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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 2016.1.29.선고 2015노11 판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등상·해X인정한죄명상해치사)
사건

2015노11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등상

해X인정한죄명 상해치사)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김민석(기소),정유선(공판)

변호인

변호사B

원심판결

춘천지방 법원원주지원2014. 8. 13. 선고2014고단444판결

판결선고

2016.1.29.

주문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2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이유

1. 원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귀가하여 거실에서 서랍장을 뒤지며 절취품을 물색하던 피해자를 발견하 고는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수 회 때려 넘어뜨리고, 피해자가 넘어진 상태에서도 도망하려 하자 뒤통수를 수 회 차고, 뒤이어 위험한 물건인 빨래 건조대를 집어들고 피해자의 등 부분을 수 회 때린 뒤, 피고인의 허리에 차고 있던 벨트를 풀어 피해자의 등 부분을 수 회 때려 외상성 경막하 출혈 등의 상해를 가하였다 .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1) 피고인이 자신의 집에 무단침입한 범죄자인 피해자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그에 게 상해를 가한 것은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에 해당한다.

(2) 피고인이 피해자를 때릴 때 사용한 빨래 건조대는 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 한 법률」(2016. 1. 6. 법률 제13718호로 개정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 제3조 제1항에 따른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선고 형량(징역 1년 6월 ) 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

3. 직권 판단

검사가 당심에서 피고인에 대한 죄명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 · 흉기 등 상해)에서 상해치사로 , 적용법조를 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 제2조 제1항 제3호, 형법 제257조 제1항에서 형법 제259조 제1항으로 각 변경하고, 공 소사실에 피고인이 앞서 본 것처럼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그로 하여금 요양병원에 서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받던 도중 폐렴으로 사망하게 하였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취지 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우리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심판 대상이 바뀌었 으므로, 원심 판결은 더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

다만, 위와 같은 직권 파기 사유가 있음에도 피고인의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 은 여전히 우리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먼저 살펴보고, 이어서 당심에 서 변경한 공소사실에 관한 피고인의 추가 주장에 대하여도 검토하기로 한다 .

4.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정당방위에 관한 형법 조항 및 법리

피고인의 행위가 위법성을 조각하는 정당방위에 해당하려면 '자기 또는 타인의 법 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라는 방위상황에 직면하여 법익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를 한 경우로서 그에 '상당한 이유'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형법 제21조 제1항 참조).

다만 방위행위가 정도를 초과하여 정당방위에 해당할 수 없더라도 제반 정황을 고려할 때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 형을 감경할 수 있고(같은 조 제2항),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의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말미암아 이러한 행위에 이르게 된 때에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게 된다(같은 조 제3항).

이러한 형법 조항은 국가가 경찰력 등을 동원하여 개인에 대한 법익 침해를 보호 하기 어려운 급박한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개인의 자력구제를 허용하고, 나아가 처벌 여부 및 정도를 정할 때에도 그러한 상황에 처한 인간 능력의 현실적인 한계를 고려하 는 한편, 그것이 국가의 법집행을 도외시한 사적 보복이나 처벌까지 용납하는 것은 아 님을 명백히 밝힌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당방위의 성립요건으로서 방어행위는 순수한 수비적 방어뿐 아니라 적극적 반 격을 포함하는 반격방어의 형태도 포함하고, 그러한 행위에 이르게 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는 침해받는 법익의 종류,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과 방위행위가 침 해할 법익의 종류,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며(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7도1794 판결, 1992. 12. 22. 선고 92도2540 판결 등 참조), 상 당성을 결여한 방어행위도 과잉방위로 형을 감면하거나 처벌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으 나(대법원 1986. 11. 11. 선고 86도1862 판결 참조), 방어가 아닌 공격을 위한 행위나 사회통념상 방위행위로서 한도를 넘은 것이 분명한 행위는 정당방위는 물론 과잉방위 로도 볼 수 없다(대법원 2001. 5. 15. 선고 2001도1089 판결, 2000. 3. 28. 선고 2000도228 판결).

나. 외국의 입법례

(1) 서설

피고인은 우리 현행 법리와 실무가 정당방위나 과잉방위를 인정하는 데 지나치 게 엄격하여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당심 공판 과정에서 서양 일부 국가에서는 총 으로 사람을 살해하여도 정당방위로 처벌받지 않는데 피고인을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 다는 내용의 진정서가 들어오기도 하였으므로, 정당방위 및 과잉방위에 관한 형법 조 항을 해석하는 데 참조하기 위해 외국의 입법례를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2) 영국과 미국

영국법의 보통법(Common law) 에 따르면 필요(necessary)한 정도를 초과하는 물리 력을 가하여 상대방이 사망하였다면 합리적인 힘(reasonable force)을 사용한 경우가 아 니므로 자기방어의 변명(self-defense) 을 허용할 수 없고, 공격에 물러서지 않고(standing his ground) 치명적인 힘(deadly force)을 행사하려면 그에 앞서 우선 '후퇴할 의무'(duty to retreat)를 이행하여야 한다. 재물에 대한 정당방위는 극히 엄격한 요건에서만 인정하 며, 도리어 타인의 주거에 침입한 사람이 집주인의 과격한 폭력을 방어한 행위를 합리 적인 폭력으로 보아 정당방위로 인정한 사례(R v. Forrester [1992] Crim. L.R. 792)도 있

미국도 19세기 말까지는 영국 보통법의 후퇴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까 지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데 미온적이었으나, 현재는 주거 등 사유 영역에서는 물러날 의무가 없다는 이른바 '캐슬 독트린'(Castle doctrine ) 또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Stand your ground law)을 다수의 주가 채택하고 있다 .

