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09고합153 가. 존속살해
나. 살인
다. 살인미수
라. 무고
피고인
1.가.나.다. 라. A
2.나.다. B
검사
허준
변호인
변호사 C, D (각 피고인 A를 위하여)
변호사 E (피고인 B을 위하여)
판결선고
2010. 2. 18.
주문
피고인 A를 징역 8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A에 대한 공소사실 중 존속살해, 살인, 살인미수의 점은 각 무죄.
피고인 B은 무죄.
이유
범죄 사 실
피고인 A는 2009. 7. 26. 14:00경 전남 구례군에 있는 F파출소에서, 사실은 G으로부터 수차례 강간을 당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G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G은 2008. 11. 15.경부터 2009. 5. 13.까지 6차례에 걸쳐 고소인을 강간하거나 강제로 추행하였으니 이를 처벌해 달라.”는 취지의 허위의 고소장을 작성하여, 즉석에서 담당 경찰관에게 제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A는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G을 무고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 A의 법정진술
1. 증인 H, G의 각 법정진술
1. 피고인 A 작성의 고소장
1. 피고인 A에 대한 2009. 7. 29.자 경찰 진술조서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1. 형의 선택
징역형 선택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 (피고인 A가 초범인 사정 등을 참작)
양형의 이유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10년 이하
[양형기준의 적용]
○ 권고 형량범위 : 징역 6월 ~ 2년
- 무고 범죄, 제1유형 일반 무고, 기본 영역
○ 양형인자
- 수개의 허위사실 적시, 형사처벌 전력 없음 등
○ 집행유예 기준 : 집행유예 권고
- 자백, 형사처벌 전력 없음 등
[선고형의 결정]
피고인 A가 초범이고, 고소장을 작성한 방식 등 무고의 범행에 까지 이르게 된 경위에 참작할 점이 있다는 사정을 비롯하여, 피고인 A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 후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다.
무죄 부분
1. 공소사실
피고인 A에 대한 공소사실 중 존속살해, 살인, 살인미수의 점 및 피고인 B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 B은 1976. 3. 30. 피해자 I(여, 59세)와 결혼하여 자녀 1남 3녀를 두었는데, 첫째딸 J과 둘째딸 K은 출가하였고, 아들 L은 서울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아내인 피해자 I과 딸인 피고인 A와 함께 살고 있었다.
피고인 B은 막내딸인 피고인 A가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부터 성추행을 하여 오다가, 곧이어 피고인 A와 지속적인 성관계를 가지게 되었고, 피고인 A가 2007년경 친부가 불확실한 아들을 출산하여 해외로 입양시키는 일도 발생하였다. 이러한 사유로 피고인 B은 아내인 피해자 I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피고인 A는 어머니인 피해자 I으로부터 위와 같은 문제로 지속적으로 욕설과 질책을 받아왔고,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남자들과도 성관계를 가져오다가 피해자 I으로부터 문란한 남자관계에 대하여 심하게 꾸중을 듣게 되자, 급기야 피해자 I을 죽여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피고인 B 역시 피해자 이 위와 같이 피고인 A를 지속적으로 질책하고 평소 마을 남자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려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하여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었다.
피고인 A는 2009년 4월경 순천시 M 문구점에서 피해자 I을 살해할 목적으로 흰색 장갑을 구입하여 집에 있는 찬장 깊숙이 숨겨 놓기도 하였고, 2009년 5월경 피고인 B에게 “엄마를 죽이자"라고 제의하기도 하였으나, 당시에는 피고인 B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9년 6월 중순경 피고인 B이 피고인 A를 집 안방으로 불러 “엄마를 죽이자” 라고 제의하자, 피고인 A가 이를 승낙하였다.
그 후 피고인들은 나름대로 구체적인 범행방법을 모의하던 중 2009. 6. 30. 18:00경 피고인 A가 피고인 B에게 “아빠가 싸이나(청산염)와 막걸리를 구해오면 내가 알아서 하겠다.”라고 제의하였고, 피고인 B이 이를 받아들여 피고인 A에게 청산염과 막걸리를 마련하여 준 다음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 I을 살해하기로 하였다.
피고인 B은 이와 같은 범행계획에 따라 2009. 7. 2. 18:00경 순천시 N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화물차를 운전하여 순천시 0식당에서 범행에 사용할 목적으로 ‘팔마’ 막걸리 3병을 구입한 후, 집으로 돌아와 그 중 1병을 피해자 I과 나누어 마시고, 나머지 2병을 주방 냉장고에 보관하였다.
