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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9. 6. 11. 선고 99도763 판결
[살인][공1999.7.15.(86),1454]
판시사항

사형을 선택함에 있어서 양형의 자료에 대한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사소한 동기만으로 처와 두 딸을 살해한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택함에 있어서 양형의 자료에 대한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변득수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 및 국선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피고인에 대하여 사형을 선고한 제1심판결에 대한 피고인의 항소를 다음과 같은 이유로 기각하였다.

피고인은 겨우 3살에 불과한 장녀인 피해자 피해자 1이 자주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아올 정도로 병약하여 밤에 잠을 자다가도 자주 깨어나 울어서 처인 피해자 피해자 2과의 성관계를 가질 수 없게 하고, 경기불황으로 인한 실직으로 피해자 1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어린 딸을 살해하기로 결심하고 기회를 엿보던 중, 위 피해자 1이 혼자 집에 있게 된 틈을 이용하여 살해하기 위하여 물을 채운 세탁기에 빠뜨렸으나, 위 피해자 1이 세탁기에서 머리를 내밀며 '아빠'라고 불러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돌이킬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피해자 1을 다시 세탁기에 빠뜨린 후 둔부를 눌러 빠져나오지 못하게 함으로써 피어나지도 못한 어린 피해자 1의 생명을 빼앗고, 나아가 교묘하게 피해자 1이 세탁기에 매달려 놀다가 실수로 세탁기에 빠져 죽은 것처럼 위장하여 그 범행을 은폐하였고, 그 후 그 집에서 한달 넘게 계속 생활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거나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못한 채 처인 피해자 피해자 2에게 집요하게 성관계를 요구하다 피해자 2가 이를 거절한다는 이유만으로 과도로 목을 찔러 위 피해자 2를 살해하고, 이에 그치지 아니하고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딸인 피해자 피해자 3까지 살해하기 위하여 이불포대기 끈으로 목을 1회 감아 잡아당겼으나 생명이 끊기지 아니하자, 다시 1회 더 감아 재차 잡아당겨 피해자 3의 생명마저 빼앗아 버려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하고 나서도, 그 범행을 강도가 침입하여 저지른 것으로 은폐하기 위하여 피해자 2의 지갑과 그 속에 들어 있던 돈을 방바닥에 떨어뜨려 놓고 방문을 잠근 뒤 자신은 유유히 범행현장에서 벗어나 친구의 집에서 놀다가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서는 방안에 들어갔다가 뛰쳐나와 울기까지 하면서, 옆방의 사람으로 하여금 이 사건 범행이 마치 강도에 의하여 저질러진 것처럼 경찰에 신고하게 하여 이 사건 범행을 은폐하려 한 점 등 이 사건 범행의 동기, 태양, 죄질, 결과, 범행 후의 정황, 피고인과 피해자들의 관계 등 제반 정상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오로지 어린 자녀의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렵고 병약한 자녀가 처인 피해자 2와의 성관계에 지장을 주고 있고 처가 성관계를 거부한다는 이유만으로, 독선적이고 고집이 센 피고인을 만나 주위로부터 요즈음 보기 드문 색시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착실하게 살아온 처인 피해자 피해자 2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딸들인 피해자 피해자 1, 피해자 3을 무참하게 살해함으로써 스스로 사회공동체의 일원이기를 포기한 반인륜적 범죄로 볼 수밖에 없어 그 죄책이 극히 무겁다 할 것이고, 따라서 형사법본연의 존재의의라 할 응보 및 일반예방의 견지에서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극형이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에 대한 제1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3세 무렵에 아버지를 여의고 생활고에 찌들려 어머니의 사랑과 교화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성장하여 그 성격이 내성적으로 되고 충동의 억제력을 기르지 못하였으며,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사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34세 11개월 안팎이었는데 1984.에 도로교통법위반으로 벌금 50,000원을 선고받은 외에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자로서,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샤시 기술 등을 배워 사회에 적응하고 다른 사람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일 없이 단칸 사글세방에서 4인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여 왔으며, 가족 외의 사람에게는 온순하게 행동하여 온 사실,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미리 치밀하게 준비한 흔적은 없고 경찰 이래 이 사건 범행 모두를 순순히 자백하면서 범행을 뉘우치고 있는 사실, 피고인은 평소에는 비교적 온순하고 사회에 대한 반감을 가지거나 공격적이지는 아니하였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원심이 들고 있는 바와 같은 사소한 동기만으로 착한 처와 철없는 어린 두 딸을 무참히 살해하고 범행을 은폐하려고 기도하였다는 것은 선듯 납득이 되지 아니하는바, 원심으로서는 극형을 선택함에 있어서 마땅히 기록에 나타난 이 사건 범행의 동기, 수단, 잔악성, 피해자의 수, 피고인의 연령, 피고인의 성장환경, 교육정도, 지능정도, 성격, 범행 당시의 생활형편 등의 사정을 평면적으로만 참작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 사건 범행이 가족을 상대로 한 특수한 유형의 범행임을 유의하여 정신과 의사나 임상심리학자로 하여금 감정을 하게 하여 그들의 전문적인 의견을 들어보는 등, 가족간에 흐르는 복잡미묘한 상호심리관계 및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결의하고 준비하며 실행할 당시를 전후한 피고인의 정신상태나 심리상태의 변화 등에 대하여 깊이 있는 심리를 하여 본 다음에 그 결과를 종합하여 양형에 나아갔어야 할 것이다. 원심이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범행의 참혹함과 반인륜성에 너무 이끌려 피고인에 대하여 사형을 선택한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한 것은 양형의 자료에 대한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양형을 그르친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점을 주장하는 상고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정귀호(주심) 김형선 조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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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대구고등법원 1999.2.2.선고 98노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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