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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14065 판결
[강도상해·범인도피교사·사서명위조·위조사서명행사·공문서부정행사·점유이탈물횡령·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공2010상,844]
판시사항

[1] 항소심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을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2]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이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내린 무죄의 평결이 재판부의 심증에 부합하여 그대로 채택된 경우, 증거의 취사 및 사실의 인정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을 항소심에서 뒤집을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3]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제1심에서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한 평결 결과를 받아들여 강도상해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제1심의 판단을 뒤집어 이를 유죄로 인정한 사안에서, 항소심 판단에 공판중심주의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원칙의 위반 및 증거재판주의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제1심 증인의 진술에 대한 제1심과 항소심의 신빙성 평가 방법의 차이에, 우리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취지 및 정신을 함께 고려해 보면, 제1심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아니된다. 특히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인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는 경우에는, 무죄추정의 원칙 및 형사증명책임의 원칙에 비추어 이를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라야 한다.

[2]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의 형식으로 진행된 형사공판절차에서, 엄격한 선정절차를 거쳐 양식 있는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이 사실의 인정에 관하여 재판부에 제시하는 집단적 의견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및 공판중심주의하에서 증거의 취사와 사실의 인정에 관한 전권을 가지는 사실심 법관의 판단을 돕기 위한 권고적 효력을 가지는 것인바, 배심원이 증인신문 등 사실심리의 전 과정에 함께 참여한 후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등 증거의 취사와 사실의 인정에 관하여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내린 무죄의 평결이 재판부의 심증에 부합하여 그대로 채택된 경우라면, 이러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증거의 취사 및 사실의 인정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및 공판중심주의의 취지와 정신에 비추어 항소심에서의 새로운 증거조사를 통해 그에 명백히 반대되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 한 한층 더 존중될 필요가 있다.

[3]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제1심에서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한 평결 결과를 받아들여 강도상해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피해자에 대하여만 증인신문을 추가로 실시한 다음 제1심의 판단을 뒤집어 이를 유죄로 인정한 사안에서, 항소심 판단에 공판중심주의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원칙의 위반 및 증거재판주의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박진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1. 범인도피교사의 점에 관한 직권 판단

원래 수사기관은 범죄사건을 수사함에 있어서 피의자나 참고인의 진술 여하에 불구하고, 피의자를 확정하고 그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제반 증거를 수집·조사하여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으므로, 참고인이 수사기관에서 범인에 관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그가 알고 있는 사실을 묵비하거나 허위로 진술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을 기만하여 착오에 빠지게 함으로써 범인의 발견 또는 체포를 곤란 내지 불가능하게 할 정도가 아닌 한 범인도피죄를 구성하지 않는 것이고, 이러한 법리는 피의자가 수사기관에서 공범에 관하여 묵비하거나 허위로 진술한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7도11137 판결 ,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0709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인이 공범인 공소외인에게 “만약 경찰에 잡히면 나를 김훈이라고 말해 달라”라고 부탁하여, 공소외인이 경찰서에서 조사받으면서 피고인의 이름을 허무인인 김훈이라고 허위 진술하여 피고인의 인적사항을 은폐하게 함으로써 범인도피를 교사하였다는 이 사건 범인도피교사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라고 인정하였다.

그러나 위 법리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범죄사건을 수사함에 있어서 피의자의 진술 여하에 불구하고, 공범인 피의자를 확정하고 그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제반 증거를 수집·조사하여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는 것인바,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인이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으면서 공범인 피고인의 이름에 관하여 허무인인 김훈이라고 진술하였을 뿐, 나아가 피고인에 관한 구체적인 허위 정보나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을 기만하여 착오에 빠지게 함으로써 피고인의 발견 또는 체포를 곤란 내지 불가능하게 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므로, 공소외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범인도피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고 따라서 피고인의 이 사건 범인도피교사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범인도피교사의 점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범인도피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강도상해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형사공판절차에서 제1심이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한 뒤 그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논리성·모순 또는 경험칙 부합 여부나 물증 또는 제3자의 진술과의 부합 여부 등은 물론, 법관의 면전에서 선서한 후 공개된 법정에서 진술에 임하고 있는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 증인신문조서에는 기록하기 어려운 여러 사정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얻게 된 심증까지 모두 고려하여 신빙성 유무를 평가하게 된다. 이에 비하여, 현행 형사소송법상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에 대한 항소심의 신빙성 유무 판단은 원칙적으로 증인신문조서를 포함한 기록만을 자료로 삼게 되므로, 진술의 신빙성 유무 판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는 진술 당시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을 신빙성 유무 평가에 반영할 수 없다는 본질적인 한계를 지니게 된다.