이어 피고인 B은 2009. 7. 3. 18:00경 냉장고에서 꺼낸 위 막걸리 2병과 약 17년 전에 P으로부터 얻어다가 하얀 비닐봉지와 신문지로 감싼 채 창고 선반 위에 보관하고 있던 청산염을 꺼내 창고 바닥에 놓아두고, 피고인 A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피고인 A는 2009. 74. 20:00경 창고에 놓여있는 위 막걸리 2병과 청산염이 들어 있는 비닐봉지를 집 옥상으로 가져가서, 1회용 숟가락을 이용하여 청산염 절반을 위 막걸리 2병 중 1병에 투입 희석한 후, 위 막걸리 2병을 주방 냉장고 야채보관함에 숨겨 보관하였다. 피고인 A는 2009. 7. 6. 03:00경 위 막걸리 2병을 대문 안쪽 화단 앞 부분 마당에 가져다 두었다.
피고인 B은 2009. 7. 6. 05:30경 위 집에서 피해자 I에게 “어이 누가 막걸리를 가져다 놨네, 토방에 올려놨으니 일 나갈 때 가져가소"라고 말하면서 마당에서 가져온 위 막걸리 2병을 토방에 올려놓아 피해자 으로 하여금 순천시청에서 주관하는 희망근로 사업장에 이를 가져가도록 하였다.
피해자 I은 2009. 7. 6. 09:10경 순천시 Q에 있는 희망근로사업장에서 함께 일을 하고 있던 피해자 R(여, 69세), 피해자 S(여, 76세), 피해자 T(여, 76세)와 함께 위와 같이 청산염이 희석된 막걸리를 나누어 마셨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 I, 피해자 R는 그 자리에서 청산염 중독에 의한 심폐정지로 각 사망하였고, 피해자 S, T은 막걸리를 마시다가 바로 토해내는 바람에 사망에 이르지는 않았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고인 A의 직계존속인 피해자 1과 피해자 R를 각 살해하였고, 피해자 S, T을 살해하려다가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
2. 기본적인 사실관계
앞서 무고죄를 인정하는 근거로 든 증거들 및 피고인들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상황보고서 (독극물 혼임 막걸리 음용 사상자 발생보고), 시체검안서, 사망진단서, 각 부검감정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부분소장 작성의 2009. 7. 6.자 감정서의 각 기재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이 인정된다.
○ 2009. 7. 6. 월요일 아침에 순천시 Q에 있는 희망근로사업장에서, 피해자 I, R, S, T이 함께 막걸리를 나누어 마신 뒤, 피해자 I, R가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피해자 S, T은 막걸리를 뱉어내는 바람에 사망하지는 않은 사건이 발생하였다.
○ 곧바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여, 마을주민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으며, 피고인들도 조사를 받았다.
○ 그러던 중 피고인 A의 큰언니인 J은, 자신이 G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였다는 취지로 경찰에 신고하였고, 다음으로 피고인 A의 작은 언니인 K도, 자신이 G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였다는 취지로 경찰에 신고하였다.
○ 그 후 K은 피고인 A의 이모인 H에게 '나와 JO G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는데, 피고인 A도 G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취지로 부탁하면서 G을 이 사건 살해의 범인으로 의심하는 듯한 인상을 보였고, H도 G을 범인으로 의심하고 피고인 A에게 G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있는지를 물었다. 피고인 A는 처음에는 전혀 없다고 말하였다가, H이 계속하여 설득하자, 피고인 A 자신도 G으로부터 성추행을 여러 차례 당했고, 특히 강간을 당하기도 하였다고 말하였다.
○ 그 후 피고인 A는 G으로부터 강간과 강제추행을 당하였다는 취지로 경찰에 고소하였고, 경찰은 G을 강간과 강제추행의 피의자로 수사하면서, 이 사건 살인 및 살인미 수의 용의자로도 의심하였다. 그러나 G은 경찰 및 검찰에서, 자신이 피고인 A를 강간하거나 강제추행하지 않았고, 이 사건 살인 등의 범행도 저지르지도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 피고인 A는 검찰에서 G에 대한 강간 등 사건의 고소인으로 조사를 받았는데, 자신이 G으로부터 강간 등을 당한 구체적 경위를 일관성 있게 진술하지 못하고, G의 다리에 있던 상처를 보지 못한 이유를 실명하지 못하였다. 피고인 A는 2009. 8. 24. 검찰에서 G과 대질신문을 받던 중, ‘사실은 G으로부터 강간을 당한 사실이 없음에도 고소를 한 것이고, 그와 같이 허위의 고소를 하게 된 이유가 G을 이 사건 범행의 범인으로 몰아가기 위해서였다. 라고 진술하면서, “사실은 제가 막걸리와 청산가리를 구입하여 어머니를 죽였습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여, 이 사건 존속살해 등 범행을 자백하였다.
○ 이에 따라 피고인 A는 검찰에서 이 사건 존속살해 등 범행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는데, '자신이 피해자 I을 살해하였고, 자신이 직접 청산가리와 막걸리를 입수하였다.'고 진술하면서, '청산가리와 막걸리를 택배로 배달받았다. 거나, '순천시내에서 판매자를 직접 만나 전달받았다.'고 진술하는 등 청산가리와 막걸리의 입수 경위에 관한 진술을 수회 번복하다가, 2009. 8. 25. 피의자신문에서, '피고인 B이 청산가리와 막걸리를 구해왔다.'고 진술하였다.