그러나 예를 들어 침입자가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고 있거나 조만간 가할 것으로 믿었고 그 믿음이 합리적일 것을 무기 등 사용 요건으로 정한 뉴욕주 형법 제35.15조 ("A person may not use deadly physical force upon another person under circumstances specified in subdivision one unless : (a) The actor reasonably believes that such other person is using or about to uuse deadly physical force. [...]")에서 보듯이, 앞서 본 원칙들 도 어디까지나 구체적 상황에 따라 필요한 경우 치명적이지 않은 공격에 대항한 치명 적 반격의 여지를 인정함으로써 법익의 침해와 방위 간 엄격한 비례성을 요구하지 않 겠다는 선언이지, 침입자가 도망 중인 경우처럼 즉시 치명적인 힘을 행사할 필요가 없 는 경우까지 침입자에 대한 응징을 제한 없이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3 ) 독일

독일의 현행 형법 제32조는 정당방위는 위법성을 조각하는데, 이는 자기 또는 타 인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 필요한 방위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Strafgesetzbuch (StGB) $32(Notwehr) (1) Wer eine Tat begeht, die durch Notwehr geboten ist, handelt nicht rechtswidrig. (2) Notwehr ist die Verteidigung, die erforderlich ist, um einen gegenwärtigen rechtswidrigen Angriff von sich oder einem anderen abzuwenden."). . 한 독일 형법 제33조는 혼란, 두려움이나 공포로 자기방어의 한계를 초과한 경우는 처 벌할 수 없다고 하여 우리 형법 제21조 제3항과 유사한 면책적 과잉방위를 규정하고

("Strafgesetzbuch (StGB) $33(Überschreitung der Notwehr) Überschreitet der Täter die Grenzen der Notwehr aus Verwirrung, Furcht oder Schrecken, so wird er nicht bestraft.").

독일 법원은 "폭력적 방위행위를 한 자가 자신의 명예를 손상하지 않으면서 정 당한 이익을 지키는 방법으로 공격자를 피할 수 있었던 경우, 그 폭력적 방위행위 (gewaltsame Abwehr)는 특히 그로써 사람이 사망할 수 있는 경우 건전한 국민관념 (gesunde Volksanschauung) 에 반하므로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 고 판시하거나(RGSt 71, 133), 경미한 법익을 보호하려고 사람을 살해하는 것은 '건전한 법감정(gesundes Rechtsgefuhl)'과 자연법에 반한다고 판시하는 등(OLG Suttgart DRZ 1949, 42) 정당방위 의 요건을 제한하여 해석하고 있다.

(4) 프랑스

현행 프랑스 형법 제122-5조는 "자기 또는 타인에 대한 부당한 침해에 직면하여 그 즉시 정당방위의 필요성에 따른 행위를 한 자는 형사상 책임이 없다. 다만, 방위 수 단과 침해의 중대성 사이에 불균형이 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N'est pas pénalement responsable la personne qui, devant une atteinte injustifiée envers elle-mêlme ou autrui, accomplit, dans le même temps, un acte commandépar la nécessitéde la lé gitime défense d'elle-même ou d'autrui, sauf s'il y a disproportion entre les moyens de défense employés et la gravitédel'atteinte.")고 규정하고, 나아가 "재산에 대한 중죄 또는 경죄의 실행을 저지 하기 위하여 살인 외의 방위행위를 하는 자는 형사상 책임이 없다. 이 경우 방위행위 의 수단이 범죄의 중대성에 비례하고 추구한 목적에 엄격하게 필요한 것이어야 한 EZ"("N'est pas pénalement responsable la personne qui, pour interrompre l'exécution d'un crime ou d'un délit contre un bien, accomplit un acte de défense, autre qu'un homicide volontaire, lorsque cet acte est strictement nécessaire au but poursuivi dès lors que les moyensemployés sont proportionnés ala gravitéde l'infraction.") 고 구체화하여, 침해에 대응 한 반격이 부득이 필요하더라도 공격의 심각성에 비례하지 않은 방위 수단을 선택하거 나, 공격에 직면한 순간이 지난 후에 비로소 방위를 개시한 때에는 형사책임을 피할 수 없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5) 일본

일본 형법 제36조 제1항은 정당방위의 요건을 규정하면서 자기나 타인의 권리를 방위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취한 행위( 中得 水行為)"라는 표현을 사용하 고 있는데, 이는 반격행위가 침해에 대한 방위수단으로 상당성을 가져야 함을 뜻한다. 한편 같은 조 제2항은 방위의 정도를 초과한 행위는 정상에 따라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하여 임의적 감면사유로서 과잉방위를 규정하고 있다.

