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서울고등법원 2016. 4. 29. 선고 2015나2031238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 항소인

현대증권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 외 1인)

피고, 피항소인

신한금융투자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윤구 외 1인)

변론종결

2016. 4. 6.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375,520,261원 및 이에 대한 2012. 10. 16.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원고는 당심에서 청구취지를 감축하였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원고와 피고는 모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라 한다)에 근거하여 투자매매업, 투자중개업, 투자자문업, 투자일임업, 신탁업을 수행하는 금융투자업자이다.

나. 원고와 피고 사이의 특정금전신탁계약 체결

1) 원고는 2012. 2. 16. 피고와 사이에, 원고가 50,000,000,000원을 피고에게 신탁하면서 구체적인 운용방법을 특정하여 지시를 하면 피고는 이에 따라 신탁재산을 운용하고 일정 보수를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특정금전신탁계약(이하 ‘이 사건 신탁계약’이라 하고, 이 사건 신탁계약 내용이 기재된 계약서를 ‘이 사건 신탁계약서’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신탁계약서 내용 중에서 이 사건의 쟁점과 관련 있는 부분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다.

본문내 포함된 표
제2조(신탁금액) ① 이 사건 신탁계약의 최초 신탁금액은 50,000,000,000원으로 한다.
제3조(신탁기간) 신탁기간은 2012. 2. 16.부터 2013. 2. 15.까지로 한다.
제4조(수익자) ① 이 사건 신탁계약에 있어서의 수익자는 원고로 정한다.
제5조(신탁재산의 운용) ① 원고는 신탁금을 ‘특정금전신탁 운용지시서’ 중에서 운용방법을 선택하여 ‘신탁자금 운용방법’에 기재하여 운용하도록 지시하며, 피고는 위 지시에 따라 신탁금을 운용한다.
⑥ 원고는 제1항에서 정한 신탁재산 운용방법의 변경을 요구할 수 있으며 피고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원고의 요구에 응하기로 한다.
⑦ 원고가 신탁재산 운용방법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피고와 협의를 한 후, ‘특정금전신탁 운용지시 변경신청서’에 의하여 운용지시를 하여야 한다.

2) 원고는 이 사건 신탁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신탁계약서 제5조 제1항에 따라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된 ‘특정금전신탁 운용지시서’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교부하였다.

○ 신탁명(코드): 채권형 특정금전신탁(BA070-069806)

○ 신탁자금 운용방법

- 환매조건부채권, 자유금리기업어음, 발행어음(제1금융권), 예금

○ 운용지시 세부내용

- 신한캐피탈 주1) CP, 신한카드 CP를 포함하여 A2 등급 이상 CP 및 주2) ABCP (부동산 A2+ 이상 등급)

- AA 등급 이상 채권. 단, 삼성물산 주3) ABS (AA- 등급) 포함하여 운용

- 신한은행 정기예금 및 발행어음, 피고 주4) RP 등을 포함하여 운용

다. 에스티엑스팬오션 주5) 주식회사 (이하 ‘STX팬오션’이라 한다)가 발행한 CP의 신탁재산 편입과 관련된 정황

1) 피고는 2012. 10. 15. 원고가 신탁한 운용자금으로 STX팬오션이 발행한 CP(유가증권 표준코드: KRZF02867524, 발행일: 2012. 4. 10., 만기: 2013. 10. 10., 액면금액: 5,000,000,000원, 이하 ‘이 사건 CP’라 한다)를 아이엠투자증권 주식회사(이하 ‘아이엠투자증권’이라 한다)로부터 4,755,890,411원에 매수하여, 원고의 신탁재산에 편입하였다.

2) 원고는 2012년 12월말부터 피고에게 이 사건 CP를 신탁재산에서 편출할 것을 지시하였으나, 피고는 현재까지 거래상대방을 구하지 못하여 이 사건 CP를 신탁재산에서 편출하지 못하였다.

