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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9.1.24. 선고 2018고합95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사건
피고인

A

검사

오기찬(기소), 김은하(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단원

담당변호사 기철

판결선고

2019. 1. 24.

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주식회사 B(이하 'B'라 한다)의 회장으로 실질적인 운영자이다.

피고인은, B의 영업실적 부진에 따른 지속적인 손실누적으로 기존 채권자의 상환 요구가 있을 경우 이에 응할 수 없을 정도로 운영자금이 부족하였고, C 주식회사(이하 'C'이라 한다)의 인수와 관련하여 추진 중이던 외국계 투자회사의 B에 대한 투자도 B가 C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것을 조건으로 한 것에 불과한데 2014. 10.경에는 C 매각절차가 시작하거나 B가 위 절차에 공식적으로 참여하지도 않은 상태여서, 피해자 주식회사 D(이하 '피해자 회사'라 한다)로부터 돈을 빌리더라도 그 돈을 변제할 수 있는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4. 10. 6. 서울 서대문구 소재 E 호텔에서 피해자 회사의 실질적인 운영자인 F에게 "C 인수와 관련하여 외국계 투자회사로부터 연말에 거액의 투자를 받기로 확정되어 있으니 상환은 걱정하지 말고 30억 원을 빌려주면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고 연말까지 틀림없이 갚겠다."라고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 회사로부터 2014. 10. 15. 30억 원을 B 명의 계좌로 송금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이 B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회장으로서 2014. 10. 6. F에게 G(G 이하 'G'라고 한다)와 B 명의의 투자합의서(Funding Agreement, 이하 'G 투자합의서'라 한다)를 제시한 사실 및 2014. 10. 15. 피해자로부터 B의 운영자금 명목으로 30억 원을 송금받은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미국 투자회사의 투자가 확정된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없고 G 투자합의서를 있는 그대로 F에게 제시하였을 뿐이다. B는 당시 C을 인수하는 것이 확정되면 미국 투자회사인 H이 주도하여 설립할 예정인 G로부터 4억 달러의 투자를 받기로 합의한 상황이었고, 2014. 11.경 C 매각 입찰에 참여하여 2014. 11. 12. 입찰 적격자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2014. 12. 19.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제외되어서 G로부터 투자를 받지 못하였다.

그리고 당시 B는 기존 채권자의 상환 요구에 응할 수 없을 정도로 운영자금이 부족하지도 않았다. 주식회사 I(이하 'I'이라 한다)이 2014. 12. 5. 선급금 회수를 위하여 갑 작스럽게 B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임의경매신청을 하였는데, 그로 인한 자금경색으로 2015. 2. 6. B의 회생절차가 개시되어 피해자에게 30억 원을 변제하지 못하였을 뿐이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편취의사가 없었다.

3. 인정 사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중국 국적인 F은 2014. 3. 17. 한국에 부동산 투자를 하기 위하여 피해자 회사를 설립하였다(수사기록 3권 26쪽, 이하 '수사기록'은 생략하고 몇 권 몇 쪽으로만 표시한다).

②. 피고인은 2014. 4. 14.경 J로부터 B에서 외국 자본을 투자받아 C을 인수하자는 제안을 받고, J가 운영하는 주식회사 K에 인수 관련 업무를 위임하였다.

③ L회계법인이 작성한 B(변경 전 상호: 주식회사 M)의 2012년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2. 12. 31. 기준 자본 총계는 20,632,498,882원에 불과함에도 부채 총계는 85,469,886,640원으로, 2012년 당기순손실은 13,946,004,747원에 이르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2013년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3. 12. 31. 기준 자본 총계는 45,014,142,089원, 부채 총계는 96,785,338,809원으로, 당기순손실은 3,424,765,738원에 이르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다(증거목록 순번 82-1번). B는 2017. 12. 29. N회계법인의 회생조사보고서와 비교할 때 재고자산의 수량이 과대계상되었다는 이유로 2013.12.31. 기준 자본 총계를 20,014,928,871원, 당기순손실을 28,423,978,956원에 이르는 것으로 재무제표를 정정하였다.

A B의 이사회는 2014. 9.경 전환사채 발행을 통하여 투자자를 모집하여 회사 운영자금을 조달하기로 하는 결정을 하였고, B의 임원인 이은 회계사인 P에게 B가 투자자를 모집한다는 사실을 알렸다(4권 764쪽).

⑤ P은 중국에 있는 F의 호텔을 임차하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던 Q의 소개로 F을 알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중국에 있는 Q을 통하여 F의 투자의사를 타진하였다.