일본 법원은 침해행위의 위험성과 방위행위에 따른 법익 침해를 비교 · 교량한 결과 위험성이 월등하게 우월한 정도의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경우가 아님에도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 경우, 예컨대 맨손으로 공격하는 침해자에 대항하여 칼 등 위험한 물건 을 사용한 방어행위로 상대방을 살상한 경우에는 정당방위의 성립을 인정하지 않고 있

(6) 소결론

결국 개별 국가들이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의 요건을 설정한 구체적인 표현이 나 그 허용 범위는 각자의 제도, 문화, 역사 등 다양한 요소들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법익에 대한 현재의 침해가 있더라도 그에 대한 반격을 하는 데 일정한 제한을 두면서 그 기준으로 반격의 필요성, 비례성이나 사회적 상당성 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이러한 각국의 사례들에 비추어 보더라도, 정당방위의 요건으로 '상당한 이유'를 요구하거나, 공격을 위한 행위는 과잉방위의 적용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우리나라의 실정법 및 판례상 법리가 부당하다고는 볼 수 없다.

다. 가해행위의 구체적인 진행 경과 및 당시 피고인의 상황 인식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들을 인정할 수 있다 .

(1) 최초 대면 및 폭행 경위

만 19세의 청년인 피고인은 2014. 3. 7. 의정부시에서 군 입대 신체검사를 받은 후 원주로 돌아와 20:00경부터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다가 그 다음날( 이 사건 범 행 당일) 03:00경 귀가하였다 .

피고인의 주거지는 단독주택으로 1층에는 외조부모가 거주하고, 2층에는 피고인 과 어머니가 함께 생활하였는데, 가끔 그의 누나가 왕래하였다. 피고인은 평소 어머니 가 밤 10시경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경까지 근처 설렁탕 가게에서 일을 하여 2층이 비 어 있을 시간인데도 거실과 방 모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골목 어귀에서 발견하고 의 아하게 생각하며 2층 현관문을 열었는데, 그 순간 그곳에 침입하여 훔칠 물건을 찾다 가 방에서 거실로 나오던 피해자와 약 3m 거리를 두고 마주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누구냐고 물었으나 그가 대답을 얼버무리며 도망하려 하자, 달려가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수 회 세게 때렸다. 이에 눈가에 피를 흘리면서 어머니 와 누나가 쓰는 방 앞 쪽에 쓰러진 피해자가 무릎을 꿇고 엎드려 양 손으로 얼굴을 가 린 채 몸을 일으키려 하였고, 피고인은 다시 주먹과 발로 그의 얼굴과 온 몸을 수 회 가격하였다(이하 피고인이 이때까지 피해자에게 가한 폭행을 '최초 폭행'이라 한다).

(2) 추가 폭행 및 경찰 신고 경위

피고인은 당시 휴대전화의 사용을 정지한 상태였고 2층에는 전화기가 없었기 때 문에 1층으로 내려가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현관문을 나서려 하다가, 몸을 다시 반쯤 일으켜 세우고 거실 우측 장롱 앞쪽으로 기어가는 피해자를 발견하였다. 이에 피고인 은 자신이 신고를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피해자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완전히 제압하기 로 마음먹고, 운동화를 신은 발로 그의 뒤통수를 수 회 세게 밟거나 걷어찬 다음, 알루 미늄 빨래 건조대로 엎드린 피해자를 여러 차례 내리치고 자신이 착용하고 있던 가죽 허리띠를 풀어 쇠 부분을 잡고 띠 부분으로 수차례 때렸다(이하 이 부분 폭행을 '추가 폭행' 이라 한다).

피고인은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2층으로 올라온 외조모의 휴대전화로 03:19:46 경 112에 전화를 걸어 "이상한 남자가 집에 들어와 있어 때렸다, 2층으로 올라와 달라" 고 신고를 하고, 친구들에게도 우리 집에 도둑놈이 들었으니 좀 와 달라고 전화하였으며, 03:29:01경 다시 112에 전화를 걸어 출동 여부를 확인하고 빨리 와 달라고 재촉하였는 데, 그 직후 도착한 경찰이 119를 불러 응급조치를 취할 때까지 피고인 스스로는 119 에 구조 요청을 하거나 응급처치를 하지 않았다. 피고인의 경찰 진술에 따르면 그가 112에 신고할 당시 피해자는 얼굴 부위에서 피를 흘리면서 엎드린 채 아무런 움직임 없이 코를 골고 있었다(증거기록 제31쪽), 원주경찰서 C지구대 소속 경위 D, E팀 소속 경사 F가 출동하여 찍은 현장 사진에 따르면, 당시 바닥에 쓰러져 엎드린 피해자의 얼 굴과 옷, 거실바닥에는 피가 흥건하였고, 그의 얼굴 전체가 퉁퉁 부어 있었는데, 물건 을 훔쳐 가지고 나갈 가방이나 흉기 등은 소지하고 있지 않았다. 피고인은 경찰에서 피해자가 집 안의 물건을 뒤진 흔적은 있었지만 어지른 정도가 심하지 않았던 것으로 미루어 보아 그가 침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과 마주친 것처럼 보였다고 진술하 였다(증거기록 제33쪽).

