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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6도18858 판결
[업무방해][미간행]
판시사항

[1] 업무방해죄에서 업무의 타인성 /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서 ‘위계’의 의미

[2] 갑 주식회사의 상무이사인 피고인이 갑 회사의 신규 직원 채용 과정에서, 면접위원인 을이 면접이 끝난 후 인사 담당 직원에게 채점표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면접장소에서 먼저 퇴장하자, 남은 면접위원들과 협의하여 피고인이 지정한 응시자를 최종합격자로 선정함으로써 피해자 을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직원채용에 관한 업무를 위계로써 방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을에 대한 업무방해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세광 담당변호사 박상범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형법 제314조 제1항 에 규정된 업무방해죄에서 행위의 객체는 타인의 업무이고, 여기서 말하는 타인은 범인 이외의 자연인·법인 또는 법인격 없는 단체를 가리킨다. 또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서 ‘위계’란 행위자가 행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5도6404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가라고 한다)는 2011. 7. 13.경 일반행정 분야와 인사 분야(HR: Human Resource)를 구분하여 신규 직원을 채용하고 합격자는 분야별 고득점자 순으로 선발한다고 공고하였다. 공소외 1 회사의 행정직원 채용 평가계획(안)에 의하면, 면접심사의 평점방법은 ‘해당 평가요소 배점’에 ‘평가 비율’을 곱하여 100점을 만점으로 하는 면접위원별 점수를 산출한 다음 면접위원별 점수를 산술 평균하는 것이다. 면접위원은 개별적·독립적으로 심사하고, 다른 면접위원의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언행을 금지하며, 평점이 같을 경우에는 배점이 큰 평가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을 선정하게 되어 있다. 아울러 평가결과와 상관없이 해당 분야의 적격자가 없다고 판단될 때에는 선발하지 아니할 수 있다(이하 위 내용을 ‘이 사건 채용계획’이라고 한다).

한편 피고인은 위 신규 직원 채용에 즈음하여 실무진으로부터 회계 전문가나 영어가 능숙한 직원을 선발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받았다.

나. 공소외 1 회사의 상무이사 피고인, 기타비상무이사 공소외 2, 사외이사 공소외 3 및 사무국장 공소외 4 4인이 면접위원으로 구성되었고, 그들이 2011. 8. 9. 총 13명의 응시자를 면접하였다. 국제학교를 운영하는 공소외 1 회사의 업무 특성상 영어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직원이 필요하였고, 영어 구사능력이 있는 피고인이 응시생들을 영어로 면접하였다.

공소외 2는 면접이 모두 끝난 후 공소외 1 회사의 인사 담당 직원인 공소외 5에게 채점표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면접장소에서 먼저 퇴장하였다. 공소외 4는 채점표를 모두 작성한 반면, 피고인과 공소외 3은 채점란의 대부분을 공란으로 남겨 놓거나 일부 채점란에 연필로 점수를 기재하였다.

다. 남은 3인의 면접위원인 피고인, 공소외 3 및 공소외 4가 약 30분간 최종합격자 선정을 위하여 협의하였다. 공소외 3은 적합하다고 판단한 응시자들을 1위부터 6위까지 순서를 정하여 그 성명을 에이(A)4 용지(증거기록 1권 318면)에 기재하였는데, 피고인은 공소외 3에게 다른 동료와 업무협조를 잘 할 수 있는 직원을 채용하면 좋겠고 피고인 밑에서 일할 사람들을 채용하는 것이니 피고인의 의견에 협조해 달라는 취지로 이야기하였다.

라. 피고인은 다른 면접위원들에게 공소외 3이 작성한 명단 아래 부분에 1위부터 8위까지 순위를 매겨 응시자들의 성명을 자필로 기재한 명단을 제시하면서 그 순서대로 채용 예정인원인 5명을 합격시키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다른 2명의 면접위원들은 피고인의 의견에 동의하였고 피고인이 작성한 명단의 1위부터 5위까지의 응시자가 최종합격자로 결정되었다.

마. 공소외 1 회사의 직원에 대한 신규채용·승진·전보 등 일체의 임용권은 대표이사에게 있다. 공소외 1 회사의 대표이사였던 원심공동피고인 1은 2015. 8. 27. 제1심법원 제6회 공판기일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위 면접 전형 결과를 보고받을 때 이 사건 채용계획에 따라 분야별로 합산한 점수 순위로 최종합격자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채점표와는 관계없이 면접위원들이 협의하여 최종합격자를 결정하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러한 방식으로 합격자를 결정하는 것이 보통이며, 공소외 1 회사는 영어능력이 출중한 직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영어를 잘 하는 피고인이 높게 평가하는 사람을 합격시키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바. 검사는 2015. 10. 13. 당초의 공소사실 중 업무방해의 대상을 “피해자 원심공동피고인 1의 직원 채용에 관한 업무”라고 한 것에 “피해자 공소외 2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직원채용에 관한 업무”를 선택적으로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제1심법원은 제7회 공판기일인 2015. 10. 14. 이를 허가하였다.

3. 가.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1) 공소외 1 회사의 직원 채용 업무는 그 대표이사인 원심공동피고인 1에게 귀속되고 원심이 이 사건 업무방해죄의 피해자로 특정한 공소외 2는 공소외 1 회사의 직원 채용에 면접위원으로 참가하였을 뿐이므로, 공소외 2의 업무는 원심이 판시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직원 채용에 관한 업무’가 아니라 공소외 1 회사의 직원 채용을 위한 ‘면접업무’에 불과하다.

2) 공소외 2는 응시자들에 대한 면접을 마치고 공소외 5에게 채점표를 작성하여 제출한 뒤 면접장소를 이탈함으로써 공소외 2의 면접업무는 종료되었다. 그 후 피고인은 영어로 면접한 응시생 중에서 영어 구사능력이 우수하다고 판단한 사람을 합격시키면 좋겠다는 취지로 남아 있던 다른 면접위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보이고 남은 면접위원들이 피고인의 제안을 수용하여 최종합격자를 결정하였다. 이처럼 피고인이 최종합격자를 선정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였더라도 그러한 행위가 면접업무를 이미 마친 공소외 2에게 오인·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켰다고 할 수 없다.

3) 한편 직원 채용권한을 갖고 있는 공소외 1 회사의 대표이사 원심공동피고인 1은 이 사건 채용계획에 정해진 최종합격자 결정 방법과는 다르게 피고인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응시자를 최종합격자로 채용하는 것을 양해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이 최종합격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원심공동피고인 1을 오인 또는 착각에 빠트렸다거나 원심공동피고인 1의 부지를 이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선택적 공소사실 중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업무방해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고 말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위계로 인한 업무방해죄의 ‘업무’와 ‘위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박병대 박보영(주심) 권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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