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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법원 2017.1.24.선고 2016고합504 판결
가.살인나.특수폭행
사건

2016고합504가.살인

나. 특수폭행

피고인

1. 가. 나. A

2. 가. 나. B

검사

유병두(기소), 이세종(공판)

변호인

변호사 C(피고인 A을 위하여)

변호사 D, E(피고인 A을 위하여)

법무법인 F(피고인 B을 위하여)

담당변호사 G

판결선고

2017. 1. 24.

주문

피고인 A을 무기징역에, 피고인 B을 징역 1년에 각 처한다.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A에 대한 각 특수폭행의 점과 피고인 B에 대한 살인의 점은 각 무죄.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들은 모두 베트남 H 출신들로서 고종사촌지간이고, 2015. 2.경 베트남에 있는 선원 송출회사의 알선으로 원양어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부산 영도구 에 있는 J 주식회사에 선원으로 고용되어 2015. 2. 11.경 부산 K에서 위 J 소속 부산선적 원양참치연 승어선 L(138톤)에 갑판원으로서 각 승선하게 되었고, 피해자 M(42세)은 2016. 4. 11.경부터 선장으로서, 피해자 N(41세)은 2015. 2.경부터 기관장으로서 위 L에 각 승선하게 되었다.

한편 피고인 A은 2016. 6. 초순경 인도양 세이셸공화국 0에서 위 L가 정박 중인 틈을 이용하여 위 M에게 보고 없이 상륙하였다가 이를 알게 된 M으로부터 하선시켜버리겠다는 경고를 받자 불만을 품게 되었고, 그 후 위 L는 2016. 6. 9.경 위 0에서 출항하여 0 북동쪽 650마일 인근 해상에서 조업을 하다가 2016. 6. 19.경 어장 이동을 위하여 동쪽 방향으로 항해하게 되었다.

피고인들은 2016. 6. 19. 15:00경(현지시각, 이하 동일) 위 L 갑판에서 위 M의 지시로 다른 선원들과 함께 좌현 어창에 보관 중이던 참치잡이용 미끼를 반대편 어창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게 되었고, 같은 날 16:00경 위 작업을 마칠 무렵 M으로부터 술을 한잔 마시자고 제안 받아 M, 위 N, 베트남 선원 4명, 인도네시아 선원 5명 등 총 11명과 함께 술을 마시게 되었다. 피고인들은 술을 마시면서 위 N으로부터 'N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N이 평소 하선시키겠다는 말을 종종 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가끔은 좋지 않다.'라고 답변하였고, 그때부터 M, N과 서로 말다툼을 벌이다가 화가 난 N이 자신의 침실로 돌아가 버린 상황에서 피고인 B은 술에 취하여 M과 계속 말다툼을 벌이다 화가 나 갑판 아래층에 있는 식당으로 가서 그곳에 있는 식칼 1자루(총 길이 약 30cm, 끝 부분이 잘려져 있는 형태)를 가지고 오게 되었다.

1. 갑판에서의 범행(피고인 B의 특수폭행) 피고인 B은 2016. 6. 19. 17:30경부터 18:15경 사이 위 L의 갑판에서, 위와 같은 이유로 화가 나 오른쪽 허리춤에 위 식칼을 찬 채 피해자 M에게 다가가 놀리는 듯한 말투로 "선장님 굿맨, 선장님 베리 굿"이라고 반복해서 말하다가 갑자기 손으로 M의 뺨을 2회 때린 다음 다시 '선장님, 굿맨, 넘버원"이라고 말하고, 피고인 B을 말리는 베트남 선원인 피해자 P(35세)의 뺨을 손으로 때리고, 베트남 선원인 피해자 Q(37세)의 배를 발로 차서 넘어지게 하였다.

피고인 B은 계속하여 허리춤에서 위 식칼을 꺼내 피해자 P의 목 부위를 겨냥하면서 "너는 상관하지 말고 꺼져라. 죽고 싶냐."라고 말하고, 이어 위 식칼로 옆에 있던 베트남 선원인 피해자 R(28세)의 목 부위를 겨냥하며 다른 손으로 뺨을 때리고, 계속하여 위 식칼로 베트남 선원인 피해자 S(33세)의 머리 부위를 겨냥하며 다른 손으로 뺨을 때렸다.