○ 바로 다음날인 2009. 8. 26. 아침부터 피고인 B이 이 사건 살인 등 범행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다. 피고인 B은 피의자신문을 시작하기 전에 “딸이 저와 함께 엄마를 죽였다고 인정했다면, 저도 인정합니다.”라고 자필로 진술서를 작성하였으나, 피의자신문이 시작되자, 사건 당일 새벽에 마당에 놓여 있던 막걸리 2병을 우연히 발견하고 별다른 의심 없이 토방에 올려놓았을 뿐이라고 진술하면서 이 사건 살인 등 범행에의 가담을 부인하였다.
○ 피고인 A는 2009. 8. 26. 피의자신문에서도, '피고인 B이 청산가리와 막걸리를 구 해왔고, 자신은 청산가리를 막걸리에 타서 집 마당에 두었다.'고 진술하였고, ‘고등학교 2학년때 낙태를 한 적이 있고, 2007년에는 아이를 출산하여 해외로 입양시킨 일이 있는데, 피해자 이 술만 마시면 피고인 A의 남자관계에 관하여 피고인 A를 질책하고 욕하여, 피해자를 살해할 마음을 품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 피고인 A는 2009. 8. 27. 검찰청 여자 수사관과 면담하던 중, ‘초등학교 3학년 때 피고인 B으로부터 처음 성폭행을 당한 이후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피고인 B과 성관계를 맺어왔고, 피해자 이 사망한 이후에도 피고인 B과 성교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그리고 피고인 A는, ‘고등학교 시절에 피해자 I에게 피고인 B과의 성관계를 들켜서 몹시 야단을 맞았고, 이로 인해 피해자 I은 피고인 B과도 심하게 다뤘으며, 그 후 피해자 I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느냐는 식으로 피고인 B을 많이 원망하면서 피고인 B과 다투었다.'고 진술하였다.
○ 그 후 피고인 A는 2009. 8. 27., 2009. 9. 1., 2009. 9. 3., 2009. 9. 7., 2009. 9. 8. 각 검찰 피의자신문에서도, '피고인 B과 함께 피해자 1을 살해하였다.'고 자백하였다.
○ 한편 피고인 B은 2009. 8. 27. 검찰 피의자신문에서, 처음에는 이 사건 살인 등 범행 가담을 부인하였으나, 피고인 A가 자신과의 성관계를 검찰에 진술한 사실을 알게 되자, 자신이 피고인 A와 성관계를 맺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 사건 살인 등 범행에 사용된 막걸리와 청산가리를 자신이 준비하였다.'고 진술하였고, '피해자 1이 피고인들 사이의 성관계를 의심하고 피고인들을 심하게 나무라는 일이 잦아서 피해자 I을 살해할 마음을 품었다.'고 진술하였다.
○ 피고인 B은 2009. 9. 1. 검찰 피의자신문에서, 피고인 A와의 성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앞서 한 진술을 번복하여 '자신은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진술하면서, 'U(피고인 B은 'V'이라고 부르고 있다)이 청산가리를 탄 막걸리를 가져다 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가, 다시 ‘막걸리와 청산가리를 자신이 준비하여 피해자 I을 살해하였다'고 인정하였고, '피해자 I이 없어지면 피고인 A와 자유롭게 성관계를 하는 등 부부처럼 살수 있을 것 같아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진술하였다.
○ 그후 피고인 B은 2009. 9. 3., 2009. 9. 7. 각 검찰 피의자신문에서는 이 사건 살인 등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였으나, 다시 2009. 9. 9. 검찰 피의자신문에서는 이 사건 살인 등 범행에 관하여 자백과 부인을 반복하였다.
○ 피고인들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 B이 2009. 7. 6. 05:30경 마당에 있던 막걸리를 토방에 올려놓으면서 피해자 으로 하여금 희망근로 사업장에 가지고 가게 하였다는 것을 인정하는 이외에는 이 사건 존속살해 등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3. 자백의 신빙성에 관한 판단
피고인들에 대한 존속살해, 살인, 살인미수의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피고인들의 각 검찰에서의 자백이 핵심적인 증거이므로(피고인들 상호간에는 자백을 보강할 증거가 된다), 피고인들의 각 검찰에서의 자백에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가 위 공소사실의 인정 여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판단사항이다.
피고인들의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각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띄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는 무엇이며,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그리고 자백 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므로(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도6110 판결 등 참조), 아래에서는 피고인들의 검찰에서의 자백이 신빙성을 가지는지에 대하여 내용별로 항을 나누어 살펴본다.
