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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5.5.15.선고 2013가합544591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3가합544591 손해배상(기)

원고

1. A

2. B

3. C.

4. D

5. E

6. F

7. G

8. H

9. I

10. J

11, K

12. L

13. M

14. N

15. 0

16. P

17. Q.

18. R

19. S

20. T

21. U

22. V

23, W

24. X

25. Y

26. 2.

27, AA

28. AB

29. AC

30. AD

31. AE

32. AF

33. AG

34, AH

35, AI

36. AI

37. AK

38. AL

39. AM

40, AN

41. AO

42. AP

43. AQ.

44, AR

45, AS

46. AT

47. AU

48, AV

49. AW

50. AX

51. AY.

52. AZ.

53. BA

54. BB

55, BC

56. BD.

57. BE

58. BF

59. BG

60. BH.

61, BI

62. BJ

63. BK

64. BL

65, BM

66. BN

67. BO

68. BP

69, BQ.

70. BR

71. BS

72. BT

73. BU

74. BV

75, BW

76. BX

77. BY.

78. BZ

79. CA

80. CB

81. CC

82. CD

83. CE

84. CF

85. CG

86, CH

87. CI

88. CJ

89. CK

90, CL

91. CM

92. CN

93. CO.

94. CP

95. CQ

96. CR

97, CS

98. CT

99. CU

피고

대한민국

변론종결

2015. 4. 24.

판결선고

2015. 5. 15.

주문

1. 원고 AA, BN, CQ의 소를 각 각하한다.

2. 원고 AA, BN, CQ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표 중 '확장후 청구금액'란 기재 각 해당 금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1979. 10. 4.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망 CV, 원고 I, R, AI, A, BB, AA, BU, CH, CQ에 대한 구금, 수사 및 재판 1) 망 CV, 원고 I, R, AI, AA은 1978. 6. 29. 구 대한민국헌법(1980. 10. 27. 헌법 제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유신 헌법'이라 한다) 제53조에 따라 발령된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 한다) 위반의 피의사실로 체포된 후 1978. 7. 9. 구속영장이 집행되어 구속되었다. 원고 BB은 같은 피의사실로 1978, 7. 1. 체포되어 1978. 7. 9. 구속되었다. 원고 A은 1978. 7. 14. 같은 피의사실로 구속되었다. 원고 BU, CH, CQ는 위와 같은 피의사실로 1급 지명수배 되었다가 1979. 9. 말경 체포되어 1979. 10. 4. 구속되었다.

2) 망 CV, 원고 I, R, AI, A, BB, AA은 위와 같이 구속되어 광주지방법원 76고합 151호로, 원고 BU, CH, CQ는 같은 법원 78고합238호로 각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긴급조치 제9호1) 위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76고합151] 피고인 CV은 CW대학교 공과대학 2학년에, 동 은 동 대학교 문리과대학 4학년에, 동BB은 동 대학교 문리과대학 3학년에, 동 AA은 동 대학교 문리과대학 2학년에, 동 R는동 대학교 문리과대학 4학년에, 동 A은 동 대학교 문리과대학 3학년에 각 재학 중인 학생들이며, 동 AI은 CX기독교 청년회 책임간사로서 각 평소 유신체제에 대하여 불평불만을 품어오던 자인바,

1. 피고인 CV은 공소외 CY, CZ, DA 등과 공모하여 1978. 5. 24, 22:00경 광주 동구 DB에 있는 DC대학교 본관 앞 계단에 붓과 적색페인트를 사용하여 폭 약 40 센치미터 크기로 '유신독제 타도'라고 써서 마침 유신체제가 독제체제인양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고,

2. 피고인 CV, I, BB, AA 등은 DD등과 공모하여, 1978. 6. 28. 13:30까지 사이에 광주 서구 DE에 있는 CW대학교 중앙도서관 앞 잔디밭에서 같은 학교 학생 약 200명을 규합시켜 피고인 BB의 주재로 DF교수 석방을 위하여 1.구속교수를 위한 북도 2.찬송가 노래 3.DF교수 등이 구속된 경위보고 4.찬송가 노래 등의 순서로 회의를 진행하여서 법에 금지된 학생의 집회를 하고,

