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검사
이준범(기소), 김기문(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 이공 외 1인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이 1인 시위 후 언론 인터뷰에서 공소외인 후보자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언급한 점, 피고인이 속한 ☆☆☆☆☆에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낙선운동을 벌인 점, 공소외인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정치인이어서 그에 대한 낙천운동이 언론에 보도되면 선거운동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공소외인 후보자의 낙선을 도모할 목적의사가 인정되는 선거운동에 해당한다. 나아가 공직선거법 제90조 제1항 제1호 의 ‘광고물 게시’는 여러 사람에게 보이기 위하여 광고물을 현출시키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광고물을 특정한 장소에 고정시키지 않고 단순히 들고 있는 행위도 ‘광고물 게시’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대한 단순한 반대의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로서 광고물 게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이라는 청년단체의 위원장이고 공소외인은 제19대 국회의원으로서 2016. 4. 13.에 있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시 선거구에 △△△당 후보자로 출마할 예정이었다. 피고인은 공소외인이 ▽▽▽▽▽▽▽▽의 채용비리에 연루되었다고 주장해왔다.
누구든지 선거운동기간 전에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방법을 제외하고 선전시설물·용구 또는 집회 등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하여서는 아니 되고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현수막이나 광고물, 광고시설을 설치·진열·게시·배부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피고인은 2016. 2. 16. 12:00경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1,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이런 사람은 안 된다고 전해라”, “▽▽▽▽▽▽▽▽ 취업청탁 채용비리?”, “청년 구직자의 노력을 비웃는 채용비리 인사가 공천되어선 안 됩니다”라는 문구와 공소외인의 성명과 사진이 기재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선거운동기간 전에 선전시설물·용구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하고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광고물을 게시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1)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의 행위가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① 공소외인은 2016. 2. 11. △△△당에 ○○시 선거구를 지역구로 해서 국회의원 후보자 신청을 하였는데, 피고인이 1인 시위를 한 시점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2016. 2. 16.로 아직 △△△당에서 국회의원 후보자를 추천하기 전이었다.
② 피고인이 1인 시위를 한 장소는 국회의사당 정문으로 공소외인이 출마할 예정인 ○○시 선거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곳이고 일반 유권자들의 왕래가 드문 곳이다.
③ 피고인이 들고 있었던 피켓에는 “청년 구직자의 노력을 비웃는 채용비리 인사가 공천되어선 안 됩니다”라는 내용과 공소외인 사진 옆에 빨간색의 기호 안에 “공천”이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데, 위 각 기재의 의미는 △△△당에서 공소외인을 국회의원 후보자로 추천하는 데 반대한다는 것이다.
④ 피고인은 위 장소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행위 외에 별다른 행위를 하지 않았고 피고인이 1인 시위를 한 시간은 40여 분 정도에 불과하며 당시는 점심시간이어서 일반 유권자들이 그 곳을 지나다닐 가능성은 거의 없는 때이다.
⑤ 이와 같이 피고인이 1인 시위를 한 시점의 전후 상황, 피고인이 1인 시위를 한 장소, 피고인이 들고 있었던 피켓에 기재된 내용, 피고인이 1인 시위를 하면서 한 행동과 1인 시위를 한 시간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선거운동에서 제외되는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지지·반대의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다.
