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9노1482 전자기록등손괴,업무방해,업무상배임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전세정(기소), 박민지(공판)
변호인
변호사 박예준
판결선고
2020. 5. 21.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0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2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1) 메일 계정 삭제를 통한 전자기록등손및 업무방해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이 퇴사자의 이메일에 들어가 내용을 보는 것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9조 등을 위반한 것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므로,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피고인은 업무방해의 고의도 없었다. 또한 피고인은 이메일 관리자로서 관리자 계정의 권한 범위 내의 행위를 한 것이어서 피고인의 메일 계정 삭제 행위는 업무방해죄에서 규정하는 위력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이로 인하여 피해자 회사의 업무가 방해될 구체적 위험도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업무 관련 파일 삭제를 통한 전자기록등손괴 및 업무방해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 대표의 지시에 따라 중복 파일을 정리한 것으로 일상적인 업무 행위에 해당할 뿐 업무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인은 업무방해의 고의도 없었다. 또한 피고인이 삭제한 파일 및 폴더는 대부분이 중복된 자료 또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자료들이고, 무료로 공개된 소프트웨어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로 인하여 피해자 회사의 업무가 방해될 구체적 위험도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업무상배임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이 삭제한 파일 중 일부는 피고인이 양식만을 만들어 둔 내용이 없는 파일로 피해자 회사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피고인은 항상 파일을 휴대하고 다니면서 어디서든 고객을 응대할 수 있도록 하라는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 지시에 따라서 퇴사일 전까지 고객응대를 위한 업무상 목적으로 파일을 반출한 것이다.
피고인은 실제로 퇴사일 전까지 위 파일을 참고하여 4회 이상 고객을 응대한 후, 퇴사시 자료를 전부 폐기하였으므로 배임의 고의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법리오해
전자기록등손괴죄는 업무방해죄에 흡수되는 관계이거나 상상적 경합관계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전자기록등손괴죄와 업무방해죄를 경합범 가중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죄수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다. 양형부당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320시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판단
가. 사실오인 주장에 대하여
1) 메일 계정 삭제를 통한 전자기록등손괴 및 업무방해의 점에 관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피고인이 메일 계정을 삭제한 것은 고의로 피해자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기 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인이 삭제한 메일 계정들은 퇴사자들이 거래처 담당자들과 메일을 주고받던 업무용 이메일 계정으로, 퇴사자들의 퇴사 이후에도 상대방 거래처 담당자들이 보내는 메일을 수신하거나, 업무 관련하여 진행되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위 메일 계정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피고인이 퇴사자들의 메일 계정을 삭제함으로 인하여 이와 같이 업무상 활용할 수 없게 되었다.
②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있어서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족하다고 할 것인바(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도3231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퇴사자들의 메일 계정을 삭제함으로 인하여 위 ①항에서 본 바와 같은 피해자 회사의 업무가 방해될 위험이 발생하였다.
③ 피고인은 퇴사자들의 이메일에 들어가 내용을 보는 것은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하나, 공소사실 기재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의 메일 계정 삭제 행위로 인하여 방해된 피해자 회사의 업무는 컨설팅 영업 업무이지, 퇴사자의 이메일에 들어가 내용을 보는 것이 방해된 피해자 회사의 업무라는 것은 아니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④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49조에서 말하는 타인의 비밀이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로서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본인에게 이익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함이 상당한 것인데(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7309 판결 등 참조), 사내 업무용 메일 내용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로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퇴사자에게 이익이 있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퇴사자들의 사내 메일이 정보통신망법 제49조에서 규정한 타인의 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⑤ 피고인은 이메일 관리자로서 관리자 계정의 권한 범위 내의 행위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피고인이 관리자 계정을 부여받았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퇴사자들의 메일 계정을 삭제할 권한까지 무제한적으로 부여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2) 업무 관련 파일 삭제를 통한 전자기록등손괴 및 업무방해의 점에 관하여
가) 먼저, 원심 판시 범죄일람표(2) 연번 284, 285 기재 삭제행위에 관하여 보건대, 연번 284는 피고인 개인 업무용 컴퓨터에 설치하였던 카카오톡 프로그램을 삭제한 것이고, 연번 285도 피고인 개인 업무용 컴퓨터에 설치하였던 한글과 컴퓨터 뷰어 프로그램을 삭제한 것인데, 위 두 프로그램 모두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설치하였던 프로그램으로 보이는바, 피고인이 이를 삭제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의 전자기록을 손괴하였다거나 업무를 방해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있다.
나) 위 연번 284, 285를 제외한 나머지 삭제행위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피고인이 업무 관련 파일을 삭제한 것은 고의로 피해자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기 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있어서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족하다고 할 것인바(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도3231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의 업무 관련 파일 삭제로 인하여 피해자 회사의 업무가 방해될 위험이 발생하였다.
