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영업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하면서 잔금은 회사의 채권·채무를 정산하여 지급하기로 하였으나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 잔금에 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아니하여 별도의 정산 합의를 한 사안에서, 정산 합의에 따른 양도인의 급부와 그 반대급부인 양수인의 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2]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의 성립 요건 및 해악을 고지하는 강박행위의 위법성 판단 기준
[3] 계약을 해제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는 제반 사정상 ‘위법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까지 할 수 없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택시운송사업 경영면허권 및 주식 전부에 관한 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하면서 잔금은 회사의 채권·채무를 정산하여 지급하기로 하였으나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 잔금에 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아니하여 별도의 정산 합의를 한 사안에서, 정산 합의에 따른 양도인의 급부와 그 반대급부인 양수인의 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점의 근거로 든 사정들은 모두 타당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위 정산 합의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2]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고 하려면 상대방이 불법으로 어떤 해악을 고지함으로 말미암아 공포를 느끼고 의사표시를 한 것이어야 하는바, 여기서 어떤 해악을 고지하는 강박행위가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는 강박행위 당시의 거래관념과 제반 사정에 비추어 해악의 고지로써 추구하는 이익이 정당하지 아니하거나 강박의 수단으로 상대방에게 고지하는 해악의 내용이 법질서에 위배된 경우 또는 어떤 해악의 고지가 거래관념상 그 해악의 고지로써 추구하는 이익의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부적당한 경우 등에 해당하여야 한다.
[3] 계약을 해제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는 제반 사정상 ‘위법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까지 할 수 없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04조 [2] 민법 제110조 제1항 [3] 민법 제110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6다4199 판결 [2] 대법원 2000. 3. 23. 선고 99다64049 판결 (공2000상, 1028) 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2다73708, 73715 판결 (공2003상, 1286)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해승 담당변호사 이장수외 1인)
피고, 상고인
피고 1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 태평양 담당변호사 고현철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1. 원심의 판단
가. 인정사실
피고 1은 자신의 오빠인 제1심 공동피고 2와 함께(이하 합쳐서 ‘피고 등’이라 한다) 2004. 10. 12. 피고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 겸 최대 주주인 원고와 피고 회사의 택시운송사업 경영면허권 및 주식 전부에 관하여 총 양도대금을 30억 2,600만 원으로 하여 양수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고, 같은 날 원고에게 계약금 3억 원, 2004. 10. 31.경 중도금 12억 원을 각 지급하고 피고 회사의 운영권을 인수한 후, 2004. 11. 1.부터 피고 회사를 경영하기 시작하였고, 피고 1은 2004. 11. 22.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에 취임하였다.
원고와 피고 등은 이 사건 계약 체결시 잔금은 제세공과금과 차량할부금을 공제하고 피고 회사의 채권·채무를 상계한 다음 지급하기로 하였는데, 원고는 잔금 15억 2,600만 원에서 채무액과 채권액의 차액(800,422,308원 - 173,449,564원)을 공제한 899,027,256원의 지급을 구하였으나, 피고 등은 채무액과 채권액의 차액(2,371,891,685원 - 166,234,648원)에서 잔금 15억 2,600만 원을 공제한 679,657,037원을 오히려 반환할 것을 요구하여, 서로 이견이 좁혀지지 아니하였다.
원고는 피고 회사의 이사와 감사이던 소외 1, 2, 3, 4와 함께 2005. 1. 28. 피고 등과, 원고가 피고 등에게 1억 원을, 피고 회사에게 차고지 임대차보증금 명목으로 3억 원을 각 반환하는 것으로 정산을 종결하는 것을 포함하여 합의(이하 ‘이 사건 정산 합의’라고 한다)를 한 다음, 피고 등에게 1억 원, 피고 회사에 3억 원을 각 지급하였다.