⑥ F은 중국 길림성 R 회장으로서 2014. 10, 4. S 대화에 참석하기 위하여 한국에 입국하였고, B 사무실에 방문하여 피고인, P, 0을 만났다. F은 2014. 10, 6. T을 비롯한 R 사람들로부터 '한국의 실정도 모르고 회사 사정도 잘 모르는데, 어떻게 큰 금액을 빌려줄 수 있느냐'는 만류를 들은 후 P을 통하여 피고인에게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하였고(4권 794쪽), 중국에 있던 Q에게도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알렸다(증인 Q의 법정진술, 녹취서 6쪽). 이에 피고인, P, O이 F이 투숙하던 E 호텔의 방으로 찾아와 F을 설득하던 중 피고인은 P과 0을 내보낸 후 F과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F에게 G 투자합의서를 보여주었다(5권 1198~1200쪽), G 투자합의서는 피고인이 B를 대표하여 작성한 영문 문서로서, 상대방인 G의 대표 'U'이라는 사람의 서명이 되어있고, 그 주요 내용은 B가 C을 인수할 경우 G가 설립될 것이고 G가 2014. 12. 31. 인수작업에 4억 달러를 투자할 것인데,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취지가 명시되어 있다.

⑦ F은 피고인과 단둘이 이야기를 나눈 후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합의서(이하 '이 사건 합의서'라 한다, 1권 25쪽)에 서명하였다.

합의서

1. 투자금은 중국인민폐로 지급하기로 하고, 본 합의서의 내용에 따라 조기상환을 청구하여 지급할 경우도 중국인민폐로 지급하기로 한다.

2. 투자자(피해자를 말한다)가 조기상환을 청구할 경우 2014년 12월 31일 이후 언제라도 회사에 청구할 수 있고, 지급에 대하여 보증한다.

3. 전 4항(2항의 오기인 것으로 보인다)의 경우 이자는 연 8%의 금리로 계산하여 지급하기로 한다.

4. 만약 투자자가 2014년 12월 31일 이후 조기 청구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보유할 경우, 일방의 요청에 따라 원래 투자금의 절반의 금액만 지급하고, 투자자의 전환사채 절반을 즉시 회수하는 데 동의하기로 하며 이의 거래는 양방의 합의하에 편리한 국가에서 하기로 한다.

(이하 생략)

⑧ F은 2014. 10. 15. B에 30억 원을 송금하였고, B는 2014. 10. 15. 피해자 회사에 대하여 30억 원 상당의 전환사채를 발행하였다. P은 투자를 유치해준 대가로 피고인으로부터 3,000만 원을 지급받았다.

⑨ B는 2014. 11.경 C 매각 입찰에 참여하여 2014. 11. 12. 입찰적격자로 선정되었으나, 2014. 12. 19.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제외되었다.

⑩ I은 2014. 12. 5. B에 대한 선급금 채권에 기초하여 B 소유의 부동산에 관한 임의경매신청을 하였고, B는 2015. 1. 7.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의 개시를 신청하였다(3권 111쪽).

4. 판단

위와 같이 피해자 회사로부터 30억 원을 차용한 후 2개월 남짓 지나지 않아 외국회사의 투자가 무산되고 B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된 점 등의 사정에 따르면, 피고인에게 변제자력과 의사가 없었고, 피고인이 영문으로 작성된 G 투자합의서를 이용하여 F에게 연말까지 투자를 받기로 확정되었다고 거짓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그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 행위 이후의 경제사정의 변화 등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채무불이행 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하여 이를 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도5618 판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에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가. 피고인의 변제자력과 변제의 사

피고인은 미국 투자회사로부터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피해자 회사에 30억 원을 변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으나, 의 갑작스런 임의경매신청에 의한 자금경색으로 B의 회생절차가 개시되어 피해자에게 30억 원을 변제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① 앞에서 본 바와 같이 B의 당시 재무상태가 양호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재무제표 정정의 계기가 된 회생조사보고서의 목적과 기준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의한 외부감사 보고서와는 차이가 있어, 회생조사보고서는 그 조사 목적상 보수적인 관점에서 작성된 것인데, 정정된 재무제표에 따르더라도 2013년 매출이 212,522,270,100원, 2013. 12. 31. 기준 자본 총계가 20,014,928,871원이고, 회생신청으로 인한 실사를 통해 조정된 B의 2015. 2. 6. 기준 자산은 570억 원이고, 향후 연간 약 1,000억 원 내외의 매출과 평균 약 1,46%의 영업이익 등이 예상되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B가 2014. 10.경 30억 원을 차용하여 2014. 12.경 상환하지 못하였을 정도의 자력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② 피고인에게 변제의사가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피고인은 차용한 30억 원을 B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하였고, 피고인 자신도 2014. 10.경 B에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합계 30억 원을 실제 B에 입금하였다(수사기록 1218쪽), 피해자 회사는 B의 회생절차에서 2억 4,000만 원 상당을 현금으로 배당받고, 주식전환을 통하여 B 주식 152,408주를 취득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회생절차와 별개로 피해자 회사에 개인 자금으로 1억 4,000만 원 상당을 변제하기도 하였다.

