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형사소송법이 공판중심주의의 한 요소로서 채택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취지 및 법원이 취하여야 할 조치
[2] 증인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항소심이 뒤집을 수 있는지 여부(한정 소극)
[3]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잠을 자거나 피곤해서 잠을 자는 상태를 이용하여 3회 간음하고 처녀막파열상을 입힌 사안에서, 증인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은 항소심의 조치에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의 원칙에 어긋남으로써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275조 제1항 , 제308조 [2] 형사소송법 제308조 [3] 형사소송법 제308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도4994 판결 (공2007상, 96) [2] 대법원 2005. 5. 26. 선고 2005도130 판결 (공2005하, 1088)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도4994 판결 (공2007상, 96)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정원일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우리 형사소송법은 형사사건의 실체에 대한 유죄·무죄의 심증 형성은 법정에서의 심리에 의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의 한 요소로서,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을 수 있고 증명 대상이 되는 사실과 가장 가까운 원본 증거를 재판의 기초로 삼아야 하며, 원본 증거의 대체물 사용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바, 이는 법관이 법정에서 직접 원본 증거를 조사하는 방법을 통하여 사건에 대한 신선하고 정확한 심증을 형성할 수 있고 피고인에게 원본 증거에 관한 직접적인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공정한 재판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절차를 주재하는 법원으로서는 형사소송절차의 진행과 심리 과정에서 법정을 중심으로 특히,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조사가 이루어지는 원칙적인 절차인 제1심의 법정에서 위와 같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이 충분하고도 완벽하게 구현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원래 제1심이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한 뒤 그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논리성·모순 또는 경험칙 부합 여부나 물증 또는 제3자의 진술과의 부합 여부 등은 물론, 법관의 면전에서 선서한 후 공개된 법정에서 진술에 임하고 있는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 증인신문조서에는 기록하기 어려운 여러 사정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얻게 된 심증까지 모두 고려하여 신빙성 유무를 평가하게 된다. 이에 비하여, 현행 형사소송법상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에 대한 항소심의 신빙성 유무 판단은 원칙적으로 증인신문조서를 포함한 기록만을 그 자료로 삼게 되므로, 진술의 신빙성 유무 판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는 진술 당시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을 신빙성 유무 평가에 반영할 수 없다는 본질적인 한계를 지니게 된다. 앞서 본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따라 위와 같은 제1심과 항소심의 신빙성 평가 방법의 차이를 고려해 보면, 제1심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될 것이다 ( 대법원 1991. 10. 22. 선고 91도1672 판결 , 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도1545 판결 , 대법원 1996. 12. 6. 선고 96도2461 판결 , 대법원 2005. 5. 26. 선고 2005도130 판결 ,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도4994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08. 1. 12. 23:00경 시흥시 (이하 생략) 원룸 203호에서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정신을 잃고 잠이 들자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1회 간음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치료일수 미상의 처녀막파열상을 입게 하였고, 2008. 1. 13. 03:00경 같은 장소에서 위와 같이 정신을 잃고 계속 잠을 자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청소년인 피해자를 1회 간음하였으며, 2008. 1. 20. 08:00경 같은 장소에서 잠이 들어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청소년인 피해자를 1회 간음하였다는 것이다.”는 것인데, 피고인은 수사기관 이래 일관하여 2008. 1. 12. 23:00경 피해자가 술이 먹고 싶다고 해서 피고인이 소주를 사 와서 먹었으나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고, 2008. 1. 13. 03:00경 피해자가 잠을 자다가 다리를 벌려 주어 성관계를 하였을 뿐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으며, 2008. 1. 20. 08:00경 피해자가 정신이 있는 상태에서 성관계에 동의하여 성관계를 하였을 뿐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반하여, 피해자는 고소 이후 일관하여 피고인이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정신을 잃고 잠을 자거나 피곤해서 잠을 자는 상태를 이용하여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였고, 피해자의 모인 공소외인도 피해자의 고소 이후 일관하여 피해자로부터 이를 전해 들었다고 주장하였으며, 두 사람은 제1심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두 사람에 대한 증인신문을 마친 제1심은 피해자의 진술이 수사기관 이래로 일관된 점, 이 사건 당시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청소년인 피해자가 만 29세의 성인인 피고인의 성관계 요구에 아무런 저항 없이 응하였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 피해자는 당초 수사기관에서 2008. 1. 12. 23:00경 및 2008. 1. 20. 08:00경 2차례에 걸친 간음행위에 대하여 피고인을 고소하였다가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여 2008. 1. 13. 03:00경 간음행위에 대하여 비로소 알게 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정신을 잃고 잠을 자거나 피곤해서 잠을 자는 상태를 이용하여 3번이나 성관계를 가졌다는 두 사람의 제1심법정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다.