나. 판단
(1) 불공정한 법률행위 여부
이 사건에 있어, ① 원고는 피고 등으로부터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잔금으로 피고 회사의 채권·채무 등의 정산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15억 2,600만 원, 원고가 자인하는 결산 금액을 공제할 경우 899,027,236원을 지급받아야 하나, 이 사건 정산 합의로 인하여 원고는 피고 등으로부터 잔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피고 등에게 1억 원을, 피고 회사에게 3억 원을 지급한 반면, 피고 등은 원고에 대한 위 잔금지급채무를 면하고 그에 더하여 원고로부터 1억 원을 지급받았고, 피고 회사도 3억 원을 지급받은 점, ② 매출액 누락과 관련하여, 피고 등은 원고에게 원고가 피고 회사를 경영하면서 977,839,434원의 매출액을 누락하여 피고 회사에게 동액 상당의 세금이 부과될 것이 예상된다고 하면서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잔금에서 위 금액을 공제할 것을 집요하게 요구하였으면서도 정작 이 사건 정산 합의에서는 위 매출액 누락과 관련한 세금 부담의 종국적 책임을 원고에게 부과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정산 합의 후에 피고 회사가 위 매출액 누락과 관련하여 별도로 세금을 부과받았거나 세금을 납부하지도 않은 점, ③ 차고지 임대차보증금은 당초 이 사건 계약상 잔금 정산의 대상이 아니고 그 보증금반환채권이 피고 회사의 채권으로 승계될 경우 채무와의 상계 대상이 되도록 약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계장부에 기재된 임차보증금채권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그에 해당하는 금액의 공제를 요구하였고, 한편 원고는 피고 회사를 경영하면서 위 소외 3에게 차고지 임대차보증금으로 5,000만 원을 지급하였음에도 탈세 목적으로 임대차보증금을 3억 원으로 한 허위의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무당국에 신고하였으며, 피고 회사의 대차대조표에도 그와 같이 계상하였던 것에 불과한 것인 점, ④ 그 밖에도 피고 등이 제시한 결산서는 그 구체적인 계정과목에 있어서 이 사건 계약의 취지에 반하거나 근거 없이 금액이 부풀려 있는 점, ⑤ 피고 1의 지시로 이 사건 계약 과정에 관여한 소외 5가 2004. 11.경 원고에게 매출액 누락을 거론하며 이를 잔금에서 공제할 것을 요구하고 불응할 경우 형사상 및 조세상으로 문제삼을 수 있다고 한 점, ⑥ 피고 등은 정산 과정에서 매출액 누락 등과 관련하여 향후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면서 잔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물론 나아가 679,657,037원의 지급을 요구하였고, 이에 불응할 경우에는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하고 2,415,758,625원의 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하여 원고로 하여금 피고 등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압박한 점, ⑦ 원고는 피고 등으로부터 받은 계약금과 중도금 대부분을 사채 변제와 체불임금 지급 등으로 사용하여 이 사건 계약이 해제되는 경우 피고 등에게 해제에 따른 금전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형편에 처한 데다가 이미 피고 회사의 경영권을 넘겨준 상태에서 이 사건 정산 합의를 하게 되었고, 원고가 경영난으로 피고 회사를 처분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던 피고 등으로서는 위와 같은 원고의 형편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정산 합의 당시 원고는 매출액 누락으로 인하여 자신에게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피고 등이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할 경우 막대한 채무를 부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빠져 있는 정신적 궁박 상태에 있었고, 그러한 불안감 속에서 잔금을 수령하기는커녕 도리어 피고측에게 4억 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수용하게 되었으며, 피고 등으로서는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와 정산과정에서 원고의 경제적 형편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 원고가 섣불리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할 수 없고 또 매출액 누락과 관련하여 향후 발생할지도 모를 법적 문제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으므로, 원고의 궁박한 상태를 인식하면서 이를 이용하여 이 사건 정산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정산 합의는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
(2) 강박에 의한 법률행위 여부
가사 이 사건 정산 합의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피고 등이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잔금지급채무를 면하고 나아가 지급한 돈 중 일부를 돌려받기 위하여 원고에게 매출액 누락 등을 법적으로 문제삼을 수 있고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하여 막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니 피고 등이 작성한 결산서를 인정하라고 위협하여, 이에 두려움을 느낀 원고가 잔금채권을 포기함은 물론 피고측에 4억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하였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정산 합의는 강박에 의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이 사건 정산 합의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는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민법 제104조 에 규정된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 그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정산 합의가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기 위해서는 우선 그에 따른 원고의 급부와 그 반대급부인 피고 등의 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6다4199 판결 참조).
