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의 성립 요건
[2] 강박에 의한 법률행위가 무효로 되기 위한 요건
[3]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의무부담의 의사표시가 강박으로 인하여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
판결요지
[1]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고 하려면 상대방이 불법으로 어떤 해악을 고지함으로 말미암아 공포를 느끼고 의사표시를 한 것이어야 한다.
[2] 강박에 의한 법률행위가 하자 있는 의사표시로서 취소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무효로 되기 위하여는, 강박의 정도가 단순한 불법적 해악의 고지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도록 하는 정도가 아니고, 의사표시자로 하여금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박탈한 상태에서 의사표시가 이루어져 단지 법률행위의 외형만이 만들어진 것에 불과한 정도이어야 한다.
[3]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의무부담의 의사표시가 강박으로 인하여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
참조판례
[1] 대법원 1979. 1. 16. 선고 78다1968 판결(공1979, 11758)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다25120 판결(공1993상, 595) 대법원 1996. 4. 26. 선고 94다34432 판결(공1996상, 1667) 대법원 2000. 3. 23. 선고 99다64049 판결(공2000상, 1028)
[2] 대법원 1996. 10. 11. 선고 95다1460 판결(공1996하, 3285) 대법원 1997. 3. 11. 선고 96다49353 판결(공1997상, 1062)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38152 판결(공1998상, 870) 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다56031 판결(공2003상, 368)원고,피상고인
원고 1 외 1인
피고,상고인
피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동주)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소외 1은 1995. 11. 28. 소외 2, 소외 3으로부터 그들 소유인 거제시 장목면 구양리 소재 이 사건 2필지 임야를 평당 7,000원씩에 매수한 사실, 피고들은 원고 1로부터 거제도에 원자력발전소가 설치될 계획인데 그 곳에 부동산을 미리 매입해 두면 2배 이상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원고 1의 소개로 1995. 12. 9. 소외 1로부터 이 사건 2필지 임야를 평당 15,000원씩 합계 227,250,000원에 매수한 사실, 피고들은 1997. 5.경부터 수시로 원고들이 사는 아파트에 찾아가 거제도 원자력발전소 건립계획이 처음부터 없었고 부동산의 실제 거래가격도 평당 7,000원에 불과함에도 원고 1과 소외 1이 짜고 피고들을 속여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들의 손해를 배상하지 않으면 "○○○ 대통령의 친구(원고 1)가 사기쳤다."고 언론기관에 진정하고 원고 1을 사기죄로 처벌받게 하겠다고 윽박지른 사실, 이에 원고들은 피고들의 괴롭힘과 협박을 면하기 위하여 1997. 5. 6. 원고들이 피고들에게 246,000,000원을 같은 해 6. 30.까지 지급하고 원고 2 소유의 구리시 소재 아파트 및 남양주시 소재 연립과 동인의 아들 소외 4 소유의 강원 영월군 소재 토지에 관한 근저당권설정 및 가압류 서류를 교부하는 내용의 지불각서(갑 제1호증)를 작성해 주었고, 원고 2는 같은 해 5. 22. 위 구리시 소재 아파트에 관하여, 같은 해 10. 18. 위 남양주시 소재 연립에 관하여 각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사실, 또한 원고 1은 1997. 7. 25. 위 구리시 소재 아파트를 같은 해 8. 25.까지 매도하여 그 매각대금 중 100,000,000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이행각서(갑 제2호증)을 작성해 주었고, 원고들은 피고 1에게 40,000,000원을 지급한 사실, 한편 피고 1, 피고 2는 1997. 8. 27. 위 지불각서의 채권을 내세워 위 구리시 소재 아파트를 가압류하였고, 같은 해 11. 6.에는 위 아파트에 관하여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1998. 12. 22. 그 경매대금 중 78,076,227원을 배당받았으며, 제3자에 의하여 경매신청된 위 남양주시 소재 연립의 경매대금 중 8,173,084원을 배당받기도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들이 피고들의 이 사건 2필지 임야 매수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책임질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의 괴롭힘과 협박을 면하기 위하여 진의에 반하여 위 지불각서와 이행각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므로 위 지불각서와 이행각서는 무효이고 원고들은 그에 기한 채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고, 또한 피고들이 원고들을 괴롭히고 협박하여 위 각서들을 교부받고 근저당권을 설정받고 가압류신청을 하고 경매신청을 하여 배당받은 행위는 전부 포괄하여 원고들에 대하여 불법행위가 되므로 피고들은 그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되, 다만 원고들도 피고들에게 위 각서들을 써주고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고 현금을 지급하고도 장기간 방치한 잘못이 있으므로 피고들의 배상책임을 70%로 제한한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 중 위 각서들에 기한 채무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인용하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부분은 일부 인용하였다.