가. 범행 동기에 관한 진술
이 사건 존속살해, 살인, 살인미수의 공소사실과 같이, 우발적이거나 금품을 노린 단순 살인사건이 아닌 원한 등 특별한 동기에서 유발되고 사전에 계획된 살인 사건의 경우에는, 그러한 범행에까지 나아가게 된 동기가 법관이 납득할 정도로 명확하게 증명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 참조), 피고인들의 각 검찰에서의 자백에 나타난 이 사건 존속살해 등 범행의 동기가 납득할 만한 것인지에 대해 살펴본다.
(1) 피고인 A
피고인 A는, 초등학교 3학년 무렵부터 피고인 B과 성관계를 가져왔고, 고등 학교에 다니던 시기에 위 성관계를 피해자 I에게 들킨 적이 있어 그로 인하여 피해자 I으로부터 심하게 질책을 받았으며,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 낙태를 하였고, 2007년경에는 아이를 출산하여 입양시킨 적이 있으며, 인터넷 채팅을 통하여 만난 남자들과 성관계를 가지기도 하였다고 진술하면서, 피해자 이 피고인 A가 집안 일을 돕지 아니한 채 집 밖으로 돌면서 남자들과 무분별한 성관계를 맺는다는 이유로 심하게 질책하는 것에 반감을 가지다가 피해자 I을 살해할 마음을 품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특히 피고인 A는 피고인 B의 성기가 ‘포경을 하지 않은 상태'임을 포함하여 피고인 B의 성기 모양에 관하여 비교적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는데, 피고인 A가 피고인 B의 성기를 직접 보지 않았다면 위와 같은 진술을 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피고인들 사이의 성관계에 관한 피고인 A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
그런데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피해자 I은 사망할 때까지도 피고인들 사이의 성관계를 다른 사람에게 말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이고, 특히 피해자 I이 전화통화로 울면서 피고인 A의 남자관계에 대하여 걱정을 털어 놓은 적이 있는, 친동생인 H에게도 피고인들 사이에 성관계가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부녀지간인 피고인들이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맺어왔다면, 이는 피해자 I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인데, 피해자 I이 오랜시간 동안 그러한 사정을 가까운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가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 피고인들 사이의 성관계를 피해자 에게 한 차례 들킨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후에는 피해자 이 피고인들 사이의 지속적인 성관계를 확인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인 B은 검찰에서, 2009. 7. 2. 저녁에 피해자 I과 함께 순천 W시장에 가서장을 보고 국밥을 먹었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들과 피해자 1은 이 사건 발생 바로 전날인 2009. 7. 5. 저녁에 피고인 A의 작은언니인 K의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한 다음 K의 아들 중 한명을 돌봐주기 위하여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인들과 피해자 I 사이의 관계가 도저히 정상적인 가족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피고인 A와 피해자 I 사이에 피고인 A의 진술과 같은 갈등이 있었고 그 갈등이 통상적인 모녀간의 갈등보다 상당한 정도로 더 심각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모녀간의 갈등이 과연 살인의 동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인지 상당한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특히 피고인들의 검찰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그 범행실행은 2009. 7. 2. 저녁부터 2009. 7. 6. 아침까지 4일이 넘는 시간 동안 이루어졌고, 여기에 피고인들이 검찰에서 진술한 범행 모의 시점까지 함께 고려하면, 피고인들이 피해자 I을 살해할 마음을 먹었다고 진술한 때로부터 이 사건 사고 발생시까지 사이에는 상당한 정도의 시간이 있다.
따라서 피고인 A의 진술대로 피고인 A가 피해자 I을 살해할 마음을 품었다면, 이는 우발적인 격분에 의하여 생겼다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상당한 시간 동안 지속되었던 것인데, 피고인 A가 피해자 에 대한 살의를 그와 같이 상당한 시간 동안 유지할 만큼 피고인 A와 피해자 I 사이의 관계가 악화되었던 것인지 의문이 든다. 더구나 피고인 A는 피고인 B이 주도한 범행에 소극적으로 가담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2009년 5월경 피고인 B에게 이 사건 존속살해 등 범행을 제안했다고 진술하고 있어 더욱 그 신빙성에 의심을 가지게 한다.
또한 피고인 A는 피해자 1과 갈등이 지속되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피고인 B을 비롯한 남자들과의 성관계를 유지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A는 평소에 가끔 외박하거나 가출했던 사실이 인정되는데, 피해자 I과의 갈등에 대하여 이와 같이 회피하는 방식으로 대처해 오던 피고인 A가 왜 갑자기 공격적인 수단을, 그것도 '살인'이라고 하는 극단적인 수단을 선택하게 되었는지도 의문이 생긴다.
한편, 피고인 A는 피고인 B과의 성관계에 대하여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피고인 B을 “저를 성적인 노리개로 쓴 짐승"으로 표현하는 등 피고인 B에 대하여 적대감을 드러낸 적이 있고, 2009. 9. 7. 검찰에 제출한 자필 자술서에서는 피고인 B과의 성관계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하면서 피고인 B이 두려워 가출하기도 하였다는 취지로 기재한 반면, 사망한 피해자 I에 대하여는 주로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표시하였는데, 이와 같이 피고인 B에 대하여 더 큰 적대감을 느꼈던 피고인 A가 왜 피고인 B이 아니라 피해자 I을 살해의 대상으로 삼은 것인지도 의문이 든다.
