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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2017. 7. 21. 선고 2016가합57859 판결
[손해배상(국)] 항소[각공2017하,533]
판시사항

갑이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 의하여 영장 없이 연행된 후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집행될 때까지 37일간 불법구금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 12년가량 복역하다가 가석방되었는데, 재심사건에서 자백의 임의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국가는 갑과 그 가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이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 의하여 영장 없이 연행된 후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집행될 때까지 37일간 불법구금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 12년가량 복역하다가 가석방되었는데, 재심사건에서 자백의 임의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갑이 간첩혐의 등 중형이 예상되는 공소사실 전부를 수사 및 공판과정에서 자백한 것은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의 불법구금 및 가혹행위 때문인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자백을 토대로 갑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는바, 국가 소속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한 채 국가권력을 이용하여 갑을 불법으로 구금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하였고, 그들의 사용자인 국가는 갑과 그 가족의 명예를 회복하고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오랜 기간이 경과하도록 방치함으로써 갑과 그 가족이 인격적, 경제적, 사회적 불이익을 당하였음이 인정되므로, 국가는 갑과 그 가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원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도 담당변호사 김용기)

피고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하나 담당변호사 최종우)

변론종결

2017. 6. 23.

주문

1. 피고는 원고 1에게 102,200,000원, 원고 2에게 6,923,076원, 원고 3에게 4,615,384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7. 6. 23.부터 2017. 7. 21.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1에게 500,000,000원, 원고 2에게 23,070,000원, 원고 3에게 15,38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부터 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가. 불법체포 및 수사

(1) 원고 1은 1970. 8. 31.경 일본으로 출국한 후 일본에서 거주하다가 체류기간이 만료되어 1977. 9. 9. 귀국하게 되었다.

(2) 원고 1은 1977. 9. 9. 김포공항에서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 의하여 영장 없이 중앙정보부 조사실로 연행된 후 1977. 10. 15.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집행될 때까지 37일간 불법구금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다.

(3) 검사는 원고 1에 대하여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 위반 및 일반이적죄의 별지 공소사실 기재 사실(이하 ‘이 사건 공소사실’이라 한다)에 대해 서울형사지방법원 77고합835호 로 기소하였다.

나. 유죄판결과 형 집행

(1) 서울형사지방법원은 1978. 4. 7. 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20년 및 자격정지 15년을 선고하였다.

(2) 위 판결에 대하여 원고 1과 검사 모두가 서울고등법원 78노639호 로 항소하였고, 위 법원은 1978. 7. 28. 원고 1에게 징역 15년 및 자격정지 15년(이하 ‘이 사건 대상판결’이라 한다)을 선고하였다.

(3) 이에 원고 1이 대법원 78도2266호 로 상고하였으나, 1978. 10. 31. 상고가 기각되어 이 사건 대상판결이 확정되었다.

(4) 원고 1은 이 사건 대상판결에 따라 광주교도소에서 약 12년 3개월을 복역한 후 1989년경 가석방되었고, 1992. 11. 3. 그 잔여 형기가 도과되었다.

다. 재심판결

(1) 원고 1은 2010. 10. 22. 서울고등법원 2010재노62호 로 이 사건 대상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였고, 위 법원은 이 사건을 수사한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이 원고 1을 영장 없이 연행·감금한 것은 위법하다고 인정하였다. 위 법원은 이를 전제로 위와 같은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의 원고 1에 대한 불법체포·감금죄는 5년의 공소시효가 경과되었음이 명백하여 형사소송법 제422조 소정의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을 때에 해당하므로 같은 법 제420조 제7호 소정의 재심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2012. 5. 25. 재심개시결정을 하였다.

(2) 이에 따라 개시된 서울고등법원 2010재노62호 재심사건에서 위 법원은 2012. 7. 19. 원고 1의 검찰에서의 전부 자백과 제1심 법정에서의 자백에 임의성 및 신빙성이 인정되고, 이에 관한 보강증거도 존재한다는 이유로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판단하되, 원고 1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서울형사지방법원 77고합835호 판결 을 파기하고 징역 15년 및 자격정지 15년을 선고하였다.