③ I의 채권TF 팀 직원 V는 이 법정에서 'I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B가 C을 인수한다는 기사를 보고 미국에서 B로 자금이 들어올 때 B에 대한 채권을 회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예고하지 않고 비밀스럽게 임의경매신청절차를 진행하였는데, 경매신청절차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었다. B는 I의 채무자 중 미수금이 2~3위 정도로 많은 편에 속하지만 2014년 경매신청 당시 통상적인 수준을 넘는 과도한 채무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V는 이 사건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어 그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이러한 V의 진술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 회사로부터 30억 원을 차용할 당시 이 임의경매를 신청할 것을 예상할 수 없었다고 보인다.

나. F에 대한 기망 여부

피고인이 영문으로 작성된 G 투자합의서를 이용하여 F에게 연말까지 미국 투자회사로부터 투자를 받기로 확정되었다고 기망하였음을 인정하기 어렵다.

① 피고인으로부터 미국 투자회사의 B에 대한 투자가 확정되었다고 들었다는 사람은 F이 유일하다. F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W에서 투자하겠다고 약속된 투자확약서를 가지고 왔으니까 한번 보시고 결정을 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0, P 두 사람은 방에서 나가라고 했다. 자신은 영어를 배운 일이 없어서 문서를 이해하지 못하였는데, 피고인이 2014. 12. 31.까지 투자가 완료되니까 그때까지만 돈을 좀 빌려달라고 하였다(증인신문 녹취서 8쪽), C의 인수 관계는 이미 물밑으로 작업이 다 완성되었다고 했다(증인신문 녹취서 10쪽), 피고인이 W에서 4,000억 원이 들어온다고 하였고, 투자가 확정되었다고 하였다(증인신문 녹취서 11쪽).'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F의 진술에 따르면, F은 영어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영어로 작성된 G 투자합의서를 신뢰하여 B에 투자하였다는 것으로, 이를 선뜻 믿기는 어렵다(한편 F은 영어의 알파벳 정도는 알고 있다고 진술하였는데, G 투자합의서는 G 명의로 작성되어 있을 뿐 W으로 오인할 만한 기재는 전혀 없다).

그리고 G 투자합의서에는 구속력이 없다는 취지가 명시되어 있는데, 피고인이 F의 영어 구사 수준을 알고 있었다고 볼 증거도 없다.

한편 F은 지인들로부터 만류를 듣기 전까지는 B에 대한 자금 대여에 관하여 긍정적인 입장이었고, B의 회사 규모를 신뢰하고 C을 인수하여 주식 가치가 크게 상승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자금을 대여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F은 중국에서 B의 공시된 재무제표를 확인하였고, 이 사건 합의서의 내용에 따르면, F의 선택에 따라 차용금 전액을 변제받을 수도 있고, 전환사채의 절반을 그대로 보유할 수 있게 되어 있어, F은 C이 인수될 경우 전환사채의 절반을 주식으로 전환할 기대를 가질 수 있다.

②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로부터 30억 원을 차용한 직후인 2014. 10. 27. G에 대한 유상증자결의를 공시하면서 "금번 유상증자의 제3자 배정 대상자인 G와 Funding Agreement를 체결하고 세부적인 투자조건에 관한 사항을 협의하여 최종 계약을 체결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향후 협의 과정에서 최종 계약체결에 이르지 못하거나, 본 유상증자결의 내용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변동 사항이 발생하는 즉시 재공시할 예정입니다."라고 공시하여, 아직 G와의 최종 계약체결 이전인 점과 변동가 능성이 있는 점을 명시하였다.

③ 피고인은 2014. 10. 27. G가 금번 유상증자 참여를 위하여 2014년 10월 뉴욕에서 설립된 투자회사라고 공시하였으나, G는 B의 C 인수를 조건으로 설립이 약속된 펀드에 불과하였던 사정은 인정된다. 그러나 C 인수를 조건으로 인수자금을 조달할 펀드를 설립하기로 하는 투자합의서가 작성되는 것이 아주 이례적이라고 볼 수는 없고, C 인수와 외국으로부터의 투자 유치를 J가 주로 담당하였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에게 기망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5.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최병철

판사

판사신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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