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1994. 9. 23. 선고 94누3421 판결
[파면처분취소][공1994.11.1.(979),2876]
판시사항

가. 공무원이 상급기관의 자체조사과정에서 비위사실을 자인한 내용의 확인서 및 그 내용에 관해 조사관과의 문답내용을 기재한 진술서의 증거가치

나. '가'항과 같은 확인서 및 진술서가 강요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면 심리적 위축상태에서 작성되었다 하여 바로 그 내용의 신빙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 확인서 및 진술서를 배척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가. 공무원이 소속한 상급기관의 자체조사과정에서 그 공무원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하여 금원을 수수한 사실을 자인하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하고 그 내용에 관하여 조사관과의 문답내용을 기재한 진술서가 작성되었다면, 그 확인서와 진술서는 그 공무원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작성되었거나 그 내용이 허위임을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유가 있는 등의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 증거가치는 쉽게 부인할 수 없다.

나. ‘가’항과 같은 확인서 및 진술서가 강요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면 심리적 위축상태에서 작성되었다 하여 바로 그 내용의 신빙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 확인서 및 진술서를 배척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반헌수

피고, 상고인

서울지방국세청장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명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제1세무서 재산세과에 근무중이던 1991.7.경 소외 1이 부천시 남구 소사동 238의 38 대 191.9m2(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를 양도한 데 대하여 양도소득세 부과를 위한 실지조사를 하고, 이와 관련하여 그 일을 선처하여 준 대가로 서울 마포구 서교동 소재 상호미상의 식당에서 소외 1로부터 현금 20,000,000원(금 10,000원권 2,000장)을 수수하는 비위를 저질렀다는 사유로 피고로부터 1992.12.11. 파면처분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 후, 원고가 과연 소외 1로부터 위 금원을 수수한 사실이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이에 부합하는 을 제1호증(확인서), 을 제2증의 1, 2(각 진술서)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원고가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작성된 것으로 그 내용에 있어서도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고 그 밖의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하여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파면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는바, 위 증거들을 믿을 수 없는 사정에 관하여, ① 소외 1은 실지거래가액에 의하여 산출한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였을 뿐 원고를 만나 돈을 교부한 사실이 없고, 원고에게 돈을 교부한 일이 있는지에 관하여 어떠한 기관으로부터 조사나 질문을 받은 바 없다고 진술하고 있고, ② 서울지방국세청 감사관실 직원으로 원고를 조사한 소외 백해현은 원고의 비위사실을 찾아내기 위해 원고가 처리한 양도소득세 실지조사자료를 확인하였으나 뚜렷한 혐의를 잡지 못하던 중 이 사건 관련사실에 대하여 탐문의 형식으로 내부에서 정보자료를 작성한 뒤 원고를 연행하여 조사를 하게 된 것으로, 외부기관의 이첩자료나 다른 제보자료에 의하여 조사가 시작된 것이 아닌데도 조사 당시 원고에게 "이 사건은 외부사정기관의 통보에 의한 것인데 사건을 확대하지 않기 위하여 국세청 자체조사로 끝내려는 것이니, 만약 이를 부인하면 외부사정기관이나 수사기관이 수사를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원고 뿐만 아니라 상사들에게까지 확대된다"라는 취지로 말한 바 있고, 그 후 돈을 제공한 사람에 대한 확인조사나 원고의 예금계좌추적 등 본인의 진술을 검증하기 위한 더 이상의 조사를 하지 아니하였고, 이 사건 양도소득세 실지조사에 관한 원고의 업무처리는 관계규정에 따른 것으로 적법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③ 원고가 위 조사를 받을 당시 원고의 처 소외 2는 교통사고를 당하여 5주진단을 받아 입원치료 중에 있었고, ④ 원고는 위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소외 1이 실지거래증빙자료를 첨부하여 양도소득세를 자진신고하자 관계규정에 따라 이 사건 토지의 양도인과 양수인에게 조회우편을 통하여 취득가액과 양도가액을 확인하고, 현지에 가서 부동산현황을 살피고 거래를 중개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신고내용을 확인한 후 공정과세위원회에 이를 회부하여 적합한 것으로 판정이 남에 따라 신고내용대로 양도소득세를 확정하였고, 그후 국세청이나 감사원의 감사에서도 위 업무처리내용이 부당하다고 지적된 바 없었던 점 등을 들고 있다.