원심이 이 사건 정산 합의를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본 근거인 위 1. 나. (1)의 ① 내지 ④의 점을 살펴본다.
먼저 위 ①의 점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은 잔금 정산시 반드시 원고가 피고 등으로부터 일정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고와 피고 등은 당초 이 사건 계약시 일단 전체 양도대금을 ‘차량등록대수 × 대당 가격’의 방식으로 결정한 다음, 계약금과 중도금은 금액을 특정하여 지급하되, ‘잔금’은 실사를 거쳐 피고 회사의 각종 채권채무를 정산한 다음 그 차액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었으므로(이 사건 계약서 제5조), 잔금의 정산 결과 반드시 피고 등이 원고에게 일정금액을 지급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원고가 이미 받았던 계약금과 중도금 중 일정금액을 반환하여야 할 경우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원심의 위 논거는 그 전제의 타당성을 인정할 수 없어 부당하다.
다음으로 ②의 점에 관하여 보면, 이 사건에서 당사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매출액 누락분’이란, ‘누락된 매출액수’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매출액 누락으로 인하여 피고 회사에 부과될 세금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원심의 이 부분 판시는, “이 사건 정산 합의서 제1항에서 ‘매출액 누락분’이 있음을 이유로 이를 잔금에서 공제하였으면 추후 부과될 세금 등은 피고 등이 부담하여야 할 것인데도, 이 사건 정산 합의서 제4항은 추후 부과될 세금 등도 원고가 부담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그 결과 원고는 잔금도 공제당하고 세금도 부담하게 되는 등 2중의 손해를 보게 되었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이 사건 정산 합의서 제1항은 “법인 정산과 관련하여 차이가 있는 부분은 양수인의 정산서를 인정키로 한다. 기타 결산서 세부 항목에 대하여는 양수인의 정산에 따름에 합의하고 정산 내용에 포함되지 아니한 항목은 양도인( 원고)이 책임을 지기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4항은 “양도기준일 이전에 발생한 모든 부분에 대하여 자료의 유출(세무자료 포함) 또는 기타 그 외의 사유로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시에는 양도인 전원이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기로 하고 이의 증명을 위하여 기존 등기이사의 개인 인감을 첨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매출액 누락분’에 대한 세금은 ‘양수인의 결산서’에 기재되어 있기 때문에 이 사건 정산 합의서 제1항에 의하여 정산이 이루어진 것이므로 더 이상 원고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제4항에 기재된 ‘세무자료로 인한 법적인 문제’는 ‘양수인의 결산서’에 포함되지 않은 사유로 인한 세금 부담(즉, 위 ‘매출액 누락분’ 이외의 사유로 인하여 부과될 세금)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결국, 이 사건 정산 합의서는 ‘매출액 누락분’을 이유로 잔금을 공제하는 대신 이후 그에 대한 세금은 피고 등이 부담하는 취지로 볼 것이므로, 그와 반대의 해석을 전제로 한 원심의 위 논거도 부당하다.
