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채무자가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을 비면책채권의 하나로 규정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4호 에서 규정하는 ‘중대한 과실’의 의미
[2] 중앙선이 설치된 편도 1차로의 국도를 주행하던 승용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중앙선을 넘어가 반대차로에서 제설작업중이던 피해자를 충격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에서, 그 사고가 가해자의 ‘중대한 과실’에 의하여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4호 에 정한 비면책채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채무자가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을 비면책채권의 하나로 규정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4호 에서 규정하는 ‘중대한 과실’이란, 채무자가 어떠한 행위를 함에 있어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생명 또는 신체 침해의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쉽게 예견할 수 있음에도 그러한 행위를 만연히 계속하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어떠한 행위를 하였더라면 생명 또는 신체 침해의 결과를 쉽게 회피할 수 있음에도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는 등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는 것을 말한다.
[2] 중앙선이 설치된 편도 1차로의 국도를 주행하던 승용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중앙선을 넘어가 반대차로에서 제설작업중이던 피해자를 충격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에서, 교통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가해자가 약간의 주의만으로도 손쉽게 피해자의 생명 또는 신체 침해의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여 위 교통사고를 야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4호 에 정한 비면책채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1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국민 담당변호사 도기영외 2인)
피고, 상고인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담당변호사 백현기외 1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파산제도의 주된 목적은 모든 채권자가 평등하게 채권을 변제받도록 보장함과 동시에 채무자에게 면책절차를 통하여 남아 있는 채무에 대한 변제 책임을 면제하여 경제적으로 재기·갱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는 점, 구 파산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로 폐지된 것) 제349조 에서 비면책채권의 하나로 “파산자가 악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제3호 )”을 규정하였다가 2005. 3. 31. 법률 제7428호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제566조 에서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제3호 )”과 더불어 “채무자가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 제4호 )”을 규정하기에 이른 점, 현행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일정한 불허가사유에 해당하는 때를 제외하고는 면책을 허가하도록 하는( 제564조 제1항 ) 한편, 면책불허가사유가 있는 경우라도 파산에 이르게 된 경위,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른바 재량면책을 허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 ), 구 파산법하에서는 가능하던 면책절차 중의 강제집행 등을 금지·중지( 법 제557조 )함으로써 채무자의 경제적 재기를 뒷받침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4호 에서 규정하는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채무자가 어떠한 행위를 함에 있어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생명 또는 신체 침해의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쉽게 예견할 수 있음에도 그러한 행위를 만연히 계속하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어떠한 행위를 하였더라면 생명 또는 신체 침해의 결과를 쉽게 회피할 수 있음에도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는 등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는 것을 말한다.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원고 2는 2003. 1. 22. 15:10경 원고 1 소유의 (차량 등록번호 생략) 프린스 승용차를 운전하여 강원 양구군 양구읍 공리에 있는 46호 국도를 강원 양구군 남면 학조리 방면에서 춘천시 방면으로 운행하던 중, 진행 방면 반대차로에서 노견에 모래를 뿌리는 제설작업 중이던 소외인을 발견하고 서행하려다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중앙선을 넘어 위 승용차 조수석측 후사경 부분으로 소외인을 충격하여 그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 위 교통사고 발생 도로는 노폭 5.6m의 중앙선이 설치된 편도 1차선의 인도와 차로의 구별이 없는 도로였고 사고 당일 오전에 내린 눈으로 결빙되어 있었던 사실, 위 도로는 원고 2 운전의 위 승용차 진행방향에서 보았을 때 약간의 오르막을 이루는 직선구간으로 전방시야에 아무런 장애가 없었고 사고 당시 소외인은 주황색 제설작업용 조끼를 입고 제설작업 중이었던 사실, 원고 2는 사고 발생일로부터 불과 한 달 전인 2002. 12. 30.경 운전면허를 취득한 초보운전자였고 원고 1은 교통법규 위반으로 운전면허가 정지된 전력이 있었음에도 눈길에 대비한 스노우 타이어나 체인 등의 안전장치 없이 초행길을 운전하다 이 사건 교통사고를 야기한 사실, 원고 2는 위 교통사고로 구속기소되었다가 제1심에서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확정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관계에서 알 수 있는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 특히 중앙선을 넘어 사고가 발생하게 된 경위, 원고들의 미흡한 운전 능력과 교통사고 방지 노력 등을 모두 참작하여 보면, 원고들이 약간의 주의만으로도 손쉽게 소외인의 생명 또는 신체 침해의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를 야기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위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4호 에서 규정하는 비면책채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제1심을 유지한 것은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