라. 이 사건 CP의 신용평가등급과 관련된 정황

1) 신용평가의 구분 및 유효기간

CP에 대한 신용평가는 크게 본평가, 정기평가, 수시평가로 구분된다. 본평가는 평가대상기업과 신용평가회사 사이의 약정에 따라 최초 실시하는 신용평가를 의미하고, 정기평가는 본평가 이후 신용평가등급의 유효기간 내에 반기결산일을 기준으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신용평가를 의미하며, 수시평가는 본평가 이후 신용평가등급의 유효기간 내에 등급변경사유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될 때 실시하는 신용평가를 의미한다.

한편, 주요 신용평가회사인 한국기업평가 주식회사(이하 ‘한국기업평가’라 한다), 나이스신용평가 주식회사(이하 ‘나이스신용평가’라 한다), 한국신용평가 주식회사(이하 ‘한국신용평가’라 한다)는 신용평가등급의 유효기간을 평가기준이 되는 사업연도 결산재무기준일로부터 1년 6개월까지로 정하고 있다.

2) 이 사건 CP에 대한 신용평가등급의 변동

가) 신용평가회사들은 2010. 12. 31.을 재무기준일(유효기간 만료일 2012. 6. 30.)로 하여 이 사건 CP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신용평가를 내렸다.

본문내 포함된 표
구 분 신용평가회사 평가일자 신용평가등급
본평가 한국기업평가 2012. 1. 26. A2
본평가 나이스신용평가 2012. 1. 27. A2
본평가 한국신용평가 2012. 1. 31. A2
수시평가 한국신용평가 2012. 6. 5. A2-

나) 신용평가회사들은 2011. 12. 31.을 재무기준일(유효기간 만료일 2013. 6. 30.)로 하여 이 사건 CP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신용평가를 내렸다.

본문내 포함된 표
구 분 신용평가회사 평가일자 신용평가등급
본평가 한국기업평가 2012. 4. 13. A2
본평가 나이스신용평가 2012. 4. 13. A2

다) 이 사건 CP의 신용평가등급은 한국기업평가가 2012. 12. 21. ‘A3+’(재무기준일 2012. 9. 30.)로 평가한 이래 지속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하여, STX팬오션이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은 이후인 2013. 6. 7.에 이루어진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의 수시평가에서는 ‘D(상환불능 상태)’ 등급을 받았다.

마. STX팬오션의 회생계획에 따른 권리 변경

1) 2013. 11. 18.자 회생계획에 따른 권리 변경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3. 6. 17. STX팬오션에 대해서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하였다. 그 후 STX팬오션 관리인은 2013. 11. 18. 회생계획안 수정안을 위 법원에 제출하여 같은 해 11. 22. 인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원고의 회생채권 금액 중 67%는 출자전환하고, 33%는 현금 변제하되 10년에 걸쳐 분할상환받는 것으로 권리가 변경되었다. 그 결과 원고는 채권액 중 일부는 STX팬오션 주식 365,000주로 출자전환받고, 나머지 채권액은 10년 동안 분할상환받게 되었다.

2) 2015. 6. 5.자 변경회생계획에 따른 권리 변경

STX팬오션 관리인은 2015. 6. 5. 기존 회생계획안에 대한 수정안을 위 법원에 제출하여 2015. 6. 12. 인가를 받았다. 그 결과 원고의 주식은 268,000주로 감소하였는데, 그 주식의 가치는 2016. 4. 1.자 종가(주당 3,750원) 기준으로 1,005,000,000원(268,000 × 3,750원)이다. 또한 현금변제가 예정된 금액 중 2015. 6. 12. 당시 미변제 금액 중 83.016088435%는 현금으로 변제받고, 잔액은 면제하는 것으로 권리가 변경되어, 원고는 1,375,370,150원을 현금으로 변제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7, 25, 48 내지 50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제1심증인 소외 1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의 요지

가. 피고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계약 또는 법률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하고 이 사건 CP를 매수함으로써 원고에게 손해를 입혔는데, 피고의 이러한 행위는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1) 원고는 운용지시서에 신탁재산으로 편입할 수 있는 CP를 A2 등급 이상으로 지정해 놓았을 뿐 아니라, A1 등급 편입을 원칙으로 하고 A2 등급 CP를 편입할 경우에는 원고로부터 미리 승인을 받도록 구두 지시까지 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원고의 운용지시를 위반하고 A2- 등급인 STX팬오션 CP를 신탁재산에 편입하였다.