이로써 피고인 B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피해자들을 폭행하였다.

2. 조타실에서의 범행

피고인들은 2016. 6. 19. 18:20경 피고인 B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후 조타실로 올라간 피해자 M이 자신들을 비롯한 베트남 선원들을 모두 조타실로 호출하자 피고인 B은 위 식칼을 허리춤에 찬 채, 피고인 A은 별도의 도구 없이 다른 베트남 선원들인 S, P, R, Q과 함께 조타실로 올라갔다.

가. 피고인 B의 특수폭행 피고인 B은 위 조타실에서 위와 같이 허리춤에 위 식칼을 찬 상태로 또다시 의자에 앉아 있던 위 M의 얼굴 등을 손으로 때리고, 계속하여 위 식칼을 뽑아 오른손에 든 채 피해자 S, 같은 P. 같은 R, 같은 Q에게 "너희들은 나쁜 놈들이다."라고 말하며 다른 손으로 피해자 S, 같은 P, 같은 R, 같은 Q의 뺨을 순차적으로 때렸다. 이로써 피고인 B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피해자들을 폭행하였다.

나. 피고인 A의 선장 살인B은 위와 같이 다른 베트남 선원들을 때리다 위 식칼을 바닥에 떨어뜨렸고, 이를 본 P이 얼른 식칼을 주워 조타실 밖으로 나가 바다에 버리자 P을 비롯한 Q, R 등 베트남 선원 3명이 조타실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이에 B은 S가 지켜보는 가운데 위 식칼이 없어진 것을 본 피해자 M과 몸싸움을 벌이게 되었고, 한편 피고인 A은 새로이 칼을 가지고 오기 위하여 평소 칼이 보관되어 있는 식당으로 가서 그곳에 보관되어 있던 다른 식칼 1자루(총 길이 약 30cm, 끝 부분이 잘려져 있지 아니한 형태)를 들고 다시 위 조타실로 가게 되었는데 그때 B이 조타실에서 머리를 출입구 방향으로 한 채 피해자의 밑에 깔려 피해자와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그러자 피고인 A은 위 식칼로 피해자의 등 부위를 내려쳤고, 계속하여 위 식칼로 피해자의 머리 부위, 팔 부위, 목 부위 등 피해자 전신을 36회에 걸쳐 내려치거나 베어 피해자로 하여금 즉석에서 다발성 예기 손상에 의한 과다출혈로 사망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A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3. 기관장 침실에서의 범행(피고인 A의 기관장 살인) 피고인 A은 위와 같이 M을 살해한 직후, 피고인 A에게 '베트남으로 가라'는 취지로 종종 이야기하여 평소 불만을 품고 있었고 그날 술자리에서 말다툼을 벌였던 피해자 N까지도 살해하기 위하여 위 식칼을 소지하고 기관장 침실로 이동하여, 침실 안에서 자고 있던 피해자를 깨운 후 위 식칼로 피해자의 머리 부위, 목 부위, 팔 부위, 옆구리 부위 등을 28회에 걸쳐 찌르거나 내리쳐 피해자로 하여금 즉석에서 다발성 예기손상에 의한 과다출혈로 사망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A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들의 각 법정진술

1. 증인 T, S, P, Q의 각 일부 법정진술

1. 피고인들에 대한 각 일부 검찰피의자신문조서

1. T, S에 대한 각 일부 검찰진술조서

1. T, U, P, Q, S에 대한 각 일부 경찰진술조서

1. 각 사건보고서 및 상황보고서, 선박국적증서 등 선박 관련 자료(증거목록 순번 6, 15, 36, 68번), 선원명부 등 선원 관련 자료(증거목록 순번 7 내지 11, 23 내지 25, 29, 83, 84, 90, 115번), 항적도 등 항적 관련 자료(증거목록 순번 13, 14, 28, 71, 72번), 각 사진(증거목록 순번 21, 26, 27, 37, 63, 69, 70, 86, 91, 92, 105, 109, 114, 177번), 압수조서 및 압수목록, 실황조사서, 각 그림(증거목록 순번 85, 93 내지 95번), 각 사체검안서, 각 검증조서, 국과수 감정결과 회신결과, 각 부검감정서, 감정서(DNA)