3. 피고인 CV, AI 등은 DG, DH, CY 등과 공모하여, 1978. 6. 28. 광주 동구 DI 소제 DG 경영의 DJ 인쇄소에서 '민주교육 선언 교수를 즉각 석방하라는 등의 우리의 요구”와 ‘우리의 일상생활과 학원이 아울러 인간화되고 민주화되어야 한다는 등의 우리의 교육지표 등을 내용으로 하는 DK' 3,000매를 인쇄하여서 끊임없는 정치적 자유의 유보와 이에 따른 국민생활의 질곡 및 학원의 정권놀음적 시녀화...’ 등의 유언비어와 사실을 왜곡하는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하고, 4. 피고인 CV, I, BB, AA, R, A, DL, DM 등은 당국의 허가 없이 공모 공동하여, 1978. 6. 29. 12:00경부터 20:30경까지 사이에 CW대학교 중앙도서관과 교정에서 위 대학교 학생 약 500명을 규합시켜 위 유언비어와 사실을 왜곡한 내용의 유인물인 'DN'과 DK'의 유인물 6,000매를 배포 낭독하고 '민주교육선언 교수를 즉각 석방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농성을 하고, '폭력 반대’, ‘교수석방' 등의 구호를 외치며 데모를 하여서 법에 금지된 학생의 집회와 시위를 한 것이다.

[78고합238] 피고인 BU은 CW대학교 문리과대학 3학년에, 동 CH는 동 대학교 법정대학 3학년에,동 CQ는 동 대학교 문리과대학 1학년에 재학하던 자인바,

1. 피고인 BU, 동 CH는 CV, CY, DM, DO, DL, DG, DH, DP 등과 공모하여 1978. 6. 28. 17:50경부터 22:30경까지 광주시 동구 DQ에 있는 DR 방실에서 위 'DK'라는 선언문에 관련된 CW대 교수들의 석방을 위한 방법으로 다음날 12:00를 기하여 CW대학교에서 CW대생의 농성과 시위를 주동할 것과 위 'DN' 등을 배포할 것을 모의하고, 피고인 BU은 1978. 6. 29. 10:30경 CW대학교 상과대학 뒤에 있는 옥호미상의 주점에서 CV으로부터 동인 등이 제작하여 온 위 'DK’ 100매와 위 ‘DN' 100매를 교부받아 동대학교 상과대학 및 사범대학에 배포하고, 피고인 CH는 위 'DK' 70매와 위 'DN' 80매를 교부받아 동 대학교 문리과대학과 학생식당에 배포하고,

2. 1978. 6. 29. 11:30경 CW대학교 중앙도서관 2층 입구에서 위 ‘DK' 50매와 위 ‘DN' 50매를 교부받아 도서관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3. 피고인들은 당국의 허가 없이 CV, CY, DM, DO, DL, DG, DH, DP 등과 공모하여 1978. 6. 29. 12:00경부터 20:30경까지 사이에 CW대학교 중앙도서관과 교정에서 위 대학교 학생 약 500명을 규합시켜 전 1항의 유인물을 교대로 낭독하고 '민주교육선언 교수를 즉각 석방하라' 등의 구호를 선창하고 학생들이 복창게 하는 등 농성시위를 한 것이다.

2) 광주지방법원은 1978. 8. 23. 78고합151호 사건에 관하여 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망 CV에게 징역 5년 및 자격정지 5년, 원고 I. R, AI, A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1년 또는 3년 및 자격정지 2년, 원고 AA에게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 원고 BB에게 징역 장기 3년 단기 2년 및 자격정지 3년의 형을 각 선고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 대상판결'이라 한다). 위 법원은 1980. 1. 8. 78고합238호 사건에 관하여 원고 BU, CH, CQ에게 긴급조치 제9호가 대통령 공고 제67호로 해제되어 폐지되었다는 이유로 면소를 선고하는 내용의 판결(이하 '이 사건 면소판결'이라 한다)을 하였다.