(2) 피고인 B
피고인 B은, 피해자 I이 피고인들 사이의 성관계를 의심하면서 피고인들을 심하게 나무라는 일이 잦았다고 진술하면서, 피해자 이 없어지면 피고인 A와 자유롭게 성관계를 맺으면서 부부처럼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피해자 I을 살해할 마음을 품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 B의 큰딸인 J과 작은 딸인 K은 경찰에서 피고인 B과 피해자 I의 관계에 대하여, 피해자 이 술을 자주 마시면서 피고인 B과 다투었고, 그 경우 피고인 B은 피해자 I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1) 여기에 피고인 A가, 피고인 B과의 성관계를 피해자 I에게 들킨 적이 있고, 피해자 이 피해자 B에게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느냐”는 식으로 피고인 B과 많이 다투었다고 진술한 사정을 함께 고려하면, 피고인 B과 피해자 I 사이에 상당한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 I이 피고인들 사이의 지속적인 성관계를 확인하지는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만일 피고인 B의 진술대로라면, 피고인 B은 피해자 I과 갈 등을 빚으면서도 피고인 A와 성관계를 맺는 생활을 오랫동안 지속하여 왔다는 것인데, 그러한 피고인 B이 단지 좀 더 자유롭게 피고인 A와 성관계를 가지기 위하여 아내인 피해자 I을 살해한다고 하는 극단적인 수단을 선택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3)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의 각 검찰에서의 자백 중 범행 동기에 관한 진술은 의문의 여지가 많아서, 특별한 동기에서 유발된 계획적 살인범행의 동기로서 납득할 만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 범행의 공모에 관한 진술
(1) 피고인 A는 검찰에서, 피고인 B과의 성관계에 대한 거부감, 피고인 B에 대한 두려움 등을 표시하였고, 피고인 B이 피고인 A의 사생활에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으며, 피고인 B과 성관계를 유지하는 것 외에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하여 만난 남자들과도 성관계를 맺었다고 진술하였는데, 이러한 진술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 사이에 오랫동안 성관계가 유지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 사이에 서로 마음을 털어놓는 정도로 유대감이 형성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A는 검찰에서, “2009. 5. 중순경 제가 안방으로 들어가 아빠에게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말하면서, 엄마를 죽일 생각을 하고 있지 않느냐는 취지로 넌지시 물어봤는데, 아빠가 듣기만 하고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라고 진술하였고 2), 피고인 B도 피고인 A가 먼저 범행을 제의하였다고 진술하였으며 3), 검사도 피고인 A가 먼저 범행을 제의한 것으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피고인 A의 진술대로 피고인 A가 피해자 I을 살해할 마음, 즉 친어머니에 대한 살의를 품었다면, 이는 극히 위험한 생각으로서 아주 가깝고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면 공유하기 어려운데, 당시 피고인 A와 피고인 B 사이의 위와 같은 관계에 비추어 볼 때, 과연 피고인 A가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친어머니에 대한 살의를 피고인 B에게 보여주었을 것인지, 피고인 A가 피고인 B이 아내를 죽이고자 하는 마음을 품었다고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인지 의문이 든다.
(2) 이 사건 범행의 공모 경위에 관한 피고인들의 진술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 구체적인 내용이 여러번 바뀌었다. 그 중 「피고인 B이 피고인 A에게 피해자 I을 살해하자고 제의하였고, 피고인 A는 처음에는 거부하였으나 피고인 B의 계속된 설득에 결국 동의하였다. 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고, 피고인들 진술 상호간에 대체로 일치하지만, 그 외에 위와 같은 공모가 이루어진 시기, 위와 같은 공모 전에 피고인 A가 먼저 피고인 B에게 피해자를 살해하자고 제의한 적이 있는지 여부, 공모 당시 구체적인 살해 방법을 모의 하였는지 여부, 청산염과 막걸리를 이용한 살해 방법을 누가 먼저 제의하였는지 등에 관한 진술은 피고인들 각자의 진술에 일관성이 부족하고, 피고인들 진술 상호간에 불일치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피고인들이 검찰에서 자백한 시기는 이 사건 범행을 모의하였다는 시기로부터 길어도 4개월 정도의 시간 밖에 지나지 않은 때이고, 살인 범행의 모의라고 하는 것은 피고인들의 입장에서 극히 예외적인 사건일 것인데, 피고인들 각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상호 불일치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다. 범행 실행에 관한 진술
피고인들이 서로 공모하였다는 범행실행 계획은 「피고인 B이 막걸리와 청산염을 준비한다. 피고인 A가 그 청산염을 그 막걸리에 혼입한 다음, 마당에 가져다 둔다. 그러면 피고인 B이 그와 같이 청산염이 혼입된 막걸리를 피해자 I으로 하여금 가져가게 한다.」 는 것이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검찰에서 진술한 구체적인 범행실행 경위를 살펴보면, 그것이 과연 살인의 범행을 저지르는 사람이 취할 수 있는 행동들인지 의문이 든다.
