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red_flag_2
서울고등법원 2009. 3. 11. 선고 2008노969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13세미만미성년자강간등)][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검사

윤종성

변 호 인

변호사 정종희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이 교사의 지위에서 목회 경력이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초등학교 여학생에 대해 건강검진을 이유로 교묘하게 지능적으로 추행한 사실이 인정됨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추행죄에 있어서의 추행 또는 추행의 범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면서 건강검진을 해준다는 구실로 피해자 공소외 1을 추행하기로 마음먹고 2007. 10. 11. 15:10경 ○○초등학교 연구실에서 피고인 권유로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피해자를 책상 위에 눕게 한 다음 피해자 상의 안으로 손을 넣어 가슴과 배를 만져 위계로써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07. 11. 하순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8회에 걸쳐 피해자 공소외 1, 4, 5의 배, 가슴, 엉덩이 등을 만져 위계로써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추행하였다.

나. 공소외 1에 대한 추행의 점

피고인이 공소외 1의 배와 가슴 부위를 만진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와 피고인에게 추행의 범의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살핀다.

(1) 인정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 각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피고인은 1971년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1971년부터 1977년까지 초등학교 교사로, 1977년부터 1991년까지 여자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는 한편, 1988. 3. 15. □□□회로부터 목사 안수를 받고 1988년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교회를 창립하여 담임목사로 활동하던 중 2007. 9. 6.부터 (상세주소 생략)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로 재직하여 3, 4, 5, 6학년 음악과 5, 6학년 영어를 담당하면서 수업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안색이 창백한 초등학생들에 대해 진맥하여 아픈 곳을 나름대로 진단해주었고, 이를 본 호기심 많은 다른 학생들로부터 진맥해달라는 요청도 받았는데, ○○초등학교는 2006. 3. 1. 개교하여 양호실과 양호선생님이 없어 5학년 1반 담임교사가 아픈 학생들에게 약을 주는 형편이었다.

② 피고인은 2007. 10. 11. 15:10경 예전에 건강이 좋지 않아 보인다고 말해 주었던 공소외 1(여, 12세)이 공소외 3(여, 12세)과 함께 1학년 연구실로 피고인을 찾아와 진맥을 부탁하여, 이들과 함께 기도를 한 다음, 공소외 1의 얼굴색을 살피면서 공소외 1에게 밥을 잘 먹는지 등을 물어보고 손목의 맥을 짚어 본 다음 책상 위에 눕게 하여 공소외 1의 옷 속으로 손을 넣어 배꼽 옆 2cm 정도 되는 부위를 손가락으로 눌러보고 흉부 중앙 부위를 손바닥으로 눌러 보거나 가슴 옆 부위를 손가락으로 두들겨 보았고(이하 “검진행위”이라 한다), 이어 공소외 3에 대해서도 비슷한 검진행위를 하였다.

③ 공소외 1은 그날 어머니에게 피고인이 자신의 가슴 부위 등을 만지면서 검진행위를 한 사실을 말하여 어머니로부터 선생님이니까 검진행위도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고, 친구들에게 피고인으로부터 검진행위를 받은 사실을 자랑하여 2007. 10. 12. 15:10 공소외 3, 6, 7과 함께 건강검진을 받고자 1학년 연구실로 피고인을 찾아가 그 전날과 비슷한 방법으로 검진을 받은 후에 피고인에게 건강검진법을 가르쳐달라고 요청하였다.

④ 피고인은 2007. 10. 13. 15:10경 공소외 1이 공소외 2, 3과 함께 1학년 연구실로 다시 찾아 오자 이들에게 사람의 신체 부위 명칭이 기재된 건강검진자료도 나눠주고 공소외 1 등을 상대로 시범적으로 검진하면서 검진방법을 가르쳐주었고, 이날 처음으로 피고인을 찾은 공소외 2에 대해 사상체질 중 어떤 체질인지 감별하기 위해 가슴통을 잰다는 이유로 가슴을 쓰다듬듯 하면서 가슴 부위의 여기저기를 눌러보았다.

