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 방법
[2] 갑 주식회사와 을이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갑 회사의 책임 있는 사유로 계약이 해제될 경우 계약금 전액은 을에게 귀속한다’고 정하였는데, 매매계약의 쌍방 이행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 회사에 대한 파산이 선고된 사안에서, 갑 회사의 파산관재인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35조 제1항 에 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한 때에도 매매계약에서 정한 위약금 약정이 적용된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2]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35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다5060 판결 (공1998상, 256)
원고, 피상고인
한국자산관리공사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지성 담당변호사 김지홍 외 1인)
원고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승계참가인
하나캐피탈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지성 김지홍 외 1인)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우송 담당변호사 송개동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계약 해제의 전제가 된 파산선고의 부당함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 해제의 전제가 된 하나미추홀디앤씨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에 대한 파산선고가 부당하다는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상고심에 이르러 처음으로 하는 주장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2. 원상회복의 범위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 그 해석은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다506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① 소외 회사는 2007. 7.경 피고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에게 계약금과 중도금 33,000,000원을 지급한 사실, ② 이 사건 매매계약 제10조(계약의 해지)는 ‘매매계약 당사자 중 일방이 이 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위약 또는 불이행하는 경우 상대방은 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제1항). 피고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 계약이 해제된 경우에는 피고는 그동안 소외 회사로부터 수령한 매매대금을 반환하고 기지급금의 배액에 해당하는 위약금과 사업추진에 소요된 비용 일체를 소외 회사에게 즉시 지급한다(제2항 전문). 소외 회사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 계약이 해제될 경우 총 매매대금 10%에 해당하는 계약금 전액은 피고에게 귀속한다(제2항 후문). 중도금 지급이 완료된 후에는 피고와 소외 회사 모두 본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제3항).’고 정하고 있는 사실, ③ 그런데 이 사건 매매계약의 쌍방 이행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2012. 6. 20. 소외 회사에 대한 파산이 선고되었고, 그 파산관재인은 2012. 11. 29.경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335조 제1항 에 의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위 파산관재인의 해제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판단하고, 피고의 주장, 즉 ‘소외 회사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해제되어 위 제10조 제2항에 의하여 계약금이 피고에게 귀속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 제10조 제2항은 같은 조 제1항, 제3항에 비추어 볼 때 중도금의 지급 이전에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할 경우 위약금의 지급이나 계약금의 몰취에 관하여 정한 것이므로, 위 파산관재인이 법 제335조 제1항 에 의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는 경우에는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를 배척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매매계약 제10조를 살펴보면, 제10조 제2항 후문은 ‘소외 회사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 계약이 해제될 경우 계약금 전액은 피고에게 귀속한다.’는 것으로서 그 문언 그대로 ‘소외 회사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 계약이 해제될 경우’라는 요건이 성취되면 그로써 곧 계약금 상당의 위약금이 피고에게 귀속된다고 해석된다. 한편 제10조 제1항은 채무불이행에 의한 계약 해제를 허용하는 취지일 뿐임이 명백하다. 또한 제10조 제3항은, 이를 중도금 지급 이후에 해제권 행사가 제한되는 규정으로 해석하면 중도금 지급 이후에 채무불이행이 있는 경우에도 언제나 매매계약을 해제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는데, 소외 회사와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굳이 이를 의도하였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으므로, 민법 제565조 제1항 을 주의적으로 정한 취지로 볼 수 있을지언정, 중도금 지급이 완료된 이후의 해제권 행사를 제한하는 규정으로는 볼 수 없다. 그밖에 달리 제10조 제2항 후문이 중도금 지급 완료 이전에 매매계약이 해제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해석할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제10조 제2항 후문이 ‘중도금 지급 이전에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한 경우’에 한정되어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법 제335조 제1항 에 의한 위 파산관재인의 해제는 소외 회사가 파산상태에 이른 것을 원인으로 하므로 이는 소외 회사의 책임 있는 사유로 계약이 해제된 경우의 하나로 볼 수 있고, 이때 파산관재인의 해제로 피고에게 발생하는 손해는 소외 회사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해제 시의 손해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 제10조 제2항은 법 제335조 제1항 에 의한 파산관재인의 해제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까지도 포함하는 위약금 약정이라고 해석함이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위 파산관재인이 법 제335조 제1항 에 의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 경우에도 이 사건 매매계약 제10조 제2항 후문이 적용되어 소외 회사가 지급한 계약금 상당의 위약금은 피고에게 귀속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매매계약 제10조 제2항은 법 제335조 제1항 에 의한 파산관재인의 해제권 행사로 인한 매매계약의 해제에는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계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