(1) 피고인 B은 검찰에서, 「2009. 7. 2. 순천 W시장에 갈 당시에는 이미 피해자 I을 살해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피해자 I이 평소에 국밥을 좋아하여 마지막으로 피해자 에게 국밥을 사주기 위하여 피해자 I과 함께 국밥을 먹었고, 그 식당에서 나오면서 범행에 사용할 목적으로 막걸리 3병을 사가지고 집으로 왔다. 같은 날 위 막걸리 3병 중 1병은 피해자 I과 함께 나누어 마시고, 남은 2병은 집안 냉장고에 보관하였다가, 다음날인 2009. 7. 3. 저녁에 위 막걸리 2병과 전에 준비해 둔 청산염을 창고에 둔 다음, 그 사실을 피고인 A에게 알려주었다. 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독살'이라는 범행 수단은 피해자 모르게 은밀히 진행하는 것이 범죄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고, 그렇다면 굳이 피해자 I과 함께 가서 막걸리를 구입할 필요 없이, 피고인 B이 혼자서 막걸리를 구입하는 것이 훨씬 더 범행의 성공에 도움이 된다고 할 것인데, 독살의 도구인 막걸리를 독살의 피해자와 함께 사러 간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피고인 B의 진술대로 피고인 B이 위 막걸리를 주방 냉장고에 보관하였다면, 피해자 I은 주부로서 냉장고를 수시로 사용하므로, 피고인 B이 사온 막걸리에 청산염이 혼입된 이후 범행에 사용되기 전에 피해자 이 위 막걸리를 발견하거나 마셔버릴 가능성이 있고, 피고인 B이 마당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처럼 가장하여 위 막걸리를 피해자 I에게 건네주는 경우 피해자 I은 그 막걸리가 피고인 B과 함께 W시장에 가서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막걸리라고 눈치챌 가능성도 있는데, 이는 피고인들의 계획한 존속살해 등 범행의 진행과 전혀 다른 상황을 발생시킬 수도 있는 것이어서 납득하기 매우 어렵고, 또한 살인의 범행을 실행하는 피고인 B이 그러한 정도의 주의도 기울이지 않았을 것인지 큰 의문이 든다.
그리고 피고인 B의 위와 같은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 B은 피해자 I을 살해하는 데 사용할 막걸리를 피해자 I과 함께 사러갔고, 그곳에서 피해자 I과 함께 국밥을 먹은 다음, 집으로 돌아와 위 막걸리 중 1병을 피해자 I과 나누어 마시고, 살해의 도구인 나머지 막걸리 2병을 냉장고에 보관하였다는 것인데, 피고인 B이 초동수사 이후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보여준 태도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B이 살해 범행의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곧 살해할 자신의 처와 함께 국밥을 먹고 막걸리를 마실 정도로 죄의식이 없는 사람인지 의구심이 들고, 위와 같이 피고인 B이 진술한 범행실행 내용은 살인을 저지르려는 사람의 모습이라기보다, 일상적인 일을 처리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보일 뿐이다.
(2) 피고인 A는 검찰에서, 「 2009. 7. 3. 저녁 피고인 B으로부터 ‘창고에 가 봐라.'는 말을 듣고 창고에 가 보니 막걸리 2병과 청산염이 놓여 있었고, 그 다음날인 2009. 7. 4. 저녁에 위 막걸리 1병에 위 청산염의 일부를 타고, 그 막걸리를 청산염을 타지 않은 막걸리와 함께 비닐봉지에 담은 채로 주방 냉장고 야채 보관함에 넣어둔 다음, 피고인 B에게 알려주었다. 그 후 2009. 7. 6. 새벽 3시경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피해자 I을 살해하기 위하여 청산염을 탄 막걸리를 마당에 두고, 범행에 사용하고 남은 청산염을 근처의 개울에 버리는 등 범행 관련 물품에 관한 뒤처리를 하였으며, 다시 방으로 돌아와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이 들어, 피고인 B과 피해자 이 모두 일을 나간 뒤에야 느즈막히 일어났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인 A는 검찰에서, 청산염을 탄 막걸리를 주방 냉장고 야채보관함에 넣어 둔 이유를 피해자 I이 발견하기 어렵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진술하였으나, 피해자 I은 주부로서 부엌에 있는 냉장고의 야채보관함을 들여다 볼 가능성이 매우 높고, 피고인들과 피해자 I이 거주하던 집에는 주방에 있는 냉장고 외에 창고(피고인 A가 막걸리와 청산염을 발견하였다고 진술한 창고 왼편의 다른 창고)에도 냉장고가 있는데도, 주방에 있는 냉장고에 청산염을 섞은 막걸리를 보관할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한편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2009. 7. 4. 저녁 8시 무렵 피고인 A는 부산에 사는 남자가 보내 주기로 한 돈이 입금이 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수 차례 폰뱅킹을 하였고, 그 후 그 남자를 만나기 위하여 버스를 타고 부산에 간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 A의 진술대로 피고인 A가 2009. 7. 4. 저녁에 막걸리에 청산염을 혼입 하였다면, 피고인 A는 한편으로는 어머니인 피해자 I을 살해할 준비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부산에 사는 남자를 만나러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 되는데, 살인 범행의 성공을 위하여 정신을 집중하여 실행행위를 하는 시간대에 위와 같이 폰뱅킹을 하거나 부산에 갈 준비를 하였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잘 납득되지 않고, 또한 피고인 A가 자신이 하고 있는 행위의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할 만큼 죄의식이 없는 사람인지도 의문이 든다.
