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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3다203529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에 대하여 희생자임을 확인하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던 경우,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간

[2]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함에 따라 채권자가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 경우,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소극) 및 이때 ‘상당한 기간’ 내에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3]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에 대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은 때부터 3년의 기간을 넘어 이루어진 채권자의 권리행사에 대하여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4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진우)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정리위원회의 조사, 결정의 내재적 한계 주장에 관하여 피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의 요지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에 의하여 설립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정리위원회’라 한다)는 과거사의 진상규명을 통한 국민화해와 통합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갖는 기관이고, 정리위원회가 한 조사·결정은 과거사 사건들의 전반적인 진실을 규명하여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국민통합을 위하여 행해진 것이지 국가배상소송에서 원고가 되는 피해자를 개별적으로 확정하고 그 법적 책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은 아니므로, 정리위원회가 한 조사·결정은 민사소송에서 국가배상책임의 사실인정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민사소송법하에서 피고 주장과 같은 이유만으로 정리위원회의 조사 결과나 진실규명결정에 증거능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정리위원회가 한 조사·결정 등을 증거로 채택할지 여부는 사실심법원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다(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다37138, 3714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원심이 갑 제1호증(양평 부역혐의 희생사건 진실규명결정서), 갑 제11호증의 5(참고인 소외 1, 2 진술녹취서), 갑 제11호증의 13(참고인 소외 3 진술녹취록), 갑 제11호증의 14(참고인 원고 1 진술녹취록)의 진정 성립을 인정하고, 위 각 증거 및 나머지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 소속 군경 등이 1950. 10.경 경기도 양평군 일대에서 인민군 점령기에 부역을 하였다는 혐의로 망 소외 4의 처, 아들, 딸(이하 ‘망인들’이라고 한다) 등 상당수의 민간인을 연행·감금하여 집단 학살하였다고(이하 ‘양평 부역혐의 희생사건’이라고 한다) 본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한 것은 정당하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가.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 동안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하고(1921. 4. 7. 조선총독부법률 제42호로 제정되고, 1951. 9. 24. 법률 제217호로 제정된 구 재정법 제82조 에 의하여 폐지되기 전의 구 회계법 제32조 ), 이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의 3년의 단기소멸시효 기간과 달리 불법행위일로부터 바로 진행이 되므로 과거사정리법 제2조 의 진실규명 대상인 한국전쟁 전후 시기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이하 ‘한국전쟁 전후 희생사건’이라 한다)에 대하여 희생자임을 확인하는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던 경우에도 그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희생자에게 피해가 생긴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한 때에 이미 완성되었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2013. 5. 13.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망인들이 1950. 10.경 양평 부역혐의 희생사건에서 희생되었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망인들이 사망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한 때에 이미 완성되었다고 할 것이다.

나.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으므로,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하였고, 그로부터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채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였다면,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66969 판결 등 참조). 이때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 여부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 신뢰를 부여하게 된 채무자의 행위 등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채무자가 그 행위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한 목적과 진정한 의도,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다 . 다만 위와 같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시효 완성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의 달성, 입증곤란의 구제, 권리행사의 태만에 대한 제재를 그 이념으로 삼고 있는 소멸시효 제도에 대한 대단히 예외적인 제한에 그쳐야 할 것이므로, 위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되어야 하고, 개별 사건에서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어 그 기간을 연장하여 인정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에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그 기간은 아무리 길어도 민법 제766조 제1항 이 규정한 단기소멸시효기간인 3년을 넘을 수는 없는 것이어서, 한국전쟁 전후 희생사건에서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은 때부터 3년의 기간을 넘어 이루어진 채권자의 권리행사에 대해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정리위원회가 2009. 2. 16. 망인들에 대한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을 하였고, 원고들이 2012. 3. 7.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함으로써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소가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일로부터 3년의 기간을 넘어 제기되었음이 역수상 명백하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한 소멸시효 완성 항변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된다고 볼 수는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일 무렵까지도 원고들이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거나, 손해 및 가해자를 알게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였으니,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신영철(주심) 이상훈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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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13.3.14.선고 2012나99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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