(3) 위 판결에 대해 원고 1은 대법원 2012도9879호 로 상고하였고, 위 법원은 2015. 9. 10. 원고 1의 검찰 및 제1심 법정에서의 자백은 위 원고가 불법구금 상태로 중앙정보부에서 임의성 없는 자백을 한 후 그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으므로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서울고등법원 2010재노62호 판결 을 파기환송하였다.

(4) 파기환송 후의 서울고등법원 2015재노237호 재심사건에서 위 법원은 서울형사지방법원 77고합835호 판결 을 파기하고 원고 1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고, 검사가 대법원 2015도18068 로 위 판결에 대해 상고하였으나, 2016. 6. 9. 상고기각 되어 원고 1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

라. 원고들의 가족관계 등

(1) 망 소외 1은 원고 1의 오빠이다. 망 소외 1은 2014. 9. 30. 사망하였고, 그 상속인으로 처인 원고 2와 자녀들인 원고 3 및 소외 2, 소외 3, 소외 4, 소외 5가 있다.

(2) 망 소외 1은 1977. 10.경부터 같은 해 11월경 사이에 이 사건과 관련하여 수사기관으로부터 참고인조사 등을 받았다.

마. 형사보상

원고 1은 2016. 6. 21. 이 사건과 관련하여 서울고등법원 2016코51호 로 형사보상청구를 하였고, 위 법원은 2017. 4. 11. 원고 1에 대하여 형사보상금 897,800,000원, 형사비용보상금 4,500,000원의 지급을 결정하였다. 원고 1은 2017. 5. 29. 위 보상금을 수령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1 내지 7호증의 각 기재(각 가지번호 포함),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피고 소속 수사기관 등 공무원들의 원고 1에 대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 1과 그 가족인 망 소외 1은 정신적 고통을 입었으므로, 피고는 손해배상으로 원고 1에게 500,000,000원(= 원고 1의 위자료 1,397,800,000원 - 형사보상금 897,800,000원)을, 원고 2에게 23,070,000원(= 망 소외 1의 위자료 100,000,000원 × 법정상속분 3/13)을, 원고 3에게 15,380,000원(= 망 소외 1의 위자료 100,000,000원 × 법정상속분 2/13)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구 대한민국헌법(1980. 10. 27. 헌법 제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제10조 는 신체의 자유와 법률에 의한 체포·구속과 죄형법정주의 및 적법절차보장( 제1항 ), 고문의 금지와 불리한 진술거부권( 제2항 ),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한 체포·구속( 제3항 ),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제4항 ) 등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는 국민에게 허위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고문이나 협박과 같은 직·간접적 수단을 이용하여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가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되고 영장에 의하여서만 국민을 체포·구속할 수 있는 등 수사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2) 갑2호증의 4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① 원고 1은 1977. 9.경 위와 같이 수사관들에 의하여 영장 없이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중앙정보부에서의 제3회 피의자신문까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전부 자백하였고, 영장이 발부된 후 이루어진 중앙정보부에서의 1977. 10. 18.자 및 같은 달 28일자 피의자신문에서도 전부 자백을 하였으며, 같은 해 11. 8.부터 같은 달 16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검찰에서의 피의자신문에서도 위 공소사실을 전부 자백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② 원고 1은 1978. 1. 27. 제1심( 서울형사지방법원 77고합835호 ) 제1회 공판기일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일부를 부인하고, 일부를 자백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다가, 항소심( 78노639 )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를 부인하였다.