(3) 폭행 경위, 정황에 관한 피고인의 진술 및 태도

피고인은 경찰에서 첫 조사를 받을 때에는 피해자를 5분에서 10분 가량 폭행한 것 같다고 하다가, 검찰에서 조사받으면서는 20분에서 30분 정도 폭행하였다고 진술하 였다( 증거기록 제31, 89쪽). 한편 피고인은 당심 법정에서는 피해자를 4분 남짓 때린 데 불과하다고 주장하면서, 수사기관에서는 담당 수사관이 피해자를 어느 정도 때렸냐 고 물어보기에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니까 10분에서 20분 정도 때린 것 아니냐 고 물어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하였을 뿐이라고 해명하였다(공판기록 제548, 549쪽).

한편 피고인은 스스로도 일관하여 최초 및 추가 폭행 당시 피해자는 손에 아무 것도 들지 않은 채로 단지 도망을 가려고 거듭 몸을 일으켰을 뿐 , 주변의 물건을 집어 들거나, 흉기를 꺼내려 하거나, 자신에게 달려들 기세를 전혀 보이지 않았고, 그가 흉 기를 소지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았다고 하였다(증거기록 제32, 39쪽, 공판기록 제533, 553쪽). 그럼에도 피해자를 심하게 폭행한 이유에 대하여 수사기관에서는 특별한 설명 을 하지 않다가, 법정에 이르러 비로소 그가 어머니와 누나가 생활하는 방에서 나오는 모습과 현관에 어머니의 신발이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순간 그가 어머니 또는 누나를 해친 강도나 강간범일지 모른다고 여겼으며, 또한 그가 거실을 겸한 부엌에서 칼을 찾 아들고 자신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하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행 동의 정당성을 강변하기 시작하였다(공판기록 제533, 534쪽).

피고인은 경찰에서는 피해자가 야간에 자신의 주거에 침입하여 물건을 훔치려 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자신이 가한 반격이 과도한 것 같다고 진술하였고, 검찰에서도 자신의 행동이 정당방위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피해자가 자신에게 해코지를 한 것도 없는데 자신의 폭행으로 심하게 다쳤기 때문에 정당방위가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 고 답변하였다(증거기록 제32, 90쪽). 그러나 당심 법정에서는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 을 당시에는 정당방위의 법적 요건 등을 정확히 알지 못하여 그와 같은 진술을 한 것 이라고 해명하였다(공판기록 제551쪽).

(4) 범행 직후 피해자의 상태 및 그가 사망에 이른 경위

피해자는 피고인의 폭행으로 치료기간을 알 수 없는 폐쇄성 비골 골절, 안와벽 골절, 외상성 경막하 출혈 등의 상해를 입고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었다. 현장에 출동 한 경찰이 구조대를 불러 피해자를 G병원 중환자실에 후송하였고, 의료진은 피해자의 생명이 위독하다는 판단에 즉시 두개 감압술 및 혈종 제거술을 시행하였으나 피해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데 성공하였을 뿐 의식을 돌아오게 하는 데는 실패하였다. 피해자는 그 후로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위 병원 신경외과에서 장기 입원 치료를 받다가 , 2014. 7. 11. 여전히 양쪽 동공의 대광반사(對光反射) 기능을 제외하고는 혼수 및 사지 부전마비인 상태로 H병원으로 옮겨 입원 치료를 받던 중 같은 해 12. 16. 폐렴이 발병 하여 당심 계속 중인 같은 달 25일 04:53경 사망하였다.

라. 정당방위의 성부

(1) 정당방위 상황

피고인이 귀가하였을 때 피해자는 야간에 그의 주거에 침입하여 훔칠 물건을 물 색하는 중이었으므로, 주로는 피고인과 그 가족의 재산, 부수적으로는 주거의 평온이라 는 법익을 깨뜨리는 행위를 개시하여 계속 중인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최초 폭 행 시점을 기준으로 피해자가 피고인 또는 그 가족의 법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고 있었 다는 사정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2)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

피해자는 흉기나 훔친 물건을 소지하지 않은 상태였고, 피고인과 마주치자마자 별다른 저항이나 공격은 전혀 하지 않고 단지 주춤거리며 도망을 가려는 태도를 보였 는데, 피고인의 최초 폭행 결과 피해자는 피를 흘리면서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몸을 꿈틀거리기만 할 뿐 주먹을 휘두르는 등으로 피고인에게 대항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 였으므로, 그로써 피해자의 부당한 침해는 일단 종료한 상황이었다.