2.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고 하려면 상대방이 불법으로 어떤 해악을 고지함으로 말미암아 공포를 느끼고 의사표시를 한 것이어야 하고 ( 대법원 1979. 1. 16. 선고 78다1968 판결 , 1996. 4. 26. 선고 94다34432 판결 , 2000. 3. 23. 선고 99다64049 판결 참조), 강박에 의한 법률행위가 하자 있는 의사표시로서 취소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무효로 되기 위하여는, 강박의 정도가 단순한 불법적 해악의 고지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도록 하는 정도가 아니고, 의사표시자로 하여금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박탈한 상태에서 의사표시가 이루어져 단지 법률행위의 외형만이 만들어진 것에 불과한 정도이어야 한다 (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39152 판결 , 2002. 12. 10. 선고 2002다56031 판결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들은 원고들의 이웃에 거주하는 자들로서 평소 원고들과 친하게 지내오던 중 원고 1의 권유와 소개로 이 사건 2필지 임야를 소외 1로부터 매수하게 되었으나 위 원고가 말한 원자력발전소 건립계획 유무나 거래가격에 있어 속았다는 생각이 들자 원고들을 찾아가 대책을 촉구하는 과정에서 위 지불각서, 이행각서가 작성되었던 것이며, 지불각서에서 원고들이 피고들에게 지급하기로 한 246,000,000원은 피고들이 원고들을 통하여 지급하였다는 이 사건 2필지 임야의 매매대금 227,250,000원과 등기소요비용을 합한 금액인 점, 원고 1은 피고들에게 소외 1을 소개하여 손해를 보게 한 것에 대하여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금 40,000,000원을 지급하기도 하고 위 구리시 소재 아파트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1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도 한 것인데, 일단 피고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나중에 소외 1로부터 돈을 받을 생각으로 그렇게 한 것이라고 진술하기도 하였고(기록 718면), 억울하였지만 꼭 협박과 욕을 얻어 먹어서라기 보다는 ○○○ 당시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하여 희생하기로 마음먹고 피고들이 초안잡은 이행각서를 자진하여 인정해 준 것이라고 진술하기도 한 점(기록 288면), 원고 1은 고등학교 교감까지 지낸 자이고 ○○○ 당시 대통령과 친구사이라는 것임에도 지불각서나 이행각서를 작성할 당시 피고들이 원고들을 협박하였다고 경찰에 신고한 바 없으며, 원고 2는 지불각서를 작성한 1997. 5. 6.로부터 10여 일이 경과한 같은 해 5. 22. 각서의 내용에 따라 위 구리시 소재 아파트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5개월이 경과한 같은 해 10. 18. 위 남양주시 소재 연립에 관하여도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고, 피고들이 원고들을 상대로 사기죄 등으로 고소한 이후인 1997. 10. 말경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원고들은 근저당권말소소송을 제기하고 형사 맞고소를 제기하면서 강박에 의하여 위 각서들이 작성되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 시작한 점, 피고들이 원고들에게 심한 욕설과 협박을 하는 말을 들었다는 취지의 소외 5의 진술(기록 405면, 614면)과 소외 6의 진술(기록 441면, 834면, 844면)은 그들이 그와 같은 말을 듣게 된 경위나 들은 장소, 그 내용 등에 있어서 석연치 않은 측면이 있는 한편 소외 6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당시 원고 1이 일의 경위를 설명하고 피고들을 이해시키려고 했었다는 것인 점 등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비록 피고들이 원고들로부터 위 지불각서, 이행각서를 작성받는 과정에서 다소 고성이 오가고 진정이나 처벌에 관한 언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 각서들에 기한 원고들의 의무부담 의사표시가 원고들에게 가하여진 강박으로 인하여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 각서들이 법률행위의 외형만을 갖추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나아가 앞서 든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각서들에 기한 원고들의 의무부담 의사표시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취소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원고들이 피고들의 강박에 의하여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에서 위 각서들을 작성한 것이라는 취지에서 위 각서들이 무효라고 판단하고 나아가 이를 전제로 피고들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였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를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