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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05. 7. 21. 선고 2004나49701 판결
[손해배상][미간행]
원고, 항소인

원고(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륙 담당변호사 이시윤외 6인)

피고, 피항소인

피고 1 주식회사외 1(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촌 담당변호사 서형석외 10인)

변론종결

2005. 5. 19.

주문

1.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들은 각자 원고에게 금 661,324,325원 및 이에 대하여 2005. 1. 21.부터 2005. 5. 9.자 청구취지 감축신청 및 준비서면 부본의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원고는 당심에서 청구취지를 감축하였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의 기업어음 거래

⑴ 원고는 피고 1 주식회사(이하 ‘피고 1’이라고 한다) 명동지점 지점장인 소외인을 통하여 1998. 4. 7.과 1998. 4. 14. 대우자동차 주식회사(이하 ‘대우자동차’라고 한다)가 발행한 당시 신용등급 A2-이던 기업어음(Commercial Paper, 이하 ‘기업어음’을 ‘CP’라고 한다)을 각 매수하여 1998. 7. 9. 그 어음금을 지급받은 바 있었다. 그러한 CP 거래는 원고가 원고 명의의 피고 1 통장(계좌번호 017-12-0042463, 이하 ‘이 사건 통장’이라고 한다)에 CP 매수대금을 입금하면 피고 1은 CP 실물은 금고에 보관하여 두고 이 사건 통장에 그 CP의 신용등급과 CP의 입·출고 여부 등을 표시한 뒤 원고에게 이 사건 통장을 교부하여 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⑵ 원고는 1999. 3. 26. 다시 소외인를 통하여 대우자동차가 발행한 액면금액은 3,202,231,911원, 수취인은 피고 1, 발행일은 1999. 3. 26., 지급기일은 1999. 9. 27., 지급장소는 피고 2 주식회사(이하 ‘피고 2’라고 한다) 충무로지점인 CP(어음번호 생략, 이하 ‘이 사건 CP’라고 한다)를 매수하기로 하고 이 사건 통장에 그 대금 30억 원을 입금하였다. 이에 피고 1은 이 사건 통장에 이 사건 CP의 신용등급은 A3+이고, 이 사건 CP가 입고되었다는 취지를 기재한 뒤 원고에게 이 사건 통장을 교부하였다.

나. 이 사건 CP 거래 전후의 상황

⑴ 피고 1과 대우자동차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던 대우그룹은 1997년 말부터 시작된 IMF구제금융사태 이후 1998년에는 재무구조가 상당히 악화되어 계열사들의 부채율이 700%를 웃돌았는데, 특히 대우자동차는 부채비율이 1,117.8%(차입금 의존도 71.7%)에 달하였고 영업상으로도 대규모의 현금부족으로 자금흐름이 급격히 악화된 상황으로 단기적으로 차입원리금 상환불능 사태가 발생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불량한 상태였다. 그러한 상황에서 대우그룹은 1999. 4. 19. 그룹구조조정계획을 발표하였지만, 대우자동차는 1999. 8. 26. 채권금융기관들로부터 기업구조개선작업(Work-Out) 대상기업으로 선정되었다가 2000. 11. 8. 최종 부도처리되었고, 이어 2000. 11. 30. 인천지방법원 2000회1호 로 회사정리절차개시결정을 받았다.

⑵ 한국신용정보 주식회사가 1999. 2. 3.을 기준으로 평가한 대우자동차 발행 CP의 신용등급은 적기상환능력이 양호하여 투자위험도는 낮은 수준이지만 장래 급격한 환경변화에 따라 다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A3-↓(“↓” 표시는 등급감시 표시로 등급하향이 검토되고 있다는 의미이다)이었으나, 원고가 이 사건 CP를 매수한 후 2개월 여만인 1999. 5. 31.경에는 적기상환능력은 인정되지만 투기적 요소가 내재되어 있는 B로 낮아졌고, 1999. 8. 26.경에는 적기상환능력이 의문시되는 C로 더 낮아졌다.