그후로도 피해자는 계속 피고인을 피하여 도망을 가려고만 하였지, 재차 새로운 법익 침해를 개시하려 하였다고 볼 정황이 전혀 없음에도, 피고인은 피해자가 몸을 반 쯤 일으켜 쓰러진 자리에서 조금 움직여 이동했다는 이유로(현장 사진에 드러난 혈흔 의 위치로 볼 때 , 피고인이 반쯤 쓰러진 채 움직인 거리는 성인 남성의 직립 보폭을 기준으로 하여도 세 발자국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 자신이 1층에서 경찰에 신고를 하 고 돌아올 동안 피해자가 도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흥분하여 그의 머리를 발로 여 러 번 밟거나 걷어차고, 빨래 건조대와 허리띠까지 동원하여 머리와 그에 가까운 등허 리 부위를 무차별 폭행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그대로 두는 경우 부엌에서 칼을 집 어들었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추가 폭행도 급박한 법익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것이었다 고 주장하나, 이는 피고인이 당심에서 비로소 내세우기 시작한 추측에 불과할 뿐 아니 라, 몸도 제대로 일으켜 세우지 못하는 피해자가 바닥을 세 발자국 정도 이동한 것을 두고 피고인에 대한 공격이 현재 진행 중이거나 임박한 상황이었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인은 짧은 시간에 최초 및 추가 폭행이 모두 이루어졌기 때문에 구별 하여 검토하지 말고 통틀어 하나의 행위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나, 피고인이 최초 폭 행 후 1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2층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 한 데서 보듯이 최초 폭행과 추가 폭행 사이에 사회통념상 매우 이질적인 행위가 끼어 있고( 이 점에서 싸우다 지쳐 잠시 대치하다가 다시 싸우는 경우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 피고인 내심으로도 경찰 신고를 위해 자리를 이탈할 정도로 직전까지 피해자를 폭행할 때의 흥분상태는 일단 가라앉았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최초 폭행과 추가 폭행을 하나의 연속 적인 행위로 묶어 파악할 수는 없으므로, 이러한 피고인의 주장도 이유 없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처음 발견하고 폭행하여 쓰러뜨렸을 때까 지는 그 가해행위를 피해자의 공격력을 억압하고 신병을 확보하여 자신 또는 가족의 법익을 지키려는 목적의 부득이한 행위로 보더라도, 그를 일단 제압한 이후의 후속 가 해행위는 법익침해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고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위의사를 상쇄할 정도로 공격 의사가 지배적이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3) 상당한 이유

정당방위에서 방위수단의 선택에 상대방에게 최소한의 침해를 가할 것을 내용으 로 하는 보충의 원칙을 직접 적용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방위에 필요한 한도 내 행위 로서 사회윤리에 위배하지 않는 상당성 있는 행위임을 요한다( 대법원 2007.9. 21. 선 고 2007도3000 판결, 1991. 9. 10. 선고 91다19913 판결 등 참조), 방위자가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호할 목적이기만 하면 침해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서슴없이 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국가 법질서의 중요성 및 법집행기관의 역할을 경 시하면서 예외조항인 형법 제21조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이고, 앞서 본 바와 같 이 다른 문명국에서도 그런 경우까지 포괄하여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입법례나 실무는 찾아볼 수 없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최초 폭행한 후부터 그를 병원에 후송할 때까지 피해자가 피고인 또는 가족의 생명이나 신체를 중대하게 위협하였다는 정황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피해자는 빈손으로 피고인의 집을 빠져나가려고만 하였을 뿐 이므로 피고인의 재산이나 주거의 평온에 대한 추가 침해를 우려할 상황도 전혀 아니 었다. 피고인이 그저 피해자를 도망가지 못하게 할 의도였다면 흉기도 소지하지 않고 쓰러져 있는 피해자의 손발을, 가정집에 흔히 구비해 두는 전선, 테이프, 넥타이, 운동 화 끈 또는 하다못해 자신이 착용하고 있던 허리띠로라도 잠시 묶어두거나, 큰 소리를 질러 1층에 거주하는 외조부모 또는 이웃 주민들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리는 등 다른 경미한 대체 수단으로도 충분히 방위 목적을 실현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이 이미 쓰러진 상태의 피해자를, 그것도 생명활동의 중추인 머 리 부위를 집중하여 때리고, 의식을 잃을 때까지 빨래 건조대와 허리띠로 추가 폭행을 한 것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도망가려는 절도범을 제압하는 수단치고는 불필요하고 과 도한 것이 아닐 수 없다. 피고인의 행위는 상당한 이유 없이 피해자를 무자비하게 구 타한 행위로서 정당방위가 될 수 없다.

(4) 소결론

피고인의 행위는 비록 처음에는 현재의 부당한 법익침해에 대한 반격이었을지라 도, 나중에는 법익을 방위할 의사를 완전히 대체할 정도로 공격의사가 압도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도 없어, 정당방위가 성립하지 않 는다. 그에 반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마. 과잉방위 성립 여부

(1) 형법 제21조 제2항에 따른 과잉방위의 성부

형법 제21조 제2항에 따르면 '방위행위'가 정도를 초과한 때 형을 감경 또는 면 제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 규정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방위를 위한 행위여야 하고, 공격을 위한 행위는 처음부터 형의 감면을 논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 최초 폭행 이후부터는 피해자가 피고인 또는 그 가족의 생명 · 신체에 급 박한 위험을 초래할 만한 행동을 하였다는 사정을 전혀 찾을 수 없고 , 이에 따라 추가 폭행은 일반적인 방위의 한도를 현저하게 넘어선 것으로 사회통념상 방위행위라기보다 는 적극적인 공격행위로 보아야 함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형법 제21조 제2항이 정 한 형의 감면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

