 반응 역시 일반적인 약물 이상반응으로 와파린나트륨의 복용량을 늘린 것과 직접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K병원 의사 L은 망인의 사망원인에 관한 소견서에서, '진행성 담도암으로 인한 전이 및 합병증으로 십이지장궤양, 담관염 및 패혈증이 발생하였고, 보호자에게도 담도암의 진행으로 인하여 사망하였을 가능성을 설명하였다'고 기재하고 있고, 피해자 역시 망인의 사망 이후 피고인이 피해자를 찾아왔을 당시 와파린나트륨의 복용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관련이 없다고 설명하였다.
망인이 사망 당시 90세의 고령인데다 담도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고, 피해자가 처방한 와파린나트륨의 복용시기와 망인의 사망시점 등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의료전문가의 판단은 충분히 신뢰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명확하고 합리적인 근거 없이 그들의 설명은 배제한 채 인터넷 검색 자료의 단편적인 내용만을 근거로 하여 피해자의 와파린나트륨 처방만을 망인의 사망원인으로 단정하고 있다.
4) 피고인은 망인이 사망한 2016. 7. 8.경으로부터 약 8개월이 지난 시점에 이르러서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는데, 피고인으로서는 형사고소나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방법으로 충분히 망인의 사망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충분하였음에도 이러한 절차를 취한바 없다. 망인의 사망시점으로부터 상당시간 지난 이후이므로 피고인이 망인의 사망으로 인한 충격이나 혼란스러움으로 인하여 충동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되었다고도 볼 수 없다.
5) 피고인은 피켓에 '피해자가 약물을 과다처방하여 망인이 사망하였다'는 취지의 내용만 기재하였을 뿐, 실제 망인이 90세의 고령에 담도암 말기 환자인 사실이나, 구체적인 투약시기 등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기재하지 않았다. 이러한 피켓의 기재내용이나 앞서 든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피켓 기재 문구는 단순히 세부적인 내용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표현이 과장된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
3. 결론
따라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판사
판사 황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