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사업자가 상당한 이유 없이 자신이 부담하여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이전하는 내용의 약관조항은 그 내용이 사적자치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도 무효인지 여부(적극)
[2] 종합통장자동대출 방식의 대출에 대한 신용보증관계의 성립에 신용보증서 발급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최초 건별 대출의 실행을 요구하는 신용보증기금의 약관조항이 무효라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약관은 사업자가 다수의 고객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서 고객이 그 구체적인 조항내용을 검토하거나 확인할 충분한 기회를 가지지 못한 채 계약의 내용으로 되는 것이므로, 그 약관의 내용이 사적자치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사업자가 상당한 이유 없이 자신이 부담하여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이전하는 내용의 약관조항은 고객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할 뿐 아니라 사적자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2] 종합통장자동대출 방식의 대출에 대한 신용보증관계의 성립에 신용보증서 발급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최초 건별 대출의 실행을 요구하는 신용보증기금의 약관조항이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것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조항에 해당하여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 제2항 제1호 에 의하여 무효라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2]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 제2항 제1호 , 신용보증기금법 제1조 , 제23조 , 제27조 , 제28조 , 제33조 , 신용보증기금법 시행령 제24조의2
참조판례
[1] 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두3734 판결 (공2005상, 498)
원고, 상고인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양헌 담당변호사 김의재 외 3인)
피고, 피상고인
신용보증기금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재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약관은 사업자가 다수의 고객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서 고객이 그 구체적인 조항내용을 검토하거나 확인할 충분한 기회를 가지지 못한 채 계약의 내용으로 되는 것이므로, 그 약관의 내용이 사적자치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사업자가 상당한 이유 없이 자신이 부담하여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이전하는 내용의 약관조항은 고객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할 뿐 아니라 사적자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두373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약관은, 신용보증관계의 성립에 관하여, ‘한도거래대출’에 있어서 그 과목이 당좌대출(대출운용의 방식이 이와 유사한 대출거래 포함)인 경우에는 신용보증서 발급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신용보증조건에 부합하는 1개 이상의 ‘건별 대출’이 실행된 경우에만 성립하고, 피고는 근보증기간 내에 신용보증조건에 부합되게 실행된 건별 대출에 대하여만 보증책임을 부담하고(제2조, 이하 ‘이 사건 약관조항’이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한도거래대출’은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계속적인 금융거래를 위하여 동일한 대출과목으로 수시로 발생·소멸하는 대출 전체를, ‘건별 대출’은 한도거래대출을 구성하는 개개의 대출을, ‘대출실행’은 대출약정에 의한 대출금의 지급(계좌입금 포함)을 각 의미한다(제1조)고 규정하여, 당좌대출 또는 대출운용의 방식이 이와 유사한 대출거래의 경우에도 신용보증관계의 성립을 위하여 건별 대출의 실행을 요구하고 있다.
원심은, 이 사건 약관조항이 상당한 이유 없이 보증인의 책임을 배제 또는 제한하는 것이거나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가. 원래 피고는 담보능력이 미약한 기업의 채무를 보증함으로써 기업의 자금융통을 원활히 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을 도모하는 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서( 신용보증기금법 제1조 ), 그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대해 일정한 심사를 거쳐 신용보증서를 발급하여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담보능력이 미약한 기업이 대출을 신청한 경우에도 별도의 담보를 요구함이 없이 신용보증서에만 의존하여 그 기업에게 대출을 시행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업의 원활한 자금융통을 지원하는 신용보증을 그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같은 법 제23조 ).