③ 원고 1은 1978. 6. 19. 제출한 항소이유서에, “피고인은 중앙정보부에서 조사를 받는 중에 일본에 가서 재일조선인 총연합회 소속 집에서 있었던 일을 말했습니다. 아무리 이북에 가지 않고 도망쳐 나왔다고 해도 믿어주지 않고 ‘지하실, 지하실’하면서 이북에 갔다고 말하라 하기에 피고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애원했습니다. 4일 동안 아무것도 안 먹고 우유만 먹었으며 몸도 지치고 죽어도 지하실에 가서 몸이 상하는 것이 싫었습니다. 피고인은 이북에 갔다고 허위 진술했습니다.”라고 기재하였고, 항소심 법정에서는 “귀국하자마자 중앙정보부에 끌려간 피고인은 무척 당황했고, 북한에 간 일도 없는데 갔다고 다그쳐 공포심에서 허위로 진술한 것입니다.”라고 진술하였다.

④ 서울구치소 교도관이 작성한 좌익재소자 사상동향카드에는, 원고 1에 대한 시찰내용으로 ‘본 사건에 대하여 부인하는 표정’(1977. 11. 29.), ‘본인 자신은 잘못된 사실이라고 말하고 있음’(1978. 1. 28.), ‘잘못이 없는데 억울하다. 시간이 흘러가면 진실이 밝혀진다. 사법부만 믿고 있습니다.’(1978. 2. 23.), ‘억울하다 이야기하며 하루 종일 가만히 앉아 있음’(1978. 3. 30.)이라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⑤ 원고 1은 과거사위원회 조사에서, “제가 조사를 마치고 지나가는 이야기로 일본에서 조총련 집에서 취직하러 갔다가 도망 나온 적이 있다고 말하자, 그때부터 저의 운명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저를 간첩으로 몰아가기 시작하면서 부인하면 각목으로 엉덩이를 때려서 멍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하룻밤을 잠을 재우지 않고 조사를 하면서 자로 손등을 때리고, 볼펜을 손가락 사이에 끼운 후 비틀고, 각목을 끼우고 무릎을 꿇고 앉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중앙정보부 수사관이 지하에서 전화해서 고문준비가 되었는지를 물어보고, 지하실에 가서 고문을 할 것처럼 하면서 고문을 받으나 안 받으나 나중에는 다 불게 된다고 말하기에 고문받고 병신이 되는 것보다 차라리 거짓말을 하고 사는 것이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거짓말을 하게 된 것입니다. 옆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리기도 하여 너무 무서웠습니다.”, “검찰청에는 가지 않았고, 구치소로 검사와 검찰수사관이 와서 조사를 하였습니다. 중앙정보부 직원이 (검찰 조사) 전날 저에게, ‘검찰도 중정과 같은 기관이니 모든 것을 인정하라’고 하여서 저는 의심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하였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

⑥ 원고 1의 국선변호인이었던 소외 6은 “본인이 제1차 공판기일 후 피고인을 접견하여 그녀의 진술과 주장을 청취하였는데, 피고인은 ‘중앙정보부에서의 고문, 협박, 회유를 받아 입북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입북했었다고 허위자백을 하였다. 검찰에서도 강압수사로 인한 공포 분위기 속에서 정보부에서 말한 것과 다르게 진술하면 왜 거기서는 그랬다 하고 여기 와서 딴 말을 하느냐고 다그쳐서 중앙정보부에서 말한 대로 진술하였다.’는 취지로 호소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공안사범들은 거의 모두 고문, 협박과 회유를 당했다고 호소하였고 이 사건에서도 그랬으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하여 과거사위원회에 제출하였다.

⑦ 원고 1에 대한 수사에 관여하였던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 소외 7은, 과거사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통상의 경우 처음에는 피의자가 피의사실을 부인하면 수사팀이 피의자를 회유 내지 협박으로 자백을 유도하는데 보통 2~3일 정도 시간이 걸린다’, ‘소외 8 팀장이 간첩이라도 국가에 큰 공을 세우면 처벌을 면할 뿐만 아니라 엄청난 보상을 받는다고 회유를 하자, 피고인이 간첩사건 일체를 자백하면 자기도 큰 보상을 받고 처벌도 받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고 간첩범행 일체를 자백하였다’, ‘(검찰 조사가 서울구치소에서 이루어진 것과 관련하여) 중앙정보부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나, 간첩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에 송치한 이후에도 중앙정보부에서 계속 관리를 하는데, 재판이 끝나고 교도소에 있을 때까지 계속되기도 한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위 ‘보상’의 의미에 관하여, ‘자수하면 정착금(돈)도 받고 좋은 직장도 알선해 줄 수 있다는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하여 과거사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하였다.