⑤ 피고인은 2007. 11. 초순경 공소외 1, 2, 3, 6, 7 등 5명이 찾아 와서 이전과 비슷한 방법으로 검진행위를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공소외 2로부터 검진행위 전에 “맥만 짚어달라”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가슴을 손바닥으로 약간 쥐는 듯한 방법으로 만졌다.

⑥ 피고인은 2007. 11. 9. 공소외 1 어머니가 학교로 전화하여 피고인의 검진행위에 항의하자 공소외 1 담임선생님과 함께 공소외 1 어머니를 방문하여 학부모 동의 없이 검진행위를 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공소외 1 어머니의 부탁대로 앞으로는 검진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였고, 2007. 11. 12. 교장선생님에게 경위서를 제출하였다.

⑦ 검진행위가 이루어진 1학년 연구실은 건물 2층 중앙 부분에 위치하고, 복도에서 커튼 없는 투명 유리창을 통해 내부가 들여다보이며, 왼쪽으로 컴퓨터실과 교무실이, 오른쪽으로 건물 중앙 통로와 화장실이 각각 순차로 접해 있는 공간으로 1학년 담임선생님들이 개인사물함과 공용스캐너를 놓고 공동으로 사용하는데, 다만 피고인이 평소 영어 학습실을 사용하다가 수, 목, 금요일에 특기적성수업 때문에 영어 학습실을 비워주고 그 대신 1학년 연구실을 사용하였다.

⑧ 한편, 피고인은 1994. 3.부터 1995. 8.까지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수지침 강서지원에서 수지침술과 건강검진의 교육과정을 수료하였고, 1996년 늦여름 ♡♡교회 신도 공소외 8(여, 36세)에 대해 유방 사이 부분 등을 통통 치면서 만지거나 진맥하고 그 남편의 양해 하에 옷 속으로 손을 넣어 복부를 만진 후에 기관지가 좋지 않으니 병원에 가보라는 권유하는 등 ♡♡교회에서 목회 차원에서 아이들에 대해 진맥을 하거나 체한 아이들의 손을 따주곤 하였으며, 2004. 12. 18. ●●수지침요법학회장으로부터 ●●수지침 학술 발전에 노력하고 수지침 자원봉사운동 등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표창장을 받았고, ♡♡교회 전단지에는 손바닥의 각 부위와 신체의 다른 기관 사이의 연관관계가 그려진 그림이 들어 있었다.

⑨ ●●수지침에 의하면 수지침은 손에 침, 자석, 압봉, 반 등을 이용하여 자극을 주어 간단한 질병을 관리하는 학술로 손바닥 중에서 자극할 부위를 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건강검진을 해야 하는데, 가장 기초적인 건강검진 방법은 손가락으로 배 부위를 중심으로 18개의 혈을 눌러서 그 중 아픈 통점을 찾아내는 복진의 방법이고, 18개의 혈은 유두와 유두 사이의 한가운데서부터 명치, 복부, 배꼽 위로 3곳, 배꼽 아래 3곳 합계 6곳, 견관절 연결 부위 1곳, 유두 직하 1곳, 갈비뼈 아래 1곳씩 좌우 합계 6곳, 배꼽을 기준으로 수평으로 선을 긋고 유두로부터 직하로 그어서 만나는 지점으로부터 배꼽까지 3곳으로 좌우 합계 6곳에 있다고 한다.

