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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4.5.16. 선고 2014노244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강간등살인),사체오욕,사체손괴,사체유기,부착명령
사건

2014노244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강간

등살인), 사체오욕, 사체손괴, 사체유기

2014전노40(병합)부착명령

피고인겸피부착명령청구자

A

항소인

쌍방

검사

김명운(기소), 김성렬(공판)

변호인

변호사 AH

판결

판결선고

2014. 5. 16.

주문

〈피고 사건 부분>

1. 원심판결 중 피고 사건 부분을 파기한다.

2. 피고인을 무기징역에 처한다.

3. 압수된 녹색 커터칼 1개(증 제1호), 노란색 커터칼 1개(증 제2호), 옥색 커터칼 1개 (증 제3호), 칼날 9개가 들어있는 커터칼날 케이스 1개(증 제4호)를 몰수한다.

4. 피고인에 대한 정보를 10년간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공개하고, 고지한다(다만, 공개 및 고지되는 범죄사실의 요지는 판시 제1죄에 한한다).

<부착명령청구 사건 부분)

원심판결 중 부착명령청구 사건에 대한 피부착명령청구자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

1) 사실오인

피해자와 합의 아래 성관계를 한 후 자살하려 하였으나 피해자가 이를 말려서 순간적으로 격분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을 뿐, 피해자를 강간하려고 한 사실이 없고, 피해자의 사체를 간음하는 방법으로 오욕한 사실이 없다.

2) 양형부당

피고인이 범행 당시 만 19세였던 점, 피고인이 범행 직후 자수한 점, 피고인이 초범인 점 등에 비추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무기징역)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나. 검사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은 이 사건 범행의 잔혹성 및 중대성, 본건 범행으로 인한 유족들의 회복될 수 없는 슬픔 등에 비추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므로 피고인을 사형에 처하여야 한다.

2. 피고 사건 부분에 관한 판단

가. 직권판단

원심이 유죄의 증거로 설시한 증거들 중 검증조서(증거목록 순번 33),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증거목록 순번 83번, 132 및 그에 첨부된 순번 135), 증인 L의 원심 법정진술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직권으로 본다.

1) 경찰 작성의 검증조서 중 피고인의 범행내용 진술 재연 부분

피고인의 진술이 기재된 경찰 작성 검증조서는 피고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나 다름 아닌 것이어서 경찰 작성 검증조서에 피의자이던 피고인이 자백한 범행내용을 현장에 따라 진술 재연한 내용이 기재되고 그 재연 과정을 촬영한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면, 그러한 기재나 사진은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그 진술내용 및 범행재연의 상황을 모두 부인하는 이상 증거능력이 없게 된다(대법원 1998. 3. 13. 선고 98도15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피고인은 원심에서 검증조서에 기재된 진술 및 재연 영상 부분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그 성립의 진정 및 내용을 인정한 사실이 없고 1) 오히려 피고인이 검증조서에 기재된 강간 부분을 모두 부인하고 있는 사정을 고려하면, 위 검증조서 중 피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부분 및 그 진술에 따라 재연한 영상 부분은 증거능력이 없다.

2)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

원심은 피고인이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 통보'를 증거로 삼는 것에 대하여 동의하였다는 점을 토대로 하여 위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 통보를 증거로 채택한 것으로 보이나, 거짓말탐지기의 검사결과에 대하여 사실적 관련성을 가진 증거로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으려면, 첫째로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일정한 심리상태의 변동이 일어나고, 둘째로 그 심리상태의 변동은 반드시 일정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며, 셋째로 그 생리적 반응에 의하여 피검사자의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가 정확히 판정될 수 있다는 세 가지 전제요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며, 특히 마지막 생리적 반응에 대한 거짓 여부 판정은 거짓말탐지기가 검사에 동의한 피검사자의 생리적 반응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장치이어야 하고, 질문사항의 작성과 검사의 기술 및 방법이 합리적이어야 하며, 검사자가 탐지기의 측정 내용을 객관성 있고 정확하게 판독할 능력을 갖춘 경우라야만 그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상과 같은 여러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에 대하여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5. 5. 26. 선고 2005도130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검사가 제출한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 통보'만으로는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요건이 충족되었는지가 명확하지 아니한바, 그럼에도 원심은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를 증거로 채택하여 조사한 후 피고인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 피고인이 판시 강간미수 및 사체오욕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난 점을 피고인 자백의 신빙성을 인정할 정황으로 삼은 잘못이 있다.