다. 이 사건 CP의 부도처리

⑴ 원고는 1999. 8. 10. 피고 1 명동지점에 이 사건 CP의 실물을 출고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고, 피고 1은 이 사건 CP의 제1배서인란에 서명·날인을 하고 원고에게 이 사건 CP를 교부하였다.

⑵ 이어 원고는 1999. 9. 22. 원고의 거래 은행인 주식회사 한빛은행(그 후 우리은행으로 상호가 변경되었다)의 기업자유예금 통장에 이 사건 CP를 입고하고 그 추심을 의뢰하였는데, 피고 2 충무로지점은 1999. 9. 27. 한빛은행으로부터 이 사건 CP의 지급제시를 받고 예금부족(구조조정대상기업)을 이유로 그 지급을 거절하였다.

⑶ 피고 2를 포함한 대우그룹 채권금융단은 1999. 8. 26. 대우자동차를 포함한 대우계열사 12개사와 사이에 ‘대우계열 기업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금융기관 특별협약’(이하 ‘특별협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특별협약은 ‘기업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금융기관협약’(이하 ‘금융기관협약’이라고 한다)을 준용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금융기관협약 제7조 내지 제14조에 근거하여 설립된 ‘기업구조조정위원회’는 1999. 7. 8. 금융기관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금융기관이나 개인이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서 결의한 채권행사 유예기간 중에 자금융통 목적의 어음·수표를 교환회부할 때에는 금융기관협약에 의한 부도를 사유로 부도처리하되 어음교환소규약 제78조에 의한 당좌거래 정지처분을 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어음·수표 교환시 처리방안’을 제정하였다(원고는 위와 같은 내용의 금융기관협약 제18조 제2항은 이 사건 CP의 지급거절 후인 1999. 10. 27.에 개정·삽입된 것이라고 주장하나, 을나 제3, 10, 1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위와 같은 내용의 금융기관협약 제18조 제2항과 그에 따른 어음·수표 교환시 처리방안은 이 사건 CP의 지급거절 이전인 1999. 7. 8.경에 이미 제정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우자동차는 매일 결제하여야 하는 진성어음 목록을 피고 2에 제시하였고, 피고 2는 대우자동차가 제시한 어음 목록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이 사건 CP를 융통어음으로 분류하여 어음·수표 교환시 처리방안에 따라 위 ⑵항 기재와 같이 지급거절을 하였다.

⑷ 그리고 이 사건 CP가 지급거절된 날인 1999. 9. 27. 대우자동차의 피고 2 당좌계정(계좌번호 생략)의 당좌대출한도액은 115억 원 정도였는데(대우자동차의 1999. 9. 27. 당시의 정확한 당좌대출한도액을 알 수 있는 자료는 현출되어 있지 않지만, 1999. 9. 27.에 가까운 2000. 4. 3. 당시의 당좌대출한도액이 11,569,296,884원이었던 점에 비추어 그와 거의 같은 금액이었을 것으로 추단된다), 같은 날까지 그 중 11,459,815,145원이 대출된 상태여서 이 사건 CP의 지급기일인 1999. 9. 27.에는 이 사건 CP를 결제할 당좌대출한도 잔액이 부족한 상태였다.

⑸ 이 사건 CP가 지급거절 되자 원고는 대우자동차를 상대로 하여 인천지방법원 (사건번호 생략)호로 어음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2000. 1. 27. ‘대우자동차는 원고에게 3,202,231,911원 및 이에 대하여 1999. 9. 28.부터 1999. 11. 24.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승소판결을 선고받아 그 무렵 그 판결이 확정되었는데, 대우자동차에 대하여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면서 원고의 이 사건 CP 채권은 정리채권에 포함되었다.