(2) 판단

의사자격 내지 양호교사자격이 없는 피고인이 학부모의 동의도 없이 학교장에게 사전에 알리지도 아니한 채 여자 초등학생의 배와 가슴 부위에 대해 옷 속으로 신체접촉을 하는 행위는 해당 초등학생이 아직 12세로 의사표현이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고 성적 장애가 없는 상태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미성년인 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공소외 1이 방과 후에 호기심 등의 이유에서 자진하여 피고인에게 진맥을 부탁하기 위해 계속해서 친구들을 데리고 피고인을 연구실로 찾아간 점, 피고인이 수지침 학술단체에서 정식으로 수지침을 배워 목회활동 차원에서 교회 신도 등에 대해 건강검진을 해왔고, 양호교사가 없는 ○○초등학교에서 평소 수업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이는 학생들에 대해 진맥해 주는 등 건강관리에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교무실에 인접하고 복도에서 들여다 볼 수 있으며 선생님들의 개인사물함 등이 있어 사실상 공개된 장소인 1학년 연구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있는 공소외 1에 대해 건강검진 또는 건강검진방법전수 차원에서 배와 가슴 부위를 손가락으로 누르거나 두드리고 손바닥으로 압박한 것 외에 달리 성기 또는 성적으로 민감한 신체부위를 접촉한 바가 없는 점, 공소외 1 어머니도 딸로부터 피고인의 검진행위에 관해 듣고 처음에는 이를 문제 삼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공소외 1의 배와 가슴 부위를 접촉 내지 만진 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추행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당시 피고인에게 공소외 1을 추행한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할 것이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공소외 1의 일부 경찰진술과 원심 법정진술, 증인 공소외 2, 3의 일부 당심 법정진술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공소사실 중 공소외 1에 대한 추행의 점에 관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추행죄에 있어서의 추행 또는 추행의 범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공소외 4, 5에 대한 추행의 점

피고인이 공소외 4, 5의 신체를 접촉한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와 피고인에게 추행의 범의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살핀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2007. 11. 하순경 ○○초등학교 음악실에서 공소외 4(여, 10세)가 개인별 가창시험을 보기 위해 교실 앞으로 나오자 공소외 4에게 노래 부를 정확한 위치를 가르쳐주기 위해 공소외 4의 좌·우 엉덩이와 허리 사이의 부분을 손바닥으로 밀었고, 또한 가창시험을 보기 위해 앞으로 나온 다른 학생에 대해서도 손이나 지휘봉으로 몸을 밀어 노래 부를 지점으로 가라고 한 사실, 피고인이 2007. 11. 하순경 ○○초등학교 영어 학습실에서 음악 수업시간에 “여드름이 난 애들은 앞으로 나오라”고 하여 이에 앞으로 나온 공소외 5(여, 10세)에게 귓속말로 “생리하니”라고 물어보면서 여드름이 어떤지를 알아본다는 이유로 이마의 여러 군데를 만지고 진맥한다는 이유로 팔을 비틀어 만진 사실, 피고인이 2007. 11. 하순경 영어 학습실에서 음악 수업시간에 공소외 5가 책상에 엎드려 책을 보자 공소외 5에게 “바른 자세를 하라”고 하면서 자세를 바로잡다는 이유로 의자등받이와 공소외 5 등 사이의 빈 곳에 손을 넣어 허리아래 부분과 무릎 위 허벅지 부분을 만진 사실, 피고인이 2007. 11. 하순경 영어 학습실에서 건강검진을 한다는 이유로 공소외 5의 친구 공소외 9, 10이 보는 앞에서 공소외 5를 마주보고 앉아 공소외 5의 겨드랑이 쪽을 툭툭 치고 옆구리를 꾹꾹 누르면서 “아프냐”고 물어보고, 이에 공소외 5가 “아프다”고 답하자, 공소외 5에게 건강이 안 좋다고 말해 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피고인의 교사로서 지위와 경력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공소외 4, 5의 신체 부위를 접촉한 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추행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당시 피고인에게 공소외 4, 5를 추행한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공소외 4, 5의 일부 경찰진술과 원심 법정진술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공소사실 중 공소외 4, 5에 대한 추행의 점에 관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추행죄에 있어서의 추행 또는 추행의 범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론

따라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범죄일람표 생략]

판사 조병현(재판장) 정재오 김용하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