②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 대표이사가 평소 중복 파일을 정리하라고 하여 이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나,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에서 퇴사하기로 하여 근무하는 마지막 날에 대부분 파일들을 삭제한 것인 점, 중복되지 않은 파일도 다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보면, 피고인이 중복 파일을 정리하기 위한 목적에서 업무 관련 파일들을 삭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③ 피고인은 일부 파일들은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설령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일부 파일들이 인터넷 등을 통하여 다시 구할 수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파일들을 다시 모으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므로, 피해자 회사의 업무가 방해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3) 업무상배임의 점에 관하여
업무상배임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따라서 회사직원이 재직 중에 영업비밀 또는 영업상 주요한 자산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무단으로 반출하였다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유출 또는 반출한 것이어서 유출 또는 반출 시에 업무상배임죄의 기수가 된다(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도3808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원심 판시 범죄일람표(3) 기재 파일들은 피해자 회사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으로서, 피고인이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무단으로 반출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인은 경영컨설팅 업체인 피해자 회사에서 퇴사하기 이전부터 창업 준비를 하여, 피해자 회사에 마지막으로 출근한 2018. 9. 7.경부터 피해자 회사와 고객층이 유사한 경영컨설팅업체인 'F'를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② 특히 피고인이 반출한 원심 판시 범죄일람표(3) 연번 1 내지 4 기재 파일들은 피해자 회사가 수년간 관리하고 있는 기업 및 인적 정보로서 영업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파일들이다.
③. 피고인은 항상 파일을 휴대하고 다니면서 어디서든 고객을 응대할 수 있도록 하라는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 지시에 따라서 퇴사일 전까지 고객응대를 위한 업무상 목적으로 파일을 반출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피고인은 2018. 9. 7.경 피해자 회사 업무를 위하여 사용하던 자신의 메일 계정을 삭제하여 고객으로부터 메일을 수신하지도 못하게 하였던 점, 피고인은 퇴사하기 직전에 피해자 회사에서 사용하던 자신의 업무용 컴퓨터에 있는 자료를 포맷하는 등 인수인계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고객응대를 하였다면서 이러한 사실을 피해자 회사에는 전혀 알리지도 아니하였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퇴사 전까지 고객응대를 하려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④ 피고인은 원심 판시 범죄일람표(3) 연번 17 내지 19 기재 파일들은 피고인이 개인적인 사용을 목적으로 그 기본적인 양식만을 작성하여 둔 엑셀 파일이라고 주장하나, 파일명이 'F 타겟고객 리스트_20180830.xlsx', 'F 타겟고객 매출파일_20180830.xlsx', 'F 매출전략_20180830.xlsx'인데, 파일명으로 보아 위 자료들은 피고인이 창업한 업체에서 사용하기 위하여 피해자 회사의 중요한 자료들을 이용하여 작성 중이던 파일들인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전자기록등손괴죄와 업무방해죄는 피고인의 메일 계정 및 업무 관련 파일 삭제라는 1개의 행위가 전자기록등손괴죄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어서 두 죄는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임에도, 원심은 두 죄를 실체적 경합범으로 처벌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전자기록등손괴죄와 업무방해죄의 죄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전자기록등손괴죄와 업무방해죄 부분에는 위와 같은 파기 사유가 있고, 원심은 위 각 부분과 나머지 업무상배임죄에 대하여 실체적 경합범관계에 있음을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과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서 범죄사실란 중 제3면 제1~3행의 "2018. 8. 30.경부터 2018. 9. 7.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2) 기재와 같이 296회에 걸쳐 회사 공유 Main PC 안에 보관중인 각종 데이터 및 폴더를 삭제하고 피고인이 사용하던 컴퓨터의 자료를 삭제 및 포맷하였다."를 "2018. 8. 30.경부터 2018. 9. 7.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2) 기재(연번 284, 285는 제외)와 같이 294회에 걸쳐 회사 공유 Main PC 안에 보관 중인 각종 데이터 및 폴더를 삭제하고 피고인이 사용하던 컴퓨터의 자료를 포맷하였다."로 고치는 것 외에는 원심판결서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형법 제366조(전자기록등손괴의 점), 형법 제314조 제1항(업무방해의 점),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제1항(업무상배임의 점)
1. 상상적경합
1. 형의 선택
각 징역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1. 집행유예
1. 사회봉사명령
양형의 이유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를 퇴사하기 전부터 피고인이 창업한 업체에서 사용할 의사로 피해자 회사의 주요한 자료들을 반출한 것인 점, 그런데도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으며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다만, 피해자 회사도 퇴사자들의 메일 계정이나 업무 관련 파일들을 관리하는 노력을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에게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부분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7. 3. 13.경부터 2018. 9. 30.경까지 B이 운영하는 경영컨설팅업체인 피해자 ㈜C과 (주)D('D') (이하 '피해자 회사')에서 사업총괄 본부장 및 기업선정 평가본부장으로 근무한 자이고, 피해자 회사는 E 기업 선정, 인사·조직 분야의 진단, 평가, 교육 및 컨설팅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회사이다.
피고인은 2018. 8. 29.경 퇴사하기로 결정하여 2018. 9. 7.경까지 출근하고, 연가 처리 후 2018. 9. 30.경 퇴사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2018. 7.말경 창업 준비를 시작하여 2018. 9. 7.경부터 경영컨설팅업체인 'F'를 운영하였다.
피고인은 2018. 9. 7. 14:54~14:57 경 서울 영등포구 G건물, 11층에 있는 피해자 회사 사무실에서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2) 기재 연번 284, 285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사용하던 컴퓨터의 자료를 삭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타인의 전자기록을 손괴하고, 위력으로 피해자의 컨설팅 영업 업무를 방해하였다.
2. 판단
이는 위 제2의 가. 2)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이와 각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는 판시 전자기록등손괴죄 및 업무방해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다.
판사
재판장 판사 이태우
판사 이봉락.
판사 김희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