⑹ 한편, 대우자동차는 1999년 9월경 대우자동차 CP의 개인 보유자에 대한 우선 지급원칙을 밝혔고, 2000년 9월경 채권금융단의 동의를 얻어 대우자동차 CP를 보유한 개인 중 원금의 90.3%를 지급받는데 합의한 사람들에게 직접 그 해당 금액을 지급하고 CP를 회수하기도 하였는데, 원고는 그에 응하지 않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내지 9, 11 내지 14, 16, 17, 18호증, 갑 제10호증의 1 내지 4, 을가 제1호증, 을가 제3호증의 1·2, 을나 제1, 3, 4, 6 내지 11호증, 제1심 증인 이창진, 변론 전체의 취지

2. 피고 1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내용

⑴ 원고는, ① 피고 1이 대우자동차의 계열회사로서 이 사건 CP 거래 당시 대우자동차의 재정 부실 등으로 그 발행 CP의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변경되었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원고에게 그 신용등급이 변경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오히려 A3+라고 허위로 고지하여 CP 거래 여부의 결정에 중요한 요소인 이 사건 CP의 신용등급에 관하여 기망하였거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태만히 하여 그 신용등급을 잘못 고지하였고, 피고 1의 그러한 행위는 증권거래법, 같은 법 시행령, 증권업감독규정, 종합금융회사감독규정 등 증권관련법규에서 정하고 있는 고객보호의무 등에 위반한 것인데, 원고가 피고 1의 기망행위와 소외인의 적극적인 매수 권유에 의해 이 사건 CP가 원금상환가능성과 수익률이 보장되는 안전한 CP로 알고 매수하였으나 이 사건 CP가 부도처리되었으므로, 피고 1은 원고에게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원고가 피고들과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는 하나은행 등을 상대로 한 별개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제1심 : (사건번호 생략), 제2심 : 서울고등법원 (사건번호 생략))의 제1심에서 하나은행에 대하여 인용된 원고의 손해액인 4,592,266,057원과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 중 하나은행이 위 제2심에서의 강제조정결정 내용에 따라 원고로부터 면제받은 661,324,325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거나, ② 또는 피고 1이 허위로 고지한 이 사건 CP의 신용등급은 CP의 거래상 중요한 요소로서 원고가 이 사건 CP의 실제 신용등급을 알았더라면 이 사건 CP를 매수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원고는 민법 제109조 또는 제110조 에 따라 2004. 4. 13.자 준비서면의 송달로써 이 사건 CP 매매계약을 취소하였으므로 피고 1은 원고에게 이 사건 CP 매매대금 상당액 중 위 661,324,325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⑵ 이에 대하여 피고 1은, 피고 1의 담당직원이 이 사건 CP 매매 당시 이 사건 CP의 실제 신용등급을 제대로 알지 못해 원고를 기망할 여지가 없었고, 이 사건 CP의 신용등급 변경은 같은 등급 내에서 상대적 우열에 따른 +, -의 기호변경에 불과하여 원고가 그러한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CP를 매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우며, 더구나 원고의 손해는 대우자동차에 대한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됨으로써 이 사건 CP를 정상결제 받지 못하게 된 데 기인한 것이어서 원고의 손해와 피고 1의 행위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없으므로 원고는 피고 1의 기망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거나 이 사건 CP 매매계약의 취소를 주장할 수 없으며, 가사 원고가 피고 1의 기망행위 또는 자신의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CP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대우자동차를 상대로 어음금지급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행위를 한 이상 이 사건 CP 매매계약을 추인한 것이므로 어느 모로 보나 이 사건 청구에 응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다툰다.

나. 판단

⑴ 증권회사는 증권회사의어음거래공시등에관한규칙(금융감독위원회규칙으로서 금융감독위원회의 증권업감독규정에 따라 한국증권업협회가 어음의 거래수익률 등을 공시함에 있어 필요한 사항을 정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다) 제3조 제3항의 규정에 따라 복수신용평가등급과 수익률 등을 영업점에 게시하여야 하고 그 신용평가등급이 변경된 경우에는 그 사실을 게시하도록 되어 있으며, CP의 신용등급은 투자위험도 측정과 투자수익 산정의 기초가 될 수 있는 것이므로 피고 1도 이 사건 CP 매출을 위해 신용등급평가를 받아 그 등급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보이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CP 매출 당시 대우자동차 발행 CP의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변경되었음에도 피고 1이 발행한 이 사건 통장과 거래원장에는 그 신용등급이 A3+로 기재되어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1이 이 사건 CP 매매 당시 원고에게 이 사건 CP의 신용등급을 잘못 고지하였을 여지가 있기는 하나, 원고가 제출한 모든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그 정도를 넘어 피고 1이나 그 직원인 소외인가 원고에게 이 사건 CP 매수를 권유하면서 이 사건 CP의 신용등급을 고의로 속였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없다.