1. 각 수사보고 등(증거목록 순번 2, 5, 16, 17 내지 20, 35, 40, 41, 47, 103, 107, 112, 113, 117, 131, 134, 176번)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가. 피고인 A: 각 형법 제250조 제1항(각 무기징역형 선택)

나. 피고인 B: 각 형법 제261조, 제260조 제1항(각 징역형 선택)

1. 경합범가중

가. 피고인 A: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1호, 제50조(범정이 더 무거운 피해자 M에 대한 살인죄에 관하여 무기징역형을 선택하였으므로 다른 형을 과하지 아니함)

피고인들 및 변호인들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인 A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의 범행이 오상방위 내지 오상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범행 과정 및 범행 전후의 경위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행위가 그 주장과 같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이지는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피고인 B

피고인 및 변호인은 범행 당시 피고인이 술에 취하여 심신상실 내지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하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범행 당시 술을 어느 정도 마신 사실은 인정되나 그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상실되었거나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이지는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양형의 이유

1. 피고인 A

가. 처단형의 범위: 무기징역

나. 권고형의 범위

1) 판시 각 살인죄

[유형의 결정] 살인 > 제2유형(보통 동기 살인) > 가중영역(각 징역 15년 이상, 무기징역 이상)

[특별가중인자] 잔혹한 범행수법

2) 다수범 처리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무기징역2)다. 선고형의 결정

먼저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계획적으로 살해하지는 않았던 점, 피고인이 범행 이후 선박이나 다른 선원들의 안전을 위해할 만한 행위는 하지 않은 점,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고 피고인에게 그동안 국내에서 처벌받은 전력은 없는 점, 피고인이 본국인 베트남에 부양할 가족이 있는 점 등의 정상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피고인이 선장과 기관장인 피해자들을 연달아 무참히 살해하는 등 그 범행 결과가 매우 중대하고 범행 내용이 반인륜적인 점, 또한 선박의 안전을 책임지는 선장에 대한 살해 범행은 그 자체로 죄질이 매우 중한 점, 피고인이 칼로 피해자들의 목과 머리 등을 수십 회 마구 내려쳐 살해하는 등 범행 수법 또한 매우 잔혹한 점, 특히 선장을 살해한 후 별다른 이유 없이 자고 있던 기관장까지 살해하는 등 범행 경위도 매우 좋지 않은 점, 위와 같은 범행으로 인하여 피해자들은 크나큰 고통 속에 사망에 이르렀고 그 유족들이 평생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겪게 되었음에도 피고인이 현재까지 피해회복 조치를 하거나 피해자측으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무거운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요구된다.

이러한 사정들에다가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양형조건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2. 피고인 B

가. 처단형의 범위: 징역 7년 6월 이하

나. 권고형의 범위

1) 판시 각 특수폭행죄

[유형의 결정] 폭력 > 폭행범죄 > 제6유형(상습·누범 특수폭행) > 기본영역(징역 6월~1년 10월)

2) 다수범 처리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징역 6월~3년 4월(기본범죄의 형량범위 상한에 다른 범죄 중 형량범위 상한이 가장 높은 범죄의 형량범위 상한의 1/2, 두 번째로 높은 범죄의 형량범위 상한의 1/3을 합산함)다. 선고형의 결정

피고인이 칼을 휴대하여 여러 피해자들을 폭행하였던 점, 특히 선박의 안전을 책임지는 선장에 대한 폭력 행위는 그 자체로 죄질이 중한 점, 피고인이 피해자들 내지 그 유족에게 피해회복 조치를 하거나 아직 그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책임이 무겁다.