3) L의 원심법정 진술(조사자 진술)

수사경찰관인 L의 원심법정 진술에 관하여 보건대,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은 '피고인이 아닌 자(공소제기 전에 피고인을 피의자로 조사하였거나 그 조사에 참여하였던 자를 포함한다)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이를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대하여는 검사가 적극적으로 입증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도1039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기록상, 피고인이 경찰 피의자신문시 조사경찰관인 증인 L 앞에서 위 강간 범행을 자백하였다는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여 조사자의 위 전문진술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부여하기 곤란하다고 할 것임에도 원심은 조사자증언의 증거능력이 있는 것이라는 전제에서 이를 유죄의 증거로 채택한 잘못이 있다.

4) 소결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위 증거들을 배제하여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다른 거들에 의하여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와 같이 증거능력이 부족한 증거들을 유죄 판결의 근거 중 일부로 삼은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다만 원심판결이 파기된다 하여도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여전히 당원의 심판범위에 포함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1)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당심에서의 항소이유 중 사실오인 주장과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는바, 원심은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이라는 제목의 항에서 적법하게 채택, 조사한 증거들(원심 거시 증거들 중 위 검증조서,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 증인 L의 원심 법정진술 제외)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이 제7회 검찰 피의자신문 때까지 범행 사실을 자백(이하 "이 사건 검찰 자백")하였는데, 그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되고, 자백진술이 일관되며,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점, ② 그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 피고인의 진술 태도 및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자백진술의 신빙성이 상당한 높은 점, ③ 피고인이 이 사건 검찰 자백을 번복하게 된 것은 제7회 검찰 피의자신문 이후인 2013. 7. 30.경 이루어진 가족들과의 대면 이후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 내지 자괴감으로 인해 거짓으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은 점, ④ 당시 상황을 목격했던 G은 원심 법정에서 "휴대전화를 찾으러 방에 다시 들어왔다가 열려진 화장실 문틈으로 피해자를 보았는데, 살짝 절박하고 불안한 표정이었다."라고 진술하였는바,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협박을 당하여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 피해자가 화장실 문을 닫지 않은 채 샤워를 하였을 리 없고, 절박한 표정을 짓지도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 전까지 피고인을 불과 2, 3회 만났을 뿐이고, 피고인 스스로도 "피해자와 그리 친하지 않다."라고 진술하고 있는데, 만 17세에 불과한 피해자가 별다른 친분관계도 없던 피고인과 함께 샤워를 마친 후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것이라는 피고인의 변소는 믿기 어려운 점, ⑥ 피고인은 자살 목적으로 커터칼을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자살 목적이었다면 공업용 커터칼을 포함하여 커터칼을 2개나 구입하였을 별다른 이유가 없는 점 등에 의할 때, 판시 강간 미수 및 사체오욕의 점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 피고인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2) 당심의 판단

가) 관련 법리

검찰에서의 자백 등이 법정 진술과 다르다는 사유만으로는 그 자백의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할 사유로 삼아야 한다고 볼 수 없고,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가 무엇이며,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그리고 자백 이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지 하는 점을 고려하여 피고인의 자백에 형사소송법 제309조 소정의 사유 또는 자백의 동기나 과정에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할 상황이 있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8. 3. 13. 선고 98도159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검토

앞서 직권판단의 항에서 본 바와 같이, 원심은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거나 증거능력을 인정할 충분한 자료가 없는 검증조서,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 증인 L의 원심 법정진술(이하 "당심 배제 증거들')을 증거로 채택하고, 피고인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에서 피고인이 판시 강간미수 및 사체오욕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난 점을 피고인 자백의 신빙성을 인정할 정황증거로 삼은 잘못이 있으나, 이와 같은 당심 배제 증거들을 제외하더라도, 이 사건 검찰 자백에 신빙성이 있다고 하여 피고인의 강간미수와 사체오욕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원심 거시 나머지 증거들과 대조하여 면밀하게 살펴보면 그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다만 당심 배제 증거들을 제외) 및 증인 S의 당심 법정진술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의 자백 진술은 그 내용 자체가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고, 자백의 동기나 이유에 있어 특별히 문제가 되는 점이 없으며, 자백 이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어 판시 강간미수 및 사체오욕 부분에 관한 피고인 자백의 신빙성이 유지된다.