⑵ 한편, 갑 제2, 4, 6, 9, 16, 18호증, 을가 제1, 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CP 매매 이전에도 대우자동차 발행의 CP를 매수한 경험이 있었고, 2002. 7. 24. 피고 1에게 손해배상을 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면서 ‘이 사건 매매 당시 이 사건 CP의 신용등급이 A3-’라고 기재한 사실, CP의 신용등급은 적기상환능력, 투자위험도, 장래 환경변화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 등에 따라 가장 안정적인 등급인 A1에서 A2, A3, B, C, D 순서로 그 등급이 낮아지고, 그 중 A2부터 B등급까지 그 등급 옆에 첨부되는 +, - 기호는 같은 신용등급 내에서의 상대적 우열을 나타내는 표시에 불과하여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변경되었다고 하여 신용등급을 구분하는 본질적인 표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아 투자위험성이 큰 CP일수록 수익률은 높은 사실, 원고는 이 사건 CP 매수 당일 신용등급이 이 사건 CP와 같은 A3-인 주식회사 대우 발행의 CP도 함께 매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이 사건 통장과 거래원장에 이 사건 CP의 신용등급이 A3+로 잘못 기재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CP의 신용등급을 실제와 같은 A3-↓로 인식하고 이 사건 CP를 매수하였을 여지가 있고, 가사 피고 1이 원고에게 이 사건 CP의 신용등급의 변경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거나 잘못된 신용등급을 고지함으로써 원고가 이 사건 CP의 실제 신용등급을 A3+로 잘못 인식하는 착오를 일으켜 이 사건 CP를 매수하였더라도 원고로서는 스스로 당시의 경제상황, 투자위험성과 수익률 등을 함께 고려하여 이 사건 CP를 매수하였을 것이라는 사정과 위 인정사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1의 위와 같은 행위가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 허용될 수 없는 정도의 사기적 행위라거나 또는 원고 주장과 같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시킬 만큼 증권관련법규 상의 고객보호의무 등에 위반하는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 사건 CP의 신용등급에 관한 착오가 이 사건 CP 거래 내용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라고 할 수도 없다.

⑶ 또한, 가사 원고 주장과 같이 피고 1이 원고를 적극적으로 기망하였거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태만히 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CP의 신용등급을 잘못 고지하였다고 하더라도,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이 사건 CP를 매수하여 손해를 입게 된 것은 원고의 위 주장과 같은 피고 1의 기망행위 또는 과실 때문이 아니라 이 사건 CP 지급기일 전에 대우자동차가 기업구조개선작업 대상기업으로 선정되고 결국 2000. 11. 30.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어 이 사건 CP가 더 이상 정상결제 될 수 없었다는 사정 때문인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나아가 원고가 제출한 모든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피고 1의 기망행위 또는 원고의 이 사건 CP의 신용등급에 관한 착오가 없었더라면 원고가 이 사건 CP를 매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 1의 기망행위 또는 과실과 원고 주장의 손해 및 피고 1의 기망행위 또는 원고의 착오와 이 사건 CP 거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도 없다.