다만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고 그로 인한 폭행의 정도가 중하지는 않은 점,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피고인에게 그동안 국내에서 처벌받은 전력은 없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와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양형조건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

1. 피고인들의 공모에 의한 각 특수폭행의 점

가.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의 요지

1) 갑판에서의 특수폭행 피고인 B은 2016. 6. 19. 17:30경부터 18:15경 사이 L의 갑판에서, 피해자 M과 말다툼을 벌이다 화가 나 오른쪽 허리춤에 위 식칼을 찬 채 피해자 M에게 다가가 놀리는 듯한 말투로 "선장님 굿맨, 선장님 베리 굿"이라고 반복해서 말하다가 갑자기 손으로 M의 뺨을 2회 때린 다음 다시 "선장님, 굿맨, 넘버원"이라고 말하고, 피고인 B을 말리는 베트남 선원인 피해자 P(35세)의 뺨을 손으로 때리고, 베트남 선원인 피해자 Q(37세)의 배를 발로 차서 넘어지게 하였다. 피고인 B은 계속하여 허리춤에서 위 식칼을 꺼내 피해자 P의 목 부위를 겨냥하면서 "너는 상관하지 말고 꺼져라. 죽고 싶냐."라고 말하고, 이어 위 식칼로 옆에 있던 베트남 선원인 피해자 R(28세)의 목 부위를 겨냥하며 다른 손으로 뺨을 때리고, 계속하여 위 식칼로 베트남 선원인 피해자 S(33세)의 머리 부위를 겨냥하며 다른 손으로 뺨을 때렸고, 피고인 A은 이에 가세하여 피고인 B의 옆에서 피고인 B을 호위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피해자들에게 위해를 가할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피해자들을 각각 폭행하였다.

2) 조타실에서의 특수폭행

피고인들은 2016. 6. 19. 18:20경 피고인 B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후 조타실로 올라간 피해자 M이 자신들을 비롯한 베트남 선원들을 모두 조타실로 호출하자 위 M이 위와 같이 그를 때린 피고인 B을 강제로 하선시킬 것을 우려하여 M을 죽이기로 마음먹고, 피고인 B은 위 식칼을 허리춤에 찬 채, 피고인 A은 별도의 도구 없이 다른 베트남 선원들인 S, P, R, Q과 함께 조타실로 올라갔다. 피고인 B은 위 조타실에서 위와 같이 허리춤에 위 식칼을 찬 상태로 또다시 의자에 앉아 있던 위 M의 얼굴 등을 손으로 때리고, 피고인 A은 그곳에 있는 피해자 S, 같은 P, 같은 R. 같은 Q 등 베트남 선원 4명에게 베트남어로 '선장이 B을 강제로 하선시킬 것 같은데 선장을 죽여야겠다. 너희들은 어떤 생각이냐'라는 취지로 말하여 범행에 동참할 것을 제안하였으며, 피해자들이 아무런 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자 피고인 B은 위 식칼을 뽑아 오른손에 든 채 피해자들에게 "너희들은 나쁜 놈들이다."라고 말하며 다른 손으로 피해자들의 뺨을 순차적으로 때리고, 피고인 A은 이에 가세하여 그 옆에서 피해자들에게 위해를 가할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피해자들을 각각 폭행하였다.나, 피고인들 및 변호인들의 주장

① 피고인 A은 피고인 B의 이 부분 각 특수폭행에 가담하거나 공모한 사실이 없다. 피고인 B은 피고인 A과 이 부분 각 특수폭행을 공모한 사실이 없고 이는 자신의 단독 범행이다.

다. 판단

기록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이 부분 각 특수폭행을 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① 피고인 A은 일관되게 이 부분 특수폭행에 대하여 가담하거나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고, 피고인 B도 일관되게 피고인 A이 이 부분 특수폭행에 가담하거나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

② 다른 베트남 선원들인 P, Q, S는 당시 피고인 A이 피고인 B 곁에 있었다고 진술하였을 뿐, 구체적으로 피고인 A이 피고인 B과 합세하여 어떠한 폭행 또는 협박을 하였는지에 관하여 진술한 바 없다.