(2) 더구나 이 사건 CP가 신탁재산 편입 당시 손실의 위험성이 커 시장에서 사실상 매매가 불가능한 상품이었고, 원고가 피고에게 ‘A1' 등급 미만의 CP를 원칙적으로 매수하지 말 것을 지시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이 사건 CP를 신탁재산에 편입시킨 행위는 자본시장법 제102조 , 신탁법 제32조 , 제33조 에 정한 신탁업자의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에 위반되는 것이다.

(3) 피고는 자신이 운용하는 다른 신탁재산에서 이 사건 CP의 보유로 인한 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자, 손실 회피를 위하여 소위 ‘폭탄 돌리기’를 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신탁재산에 이 사건 CP를 편입시키게 된 것이다. 피고의 위 행위는 원고에게 해를 입히고 다른 신탁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자본시장법 제108조 에서 금하는 ‘특정 신탁재산의 이익을 해하면서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 ‘신탁재산으로 그 신탁업자가 운용하는 다른 신탁재산과 거래하는 행위’ 등 불건전 영업행위에 해당한다.

나.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이 사건 CP 매입으로 지출한 비용에서 STX팬오션 회생절차에서 회수한 금액 2,380,370,150원(1,005,000,000원 + 1,375,370,150원)을 뺀 2,375,520,261원(4,755,890,411원 - 2,380,370,15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피고가 원고의 신탁재산 중 4,755,890,411원으로 이 사건 CP를 매수하였는데, 이 사건 CP가 2013년 6월 이후부터 상환불능 상태에 빠진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피고의 이 사건 CP 매수가 ① 이 사건 신탁계약에 따른 운용지시 준수의무, ② 신탁업자로서의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 자본시장법 제102조 , 신탁법 제32조 , 제33조 ), ③ 신탁업자로서의 불건전 영업행위 금지의무( 자본시장법 제108조 ) 등을 위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피고가 이 사건 신탁계약에 따른 운용지시 준수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

1) 운용지시 변경이 있었는지 여부

가) 원고는 이 사건 CP의 신탁재산 편입 이전에 ‘A1' 등급 미만의 CP가 신탁재산에 편입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하는 운용지시 변경이 있었으므로, 이 사건 CP의 신용평가등급이 ’A2'였는지 ‘A2-'였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이 사건 CP의 신탁재산 편입은 운용지시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나) 그러나 앞서 본 기초사실에 갑 제3,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들을 고려할 때,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주장하는 내용과 같은 운용지시 변경이 유효하게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1) 원고는 이 사건 신탁계약 체결 당시 피고와 사이에, ‘특정금전신탁 운용지시서’에 정한 운용방법의 변경을 요구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피고와 협의한 후 ‘특정금전신탁 운용지시 변경신청서’에 의하여 운용지시를 변경하여야 한다는 데에 합의하였다(이 사건 신탁계약서 제5조 제7항).

(2) 원고는 ‘특정금전신탁 운용지시서’에 이미 피고가 매수 가능한 CP의 신용평가등급 기준을 명시한 바 있다. 매수 가능한 CP의 신용평가등급 기준은 위와 같이 ‘특정금전신탁 운용지시서’에 이미 명시되어 있었으므로, 이에 대한 지시사항을 변경하는 것은 이 사건 신탁계약서 제5조 제7항의 ‘특정금전신탁 운용지시서에 정한 운용방법의 변경’에 해당한다. 그러나 원고가 합의된 지시변경 방식인 ‘특정금전신탁 운용지시 변경신청서’에 따라 매수 가능한 CP의 신용평가등급 기준을 변경하는 지시를 내린 사실이 없음은 분명하다.