3) 이 사건 재심 대상판결(위 78고합151호)에 대하여 원고 A, I, R, AI, AA BB 및 망 CV은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이유로, 검사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각 항소하였다(광 주고등법원 78도371호), 광주고등법원은 1978. 12. 29. 위 원고들 등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고, 1979. 3. 13. 위 원고들의 상고(대법원 79도123호)가 기각되어 이 사건 재심 대상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4) 원고 A, I, R, Al은 1978. 8. 23.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의 집행유예 선고에 따라

석방되었고, 원고 AA은 1979. 8. 15. 석방되었으며, 망 CV, 원고 BB은 1979. 7. 17. 각 석방되었다. 원고 BU, CH, CQ는 구속집행정지 결정으로 1979. 12. 7. 석방되었다(이하 위 원고들을 '원고 A 등'이라 한다).

나. 원고 A 등 및 CV에 대한 재심 무죄판결의 확정 및 형사보상

1) CV은 2000. 7. 사망하였고, 원고 BU, CH, CQ를 제외한 원고 A 등과 CV의 상속인 원고 BN는 광주지방법원 2011 재고합32호로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였다. 위 법원은 2012. 11. 8. 긴급조치 제9호가 당초부터 위헌·무효라는 이유로 재심사유가 있으므로 이 사건 재심 대상판결은 재심개시의 대상이 된다고 결정하였다.

2) 위 법원은 2013. 2. 5.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긴급조치 제9호가 당초부터 위헌 · 무효이어서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 BU, CH, CQ를 제외한 원고 A 등과 CV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3) 원고 BU, CH, CQ를 제외한 원고 A 등 및 CV의 상속인 원고 BN는 위 무죄판결을 근거로 광주지방법원 2013코 1370호로 형사보상을 청구하였다. 위 법원은 2014. 1. 23. 형사보상금으로 원고 BN, BB에게 각 72,900,000원, 원고 AA에게 78,537,600원, 원고 I, R, AI에게 8,164,800원, 원고 A에게 7,192,800원을 각 지급하라는 결정을 하였다.

4) 원고 BU, CH, CQ는 광주지방법원 2013코1547호로 이 사건 면소판결을 근거로 형사보상을 청구하였다. 위 법원은 2014. 2. 18. 형사보상금으로 위 원고들에게 각 12,636,000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하였다.

5) 원고 A 등과 망 CV의 상속 및 가족관계는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15, 3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요지

가. 긴급조치 9호는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하여 선포된 것으로 긴급조치 발령 당시의 국내외 정치상황이 긴급조치권 발동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영장주의 및 과잉금지 원칙,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위헌·무효이다. 대통령의 긴급조치 9호 발동행위 자체가 국가배상법 제2조의 법령에 위배한 귀책사유 있는 직무행위로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나. 피고 소속 수사관들은 위헌, 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원고 A 등 및 CV을 영장 없이 불법체포하여 폭행, 협박, 욕설 등 고문과 가혹행위를 동반한 강압수사를 진행하였다. 위 원고들 등은 체포 당시 범죄사실의 요지, 변호인 선임권, 진술거 부권 등을 고지 받지 못하였고 가족들도 체포 및 구속의 통지나 변호인 선임권이 있음을 고지 받지 못하였으며, 기소 직전까지 가족 및 변호인의 접견이 금지되어 법률적 조력을 받지 못한 채 수사를 받았다. 위 원고들 등은 위와 같은 가혹행위로 인하여 임의성 없는 자백을 하였고 그 허위자백에 기초하여 유죄판결 등을 받게 되었다.다. 피고 소속 법관들은 긴급조치 9호가 위와 같은 이유로 위헌·무효임을 당연히 알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기계적으로 원고 A 등 및 CV에 대한 수사 및 재판을 하여 위 원고들에 대한 징역형 및 자격정지형의 유죄판결을 내렸다. 또한 원고 A 등 및 망 CV은 석방된 뒤에도 지속적인 사찰을 받게 됨으로써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위와 같은 위 원고들 등에 대한 수사 및 유죄 판결, 사찰행위는 직무수행상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기준을 현저히 위반한 불법행위이다.