다만 피고인은 당심 법정에서 피해자가 평소 어머니와 누나가 생활하는 방에서 나오기에 혹시 강도나 강간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매우 불안하였으며, 2층은 주방 겸 거실과 별도의 방 1개로 이루어진 구조라서 자칫하면 피고인이 부엌 개수대 수납장으로 달려가 칼을 빼들고 자신을 위협할지도 몰라 두려웠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피고인의 주장은 진실과 무관하게 피해자에게 공격의 여력이나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착오하여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는, 강학상 '오상방위' 주장으로도 선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인정한 사실들에 더하여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 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경찰에서 최 초 폭행 후 가만히 있으라고 했음에도 피해자가 도망을 시도하여 추가 폭행에 이르게 되었다고 진술한 점(증거기록 제30쪽), ② 검찰에서도 피해자가 얼굴을 얻어맞고 거실 바닥에 쓰러진 후 가만히 있었으면 더 때리지는 않았을 텐데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 면서 계속 일어나 도망을 가려고 하기에 흥분하여 추가 폭행을 하였다고 진술한 점 ( 증 거기록 제86쪽), ③ 최초 폭행 후 피해자는 몸을 제대로 일으킬 수도 없었고 , 경찰이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하여 찍은 현장 사진에 나타난 피해자의 혈흔을 보면 그는 최초 폭행 후 부엌과 더 멀어지는 방향으로 기어간 사실을 알 수 있어 바로 칼을 집어들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던 점, ④ 피고인은 경찰 신고를 위해 현관으로 향할 때까지도 혹 시 강도나 강간 피해를 입었을까봐 걱정스러웠다는 어머니나 누나가 집 안에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2층으로 올라온 외조모의 휴대전화로 경찰에 신고를 하고 친 구들에게 도움을 청하면서도 정작 어머니나 누나에게는 안부를 확인하기 위한 전화를 걸지 않은 점, ⑤ 피고인 스스로도 거듭 피해자가 물건을 집어 들거나, 흉기를 꺼내려 하거나, 덤벼들 기세를 전혀 보이지 않았고, 흉기를 소지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았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을 공격 할 의사 없이 단지 도망가고자 하였음을 명백히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어 피해자 가 자신을 칼로 공격할까봐 두려웠었다는 당심 법정 진술은 믿을 수 없을 뿐만 아니 라 , 스스로의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피해자가 꿈틀거리듯이 움직인 것만으로는 피고인 또는 그 가족의 생명, 신체, 기타 법익에 급박하고도 부당한 침해가 현존한다는 착오를 일으킨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를 넓은 의미의 오 상방위로 포섭할 가능성도 없다.

(2) 형법 제21조 제3항에 따른 불가벌적 과잉방위의 성부

형법 제21조 제2항의 요건에 부가하여 그 행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에 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에 기인할 것" 을 요구하는 같은 조 제3항의 규정 체계상 같은 조항이 정한 불가벌적 과잉방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2항의 과잉방위에 해당하여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 제21조 제2항의 과잉방위 요건을 충족할 수 없음 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 제21조 제3항의 불가벌적 과잉방위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바. 정당행위의 성부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꾸만 도망가려 하여 경찰이 도착하기까지 그를 붙잡아 두려 했던 것도 그를 폭행한 이유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의 행위가 사인의 현행범 체포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을 조각할 여지는 없는지 추가로 살펴본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으므로(형사소송법 제212조) 사인의 현행범인 체포는 법령에 따른 행위로서 위법성을 조각하나(형법 제20조), 적정한 한계 를 벗어나는 현행범인 체포행위는 법령에 따른 행위로 볼 수 없고 , 적정한 한계를 벗 어난 행위인지는 결국 정당행위의 일반적 요건을 갖추었는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도3682 판결, 1999. 1. 26 . 선고 98도3029 판결 등 참 조). 어떠한 행위가 위법성조각사유로서 정당행위인지는 구체적 사정을 합목적적 · 합리 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정당행위는 그 행위의 동기 · 목적의 정당성, 수단 · 방법의 상당성, 보호법익과 침해법익의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살피건대 체포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그가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없도록 신 체활동을 제한하는 것으로 현행범을 붙잡고 있거나, 끈으로 결박하거나, 아니면 필요한 경우 일시적으로 건물 출입문을 시정하여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을 전형적인 현행범 체 포의 모습으로 상정할 수 있는데, 이들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이 이동하려는 의사를 가 지고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 . 이러한 체포의 개념에 비추어 볼 때 상대방이 의식을 잃 거나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없어질 때까지 때려서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없도 록 하는 것은 일방적인 구타에 불과할 뿐 이를 체포의 실행이나 준비행위로 볼 수 없

가사 피해자의 머리를 발로 짓밟거나 빨래 건조대, 허리띠를 사용하여 내리치는 것을 체포의 개념에 포섭할 수 있다고 보더라도, 신체를 결박하는 등 피해자에게 더 적은 피해를 가하는 다른 수단을 강구하지 않은 채 의식을 잃을 때까지 때리는 방법을 선택한 것은 그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균형성, 긴급성 및 보충성 등 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없어, 이 사건 범행이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5. 변경한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위법한 상해를 가하였더라도 그로써 피해자가 즉시 사망한 것이 아니라 10개월 가량(수상 후 293일 ) 치료를 받던 중 기왕증이나 병원의 의료 과 실 등 비정상적이고 특수한 다른 요인들이 개입하여 발병한 폐렴으로 사망하였으므로 , 상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고, 피고인이 사망을 예견할 수도 없었다.