또한 ③의 점에 관하여 보면, 원심은 이 부분 판시는 “차고지 임대차보증금은 처음부터 잔금 정산의 대상이 아니므로 피고 등이 이를 이유로 잔금의 감액을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고, 실제 임대차보증금도 피고 등이 반환을 주장한 3억 원이 아니라 5,000만 원에 불과하였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먼저 차고지 임대차보증금이 잔금 정산의 대상이 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택시회사에 있어 차고지는 영업에 필수적인 시설인 점, 이 사건 계약은 ‘피고 회사의 영업권 전체’를 일체로 양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으므로 ‘차고지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도 ‘재산’의 일부로서 이 사건 계약의 목적물에 포함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한 점, 이 사건 계약 제15조도 차고지 및 건물을 현황 그대로 피고 회사에 존속시킬 의무를 원고에게 부여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임대차보증금도 마땅히 잔금 정산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따라서 원고가 이를 임대인으로부터 임의로 반환받았다면, 마땅히 피고 등 또는 피고 회사에 반환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임대차보증금의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기록에 의하면, 피고 회사는 원래 ○○운수산업으로부터 차고지 및 지상 건물을 임차하여 사용하고 있었는데, 원고의 처 소외 3이 위 부지 및 건물을 매수한 다음 피고 회사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던 사실, 피고 등은 피고 회사를 양수한 뒤 대차대조표에 임대차보증금이 3억 원 상당으로 기재되어 있는 것을 알고, 소외 3에게 시설 개보수를 해 주지 않으면 차고지를 이전할 것이니 임대차보증금을 환불하여 달라고 요청하면서 임대차보증금이 3억 원으로 되어 있는 임대차계약서를 첨부한 사실, 소외 3은 “원고에게 2004. 10. 31. 임대차보증금을 환불하였다”고 회신하였고, 원고도 피고 등에게 “임대차보증금은 2004. 10. 31. 소외 3으로부터 반환받았다”고 자인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 원고는 이 사건 정산 합의시까지 실제 보증금은 5,000만 원이라는 주장을 전혀 하지 않다가 이 사건 소송이 제기된 뒤에야 비로소 실제 보증금은 5,000만 원이라고 주장하며 임대차보증금이 5,000만 원으로 기재된 임대차계약서들을 제출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원고가 진정한 임대차보증금의 액수를 숨긴 결과, 원고와 피고 등은 이 사건 정산 합의시 임대차보증금이 3억 원이고 이를 원고가 임의로 반환받아 갔음을 전제로 원고가 다시 3억 원을 피고 회사에 반환하기로 합의한 것이므로, 실제 임대차보증금이 얼마이든 간에 당사자들이 보증금이 3억 원임을 전제로 반환을 합의한 이상 그 효력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④의 점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의 이 부분 판시는, 위 ‘매출액 누락분’ 및 ‘차고지 임대차보증금’ 외의 다른 항목에 관한 설시로 이해되나, 기록을 상세히 살펴 보더라도 원심의 이러한 판단의 근거를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아무런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아니한 채 추상적으로 “피고가 제시한 결산서는 그 구체적인 계정과목에 있어서 이 사건 계약의 취지에 반하거나 근거 없이 금액이 부풀려져 있다”고 단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결국, 원심이 이 사건 정산 합의에 따른 원고의 급부와 그 반대급부인 피고 등의 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점의 근거로 든 사정들은 모두 타당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피고 등이 원고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했다는 근거인 ⑤, ⑥, ⑦의 점의 당부에 관하여는 더 살펴볼 것도 없이 이 사건 정산 합의는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사건 정산 합의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이 사건 정산 합의가 강박에 의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는 원심의 판단도 수긍하기 어렵다.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고 하려면 상대방이 불법으로 어떤 해악을 고지함으로 말미암아 공포를 느끼고 의사표시를 한 것이어야 하는바, 여기서 어떤 해악을 고지하는 강박행위가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는 강박행위 당시의 거래관념과 제반 사정에 비추어 해악의 고지로써 추구하는 이익이 정당하지 아니하거나 강박의 수단으로 상대방에게 고지하는 해악의 내용이 법질서에 위배된 경우 또는 어떤 해악의 고지가 거래관념상 그 해악의 고지로써 추구하는 이익의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부적당한 경우 등에 해당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0. 3. 23. 선고 99다64049 판결 참조).
이 사건에 있어 피고 등이 원고에게 매출액 누락 등을 법적으로 문제삼을 수 있고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였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이 사건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보면 그것이 ‘위법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까지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사건 정산 합의가 강박에 의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민법 제110조 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