그리고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A는 위와 같이 부산으로 가서 남자를 만나 지내다가, 다음날인 2009. 7. 5. 밤에 집으로 돌아와, 피고인 B, 피해자 I, 작은 언니인 K과 그 남편 및 그 자녀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한 다음, 위 K의 아들인 조카를 데리고 피고인 B, 피해자 I과 함께 집으로 돌아와, 위 조카와 같은 방에서 잠자리에 든 사실이 인정되는데, 피고인 A의 진술대로라면, 피고인 A는 식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조카와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마치 일상적인 일을 처리하는 것처럼 어머니에 대한 살해 범행의 실행행위를 하고는 다시 텔레비전을 보다가 늦게까지 잤다는 것이어서, 피고인 A가 어떻게 이와 같이 별다른 감정의 동요 없이 태평하게 이 사건과 같은 중대한 범행의 실행을 하였다는 것인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라. 막걸리 구입 경위에 관한 진술
피고인 B은 검찰에서, 이 사건 범행에 사용된 750ml들이 막걸리를 2009. 7. 2. 순천 W시장에 있는 식당에서 구입하였다고 진술하였고, 검찰 수사관과 함께 순천 W시장으로 가서 위 막걸리를 산 곳으로 '0식당'을 지목하면서 그 간판이 빨간색으로 가장 큰 식당이라는 점에 기초하여 위 식당을 기억한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0식당’ 주인인 X는 검찰과 이 법정에서, 식당에서는 900l들이 막걸리만을 취급하고, 750ml들이 막걸리를 취급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고,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이식당의 장부에도 2009. 7. 2. 무렵 ‘이식당'에서는 900ml들이 막걸리만을 납품받은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에 대하여 검찰은, 위 '0식당'에서 평소에 750ml들이 막걸리를 취급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2009. 7. 2.은 장날이어서 손님이 많아 0식당'에서 900ml들이 막걸리가 일찍 다 팔렸을 것이고, 저녁 무럽에 다른 가게에서 750ml들이 막걸리를 얻어오거나 750ml 들이 막걸리를 추가로 납품받아 피고인 B에게 팔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X는 이 법정에서, ‘0식당'에서는 주로 소주와 맥주를 취급하고, 막걸리는 주로 취급하는 술이 아니라고 진술하였는데, 그러하다면 X가 주로 취급하지 않는 막걸리를, 그것도 평소에는 거의 취급하지 않는 750ml들이 막걸리를 2009. 7. 2. 피고인 B에게 팔았다면, 이는 매우 드문 일이어서 X의 기억에 남을 것으로 보이는데, X는 이 법정에서 그러한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사정들은 피고인 B이 '0식당'에서 이 사건 범행에 사용된 막걸리를 구입했다.는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가지게 한다.