③ S는 경찰에서 피고인 A이 피고인 B을 비호하듯이 서서 피고인 B 주위를 돌고 있었다고 진술하였으나, '비호하듯 주위를 돌았다'는 표현은 추상적인 느낌이나 추측에 불과하여 피고인 A이 피고인 B 옆에 있었던 사실 외에 특수폭행에 가담한 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또한 S는 검찰에서 피고인 A이 피고인 B 옆에 있으면서 특별히 겁을 주거나 말을 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122쪽).

④ 피고인 B이 자신을 말리는 다른 베트남 선원들을 때린 반면 피고인 A을 때리지는 않은 사정이 있기는 하나, 피고인 B의 특수폭행을 제지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피고인 A이 피고인 B의 특수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16) 또한 베트남 선원들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들이 당시 어떠한 대화를 나누었는지 또는 묵시적으로라도 어떠한 의사가 합치되었는지에 관하여 진술한 바 없다.

라.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피고인 B에 대하여는 이 부분 각 공소사실에 포함된 각 단독 특수폭행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의 선고를 하지 아니하고, 피고인 A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한다.

2. 피고인들의 공모에 의한 선장 살인의 점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은 2016, 6. 19. 18:20경 피고인 B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후 조타실로 올라간 피해자 M이 자신들을 비롯한 베트남 선원들을 모두 조타실로 호출하자 위 M이 위와 같이 그를 때린 피고인 B을 강제로 하선시킬 것을 우려하여 M을 죽이기로 마음먹고, 피고인 B은 위 식칼을 허리춤에 찬 채, 피고인 A은 별도의 도구 없이 다른 베트남 선원들인 S, P, R, Q과 함께 조타실로 올라갔다. 피고인 B은 다른 베트남 선원들을 때리다 위 식칼을 바닥에 떨어뜨렸고, 이를 본 P이 얼른 식칼을 주워 조타실 밖으로 나가 바다에 버리자 P을 비롯한 Q, R 등 베트남 선원 3명이 조타실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이에 피고인 B은 S가 지켜보는 가운데 위 식칼이 없어진 것을 본 피해자 M과 몸싸움을 벌이게 되었고, 한편 피해자를 살해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피고인 A은 새로이 칼을 가지고 오기 위하여 평소 칼이 보관되어 있는 식당으로 가서 그곳에 보관되어 있던 다른 식칼 1자루(총 길이 약 30cm, 끝 부분이 잘려져 있지 아니한 형태)를 들고 다시 위 조타실로 가게 되었는데 그때 피고인 B이 조타실에서 머리를 출입구 방향으로 한 채 피해자의 밑에 깔려 피해자와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그러자 피고인 A은 위 식칼로 피해자의 등 부위를 내려쳤고, 이에 피해자가 몸을 일으키려하자 피고인 B은 피해자의 밑에서 손으로 피해자의 목 부위 등을 꽉 붙잡아 피해자가 저항하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으며, 계속하여 피고인 A은 위 식칼로 피해자의 머리 부위, 팔 부위, 목 부위 등 피해자 전신을 36회에 걸쳐 내려치거나 베어 피해자로 하여금 즉석에서 다발성 예기 손상에 의한 과다출혈로 사망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나. 피고인들 및 변호인들의 주장

① 피고인 B은 피고인 A의 이 부분 살해 행위에 가담하거나 공모한 사실이 없다. ② 피고인 A은 피고인 B과 이 부분 살해 행위를 공모한 사실이 없고 이는 자신의 단독 범행이다.

다. 판단

기록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이 부분 살인 범행을 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1) 먼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로 S의 경찰 진술이 있기는 하나, 이후 그가 진술을 번복한 경위와 번복 진술의 내용, 당시 현장에 있던 다른 선원들의 진술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은 일부 진술은 신빙하기 어렵거나 유죄 인정의 근거로 삼기에 부족하다.

가) S는 경찰에서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함께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적이 있기는 하다. 즉 (1) 피고인 B이 허리에 칼을 차고 선장을 때리면서 '캡틴 복싱 복싱 하면서 싸움을 걸었다. ② 피고인 A이 선장이 듣지 못하게 베트남어로 선원들에게 'B이 선장님을 때리기까지 하였는데 선장은 B을 하선시킬 것이다. 선장을 죽일 것인데 너희들은 어떠냐'라고 말하자 다른 선원들은 아무말도 하지 못하였다. ③ 피고인 B이 그 말을 듣고 칼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너희들도 동참할 것이지?'라고 물었는데 선원들이 아무말도 하지 않자 선원들의 뺨을 때렸다는 것이다.