⑷ 따라서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피고 2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내용

⑴ 원고는, 피고 2는 대우자동차에 대한 기업구조개선작업 절차가 진행 중이고 그 재정부실로 지급능력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원고로부터 추심 위임을 받은 한빛은행으로부터 이 사건 CP의 지급기일에 적법한 지급제시를 받고도 대우자동차로부터 서면에 의한 지급위탁취소 신청을 받거나 어음 액면금액을 담보금으로 예치받지도 않고서 이 사건 CP를 아무런 근거 없이 융통어음으로 분류하여 부도처리하고, 그 후에도 대우자동차와의 당좌거래를 계속하면서 이 사건 CP의 지급기일 이후에 지급기일이 도래하거나 지급제시된 일부 융통어음을 포함한 어음들은 결제처리 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CP에 대한 어음금채권 또는 정리채권을 회수하지 못하게 하였으므로, 피고 2는 제3자 채권침해의 법리에 따라 원고에게 원고가 입은 손해 중 위 661,324,325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⑵ 이에 대하여 피고 2는, 자신은 특별협약, 금융기관협약, 어음·수표 교환시 처리방안에 근거한 대우자동차의 지급위탁취소에 따라 이 사건 CP를 적법하게 부도처리하였고, 나아가 이 사건 CP의 지급기일에 이 사건 CP를 결제할 당좌대출한도 잔액이 부족한 상태였으므로 이 사건 CP는 부도처리될 수밖에 없었으며, 가사 이 사건 CP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피고 2가 이 사건 CP를 부적법하게 부도처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원고의 이 사건 CP 채권이 소멸하는 것도 아니므로 피고 2의 이 사건 CP 부도처리와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원고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다툰다.

나. 판단

⑴ 일반적으로 채권에 대하여는 배타적 효력이 부인되고, 이 사건 CP 채권의 채무자도 아닌 피고 2가 이 사건 CP를 부도처리하였다고 하여 원고의 대우자동차에 대한 이 사건 CP 채권이나 그 정리채권이 소멸하는 것도 아니어서 피고 2에 의하여 이 사건 CP 채권이 침해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제3자인 피고 2가 채권자인 원고를 해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법규에 위반하거나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함으로써 원고의 이익을 침해하였다면 그로써 불법행위가 성립할 여지가 있고, 그 때 채권침해의 위법성은 침해되는 채권의 내용, 침해행위의 태양, 침해자의 고의 내지 해의의 유무 등을 참작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되, 거래자유 보장의 필요성, 경제·사회 정책적 요인을 포함한 공공의 이익, 당사자 사이의 이익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0다32437 판결 참조).

⑵ 그러한 판단기준에 따라 피고 2가 제1.의 다항 기재와 같은 경위로 이 사건 CP를 부도처리한 것이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갑 제3, 11 내지 14호증, 을나 제3, 8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와 제1심 증인 이창진의 증언에 의하면, 통상 지급기일에 어음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1차 부도처리를 하지만 다음날 정오나 영업종료시까지 결제가 되면 거래를 재개하는 것이 금융기관의 관행이었는데, 이 사건 CP의 지급기일인 1999. 9. 27.에는 이 사건 CP를 결제할 당좌대출한도 잔액이 부족하였으나 다음 날인 1999. 9. 28.에는 충분한 여유자금이 입금되어 사후 결제가 가능하였던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 2는 이 사건 CP에 대하여 지급거절을 한 이후에도 약 1주일간 이를 가지고 있다가 1999. 9. 27.자로 소급하여 예금부족(구조조정대상기업)을 사유로 삼아 부도처리한 것으로 전산등록한 사실, 피고 2는 이 사건 CP의 지급을 거절하고도 대우자동차와 사이에 당좌거래를 정지하지 않고 대우자동차가 최종 부도처리된 2000. 11. 8.까지 당좌거래를 계속하였던 사실, 피고 2는 대우자동차와 당좌거래를 지속하면서 대우자동차가 특별협약, 금융기관협약, 어음·수표 교환시 처리방안에 따라 제시하는 진성어음 목록에 포함되어 있는 어음만을 결제하였는데, 그러한 진성어음 목록에 따라 결제한 어음 중에 일부 융통어음이 포함되기도 하였던 사실, 피고 2는 이 사건 CP가 대우자동차가 제시한 진성어음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우자동차가 이 사건 CP에 대한 지급위탁을 취소한 것으로 보아 이 사건 CP를 융통어음으로 분류하여 지급거절을 하였는데, 피고 2가 그와 같이 지급거절을 하면서 대우자동차로부터 서면으로 이 사건 CP에 대한 지급위탁취소신청을 받거나 이 사건 CP 액면금 상당액의 담보금을 예치받는 등 표준예금약관에 정해진 정식 지급위탁취소 절차(제6조 제3항)를 거치지는 않았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2는 이 사건 CP를 부도처리하는 과정에서 표준예금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를 따르지 않았고, 이 사건 CP의 지급기일 다음날 이 사건 CP를 결제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이 확보되어 있었음에도 이를 결제하지 않았으며, 특별협약, 금융기관협약 등에 따라 어음을 선별하여 진성어음만 결제하기로 하고서도 그 취지와 맞지 않게 일부 융통어음도 결제하는 등 적절치 못한 업무처리를 한 듯이 보이는 면이 있다.

