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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0. 5. 25. 선고 89다카9200 판결
[손해배상(자)][공1990.7.15.(876),1357]
판시사항

열차가 출발하여 40미터 정도 진행한 상태에서 열차에 올라타려다가 부상한 승객의 중과실에 비추어 역무원에게 다소의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국가의 책임을 면하게 함이 상당하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중간역에서 일정한 시간 정차한 다음 열차가 출발하는 경우에 발차신호를 보내는 역무원이 그 신호를 보내기에 앞서 열차의 앞뒤를 다니면서 홈에 남아 있는 모든 승객, 특히 열차를 등지고 서 있는 승객에게까지 일일이 승차여부를 확인하거나, 열차출발 후에도 갑자기 승객이 뛰어서 승강대에 올라 타려고 하는 돌발사태를 예상하여 이에 대한 안전조치까지 취하도록 기대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인바, 열차의 승객이 야간에 불과 1분 동안 정차하는 중간역에서 술에 취한 상태에서 하차하였다가 열차가 출발하여 이미 40미터정도 진행한 상태에 있었는데도 무모하게 위 열차에 올라타려고 달려가 승강대 손잡이를 뛰어서 잡으려다가 놓쳐 홈밑으로 떨어지게 되어 부상한 경우에는 가사 역무원에게 다소의 과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승객의 과실에 비추어 볼 때 위 사고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는 열차를 운행하는 국가의 책임을 면하게 함이 상당하다.

원고, 피상고인

유재하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 소송수행자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원고가 1989.1.7.21:00경 부산역에서 서울행 통일호 제324 열차 8호차 17호석의 승차권을 구입하고 승차하여 오던 중 같은 날 23:54경 위 열차가 구미역에서 일시 정차하자 하차하였다가 위 열차가 다시 발차하여 진행하는데 위 8호 객차의 승강대에 뛰어 올라 타려다가 승강대 손잡이를 놓쳐 홈밑으로 떨어져 달리는 열차바퀴에 치는 바람에 우측하퇴부절단창, 좌측회음부심부열창상 등의 상해를 입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상법 제148조 에 정한 여객운송인으로서의 손해배상책임을 묻는데 대한 피고의 면책항변 즉 피고 및 그 사용인은 위 사고에 있어 운송에 관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하였고, 위 사고는 이미 출발한 열차에 뛰어 올라타려고 한 원고자신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는 면책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이를 배척하였다. 즉 위 열차는 구미역에서 하차하는 승객을 위하여 1분간 정차하였으므로 위 역에서 하차하지 않는 원고로서는 당시가 야간이고 그 정차시간이 대단히 짧은 시간임을 감안하여 위 열차에서 이탈하지 말고 위 열차내에서 머물러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하여 바람을 쏘이기 위하여 위 열차승강대 앞에 내려 열차를 등지고 서 있다가 열차가 출발한 것을 뒤늦게 알고 당황하여 위 열차에 뛰어오르려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한편 피고소속의 구미역 운전계장인 박 창신은 열차승객들의 승하차가 끝난 후 열차출발신호를 함에 있어서 당시는 자정에 가까운 야간이고 위 열차의 길이가 약3백미터 가량이나 되어 승객들의 승하차완료 여부를 한곳에 서서 확인하기는 어려운 사정이었으므로 이러한 경우 위 승차완료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서는 열차의 앞뒤를 다니며 이를 확인하던가 아니면 위 열차의 뒷쪽에도 역무원을 한사람 더 배치하여 이를 확인케 하던가 하여 철저히 확인한 후 열차에 출발신호를 하였어야 함에도 별일 없으리라고 생각한 나머지 혼자서 열차의 앞부분인 2호객차 앞에 서서 확인업무를 수행한 결과 위와 같이 8호객차 후문 승강대 바로 옆에 서 있는 채 아직 승차하지 않고있는 원고를 발견하게 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에 이르게 하였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원심은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는 원고의 과실 이외에도 위 박 창신이 열차승객의 승하차완료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아니한 채 열차를 출발하도록 한 과실이 경합되어 발생한 것이라고 하였는바 피고의 과실을 인정한 이러한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채택한 증거에 의하더라도 구미역 운전계장인 박 창신은 위 열차가 구미역에 도착하자 열차의 중앙보다 조금 앞쪽인 2호차 남쪽에서 승객들이 다 내리고 탄 것을 확인한 후 열차 중앙보다 조금 뒤쪽인 4호차 승강대 앞에 있던 여객전무 홍유택으로부터도 이상없다는 신호를 받고 위 열차기관사에게 발차신호를 하여 기관사는 발차예고로 2회기적을 울리고 열차를 출발시킨 사실을 알 수 있는 바, 중간역에서 일정한 시간 정차한 다음 열차가 출발하는 경우에 발차신호를 보내는 역무원이 그 신호를 보내기에 앞서 열차의 앞뒤를 다니면서 홈에 남아 있는 모든 승객, 특히 이 사건 원고처럼 열차를 등지고 서 있는 승객에게까지 일일이 승차여부를 확인하거나, 열차출발 후에도 갑자기 승객이 뛰어서 승강대에 올라 타려고 하는 돌발사태를 예상하여 이에 대한 안전조치까지 취하도록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피고의 과실이라고 하여 설시하고 있는 사항들은 그 자체피고의 과실이라고 단정하기는 무리인 사항들이라 할 것이다. 가사 그에 관하여 피고에게 다소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앞에서 본 증거에 의하면, 원고에게는 원심이 인정한 과실 이외에도 사고당시 원고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가락국수를 사 먹으려고 하차하였다가 열차가 출발하여 이미 40미터 정도 진행한 상태에 있었는데도 무모하게 위 열차에 올라타려고 달려가 승강대 손잡이를 뛰어서 잡으려다가 놓쳐 홈밑으로 떨어지게된 커다란 잘못을 인정할수 있는바, 이와 같은 원고의 과실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는 피고의 책임을 면하게 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므로 피고의 면책항변은 받아들여졌어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반대의 결론에 이른 원심판결에는 사고당시의 과실내용에 대한 심리미진아니면 운송인의 과실책임에 관한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이유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12조 제2항 에 해당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있다.

이에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영철(재판장) 박우동 이재성 김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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