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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도2576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13세미만미성년자강간등)][공2009하,1805]
판시사항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의2 제5항 에 정한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추행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필요한지 여부(소극) 및 ‘추행’ 해당 여부의 판단 방법

[2] 초등학교 교사가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학생의 옷 속으로 손을 넣어 배와 가슴 등의 신체 부위를 만진 행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의2 제5항 에서 말하는 ‘추행’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의2 제5항 에서 규정한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추행죄는 ‘13세 미만의 아동이 외부로부터의 부적절한 성적 자극이나 물리력의 행사가 없는 상태에서 심리적 장애 없이 성적 정체성 및 가치관을 형성할 권익’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 성립에 필요한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위 죄에 있어서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것인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하여야 한다.

[2]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가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학생의 옷 속으로 손을 넣어 배와 가슴 등의 신체 부위를 만진 행위는, 설사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없었더라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고 그로 인하여 피해 학생의 심리적 성장 및 성적 정체성의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되므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의2 제5항 에서 말하는 ‘추행’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정종희

주문

원심판결 중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한 공소사실 부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의2 제5항 에서 규정한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추행죄는 ‘13세 미만의 아동이 외부로부터의 부적절한 성적 자극이나 물리력의 행사가 없는 상태에서 심리적 장애 없이 성적 정체성 및 가치관을 형성할 권익’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 성립에 필요한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5도6791 판결 참조). 그리고 위 죄에 있어서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것인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참조).

원심판결 및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 등에 의하면, 피고인은 자신이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는 초등학교 연구실에서 건강검진을 받겠다며 찾아온 피해자 공소외 1 등에게 손목의 맥을 짚어 본 다음 책상 위에 눕게 하여 상의 속으로 손을 넣어 주로 가슴 부위를 누르거나 문지른 사실, 피해자 공소외 1은 제1심에서 “몸을 만지면서 건강검진 하는 것이 싫다고는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제가 그 느낌이 싫어서 간지러운 척하면서 안하였다. 가슴을 만질 때 싫은 내색도 보였고, 셋째 날에 싫다고 얘기도 하였다”고 증언한 사실, 피해자 공소외 1과 함께 건강검진을 받은 같은 또래의 공소외 2는 원심에서 “처음에는 기도를 드리고 맥박을 짚으면서 건강상태를 알아본다며 누우라고 하더니 갑자기 옷 속에 손을 넣어서 배를 짚어보면서 유방과 유두를 만졌다. 너무 황당해서 ‘왜 만지세요’라고 물으면서 몸을 움직였더니 ‘가만 있으라’고 했다. 손가락으로 만지지 않고 손바닥으로 약간 쥐는 듯한 모양으로 만졌고 손바닥이 유두에 닿았다”고 증언하였고, 마찬가지로 함께 건강검진을 받은 공소외 3은 원심에서 “3층 빈방에서 받을 때는, 어렸을 때 유두 부분을 짜면 안된다고 하면서 유두를 만졌고, 다른 장소에서는 유두를 만지지 않고 유두 옆 부분을 만졌다”고 증언한 사실, 피고인도 원심 법정에서 처음에는 유두를 만지지 않고 통통치는 방법으로 했고 두 번째에 만졌다고 진술한 사실, 피고인이 종전 수업시간에 몸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학생들을 진맥하여 건강상태를 알려 주기도 하였으나 직접 상의 속으로 손을 넣어 건강 상태를 진단한 적은 없었던 사실, 위 공소외 2는 진맥으로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고 해서 호기심에서 피고인을 찾아갔으나 갑자기 상의 속으로 손을 넣어 가슴과 유두를 만지자 황당해 하며 적극적으로 싫다는 표현을 하였고 화장실을 가는 척하면서 도망을 가려고 하였으며, 위 공소외 3은 심지어 성폭력을 당했다는 느낌이 들었고 자기만 당하는 게 싫어서 다른 친구들을 데려갔다고 진술하기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인의 행위는, 비록 피해자 공소외 1이 호기심에서 피고인을 먼저 찾아갔고 함께 간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한 행위여서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피해자 공소외 1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그로 인하여 정신적·육체적으로 미숙한 피해자 공소외 1의 심리적 성장 및 성적 정체성의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므로, 위 법률 조항에서 말하는 ‘추행’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나아가 추행행위의 행태와 당시의 정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범의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원심이 판시와 같은 사유를 들어 피고인의 행위가 추행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당시 피고인에게 피해자 공소외 1을 추행한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라고 판단한 것은 앞서 본 ‘추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2.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한 부분

원심은, 피해자 공소외 4, 공소외 5에 대한 신체접촉 행위가 객관적으로 볼 때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당시 피고인에게 위 피해자들을 추행한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조치는 사실심 법관의 합리적인 자유심증에 따른 것으로서 기록에 비추어 수긍이 가고,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박시환 안대희(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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