나 . 법리

결과적 가중범인 상해치사죄가 성립하려면 기본범죄인 상해와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 및 그 결과에 대한 예견가능성, 즉 과실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4도6206 판결, 2003, 12. 26. 선고 2003도2796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직접 원인은 아니었더라도 이로부터 발생 한 다른 간접 원인이 결합하여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 그 행위와 사망 사이 에는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1도17648 판결 참조), 예견가능성의 유무는 폭행의 정도와 피해자의 대응상태 등 구체적 상황을 면밀히 살펴 가려야 한다(대법원 1990. 9. 25. 선고 90도1596 판결 참조).

다. 판단

H병원 소속 의사 이 작성한 피해자에 대한 사망진단서에 따르면, 피해자의 직접 사인은 폐렴이고, 그 발병 원인은 빈혈로 인한 전해질 불균형 및 두부 손상 후유증에 따른 우측 두정부 급성 경막하 혈종이다. 그런데 피해자처럼 두부 손상을 입어 의식불 명 상태로 장기간 입원 및 수술 치료를 받는 환자는 개두술 및 혈종제거술 등으로 출 혈 자체는 나아지더라도 두부 손상에 따른 의식 저하로 기도 흡인의 가능성이 증가하 여 흡인성 폐렴 등의 합병증이 흔하게 발생하고 그로써 사망하는 경우 또한 잦은데( 검 사와 변호인이 함께 원용하는 당심 전문심리위원 J의 회신서 참조), 그렇다면 피해자에 게 병원 감염성 폐렴(HAP, Hospital Acquired Pneumonia) 이 발생하여 결국 사망한 것도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경우라고는 볼 수 없어, 폐렴이 피고인이 가한 외상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절할 만한 독립적 사망원인이라 할 수 없다. 한편 피해자는 1970년도부터 한 달에 3, 4차례 발작을 겪는 등 간질을 앓아 2010년 3월경 부터는 꾸준히 약물 치료를 받아왔으나, 이 사건 발생 당일 피해자를 후송한 G병원 소 속 의사 K, L 작성 각 소견서의 기재에 따르면 그가 의식불명의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가장 유력하고 거의 유일한 원인은 피고인의 폭행에 따른 두부 외상성 경막하 출혈이 고 , 간질은 그 유발 또는 악화 요소가 아님을 알 수 있으므로, 기왕증이 인과관계를 단 절하는 것도 아니다.

피고인은 H병원에서 피해자의 병원균 감염 여부 파악에 매우 중요한 체온 관리를 소홀히 하여 이상 징후를 사전에 발견하지 못한 과실이 피해자가 사망한 결정적 계기 라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위 병원에 최초 입원한 2014. 7. 11.에도 이미 대광반사(對光反射) 기능을 제외하고는 혼수 및 사지 부전마비 상태에 있어 향후 꾸준히 치료를 받더라도 회복을 기대할 수 없었다. 더욱이 위 병원 이 당심에 제출한 진료기록부의 기재를 살펴보면, 위 병원 의사 및 간호사는 피해자가 입원하여 사망하기까지 그의 상태와 치료 경과, 활력 징후를 주기적으로 관찰해 온 사 실을 인정할 수 있어, 비록 진료기록부에 피해자의 체온 변화를 구체적으로 기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담당 의료진이 피해자가 숨지도록 방치하였다거나 체온 기록 미비 로 피해자가 종전에 예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질환을 얻게 된 것도 아닌 이상, 피고인 의 가해행위는 적어도 다른 간접 원인과 결합하여 피해자를 사망하게 만든 원인에 해 당하여 그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나아가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자신의 발 등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집중 공격하였 음을 실토하였고, 사건현장에서 피해자가 머리에서 다량의 피를 흘리고 있었으며 이 사건 범행 직후 응급 수술을 받았는데도 생명이 위독한 상태에 있었던 점을 보면, 피 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시간이 30분이든, 피고인 주장처럼 4분이든, 그 장단을 불문 하고 그의 생명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정도의 심각한 상해를 의도적으로 가하였음은 명백하다. 특히 머리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한 뇌가 위치한 부위로서 거기에 심한 물리 적 충격을 가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쯤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데, 피고인 이 피해자의 얼굴을 주먹으로 세게 때려 바닥에 쓰러뜨린 상태에서 뒤통수를 운동화를 신은 발로 바닥에 피가 흘러 고일 정도로 세게 밟고 여러 번 걷어차는 등 폭행하여 그 가 장기간 의식불명에 빠질 정도의 중상을 입힌 이상, 피고인은 비록 피해자가 추후 구체적으로 무슨 질환이 직접 원인이 되어 사망할 것인지까지 내다볼 수는 없었더라 도, 적어도 피해자를 앞서 본 것처럼 무자비하게 구타하다가 자칫 잘못하면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정 정도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봄이 옳다.

