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피고인이 양형부당과 함께 범죄사실 모두에 대한 사실오인을 항소이유로 주장하였음에도 항소심이 일부 범죄사실에 대한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의 항소이유만 있는 것으로 오인하고 판단하였으나 양형부당을 이유로 제1심판결을 파기·자판하면서 범죄사실 모두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경우, 사실오인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유탈 여부(소극)
[2] 담보목적의 가등기권자가 다른 채권자들의 강제집행을 불가능하게 할 목적으로 채무자와 공모하여 정확한 청산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의제자백판결을 통하여 본등기를 경료함과 동시에 가등기 이후에 경료된 가압류등기 등을 모두 직권말소하게 한 경우, 강제집행면탈죄의 성립 여부(적극)
[3] 법원이 공소장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공소사실과 달리 사실인정을 하기 위한 요건
판결요지
[1] 피고인이 양형부당과 함께 범죄사실 모두에 대한 사실오인을 항소이유로 주장하였음에도 항소심이 일부 범죄사실에 대한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의 항소이유만 있는 것으로 오인하고 판단하였으나 양형부당을 이유로 제1심판결을 파기·자판하면서 범죄사실 모두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경우, 항소심은 피고인의 일부 범죄사실에 대한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의 항소이유를 각 판단하면서 사실오인의 항소이유는 이유 없으나 양형부당의 항소이유는 이유 있다고 인정하고 제1심판결을 파기·자판하면서 피고인에 대한 범죄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함으로써 결국 그 외의 각 범죄사실에 대한 사실오인의 항소이유에 대하여도 이를 배척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항소심판결에는 판단유탈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강제집행면탈의 한 행위유형인 '재산의 은닉'이라 함은 재산의 소유관계를 불명하게 하는 행위를 포함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이 자신의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채무자 소유의 선박들에 관하여 가등기를 경료하여 두었다가 채무자와 공모하여 위 선박들을 가압류한 다른 채권자들의 강제집행을 불가능하게 할 목적으로 정확한 청산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의제자백판결을 통하여 선순위 가등기권자인 피고인 앞으로 본등기를 경료함과 동시에 가등기 이후에 경료된 가압류등기 등을 모두 직권말소하게 하였음은 소유관계를 불명하게 하는 방법에 의한 '재산의 은닉'에 해당한다.
[3]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는 경우에는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이 동일한 범위 내에서 법원이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않고 다르게 인정하였다 할지라도 불고불리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383조 [2] 형법 제327조 [3] 형사소송법 제298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89. 9. 12. 선고 89도1297 판결(공1989, 1532) 대법원 1999. 6. 11. 선고 99도1238 판결(공1999하, 1459) 대법원 2000. 5. 16. 선고 2000도123 판결(공2000하, 1470)
[2] 대법원 1983. 5. 10. 선고 82도1987 판결(공1983, 981) [3] 대법원 1988. 6. 14. 선고 88도592 판결(공1988, 1048) 대법원 1990. 5. 25. 선고 89도1694 판결(공1990, 1407) 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도1888 판결(공1995상, 535) 대법원 1994. 12. 27. 선고 94도2527 판결(공1995상, 743) 대법원 1996. 5. 31. 선고 96도197 판결(공1996하, 2087) 대법원 1999. 4. 15. 선고 96도1922 전원합의체 판결(공1999상, 970) 대법원 1999. 11. 9. 선고 99도2530 판결(공1999하, 2545)피고인
피고인 1외 1인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법무법인 태화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유상순 외 2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피고인 1에 대한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본형 형기에서 원심이 산입한 제1심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와 법정통산되는 원심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를 감한 잔여일수에 해당하는 일수를 본형에 산입한다.
이유
각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의 변호인들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판단유탈 주장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면, 위 피고인 및 변호인은 각 항소이유서를 통하여 양형부당 주장과 함께 위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각 범죄사실 모두에 대하여 사실오인 주장을 제기하였음이 분명함에도, 원심이 이 사건 범죄사실 중 강제집행면탈의 점에 대한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의 주장만이 항소이유로 제기된 것으로 보고 이에 관하여만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할 것이다 .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위 피고인의 강제집행면탈의 점에 대한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의 항소이유를 각 판단하면서 위 사실오인의 항소이유는 이유 없으나 양형부당의 항소이유는 이유 있다고 인정하고 제1심판결을 파기한 다음 자판하면서 위 피고인에 대한 범죄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함으로써 결국 강제집행면탈죄 이외의 각 범죄에 대한 사실오인의 항소이유에 대하여도 이를 배척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판단유탈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00. 5. 16. 선고 2000도123 판결 등 참조).