⑧ 원고 1에 대한 수사에 관여하였던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 소외 9는, 과거사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만일 소외 8 수사관이 피고인에게 자백을 하도록 설득하였던 것이라면, ‘상부 접선자를 알려 주어 그 상부 간첩을 체포하도록 도와주면 오히려 포상을 하고, 간첩죄로도 처벌하지 않겠다’고 설득을 하였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라고 진술하였다.

⑨ 소외 7과 소외 9는 당시 피고인에게 고문이나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결코 없다고 부인하였으나, ‘피고인의 자백을 받은 사람’은 (피고인에 대하여 5회에 걸쳐 피의자신문을 하였던) 자신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는 것이고, 그 ‘다른 사람’이 피고인의 자백을 어떻게 받았는지에 관하여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⑩ 원고 1에 대한 수사에 관여하였던 당시 검찰서기 소외 10은, 과거사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1977년경에는 일반적으로 검찰청은 물론 각종 정부기관에 중앙정보부 직원이 상주하였고, 심지어 법원에도 중앙정보부 직원이 드나들며 사전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사실이다. 간첩사건의 경우 중앙정보부에서 기초조사를 하여 검찰에 송치하면 검찰과 법원에서는 거의 다 인정해주는 분위기였다’고 진술하였다.

⑪ 원고 1은 1977. 10. 15. 서울구치소로 입소하였는데, 1977. 10. 24. 중앙정보부 수사관 소외 11(가명) 외 1명이, 원고 1에 대한 공소가 제기된 후인 1977. 12. 12. 중앙정보부 수사관 소외 12(가명)가 각각 서울구치소에 내소하여 피고인을 면담하였다.

(3)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 1이 처음에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하였고, 원고 1의 진술 이전에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지할 별다른 단서도 없었으며, 원고 1의 진술 외에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명백한 증거도 없었음에도 간첩혐의 등 중형이 예상되는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를 수사 및 공판과정에서 자백한 것은 피고 소속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의 불법구금 및 가혹행위로 인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자백을 토대로 원고 1에 대한 이 사건 대상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할 것이다.

위와 같이 피고 소속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하여 국가권력을 이용하여 원고 1을 불법으로 구금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하였고, 그들의 사용자인 피고는 원고 1 및 그 가족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오랜 기간이 경과하도록 방치하였음으로 이로써 원고와 그 가족인 망 소외 1 주1) 이 인격적, 경제적, 사회적 불이익을 당하였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는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 1과 망 소외 1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위자료 인정금액)

(1) 위자료 산정기준 및 액수

앞서 든 증거들과 인정 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참작하면, 원고 1의 위자료를 1,000,000,000원, 그 가족인 망 소외 1의 위자료는 30,000,000원으로 각 정함이 타당하다.

① 원고 1은 국가기관에 의하여 불법구금된 상태로 가혹행위를 당하고, 이러한 상태로 이루어진 허위 자백을 기초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았으며, 출소하기까지 약 12년 3개월간 구금되어 있었다. 원고 1은 위와 같은 국가기관의 수사과정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구금 당시뿐만 아니라 석방 이후에도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하고, 이러한 수사기관의 불법구금과 가혹행위는 국가기관의 업무수행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정도의 잘못을 넘어서는 것으로서 그 불법의 정도가 중하다.