(1)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드러나지 않는 친밀감이 있었다는 취지의 변호인 주장에 관하여(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있는지 여부)

피고인의 변호인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몇 번 만나지 않았다 하여도 서로 급속도로 친한 감정을 가진 사이였고, 피고인의 친구이자 피고인과 피해자를 소개시켜 준 S도 피해자와 마지막 통화를 할 때 피해자의 상태가 평소와 똑같다고 진술하였으므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드러나지 않는 친밀감이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자가 S과 통화한 시간은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기 전이므로 그 무렵 피해자의 상태가 평소와 같았다는 점은 이 사건 유죄를 인정함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또한 ①① 앞서 본 바처럼 피고인 역시 피해자에 대해 "그냥 착한 동생이고, 그냥 감정이 없었어요. 친하지도 않고....."라고 진술하였던 점(증거기록 928쪽), ② 증인 S역시 피고인과 피해자는 그냥 아는 오빠, 동생 사이였으며, 둘이 사귀는 관계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당심 법정에서 증언한 점, ③ 피고인 역시 피해자 집에 친구들과 함께 놀러가 피해자를 처음 보았고, 그 후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외에 피해자를 특별하게 따로 만난 적은 없었음을 인정하고 있는 점, ④ 또한 이 사건 무렵 피해자는 피고인이 아닌 다른 남자 친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증거기록 712, 715쪽)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과 피해자가 합의 아래 성행위를 할 정도로 급속하게 친해졌다는 취지의 변호인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G 역시 피고인과 피해자가 합의 아래 성관계를 하였다고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공소사실이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변호인 주장에 관하여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있는지 여부)

피고인의 변호인은 다시, 이 사건 범행 당시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G의 진술 중 G이 N을 만나러 가기 전 상황에 관한 진술, 즉 "피해자와 피고인 둘이 화장실로 들어갔고 그 안에서 아주 미약한 신음소리 같은 게 들렸다. 그래서 성행위를 하는구나 생각했고 그리고 저는 둘 관계를 잘 몰라 강간인지 합의 아래 이루어진 것인지 몰랐다. 그리고 실제 성행위를 한 것인지 아닌지 명확히 분간은 가지 않는다."라는 부분(이하 "G 제1 진술")과, G이 N을 만나러 나갔다가 휴대전화를 놓고 와 다시 객실로 왔을 때의 상황에 관한 진술, 즉 "어디서 성관계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둘 다(피고인, 피해자) 옷을 벗고 있었고, 피해자는 화장실 안에 있었다."라는 부분(이하 "G 제2 진술")을 보면, G도 피고인과 피해자가 서로 합의 아래 성관계를 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① 먼저 G 제1 진술에 관하여 보건대, 다음의 사정들을 고려하면 G의 제1 진술을 토대로 G이 N을 만나러 가기 전에 피고인과 피해자가 화장실에서 동의 아래 성행위를 하였다는 취지의 변호인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① 피고인 스스로도 G이 있을 때는 피해자와 함께 화장실에서 '젤리' 같은 모양을 터트리는 휴대전화 게임을 하였을 뿐이고, G이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면 그것은 잘못 들은 것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증거기록 946쪽).