나. 그런데 종합통장자동대출 방식의 대출은 금융기관이 대출약정에서 정하여진 한도로 채무자의 계좌로 신용을 공여하면 채무자가 잔고를 초과하여 통장에서 금원을 인출하는 경우 잔고를 초과한 금원 부분에 한하여 자동적으로 대출이 실행되고 통장에 다시 금원을 입금하는 경우 대출이 실행된 부분에 대하여 자동적으로 변제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그 건별 대출의 실행에 별도의 대출서류의 제출이나 대출심사가 예정되어 있지 않아 채무자는 한도액의 범위 내에서 언제든지 차입할 수 있고 자금의 여유가 생기면 계좌에 입금함으로써 상환을 하여 이자의 부담을 최소한으로 억제하고 또한 미래의 자금수요에 대비하여 적절한 자금계획을 수립할 수 있어 효율적인 자금운용을 할 수 있는 반면, 금융기관은 그 대출구조상 채무자에게 건별 대출의 실행을 강요할 수단이 없다. 따라서 금융기관이 피고의 신용보증을 믿고 종합통장자동대출약정을 체결하였는데 나중에 건별 대출의 실행이 신용보증서 발급일로부터 60일 이후에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신용보증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면, 금융기관은 그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종합통장자동대출 방식에 의한 대출을 기피하거나 신용보증서에 부가하여 별도의 담보제공을 요구하게 되어 신용보증제도는 담보능력이 미약한 기업의 자금융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이러한 결과는 피고의 설립 취지나 신용보증제도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피고는 그 스스로 신용보증을 하고자 하는 기업의 경영상태·사업전망·신용상태 등을 공정·성실하게 조사할 의무가 있고( 같은 법 제27조 ), 기업의 신용도와 보증종류 등을 감안하여 보증금액에 따라 소정의 보증료를 징수하고 있으므로( 같은 법 제33조 , 같은 법 시행령 제24조의2 ), 피고가 이러한 절차를 거쳐 신용보증을 한 이상 당해 기업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에 의해 보증금액의 범위 안에서 위험을 인수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고( 대법원 2008. 5. 23. 선고 2006다3698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뿐만 아니라 종합통장자동대출에 대한 신용보증은 보증기관이 거래기간 동안에는 약정된 한도액의 범위 안에서 증감·변동하는 대출원리금에 대하여 보증책임을 지지 아니하고 정해진 사유로 인한 거래 종료시 보증채무가 확정되는 이른바 근보증에 해당하는데, 이와 같은 계속적 거래관계로부터 발생하는 불특정채무에 대한 보증인 근보증의 경우 채무자의 신용은 보증기간 전체에 관하여 파악되는 것이지 개개의 특정 채무의 발생시점별로 개별적으로 파악되는 것도 아니므로( 대법원 1994. 10. 28. 선고 94다17086 판결 , 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4다28849 판결 등 참조), 피고로서는 종합통장자동대출에 대하여 근보증의 방법에 의한 신용보증을 한 이상 신용보증서 발급일로부터 같은 법 제28조 에서 정한 60일의 기간 내에 종합통장자동대출에 관한 기본약정이 체결되었으면 그 한도거래기간 내에 주채무자의 신용상태 변동으로 인한 불측의 손해를 입는 사태가 발생한다고 볼 수도 없어, 피고가 부담할 신용보증책임이 신용보증제도의 목적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설 우려는 없다고 할 것이다.
반면 종합통장자동대출에 대한 신용보증에 있어서도 이 사건 약관조항에 따라 60일 이내의 건별 대출의 실행이 신용보증관계 성립의 필수적인 조건으로 본다면, 피고의 신용보증을 믿고 종합통장자동대출약정을 체결한 금융기관으로서는 기업이 언제 첫 대출을 받는가라는 외부적인 사정에 따라 인적담보를 상실하는 불측의 손해를 입게 될 위험을 부담하게 된다. 이러한 손해의 발생을 피하기 위하여 금융기관으로서는 신용보증서 발급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최초 건별 대출이 실행되었는지 여부를 일일이 조사한 후 그 실행이 없었으면 종합통장자동대출약정을 정지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할 것인데, 금융기관과 채무자 사이의 당초의 종합통장자동대출약정에서 그 약정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특약을 하지 아니하는 한 금융기관이 일방적으로 이러한 조치를 취할 수 없고 가사 그러한 특약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일이 최초 건별 대출의 실행일자를 파악하여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금융기관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임이 명백하다.
다. 이와 같이 종합통장자동대출 방식의 대출에 관한 신용보증관계의 성립에도 건별 대출의 실행을 요구하는 이 사건 약관조항은 상당한 이유 없이 피고의 책임을 배제시키고 고객에게는 부당한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피고 역시 2007. 2. 1. 종합통장자동대출방식의 대출의 경우에는 신용보증통지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신용보증조건에 부합되게 기본대출약정이 신규로 체결되면 신용보증관계가 성립하는 것으로 약관을 개정하였다.
라. 결국 이 사건 약관조항이 종합통장자동대출 방식의 대출에 관한 신용보증관계에도 적용된다고 보는 경우에는 그 조항은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것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조항에 해당하여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 제2항 제1호 에 의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 피고가 들고 있는 대법원 1994. 10. 28. 선고 94다17086 판결 , 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3다3065 판결 , 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4다28849 판결 , 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5다37505 판결 , 대법원 2005. 9. 30. 선고 2005다20507 판결 등은 모두 이 사건 약관조항의 효력이 문제되지 않은 것으로 사안이 달라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그럼에도 종합통장자동대출 방식의 대출에 관한 신용보증관계의 성립에도 건별 대출의 실행을 요구하는 이 사건 약관조항이 유효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