그런데 원심은 주로 제1심에서 증거조사를 마친 증거들에 기초하여 수사 및 제1심 과정에서 이미 지적이 되었던 사정들, 즉 피고인과 피해자는 2008. 1. 1.경 인터넷 게임사이트에서 채팅을 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어 서로 전화번호를 주고받았고, 그때부터 매일 수차례 문자메시지 등으로 연락을 계속하여 왔으며, 인터넷 게임상으로 부부관계를 맺을 정도로 친한 관계에 있었다는 점, 피고인이 2008. 1. 12. 처음 피해자를 피고인의 집으로 오게 함에 있어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협박이나 별다른 유형력을 행사한 바가 없었음에도 피해자가 피고인의 원룸까지 찾아갔다는 점, 피해자가 피고인의 원룸에 있으면서 피고인이 술을 사러 밖으로 나갔을 때 그곳을 벗어나거나 휴대전화로 구조요청을 하지 않았던 점, 피해자에게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신을 잃을 정도로 잠을 자는 수면장애가 있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2번이나 성관계를 가졌고 처녀막파열상까지 입었음에도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모른 채 계속하여 잠을 잤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점, 피해자가 자신의 원룸으로 오라는 피고인의 요구를 받고 2008. 1. 20. 새벽에 부모님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채 다시 피고인의 원룸으로 찾아갔다는 점, 피해자가 잠이 든 사이에 피고인으로부터 간음을 당하고 그로 인하여 처녀막파열상을 입었음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면 2008. 1. 20. 아무런 대비 없이 피고인의 침대에서 다시 잠이 들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점,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나이가 만 14세이고 지능이 낮은 편이기는 하나, 피고인으로부터 간음을 당하고 그로 인하여 처녀막파열상을 입었음에도 피고인이 부른다고 하여 다시 피고인의 원룸에 찾아가 잠결에 같은 피해를 볼 정도로 지능이나 판단력이 떨어진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및 원심 변론종결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 밝혀진 사정, 즉 피해자가 피고인의 간음행위로 인하여 처녀막파열상을 입었음을 알게 된 이후 집으로 돌아가면서 피고인에게 문자메시지를 51회 발송하였고, 피고인도 피해자에게 문자메시지를 34회 발송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피해자가 잠을 자는 상태를 이용하여 3번이나 성관계를 가졌다는 내용의 피해자 진술을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렵고, 피해자로부터 이를 전해 들었다는 공소외인의 진술을 별도로 신뢰하기는 어려우며, 달리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해자 및 공소외인의 제1심법정에서의 각 진술 등을 채용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위에서 든 사실들을 살펴보면, 원심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피해자 및 공소외인의 제1심법정에서의 각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기 위해서는 제1심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피해자 및 공소외인이 제1심법정에서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피해자 및 공소외인이 제1심법정에서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할 것인데, 원심이 지적한 사정들은 주로 제1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 등에 기초하여 수사 및 제1심 과정에서 이미 지적이 되었던 사정들이고,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 밝혀진 사정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간음행위로 인하여 처녀막파열상을 입었음을 알게 된 이후 집으로 돌아가면서 피고인에게 문자메시지를 51회 발송하였고 피고인도 피해자에게 문자메시지를 34회 발송하였다는 것에 불과하여, 원심이 지적한 사정들만으로는 제1심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는 아니라 할 것이니, 원심이 위와 같은 사유로 피해자 및 공소외인이 제1심법정에서 한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은 조치는 수긍하기 어렵다.
결국, 원심판결에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을 함에 있어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의 원칙에 어긋남으로써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여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