결국 상해와 사망의 인과관계 및 결과에 대한 예견가능성을 모두 인정할 수 있으 므로 , 피고인은 결과적 가중범인 상해치사죄의 죄책을 피할 수 없다 . 이와 다른 피고인 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

6. 결론

항소심에서 검사가 교환적으로 변경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함에 따라 원심 판결 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 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 판결을 직권으로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 음과 같이 판결한다(상해치사죄를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피고인이 피해자를 가격한 빨 래 건조대가 위험한 물건인지는 구태여 판단하지 않는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2014. 03. 08. 03:15경 원주시 M에 있는 자신의 주거에 귀가하여 2층 문을 열고 거실에 들어섰다가 그곳에서 서랍장을 뒤지며 절취품을 물색하던 피해자 N을 발 견하고는 "당신 누구야?"라고 말한 뒤, 피해자에게 다가가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수 회 때려 넘어뜨리고, 피해자가 넘어진 상태에서도 계속하여 도망하려 하자 피해자 가 팔로 감싸고 있던 뒤통수를 수 회 차고, 뒤이어 거실에 있던 빨래 건조대를 집어들 어 피해자의 등 부분을 수 회 때린 뒤, 자신의 허리에 차고 있던 벨트를 풀어 피해자 의 등 부분을 수 회 때려 외상성 경막하 출혈 등의 상해를 가함으로써 피해자로 하여 금 원주시 0에 있는 H병원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를 받던 중 2014. 12. 25.04:53 경 폐렴으로 사망하게 하였다.

증거의 요지

원심 판결의 '증거의 요지' 말미에 '1. 사망진단서'를 추가하는 것을 빼고는 원심 판 결의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따라 이를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2. 작량 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 (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3.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유리한 정상 거듭 참작)

4. 사회봉사명령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1년 6월부터 징역 15년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량의 범위

[유형의 결정] 폭력범죄군 > 일반적인 상해 > 제3유형(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 : 피해자에게도 범행의 발생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경우

[권고형의 범위] 징역 2년 ~ 4년 (감경영역)

3 .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의 적용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정한 형사소송법 제368조에 따 라 항소심에서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지와 무관하게 원심 선고형보다 무거운 주형을 선 고할 수 없고(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도11700 판결), 같은 원칙을 피해자가 사 망하는 등 추가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검사가 항소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하는 경우에까 지 적용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달리 해석할 여지가 전혀 없는 바는 않으나, 피고인 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를 적용하여 원심이 선고한 징역 1년 6월을 우리 법원이 선고 할 수 있는 주형의 한도로 본다.

4. 선고형의 결정

피해자가 새벽에 피고인의 집에 침입하여 물건을 훔치려고 한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아무런 저항 없이 도망가려던 그를 심하게 때려 결국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피고인의 행동은 비난가능성이 결코 경미하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은 조금만 다쳐도 생명에 지 장을 줄 수 있는 머리 부위 등을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구타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 해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을 보고도 아무런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게다 가 피해자의 보호자 역할을 한 그의 형 P는 피해자에 대한 거액의 병원비 등으로 괴로 워하다가 이 사건 범행 한 달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로 인해 피해자의 조카이자 P의 아들인 Q도 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방위나 과잉방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하여도 사건의 발단을 제공한 잘못이 피고인의 집에 무단침입하여 절도 범행을 하려던 피해자에게 있 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피해자를 제압하려다 흥분한 나머지 우발적으로 이 사 건 범행에 이른 것은 위법성 조각사유는 될 수 없어도 책임 제한의 사유로는 충분히 참작할 수 있는 점,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피해자의 유족을 위해 5백만 원을 공탁한 점 , 피고인 스스로도 이 사건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고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 불면 등으로 치료를 받기도 한 점, 아직 젊은 나이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전혀 없는 점 , 어머 니 , 외조모, 이모 등 가족과 지인들이 한결같이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며 선도를 굳게 다짐하고 있는 점 , 그밖에 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전후 의 정황 등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하고 그 집행을 유예하되, 재범방지 등을 위해 사회봉사를 명하기로 한다.

판사

심준보 (재판장)

유아람

유기웅

별지

서 울 고 등 법 원

춘천 제1형 사 부

보호관찰 또는 사회봉사 · 수강명령 대상자의 준수사항

사 건 2015노11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 · 흉기등상해)(인정한 죄명 상해

치사)

피고인 A

판결내용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 240시간의 사회봉사명령

피고인에게 선고된 보호관찰 또는 사회봉사 · 수강명령이 확정되면 10일 이내에 보호관찰소

에 신고하여야 하고, 피고인은 보호관찰관의 지도를 받으며 아래에 적힌 준수사항을 지키고

스스로 건전한 사회인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아래의 준수사항을 위반하는 때에는 구

인될 수 있고, 집행유예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일반 준수 사항

1. 주거지에 상주하고 생업에 종사할 것.

2. 범죄로 이어지기 쉬운 나쁜 습관을 버리고 선행을 하며 범죄를 행할 우려가 있는 사람들과

교제하거나 어울리지 말 것.

3. 보호관찰관의 지도 · 감독 및 방문에 순응하고, 집행에 관한 지시에 따를 것.

4. 주거를 이전하거나 1월 이상의 국내외 여행을 할 때에는 미리 보호관찰관에게 신고할 것.

특별 준수 사항

재판장 판사 심 준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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