이와 같은 제1심과 항소심의 신빙성 평가 방법의 차이에 우리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취지 및 정신을 함께 고려해 보면, 제1심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인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는 경우에는 무죄추정의 원칙 및 형사증명책임의 원칙에 비추어 이를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라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도4994 판결 참조).

한편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의 형식으로 진행된 형사공판절차에서 엄격한 선정절차를 거쳐 양식 있는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이 사실의 인정에 관하여 재판부에 제시하는 집단적 의견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및 공판중심주의 하에서 증거의 취사와 사실의 인정에 관한 전권을 가지는 사실심 법관의 판단을 돕기 위한 권고적 효력을 가지는 것인바, 배심원이 증인신문 등 사실심리의 전 과정에 함께 참여한 후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등 증거의 취사와 사실의 인정에 관하여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내린 무죄의 평결이 재판부의 심증에 부합하여 그대로 채택된 경우라면, 이러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증거의 취사 및 사실의 인정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은 위에서 본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및 공판중심주의의 취지와 정신에 비추어 항소심에서의 새로운 증거조사를 통해 그에 명백히 반대되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 한 한층 더 존중될 필요가 있다.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강도상해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이 공소외인과 합동하여, 그 판시 일시에 모텔에서 피해자를 때려 반항을 억압한 다음, 피해자의 목에 걸려 있던 시가 290만 원 상당의 금목걸이를 강취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약 4주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제1심에서는 피고인이 위 범행 당시 피해자의 금목걸이를 피해자로부터 넘겨받게 된 경위에 관하여 피고인의 주장과 피해자의 진술이 상반되고 그에 따라 위 금목걸이의 강취 사실 및 범의 여부가 공판의 쟁점이 되자, 피해자, 피고인과 함께 모텔에 들어간 일행들과 모텔 주인 등 다수의 관련자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마친 다음, 배심원 9명이 만장일치로 한 평결 결과를 재판부가 받아들여, 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 및 공소외인 등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한편, 피고인이 위 범행 당시 재물 강취의 고의는 물론, 불법영득의 의사로 금목걸이를 강취하였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위 강도상해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다.

그런데 원심은 피해자에 대하여만 증인신문을 추가로 실시한 다음, 그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는 이유 등을 들어, 제1심이 증거의 증명력을 판단함에 있어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어긋나는 판단을 함으로써 자유심증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보아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위 강도상해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위 소송의 경과에 비추어 보면, 국민참여재판에서 피해자를 비롯한 다수의 증인과 피고인에 대한 제1심 사실심리의 전 과정을 직접 지켜본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내린 평결 결과를 받아들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피해자 등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이를 토대로 무죄를 선고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기 위해서는 원심에서의 새로운 증거조사를 통해 그에 명백히 반대되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라야 한다.

그런데 이 점과 관련하여 원심이 지적한 사정들은 피해자의 원심법정 진술을 제외하고는 제1심의 증거조사 과정에서 이미 현출되어 제1심이 관련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이미 고려했던 증거나 사정들 중 일부에 불과하여 제1심의 판단을 뒤집을 만한 특별한 사정으로 내세울 것이 되지 못하고, 피해자의 원심법정 진술 또한 피고인과 대립되는 이해당사자로서 수사과정에서부터 대체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일관하여 온 같은 진술의 반복에 지나지 아니하여 역시 특별한 사정이라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해자 등 진술의 신빙성 및 그에 기초한 위 강도상해의 공소사실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어 이를 유죄라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와 공판중심주의의 원칙 아래 국민참여재판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형사공판절차를 통해 제1심이 한 증거의 취사와 사실의 인정을 합리적 근거 없이 뒤집음으로써 공판중심주의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원칙을 위반하고 그 결과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하는 증거재판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으며,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므로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3. 결론

따라서 원심판결 중 강도상해의 점, 범인도피교사의 점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부분은 위법하여 파기되어야 할 것인데, 이 부분은 나머지 유죄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할 것이므로 결국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일영(재판장) 김영란 이홍훈(주심) 김능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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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남부지방법원 2009.5.7.선고 2009고합52
-서울남부지방법원 2009.5.20.선고 2009고단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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