② 원고 1이 1977. 9. 9. 불법구금된 때로부터 재심절차를 통하여 무죄판결을 선고받을 때까지 약 40년 동안 위 원고 1은 물론 망 소외 1 등 가족이 위 불법행위를 감내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불안·공포·절망·분노 등 정신적·신체적 고통과 함께 사회적·경제적 편견이나 차별을 겪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분명하다.

③ 또한 국가기관에 의하여 자행된 반인권적 행위라는 이 사건 불법행위의 중대성, 유사한 국가배상 판결에서의 위자료 인정 금액과의 형평성, 이 사건 불법행위가 일어난 시대적 상황,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은 위자료배상채무에 대한 지연손해금이 불법행위 시 부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위자료 산정의 기준 시인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할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바, 불법행위 시로부터 변론종결 시까지 장기간 동안 배상이 지연된 사정 등도 고려한다.

(2) 공제 및 상속

(가) 형사보상금의 공제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은 ‘이 법은 보상을 받을 자가 다른 법률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금지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 은 ‘다른 법률에 따라 손해배상을 받을 자가 같은 원인에 대하여 이 법에 따른 보상을 받았을 때에는 그 보상금의 액수를 빼고 손해배상의 액수를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먼저 받은 형사보상금을 공제함에 있어서는 민법에서 정한 변제충당의 일반 원칙에 따라 형사보상금을 지급받을 당시의 손해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과 원본의 순서로 충당하여 공제하는 것이 상당하다 할 것이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예외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이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기산되는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 있어서 형사보상금의 수령일을 기준으로 지연손해금이 발생하지 아니한 위자료 원본의 액수가 이미 수령한 형사보상금 액수 이상인 때에는 계산의 번잡을 피하기 위하여 이미 지급받은 형사보상금을 그 위자료 원본에서 우선 공제하여도 무방하다(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38325 판결 참조).

원고 1이 2016. 6. 21. 서울고등법원 2016코51호 로 형사보상청구를 하여 위 법원에서 2017. 4. 11. 형사보상금 897,800,000원의 지급이 결정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원고 1이 형사보상금으로 결정된 금액을 공제하여 청구하고 있으므로, 원고 1의 위자료는 102,200,000원(= 원고 1의 위자료 1,000,000,000원 - 형사보상금 897,800,000원)이 남게 된다.

(나) 상속관계

① 망 소외 1이 사망함에 따라 그의 위자료는 배우자인 원고 2와 원고 3 등 직계비속 5명이 1.5 : 1 : 1 : 1 : 1 : 1의 비율로 각 상속하였다.

② 피고가 원고 2, 원고 3에게 지급할 손해액은 다음과 같다.

가) 원고 2: 6,923,076원(= 망 소외 1의 위자료 30,000,000원 × 법정상속분 3/13, 원 미만 버림, 이하 같다)

나) 원고 3: 4,615,384원(= 망 소외 1의 위자료 30,000,000원 × 법정상속분 2/13)

(3) 소결론

가) 불법행위 시와 변론종결 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함으로써 위자료 산정의 기준되는 변론종결 시의 국민소득 수준이나 통화가치 등의 사정이 불법행위 시에 비하여 상당한 정도로 변동한 결과 그에 따라 이를 반영하는 위자료 액수 또한 현저한 증액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 당일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 등 참조).

나) 따라서 피고는 원고 1에게 102,200,000원, 원고 2에게 6,923,076원, 원고 3에게 4,615,384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변론종결일인 2017. 6. 23.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17. 7. 21.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공소 사실: 생략]

판사 김상연(재판장) 백대현 이주영

주1) 피고는, 망 소외 1이 원고 1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중앙정보부 등에 연행되어 가혹행위를 당하였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어 망 소외 1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나, 피고 소속 공무원들이 망 소외 1에 대해 직접적인 불법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원고들이 위자료만을 청구하는 이 사건에서 망 소외 1의 여동생인 원고 1이 불법구금 및 가혹행위를 당하고 그로 인하여 장기간 복역을 하게 되어 가족인 망 소외 1이 정신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입었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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