라. 따라서, 피고는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위 원고들 및 그 가족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와 일실이익 상실 등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3.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본안전 항변

피고는, 원고 AA, BN, CQ는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민주화보상법'이라 한다)에 의한 보상금을 지급받았고, 같은 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보상금 등의 지급결정에 위 원고들이 동의함으로써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모든 피해에 대하여 재판상 화해가 성립하였으므로, 위 원고들의 소는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나, 판단

민주화보상법의 입법 취지, 같은 법 제2조 제1호, 제2호 (라)목, 제10조 제1항, 제14조 제1항, 제18조 제2항,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0조 제3호 [별지 제10호 서식] 규정의 내용, 신청인이 작성·제출하는 동의 및 청구서의 기재 내용에 더하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의 입법 목적이 신청인이 보상금· 의료지원금 · 생활지원금(이하 '보상금 등'이라 한다)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 특히 기판력을 부여함으로써 소송에 앞서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이하 '보상심의위원회'라 한다)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 절차를 통하여 이를 신속히 종결·이행시키고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안정성을 부여하는 데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신청인이 보상심의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위자료를 포함하여 그가 보상금 등을 지급받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일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대법원 2015. 1. 22. 선고 2012다204365 판결 참조).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법원의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 AA, CQ, 망 CV은 긴급조치 제9호 위반 사건과 관련하여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민주화운동관련자 인정결정을 받았고, 원고, AA은 2005. 11. 22., 원고 CQ는 2006. 1. 18., 망 CV의 아들인 원고 BN는 2008. 6. 12. 각 생활지원금을 지급받으면서 민주화운동관련 피해에 대하여 화해계약을 한다는 취지의 동의서를 작성·제출한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원고 AA, CQ, BN가 긴급조치 제9호 위반 사건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일체에 대하여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 AA, CQ, BN의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4. 원고 AA, CQ, BN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하에서는 '원고들'이라 한다)의 청구에 대한 판단

가.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먼저,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를 본다.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령의 근거가 된 유신헌법 제53조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 자체를 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이자 유신헌법과 현행 헌법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와 신체의 자유, 주거의 자유, 청원권, 학문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무효이다(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그러나 긴급조치 제9호가 사후적으로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되었다고 하더라도,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대통령은 국가긴급권의 행사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하여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므로,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 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는 볼 수 없다(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48824 판결,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가 그 자체로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지는 아니하므로, 이

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수사 및 재판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법원에서 위헌 · 무효로 선언된 경우, 그 법령이 위헌으로 선언되기 전에 그 법령에 기초하여 수사가 개시되어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령의 근거가 된 유신헌법 제53조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 자체를 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이자 유신헌법과 현행 헌법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와 신체의 자유, 주거의 자유, 청원권, 학문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무효라고 할 것임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당시 시행 중이던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구금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는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이 "제1항과 제2항의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 · 무효임이 선언되지 아니한 유효한 법령이었던 이상, 이를 신뢰하고 이루어진 행위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유죄판결에 대하여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피고인이나 그 상속인은 일정한 요건 아래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른 형사보상을 청구하여 그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로 수집한 증거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의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재심절차에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의 '피고 사건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절차에서 피고인에게 적용된 형벌에 관한 법령인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라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재심 대상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된 경우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그와 같은 내용의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이 곧바로 국가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그러한 복역 등으로 인한 손해를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결국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하기 어렵다.이 경우에는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위법행위를 하였는지 및 그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별도로 심리하여 그에 따라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의 인정 여부를 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내용, 유죄를 인정할 증거의 유무, 재심개시결정의 이유, 사건 관련자가 재심무죄판결을 받게 된 경위 및 그 이유 등을 종합하여,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무효 등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없었더라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있었음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증명이 이루어진 때에는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다217962 판결 참조).