2) 나아가 원심은 다음과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이 피켓을 들고 있는 행위가 공직선거법 제90조 제1항 제1호 에서 규정하고 있는 “게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공직선거법은 제58조 제2항 에서 “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원칙적으로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선거운동 등(공직선거법에서는 ‘선거운동을 위하여’,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선거에 관하여’ 등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후자로 갈수록 넓은 개념이다)의 주체·기간·방법 등을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공직선거법의 취지와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고려하면 선거운동 등의 제한과 관련한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지나치게 유추 또는 확장 해석해서는 아니 된다. 공직선거법 제90조 제1항 제1호 에서 규정하고 있는 “게시”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람에게 알리기 위하여 내붙이거나 내걸어 두루 보게 하는 것”인데, 위 조항이 선거운동 등의 방법을 제한하는 규정인 점을 고려하면 “내붙이거나 내걸어”라는 방법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여기에다가 위 조항에 규정된 시설물 등의 공통된 특징은 특정한 장소에 고정되어 있어 설치장소를 지나가는 사람에게 노출되는 빈도수가 커서 선거운동 등을 위한 선전물로서의 효과가 상당히 크다는 점( 헌법재판소 2015. 4. 30. 선고 2011헌바163 결정 )까지 고려하면 공직선거법 제90조 제1항 제1호 에서 규정하고 있는 “게시”는 특정한 장소에 내붙이거나 내걸어 고정시키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당심의 판단
1) 이 사건 행위가 광고물 게시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아래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과는 달리 피고인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한 행위는 공직선거법 제90조 제1항 제1호 에 규정된 광고물 등의 게시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부분을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① 공직선거법 제90조 제1항 제1호 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광고물 등을 ‘설치·진열·게시·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의사를 전달하는 효과를 가지는 다양한 행위를 규제하고자 함이다. 그런데 광고물을 벽 등에 고정하는 행위와 광고물을 손으로 들고 있는 행위는 모두 불특정 다수에게 용이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그 효과에 있어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광고물을 손으로 들고 있는 행위도 위 규정에서 금지하는 광고물 게시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공직선거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
② 게시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람에게 알리기 위하여 내붙이거나 내걸어 두루 보게 하는 것’으로, 그 문언 자체만 보면 게시물이 움직이지 않는 물체의 표면에 고정될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 사용되는 ‘게시’의 개념은 불특정 다수가 쉽게 볼 수 있는 방법으로 게시물을 현출하는 행위를 의미할 뿐, 반드시 게시물이 일정한 장소나 물체의 표면에 고정될 것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내붙이거나 내걸어 두는 것’은 게시물의 현출 방법 중 하나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2) 이 사건 행위가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여부
원심이 인정한 여러 사정들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고, 이에 더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여러 사정까지 고려하여 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피고인의 행위가 선거운동에서 제외되는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지지·반대의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조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된다. 그밖에 검사가 제출한 다른 증거들만으로 피고인의 행위가 선거운동에 해당하거나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① ‘선거운동’은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는데, 이에 해당하는지는 행위를 하는 주체 내부의 의사가 아니라 외부에 표시된 행위를 대상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행위가 당시의 상황에서 객관적으로 보아 그와 같은 목적의사를 실현하려는 행위로 인정되지 않음에도 행위자가 주관적으로 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거나, 결과적으로 행위가 단순히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또는 당선이나 낙선을 도모하는 데 필요하거나 유리하다고 하여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16. 8. 26. 선고 2015도1181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은 △△△당이 국회의원 후보자를 공천하기 전에 “청년 구직자의 노력을 비웃는 채용비리 인사가 공천되어선 안 됩니다”라는 내용과 공소외인 사진 옆에 빨간색의 기호 안에 “공천”이라는 내용이 기재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였는바, 이처럼 외부에 표시된 피고인의 행위는 객관적으로 공소외인의 공천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1인 시위 후에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소외인이 공천되는 경우 그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언급하였다거나 또는 피고인이 속한 ☆☆☆☆☆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소외인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였다는 사후의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지지·반대의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를 넘어서 공소외인의 낙선을 도모할 목적으로 1인 시위를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② 공소외인은 이 사건 당시 3선 국회의원으로 △△△당 원내대표를 역임하고 □□□□□ 장관 및 ◇◇◇◇◇를 지냈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사람이어서 그에 대한 낙천운동은 해당 지역구에 알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낙천운동 대상자가 전국적으로 알려진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와 달리 취급해야 한다거나 그에 대한 낙천운동이 곧 해당 지역구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선거운동에 해당하게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3) 소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므로 수긍할 수 있고,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따라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