나. 유가증권위조, 위조유가증권행사, 사기, 신용훼손 및 업무방해의 점에 관하여
기록에 비추어 살펴볼 때, 원심이 위 피고인에 대한 위 각 점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모두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한 사실오인,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강제집행면탈의 점에 관하여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위 피고인은 공소외 회사의 대표이사 공소외 1과 공모하여, 공소외 회사가 경영악화로 도저히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게 되어 곧 부도처리될 것이 예상되자 채권자들의 강제집행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던 중 자신이 위 회사에 대하여 그 동안 1억 5천만 원의 채권을 갖고 있음을 기화로 1996. 7. 31. 위 회사가 부도나자 다음날인 같은 해 8월 1일자로 위 회사 소유의 선박 9척에 대하여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가등기를 하여 두었는데, 그 후 위 회사의 채권자인 주식회사 한국외환은행 등 7명이 같은 달 10일부터 같은 해 9월 2일까지 합계 금 3,447,414,115원의 채권을 근거로 위 선박 9척 중 라마 8호, 9호, 10호, 11호 선박 등 선박 4척을 가압류하고, 1996. 9. 18. 위 공소외 1이 선박운영자금이 없어 공소외 정갑식에게 위 선박 4척을 보증금 8억 원, 임차기간 1996. 9. 18.부터 1998. 9. 17.까지의 조건으로 대여하여 위 정갑식이 위 선박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얻고 있자, 위 가등기는 어디까지나 담보목적의 가등기일 뿐이고 소위 대물변제를 예약하는 가등기는 아니었음에도 대물변제의 가등기임을 내세워 본등기를 경료하면 위 가압류 및 선박임차권등기가 전부 말소되는 점을 이용하여 위 선박 4척을 자신의 명의로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를 경료하여 강제집행을 면탈하기로 마음먹고, 1997. 9. 3. 공소외 회사를 상대로 한 위 선박들에 대한 위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소송인 부산지방법원 97가합15541호에서 위 회사의 불출석으로 의제자백에 의한 승소판결을 얻자 이에 기하여 같은 해 10월 9일 부산 서구 부민동 소재 부산지방법원 상업등기과 사무실에서, 그 정을 모르는 성명불상의 등기과 직원으로 하여금 위 라마 8호, 9호, 10호, 11호 선박에 대하여 위 가등기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케 한 다음 위 가압류 및 선박임차권등기를 말소하고 이어서 진정한 소유권자로 행세하여 위 선박 4척에 대한 소유관계를 불분명하게 함으로써 위 선박 4척을 은닉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위 피고인을 강제집행면탈죄로 처단하였다.
(2)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강제집행면탈의 한 행위유형인 '재산의 은닉'이라 함은 재산의 소유관계를 불명하게 하는 행위를 포함하는 것으로서, 위 사실관계에 의하여 인정되다시피, 위 피고인은 자신의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위 선박들에 관하여 가등기를 경료하여 두었다가, 공소외 회사 대표이사인 공소외 1과 공모하여 위 선박들을 가압류한 다른 채권자들의 강제집행을 불가능하게 할 목적으로 정확한 청산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의제자백판결을 통하여 위 선박들에 대한 선순위 가등기권자인 위 피고인 앞으로 본등기를 경료함과 동시에 가등기 이후에 경료된 가압류등기 등을 모두 직권말소하게 하였음은 소유관계를 불명하게 하는 방법에 의한 '재산의 은닉'에 해당한다 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83. 5. 10. 선고 82도1987 판결 참조), 원심이 위 피고인을 강제집행면탈죄로 처단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강제집행면탈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또한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는 경우에는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이 동일한 범위 내에서 법원이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않고 다르게 인정하였다 할지라도 불고불리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대법원 1996. 5. 31. 선고 96도197 판결 참조).
원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에 의하면, 위 피고인 명의의 가등기가 경료되게 된 경위가 공소장의 내용과 다소 다르고,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가 경료되는 과정을 공소장보다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시하고 있으며, 공소장에는 단지 '선박에 대한 본등기를 경료하여 강제집행을 면탈하였다'고만 하여 강제집행면탈의 행위유형이 특정되어 있지 않았던 것을 '선박에 대한 본등기를 경료하여 그 소유관계를 불분명하게 함으로써 이를 은닉하였다'고 구체적으로 그 행위유형을 특정한 것일 뿐임을 알 수 있고, 기록에 의하더라도 원심 인정의 범죄사실의 내용에 관한 심리가 충분히 되어 있음이 인정됨에 비추어, 원심이 공소장 변경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소사실과 다르게 사실을 인정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기본적 사실관계를 달리 하는 것이라든지,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어떠한 실질적인 불이익을 준 것도 아니라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위와 같은 범죄사실을 인정한 조치에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여 심판의 대상이 아닌 사실을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위 피고인의 이 사건 업무방해 및 신용훼손의 점을 각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피고인 1에 대한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일부를 같은 피고인에 대한 본형에 산입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