(3) 원고는 모든 사항을 ‘특정금전신탁 운용지시 변경신청서’를 통하여 지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A1’ 미만 등급의 CP 매수를 원칙적으로 금하는 지시는 당초의 운용지시를 보다 구체화하는 정도의 지시이므로 굳이 서면에 의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주장하는 ‘A1’ 미만 등급의 CP 매수를 원칙적으로 금하는 지시는 당초 ‘특정금전신탁 운용지시서’에 나오는 내용을 구체화하는 정도의 지시가 아니라, 변경을 가하는 지시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 사건 신탁계약서 제5조 제7항의 효력을 무시하지 않는 이상 단순히 구두로 위와 같은 취지의 지시를 할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

2) 신탁재산 편입 당시 이 사건 CP의 신용평가등급

가) 원고는 이 사건 CP가 신탁재산에 편입될 당시의 신용평가등급은 'A2-'였으므로, 'A2' 등급 이상의 CP 매수가 가능하다는 기존의 운용지시가 변경된 적이 없다 하더라도 이 사건 CP 매수는 운용지시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나) 그러나 앞서 본 기초사실에 을 제2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들을 고려할 때, 이 사건 CP의 신탁재산 편입 당시 신용평가등급은 ‘A2'라고 판단되므로, 원고의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1)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328조 제2항 은 종합금융회사가 매도하는 무담보어음이 갖추어야 하는 요건 중 하나로 ‘신용평가회사가 평가한 신용평가등급 중 최저의 신용평가등급’이 금융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평가등급 이상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CP와 관련하여서도 복수의 신용평가회사가 평가한 신용평가등급 중에서 최저의 신용평가등급을 이 사건 CP의 신용평가등급으로 봄이 옳다.

(2)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는 신용평가등급의 유효기간을 재무기준일로부터 1년 6개월까지로 정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이 사건 CP 매수시점인 2012. 10. 15.을 기준으로 이 사건 CP를 대상으로 한 평가들 중 유효기간이 지나지 않은 것은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가 각각 2012. 4. 13. 내린 본평가밖에 없다(한국신용평가의 2012. 6. 5.자 수시평가는 2010. 12. 31.을 재무기준일로 한 것으로서 2012. 10. 15. 당시 유효기간이 지났다). 그런데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모두 본평가 당시 이 사건 CP의 신용평가등급을 ‘A2'로 평가하였다.

(3) 원고는 신용평가등급의 유효기간은 자본시장법 또는 같은법 시행령에 근거하지 않는 부분이고 공시되지도 않는 요소이므로, 평가대상회사의 신용도를 판단할 때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자본시장법 제328조 제2항 은 종합금융회사가 매도하는 무담보어음의 요건을 명시하면서 신용평가등급과 관련한 요건을 규정할 권한을 금융위원회 고시에 위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정된 금융투자업규정 제5-29조에서는 “기업어음증권에 대한 신용등급은 어음 발행인의 최근사업연도 수정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평가한 것이어야 한다( 제1항 ). 기업어음증권의 발행인이 최근사업연도 종료일로부터 수정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평가한 복수신용등급을 받지 못한 경우 최근사업연도 종료일로부터 6개월이 경과하기 전까지는 제1항 에 불구하고 직전사업연도의 수정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평가한 복수신용등급을 적용할 수 있다( 제2항 ).”라고 규정하고 있다. 각 신용평가회사에서 정한 ‘재무기준일로부터 1년 6개월’이라는 유효기간은 위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 보이는데다가, 평가기준일로부터 오랜 시간이 경과한 신용평가등급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신용평가회사가 정한 유효기간이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소결론

결국, 원고는 ‘A2'로 정한 매수 가능 CP의 최저 신용등급을 합의된 방식에 의하여 변경한 적이 없고, 이 사건 CP의 신용평가등급은 매수일인 2012. 10. 15.을 기준으로 할 때 ’A2'였다고 봄이 옳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피고가 이 사건 CP를 원고의 신탁재산에 편입시킨 것 자체가 원고의 운용지시에 반하는 것이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피고가 신탁업자로서의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

1) 원고는 피고의 이 사건 CP 매수가 명시적인 운용지시에 위반된 것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당시 원고의 의사와 이 사건 CP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고려할 때 피고는 이 사건 CP 투자의 위험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신탁재산에 편입한 것임이 분명하고, 이는 신탁업자로서의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에 위반하였다고 주장한다.

2) 갑 제19호증, 을 제1, 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가) 이 사건 CP가 2012. 6. 5. 한국신용평가가 실시한 수시평가에서 ‘A2-’ 등급을, 2012. 12. 21. 한국기업평가가 실시한 정기평가와 2012. 12. 27. 나이스신용평가가 실시한 정기평가에서 'A3+' 등급을 각각 받았다.