그러나 갑 제5호증, 을가 제4호증, 을나 제1, 3, 4, 10, 11호증의 각 기재와 제1심 증인 이창진의 증언을 종합하면, 대우자동차는 이 사건 CP의 지급거절 이후에도 최종 부도처리되기 전까지 일시적으로나마 자금능력을 회복하기도 하였고, 이에 앞서 본 바와 같이 1999년 9월경과 2000년 9월경 그 발행의 CP를 보유하고 있는 자들 중 합의된 자들에 한하여 원금 중 상당 부분을 상환하고 CP를 회수하기도 하여 원고가 이 사건 CP의 액면금액 중 상당 부분을 회수할 기회가 있었던 사실, 피고 2가 이 사건 CP 부도처리의 근거로 삼은 특별협약은 대우계열사와 채권금융기관 사이의 긴밀한 협조를 통하여 대우계열사의 기업구조개선작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여 채권금융기관 자산의 건전성을 제고하고 대우계열사의 부도와 그에 따른 하청기업의 연쇄부도로 인한 거래 혼란이나 기업기능의 마비를 막고 채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서 체결된 것인 사실, 특별협약에서 준용하는 금융기관협약은 부실기업의 정리와 회생을 목적으로 종전부터 존재하던 ‘부도방지협약’(부도유예를 핵심으로 한다)을 계승한 것으로 피고 2를 포함한 국내 236개 금융기관이 가입한 상태였고, 그 협약 내용 등을 위반하는 금융기관에 대하여 위약금을 부과하도록 규정(제20조)되어 있는 등 사실상 금융기관에 대하여 강제력이 있었던 사실, 앞서 본 바와 같이 대우자동차는 피고 2를 포함한 채권금융단과 특별협약을 체결하고 피고 2에게 금융기관협약, 어음·수표 교환시 처리방안에 따라 결제되어야 할 진성어음 목록을 제시하였으며, 피고 2가 이 사건 CP를 부도처리하는 직접 근거가 되었던 어음·수표 교환시 처리방안은 특별협약과 금융기관협약에 근거하여 설립된 기업구조조정위원회에서 제정된 것이고, 피고 2는 그 내용에 좇아 이 사건 CP를 부도처리하고 대우자동차에 대하여 당좌거래 정지처분은 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사실관계가 그와 같다면, 비록 피고 2가 이 사건 CP를 부도처리하는 과정에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적절치 못한 업무처리를 한 듯이 보이는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 2는 부실기업의 회생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특별협약, 금융기관협약, 어음·수표 교환시 처리방안과 그에 따라 대우자동차가 제시한 진성어음 목록에 나타난 대우자동차의 지급위탁 및 그 취소의 취지에 따라 이 사건 CP를 부도처리한 것으로서, 피고 2가 원고의 이 사건 CP 채권이나 그 정리채권을 침해한다는 사정을 알면서 원고를 해할 의도로 이 사건 CP를 부도처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나아가 거래자유 보장의 필요성, 경제·사회 정책적 요인을 포함한 공공의 이익, 당사자 사이의 이익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더라도 피고 2의 이 사건 CP에 대한 부도처리가 위법하다고 할 수도 없다.

⑶ 따라서 원고의 피고 2에 대한 이 사건 청구 역시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그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같이한 제1심 판결은 정당하고 원고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수형(재판장) 장성욱 박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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