마. 청산염 입수 경위에 관한 진술
피고인 B은 검찰에서, 자전거 수리점을 하던 P으로부터 청산염을 얻어다가 보관하던 중 이 사건 범행에 사용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P으로부터 청산염을 얻은 시기에 대하여 2009. 8. 27. 검찰 피의자신문에서는 “4~5년 전"이라고 진술하였고, 2009. 9. 1. 피의자신문에서는 “약 4년 전”이라고 진술하였다가, 검찰로부터 P이 1999년에 이미 사망한 사실을 들어 알게 되자, 2009. 9. 3. 검찰 피의자신문에서는 “너무 오래되어 그 때가 언제인지 모르겠다."라고 진술하였다. 그리고 검찰은 피고인이 이 사건 발생일로부터 17년 전, 즉 1992년에 P으로부터 청산염을 얻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 B이 1992년에 P으로부터 청산염을 얻었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자료가 없을 뿐 아니라, 위의 “4~5년 전”이라고 하는 진술과 “너무 오래되어" 라는 진술 또는 검찰이 주장하는 “17년 전"은 기억의 소실로 인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그 차이가 너무 크고, 거기에 위와 같이 피고인 B의 진술이 변화된 경위를 함께 고려하면, P으로부터 청산염을 얻었다는 진술 자체가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또한 증인 Y의 진술과 건대학교 화학과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면, 시안화칼륨과 같은 청산염은 조해성이 있어서, 외부의 공기에 접하는 경우 가수분해에 의하여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시안화수소와 탄산칼륨으로 분해될 수 있는데, 위와 같은 화학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나 반응속도는 청산염이 보관된 조건, 즉 밀봉되었는지 여부, 보관 장소의 온도 습도 조명 등에 영향을 받는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 B은 검찰에서, 청산염을 P으로부터 얻어다가 창고 선반 구석에 보관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포장 상태에 관하여는 “빳빳한 하얀 종이에 싸고 다시 비닐봉지로 감싼4) 또는 “하얀 비닐봉지 작은 것에 싸고, 그 위로 신문지를 찢어 접어 싸진 채로 5)라고 진술하였고, 피고인 A는 검찰에서 청산염의 포장 상태에 관하여, “검은 비닐봉지에 싸진6), 또는 “신문지 싸진 것을 풀어보니까, 다시 비닐봉지로 싸져 있어서 "7)라고 진술하였는데, 위와 같은 피고인들의 진술은 상호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 그 신빙성에 의문을 가지게 할 뿐만 아니라, 그 구체적인 내용이 “비닐봉지의 입구를 묶어서 청산염과 외부의 공기가 서로 통하지 않은 상태”로 보관되었다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청산염을 비닐봉지에 넣은 상태”로 보관하였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피고인 B은 ‘채소밭에 해충을 구제하기 위하여’ 청산염을 얻어왔다고 진술하였는데8), 이러한 목적으로 얻어왔다면 1992년 이후로 계속 채소 농사를 지으면서 그 청산염을 여러 번 사용하였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고, 얻어온 이후 약 17년간 계속 밀봉상태로 보관하였으리라고 보이지는 않는데, 이와 같이 청산염이 비닐봉지에 보관된 상태가 '밀봉'이 아니었다면, 17년의 긴 시간 동안, 특히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 청산염이 위에서 본 것과 같은 과정을 통해 일부분이나마 시안화수소와 탄산칼륨으로 분해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그 경우 피고인 B이 얻었다는 청산염이 그대로 남아 있었을 것인지, 피고인들이 청산염의 모양에 관하여 진술한 알갱이' 형태가 여전히 유지된 채로 보관되었을 것인지에 대하여도 의문이 든다.
바. 피고인 A의 진술의 구체성에 관하여
피고인 A는 2009. 8. 24. 검찰에서 이 사건 존속살해 등 범행을 처음 자백하면서, 청산염과 막걸리를 자신이 직접 구했다고 진술하였고, 그 입수 경위에 관하여 매우 구체적인 내용으로 진술하였는데, 그러한 진술은 모두 허위였다. 그리고 피고인 A 스스로 무고임을 인정하고 있는, G으로부터 강간을 당했다는 고소사실에 대하여도 피고인 A는 매우 구체적인 진술을 하였는데, 이 부분 진술이 역시 허위였다.
이와 같이 피고인 A는 허위진술을 하는 경우에도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성향이 있음을 고려하면, 피고인 A가 이 사건 존속살해 등 범행에 관하여 진술한 내용이 상당 부분 구체적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 A의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하기는 어렵다.
사. 소결론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존속살해 등 범행에 관하여 피고인들이 검찰에서 한 각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의 객관적 합리성의 정도, 자백진술이 수사 진행에 따라 변경되는 모습과 정도, 자백진술과 객관적인 정황증거 사이의 불일치와 모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 보면, 피고인들의 검찰에서의 각 자백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다.
4. 그 밖의 증거들에 대한 판단
피고인들의 검찰에서의 각 자백진술 이외에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들에 의하면, I, R, S, T이 함께 청산염이 희석된 막걸리를 나누어 마시다가, I, R가 현장에서 청산염 중독에 의한 심폐정지로 각 사망하고, S, T은 막걸리를 마시다가 바로 뱉어내는 바람에 사망에 이르지 않은 사고가 발생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며, 위 사고가 피고인들의 범행에 의한 것임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존속살해, 살인, 살인미수의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고인들의 각 자백에 신빙성이 없고, 그 외에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들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은 그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 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 A에 대한 공소사실 중 존속살해, 살인, 살인미수의 점 및 피고인 B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하여 각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재판장판사홍준호
판사심재현
판사진재경
주석
1) J, K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2) 피고인 A에 대한 2009. 9. 7.자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3) 피고인 B에 대한 2009. 9. 7.자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4) 피고인 B에 대한 2009. 8. 27.자 피의자신문조서
5) 피고인 B에 대한 2009. 9. 1.자 피의자신문조서
6) 피고인 A에 대한 2009. 8. 25자 피의자신문조서
7) 피고인 A에 대한 2009, 9. 3.자 피의자신문조서
8) 피고인 B에 대한 2009. 9. 3.자 피의자신문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