2)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당시 시행 중이던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영장 없이 원고 A 등, 망 CV을 체포·구금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는 위헌· 무효임이 선언되지 아니한 긴급조치 제9호에 따라 이루어진 행위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무효 등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

사유가 없었더라면 형사소송법 제325 조 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있었음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증명이 이루어졌는지 여부에 대하여 살펴본다. 앞서 든 증거에 갑 20 내지 28, 32, 3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그러한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①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개시결정의 이유는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 무효라는 것일 뿐 수사에 관여한 공무원들이 원고 A 등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고문, 폭행 등 가혹행위를 하였다거나 그 직무에 관한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증명되었기 때문이 아니고, 그 재심절차에서도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 · 무효라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

② 이 사건 재심 대상판결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원고 A 등의 법정진술, 증인의 법정진술, 원고 A 등에 대한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 압수된 DN 96매, DK 164매의 각 현존을 유죄의 증거로 삼았다(갑 14호증).

③ 갑 20 내지 28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 A 등이 수사기관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로 인하여 허위 자백하였다거나, 피고 소속 수사관들의 강압에 의하여 제1심 법정에서 허위로 증언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또한 압수된 선언문 등 자체가 조작되었다거나 압수절차의 위법 등으로 인하여 증거능력을 부정할 만한 사유가 없다.

3) 한편 원고들은 수사과정에서의 폭행 및 고문 등 가혹행위, 석방 이후의 사찰 및 감시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가) 살피건대, 설령 원고 A 등 및 CV에 대한 체포·수사과정에서 위 주장과 같은 폭행이나 가혹행위와 석방 이후의 사찰 및 감시를 당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할 것이다. 그런데 이를 이유로 한 원고들의 손해배상채권은 금전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에 대한 권리로서 구 예산회계법(2006. 10. 4. 법률 제8050호 국가재정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제96조에 의하여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 동안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 원고 A 등 및 CV이 1978. 8.경 내지 1979. 12.경 사이에 모두 석방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원고들의 이 사건 소가 위 석방일로부터 5년이 지난 뒤인 2013. 9. 17.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배상채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다.

나) 다만,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2다37565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국가에 있다는 사유만으로는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등 참조),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고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앞서 본 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또한 위와 같은 일반적 원칙을 적용하여 법이 두고 있는 구체적인 제도의 운용을 배제하는 것은 법 해석에 있어 또 하나의 대원칙인 법적 안정성을 해할 위험이 있으므로 그 적용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71881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 행사를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그런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할 만한 언동을 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도 원고들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거나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상당한 사정이 있었다거나, 피고가 원고들에게 시효의 이익을 포기하거나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 된다고 볼 수 없다.

① 불법행위로 인정되는 피고 소속 공무원의 행위가 원고 A 등 및 CV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가혹행위를 하고 접견교통권을 침해한 행위에 한정된다면, 이러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절차를 거쳐야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② 원고들은 위 불법행위 사실을 그 무렵부터 알고 있었을 것임에도 구금상태가 종료된 지 35년 정도 경과한 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다) 결국 이 부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 AA, BN, CQ의 소는 각 부적법하여 이를 각하하고, 위 원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윤강열

판사서경민

판사이보경

주석

1) 긴급조치 제9호

①) 다음 각 호의 행위를 금한다.

가.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

나. 집회·시위 또는 신문, 방송, 통신 등 공중전파수단이나 문서, 도화, 음반 등 표현물에 의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반대 · 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 · 청원·선동 또는 선전하는 행위

라. 이 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행위

제1에 위반한 내용을 방송·보도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전파하거나, 그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배포·판

매 · 소지 또는 전시하는 행위를 금한다.

⑦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이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한다.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또는 음모한 자도 또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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