나) 그러나 S는 검찰과 이 법정에서는 피고인 B이 살해 행위를 공모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을 정정하였다. 즉 검찰에서 ① 자신은 피고인 A으로부터 'B이 선장님을 때리기까지 하였는데 선장은 B을 하선시킬 것이다. 선장을 죽일 것인데 너희들은 어떠냐'라는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 ② 자신은 경찰에서 선장을 죽일 것이라는 말은들은 적이 없다고 진술하면서 다만 피고인 A이 한 말이 선장을 죽일 것 같다는 취지로 느껴졌다는 식으로 진술했는데 통역이 잘못되었다고 진술하였고, 이 법정에서는 ③ 피고인 A이 '너희들은 어떤 생각이냐'라는 말을 한 사실은 있으나 선장을 설득하여 피고인 B을 도와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지 선장을 죽이자고 말한 사실은 없다는 것이다. 또한 S가 그 진술을 번복한 경위에 허위가 개입할 정황도 찾아보기 어렵다. 즉 ① S의 경찰 진술 내용은 진술시마다 세부적으로 차이가 있는데 S는 겁을 먹어 제대로 진술하지 못했다거나 기억을 하니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 다시 진술한다며 진술 내용을 여러 번 정정하였다. ② S는 검찰 및 법정에서 경찰에서 위와 같이 진술한 바 없고 통역이 잘못된 것 같다며 자신의 진술을 정정하였고, 그와 같은 진술의 번복 경위와 이 법정에서의 진술 태도 등에 비추어 S의 검찰 내지 법정 진술이 허위라고 보기는 어럽다.

다) 당시 현장에 있던 P, Q 또한 피고인 A이 피고인 B과 함께 피해자를 죽이자는 말은 못 들었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 A도 피해자를 죽이자고 말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하였다.

① P은 경찰에서 당시 조타실 출입문 근처에 있었고 피해자와 피고인 B이 계속하여 말다툼하는 소리가 커서 피고인 A이 다른 선원들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듣지 못하였고, 피고인 B이 다른 베트남 선원들을 때리면서 뭐라고 했는지도 듣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410, 419쪽), 이 법정에서도 당시 사람이 많고 시끄러워서 어떤 내용으로 말다툼을 했는지 모른다고 진술하였다.

② Q도 이 법정에서 조타실에의 상황은 잘 모르며 피고인 A이 선장을 죽이자는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다.

③ 피고인 A은 다른 선원들에게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말한 사실은 있으나 싸움을 말리거나 선장을 설득하여 피고인 B을 하선시키지 못하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이지 선장을 죽이자고 말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하였다.

2) 피고인들이 선장을 살해하기로 사전에 공모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 정황을 찾아볼 수 없다.

가) 베트남 선원들의 진술에서도 피고인 B이 당시 조타실에서 피고인 A에게 함께 선장을 죽이자고 말을 하였다거나 조타실을 나가는 피고인 A에게 칼을 가져오라고 말을 한 사실은 확인할 수 없다.

나) 피고인들이 조타실로 올라가기 전에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하는 행동이나 말을 하였다는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피고인 B은 칼을 들고 다른 베트남 선원들을 폭행하면서도 피해자에게는 직접적으로 칼을 휘두르거나 칼을 들고서 피해자를 죽이겠다는 식으로 협박을 한 사실이 없다.