나) 이 사건 CP의 신탁재산 편입일인 2012. 10. 15.을 기준으로 한 민평금리(채권평가회사인 한국자산평가, KIS채권평가, 나이스채권평가에서 산정한 채권의 가격을 평균한 것을 의미한다)를 보면 이 사건 CP의 금리는 ‘A2’ 등급 CP의 평균금리나 ‘A2-’ 등급 CP의 평균금리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었다.

다) 그런데 이 사건 CP 매수 직전인 2012년 9월경 웅진홀딩스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하였다.

3) 그러나 앞서 본 기초사실에 갑 제21 내지 25호증, 을 제7, 11 내지 14호증, 을 제21, 25호증의 각 기재, 제1심증인 소외 1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들을 고려할 때,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피고가 신탁업자로서의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CP를 매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가) 특정금전신탁은 위탁자가 지정한 운용방법에 따른 자산운용으로 그 수익률이 변동함으로써 항상 위험이 따르고, 그 위험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익자가 부담하여야 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한다. 그런데 원고 역시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자로서 피고 못지않은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피고가 이 사건 신탁계약에 따라 받는 신탁보수가 일반적으로 증권거래를 중개하면서 받는 수수료에 비하여 크게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가 이 사건 신탁계약과 관련하여 자본시장법에 기초하여 부담하는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의 수준은 일반투자자로부터 자금을 투자받는 경우보다 완화된다고 해석함이 옳다.

나) 원고의 담당직원 소외 2와 피고의 담당직원 소외 1 사이에 2012. 9. 27. 및 2012. 10. 16. 이루어진 대화 내용(갑 제21, 22호증) 중 일부분을 보면 소외 2가 소외 1에게 'A1' 등급 CP를 매수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2012. 11. 13. 소외 2와 피고의 또 다른 담당직원인 소외 3 사이에 이루어진 대화 내용(갑 제23호증, 을 제14호증)을 보면 소외 2는 수익률 때문에라도 ’A1‘ 등급 CP만을 구입할 수는 없다는 점을 자인하면서, 과거와 동일한 기준에 따라 신탁재산을 운용하여도 좋다는 취지로 언급한 부분도 있다. 이와 같이, 운용지시 업무를 담당하는 원고의 직원이 이 사건 CP의 매수 시점을 전후하여 자신이 상대하는 피고의 직원이 누구인지에 따라 운용지시 내용을 달리 이야기하는 등 일관되지 않은 태도를 취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에게 ’A2' 등급의 CP를 매수하여서는 안 된다는 구두 지시가 명확히 전달되었다고 볼 수 없다.

다) 피고는 2012. 10. 31.을 기준으로 신탁재산 운용 현황이 기재된 자산운용보고서를 원고에게 교부하였는데, 위 자산운용보고서에는 이 사건 CP의 신탁재산 편입 사실 역시 기재되어 있었다(을 제12호증의4). 또한 소외 2와 소외 1의 2012. 12. 24.자 메신저 대화 내용(을 제7호증)을 보더라도 소외 2는 이 사건 CP의 신탁재산 편입사실을 당연히 알고 있는 것을 전제로 대화를 진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을 종합하면, 원고는 적어도 2012년 11월 무렵에는 이 사건 CP의 신탁재산 편입사실을 알았다고 보인다. 그런데 원고가 이 사건 CP의 신용등급이 ‘A3+'로 강등된 2012년 12월 말 이전에 이 사건 CP의 신탁재산 편출을 지시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

라)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2012. 4. 13. 이 사건 CP의 신용평가등급을 ‘A2'로 평가하였고, 2012년 12월 말 이전까지 신용평가등급을 강등한 사실이 없다. 또한 이 사건 CP가 신탁재산에 편입된 시점을 전후하여서도 STX 그룹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사이에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다는 소식이 있었고, 많은 증권사들이 STX팬오션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전망을 내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CP의 민평금리 수치가 ’A2' 등급이나 ‘A2-' 등급 CP의 민평금리 수치보다 다소 높다거나, 이 사건 CP 매수 직전에 웅진홀딩스가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하였다는 사정만으로 2012. 10. 15. 당시 이 사건 CP의 투자손실이 당연히 예상되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 피고가 신탁업자로서의 불건전 영업행위 금지의무 등을 위반하였는지 여부