2. 그러나, 공무원이 소속한 상급기관의 자체조사과정에서 그 공무원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하여 금원을 수수한 사실을 자인하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하고 그 내용에 관하여 조사관과의 문답내용을 기재한 진술서가 작성되었다면, 그 확인서와 진술서는 그 공무원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작성되었거나 그 내용이 허위임을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유가 있는 등의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 증거가치는 쉽게 부인할 수 없는 이치라 할 것이므로 , 이를 배척함에 있어서는 그에 이른 합리적인 이유를 설시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배척하고 있는 위 각 확인서와 진술서(을 제1호증, 을 제2호증의 1, 2)는 우선 원고가 모두 그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중 확인서(을 제1호증)는 원고가 자필로 작성한 것으로, 각 그 기재내용에 의하면 원고는 제1세무서에서 같은구 제1동과 인근지역에 주소를 둔 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징수업무에 종사하고 있던 중,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거주하다가 일시 제1동으로 이주한 소외 1에 대하여 이 사건 토지의 양도소득세 실지조사업무를 처리하고 이를 선처하여준 대가로 그로부터 위 일시, 장소에서 금 20,000,000원을 수수하였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확인서 및 진술서의 기재내용과 원고는 대입검정고시를 거친 후 17년 가까이 세무공무원으로 근무하여 오고 있던 자로서 그와 같은 진술이 자신의 신분에 중대한 불이익을 가져올 수 있을 것임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여지는 점에 비추어 그 신빙성을 가볍게 배척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고, 한편 기록에 의하면 소외 1은 1991.4.26. 원고 담당지역으로 본인만 이주하였다가, 그 해 5.6. 이 사건 양도소득세 신고를 하여 그 해 7.31. 그 양도소득세 결정이 있은 후 그 해 8.14. 그 곳에서 퇴거한 사실이 있는데다가 이 사건 토지의 기준시가는 양도시에 금 230,280,000원, 취득시에 금 96,391,000원으로 이에 의할 경우 양도소득세 및 방위세로 합계 금 74,400,000원 정도가 부과될 것임에 비하여, 소외 1은 실지양도가액을 금 98,600,000원, 실지취득가액을 금 85,000,000원을 신고하였고, 원고가 실지조사결과 이를 인정함으로써 양도소득세와 방위세의 합계 금 778,620원만을 납부하였음을 알아볼 수 있어 원고의 양도소득세 실지조사업무와 관련하여 위 액수의 금원수수가 이루어질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여지는 점에서도 그 신빙성의 근거를 찾아볼 수있다 할 것이다.

원심은 위 확인서와 진술서를 배척하는 이유를 제1항에서와 같이 설시하고 있으나, 상급기관의 조사관이 혐의사실을 조사하면서 원고에게 원심 설시와 같은 취지의 말을 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원고에 대한 조사의 경위나 향후의 진행 경위를 다소 과장하여 고지한 것에 불과하고, 공무원 자신이 그와 같은 외부기관의 수사나 상사에 대한 피해를 우려하여 위 확인서와 진술서를 작성하게 된 것이라면, 원심 설시와 같이 위 확인서 등이 당시 원고의 처가 입원중이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 보면 원고가 심리적으로 다소 위축되어 있는 상황에서 작성되었다고 볼 소지는 있으나,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강요에 의하여 강제로 작성된 것으로는 볼 수 없는 것이며, 그 문서가 심리적 위축상태에서 작성되었다 하여 바로 그 내용의 신빙성이 없다 고 할 수 없고, 그 밖에 원심이 들고 있는 사유들은 그 문서의 신빙성을 배척할 근거가 될 수 없는 것이다.

3. 따라서 원심판결이 다른 합리적인 이유의 설시가 없이 위 증거들을 배척하고 만 것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 소송대리인의 상고논지는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용득(재판장) 지창권 신성택(주심)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