다) 또한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실행행위를 분담할 것인지에 관하여 말을 한 사실도 확인할 수 없다. 나아가 피고인 B이 피해자 밑에 깔려 얻어맞는 상황과 같은 돌발적인 상황까지 예측하여 피해자를 살해할 것을 사전에 공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3) 당시 조타실의 상황, S 및 피고인 A의 진술과 피고인 B의 부상 정황 등에 비추어, 피고인 A의 살해 행위 당시 피고인 B이 피해자의 목을 잡고 있던 행위가 그와 같은 살해 행위를 분담한 정황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가) 세이쉘 일몰 시간은 18:15으로 확인되고(증거목록 순번 72번), P, S, T 등의 진술 등에 의하면, 피고인 A이 칼을 들고 다시 조타실로 올라온 시간은 18:40경 내지 19:00 경이므로 당시 조타실 안은 상당히 어두웠을 것으로 추정되고, S도 검찰에서 당시 조타실에 취침등만 켜져 있어 조금 어두웠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피고인 B은 당시 피해자 밑에 깔려 주먹으로 맞고 있던 상황이었고 피고인 A은 피해자 뒤로 다가가 갑자기 피해자의 등 부위를 칼로 내려치기 시작하였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 B으로서는 피고인 A이 칼로 피해자를 내려치는 것을 처음부터 목격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나) S도 검찰에서 피고인 A이 선장을 마구 때리길래 주먹인지 칼인지 잘 보지 못했는데 갑자기 피가 튀어 피고인 A이 칼로 피해자를 내려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악'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조타실 밖으로 도망쳤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128쪽).

다) 피고인 A은 피해자를 내려치다가 피해자를 잡고 있던 피고인 B의 손을 치우고 계속하여 피해자를 내려쳤고 마지막에 피해자의 왼쪽 목부분에 치명상을 가하여 피해자가 '악'하고 소리를 질렀다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 B으로서는 피고인 A이 자신의 손을 치우고 나서야 비로소 피고인 A의 살해 행위를 인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라) S, 피고인 A의 각 진술 및 피고인 B의 상처 부위 사진 등에 의하면, 피고인 A이 피해자를 칼로 정신없이 내려치다가 피해자의 목을 잡고 있던 피고인 B의 손도 2 회 가량 함께 내려쳤던 사실이 인정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피고인 B이 피해자로부터 얻어 맞고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 A이 칼로 자신의 손을 내려치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피해자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피해자의 목을 잡고 있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S도 이 법정에서 피고인 B이 싸우는 과정에서 방어목적에서 피해자의 목을 잡은 것 같다고 진술하였다.

4) 나아가 피고인들의 일관된 공모 범행 부인 진술에 부합하는 관련자들의 진술까지 감안할 때,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은 상황이었을 개연성을 배제하기도 어렵다.

가) 피고인 B은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당시 조타실에서 선장과 말다툼을 한 사실은 있으나, 피고인 A과 함께 선장을 살해하기로 공모한 사실은 없고 구체적인 경위는 술에 취하여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나) 피고인 A 또한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 B이 자신에게 피해자를 살해하자고 말한 사실은 없고, 피고인 B이 피해자에게 맞을 수도 있을 것 같아 피고인 B을 보호하거나 방어하기 위해서 칼을 가지고 다시 조타실로 왔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피해자가 피고인 B을 깔고 위에서 때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격분하여 순간적으로 피해자를 칼로 내려쳐 살해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다) 대부분의 선원들은 사건 이후 피고인 A이 혼자서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알고 있었고, 수사기관과 이 법정에서도 그와 같이 진술하였다.

① P은 경찰에서 피고인 A이 자신에게 '내가 선장과 기관장을 죽였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77, 178, 413쪽 등).

Q은 경찰에서 다른 선원들로부터 피고인 A이 '내가 선장을 죽였고 기관장도 죽였다'고 말한 사실을 전해들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434쪽).

라.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피고인 A에 대하여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포함된 단독 살인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하고, 피고인 B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유창훈

판사김진원

판사엄지아

주석

1) 당초 기소된 피고인 B에 대한 A과의 공모에 의한 각 특수폭행의 점, 피고인 A에 대한 B과의 공모에

의한 선장 살인의 점은 후술과 같이 무죄로 판단하나, 피고인들이 위 각 부분이 자신의 단독 범행을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여 각 해당 부분을 공소장 변경 없이 유죄로 인정한다.

2) 처단형으로 무기징역형을 선택하였으므로 권고형 또한 무기징역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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