1) 원고는 피고가 2012. 10. 15. 아이엠투자증권으로부터 이 사건 CP를 매수한 것이, 실질적으로 자본시장법 제108조 에서 금하는 ‘자기 또는 관계인수인이 인수한 증권을 신탁재산으로 매수하는 행위( 제2호 )’, ‘특정 신탁재산의 이익을 해하면서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 제4호 )’, ‘신탁재산으로 그 신탁업자가 운용하는 다른 신탁재산과 거래하는 행위( 제5호 )’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2) 제1심법원의 한국예탁결제원에 대한 2014. 11. 11.자 금융거래정보회신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가 2012. 4. 10. 자신이 관리하는 다른 신탁재산으로 이 사건 CP를 매수한 이후, KTB투자증권과 아이엠투자증권으로부터 여러 차례 사고파는 과정을 거쳐 2012. 10. 15. 최종적으로 이 사건 CP를 아이엠투자증권으로부터 매수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3) 그러나 앞서 본 기초사실에 을 제19, 2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들을 고려할 때,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피고가 자본시장법 제108조 에서 금하는 불건전 영업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피고는 2012. 10. 15. 자신이 운용하는 다른 신탁재산에서 이 사건 CP를 매수한 것이 아니라, 다른 금융투자업자인 아이엠투자증권으로부터 이 사건 CP를 매수하였으므로, 형식상으로는 ‘자신이 운용하는 신탁재산으로 다른 신탁재산과 거래’하거나 ‘특정 신탁재산의 이익을 해’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나) 원고는 KTB투자증권과 아이엠투자증권이 피고가 신탁재산 간 거래를 하는 것을 감춰 주기 위하여 피고와 공모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CP를 매수하여 단기간 보유하였다가 피고에게 재매도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이엠투자증권의 담당직원이었던 소외 4는 피고와 사이에 환매약정을 하고 이 사건 CP를 매수한 것이 아니라는 내용의 진술서(을 제19호증)를 제출하였다. KTB투자증권 역시 이 사건 CP의 거래경위를 묻는 원고의 공문에 대하여 소외 4의 진술서와 같은 취지의 공문(을 제20호증)을 발송한 사실이 있다.

다) 피고는 위와 같이 이 사건 CP를 단기간 내에 사고팔게 된 동기와 관련하여 신탁계좌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하여 단기간이라도 금리가 높은 이 사건 CP를 보유할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원고가 제출한 증거자료들만으로는 피고가 위와 같은 동기로 이 사건 CP를 단기간 내에 거래하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라) 특히 이 사건 CP 매수가 ‘특정 신탁재산의 이익을 해하면서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 자본시장법 제108조 제4호 )’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신탁재산 편입 시점을 기준으로 할 때 이 사건 CP 매수가 원고에게 해가 되는 행위임이 입증되어야 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신탁재산 편입 시점을 기준으로 할 때, 이 사건 CP의 투자손실이 당연히 예상되는 상황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 점에 대한 입증이 있다고 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임성근(재판장) 원익선 이완희

주1) ‘기업어음(Commercial paper)'의 줄인 말로서,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하여 발행하는 어음을 의미한다.

주2)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sset Backed Commercial paper)'의 줄인 말로서, 유동화전문회사가 매출채권, 리스채권, 회사채 등의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을 의미한다.

주3) ‘자산유동화증권(Asset Backed Security)'의 줄인 말로서, 부동산, 매출채권, 유가증권, 주택저당채권 등과 같은 유·무형의 유동화자산을 기초로 하여 발행된 증권을 의미한다.

주4) ‘환매조건부채권(Repurchase Agreement)’의 줄인 말로서, 채권발행자가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 다시 매입하는 조건으로 채권을 매도해 수요자가 단기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거래방식을 의미한다.

주5) STX팬오션 주식회사는 2013년 12월경 ‘팬오션 주식회사’로 회사명을 변경하였으나, 이해의 편의상 ‘STX팬오션’이라 한다.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