G은 위 제1 진술 뒤에 이와 배치되는 취지의 다음과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가 그냥 아는 동생 사이로 보였고, 연인관계이거나 성관계를 하는 사이로 보이지는 않았다."(증거기록 1118쪽), "피고인과 피해자가 화장실로 들어간 후 화장실에서 신음소리가 들려 성관계를 하는 것이라고 짐작했으나, 피고인이 당시 화장실에서 핸드폰으로 N과 문자를 주고받았던 점, 둘이서 화장실에서 나올 때 옷을 벗었다가 다시 입은 흔적이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자신이) 벽에 기대고 텔레비젼을 보다가 다른 방에서 나는 소리를 잘못 들었을 수도 있다."(증거기록 1122쪽)

② 또한 G 제2 진술에 관하여 보건대, G은 원심 법정 및 수사기관에서 "피해자가 불안해하는 표정이었다."(공판기록 366쪽), "(피해자가) 저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표정 같았는데, 그 때는 그냥 방을 나와 갈 곳으로 가게 되었다."(증거기록 67쪽)라고 진술하였는바, G의 이런 진술의 내용과 앞서 본 바처럼 피고인과 피해자가 아는 오빠 동생 정도로 그리 친하지는 않은 사이였다는 점을 종합하면, G 역시 피고인과 피해자가 동의 아래 성관계를 하였던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공소사실이 확실히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변호인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커터칼 구입 경위에 관한 피고인의 진술(자백 진술내용 자체의 객관적 합리성)

피고인은 사건 당일 공업용 커터칼까지 포함하여 커터칼 2개를 구입한 경위에 관하여 "피해자가 카톡으로 모텔로 온다고 할 때 피해자를 위협하여 강간하고, 죽인 다음 해부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커터칼을 2개 산 이유는 작은 거 부러지면 큰 거를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해서였다."라고 검찰에서 진술하였는바, 그 진술내용은 매우 구체적이고, 공업용까지 포함한 커터칼 2개의 구입에 관한 설명으로서도 자연스럽다(이에 반해 피고인은 제8회 검찰 피의자신문 이후부터 '자신이 자살을 하기 위해 커터칼을 구입한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으나, 보통의 커터칼이 아닌 칼날이 매우 큰 공업용 커터칼을 구입한 이유 및 커터칼을 1개가 아닌 2개나 구입한 이유 등에 관해서는 납득할 만한 사유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3) 소결

따라서 피고인의 강간미수 및 사체오욕에 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3. 부착명령 항소의 제 부분

원심은 피고인에게 3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함과 동시에 그에 따른 준수사항으로 주거지역의 제한, 특정 시간대의 외출제한, 피해자 유족에의 접근금지, 성폭력치료그램 이수를 부과하였는데, 피고인 및 검사가 피고 사건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한 이상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8항에 의하여 부착명령청구 사건에 관하여도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피고인 및 검사가 부착명령에 관하여 적법한 항소이유를 제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원심판결을 살펴보아도 이 부분에 관하여 직권으로 조사하여 파기할 사유를 찾아 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고 사건 부분에 대해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사건 부분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해 파기하여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하고, 원심판결 중 부착명령청구 사건 부분에 대한 피고인 및 검사의 항소는 각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35조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한다.

[다시 쓰는 판결: 피고 사건 부분

범죄사실과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과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 증거의 요지란 중 "증인 L의 법정진술", "검증조서",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 "수사보고(피의자 면담일지 및 거짓말탐지기 관련(공주치료감호소)"를 각 삭제하고, "1. 당심증인 S의 법정진술", "1. 경찰 작성의 G에 대한 제1회 진술조서의 진술기재"를 각 추가하는 외에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9조 제1항, 제15조, 제4조 제1항, 형법 제297조(강간살인의 점, 무기징역형 선택), 형법 제159조(사체오욕의 점, 징역형 선택), 형법 제161조 제1항(사체손괴의 점), 형법 제161조 제1항(사체유기의 점)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1호, 제50조{형이 가장 무거운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강간등살인)죄에 대하여 무기징역형을 선택하였으므로 다른 형을 과하지 아니함)

1. 몰수

1. 공개명령

1. 고지명령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0조 제1항(판시 제1집에 한하여)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 및 그 변호인은, 합의 아래 피해자와 성교행위를 하였을 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강간미수 내지 사체오욕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위 제2의 나. 항에서 살펴본 바처럼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양형의 이유

1) 원심이 선고한 형(무기징역형)이 너무 무겁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관하여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기재된 바와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범행 당시 만 19세, 현재 만 20세의 사람으로서 이 사건 범행 이전까지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었던 점, 피고인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범행 및 그 사체를 손괴·유기한 범행은 모두 인정하면서 그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③ 피고인이 어린 시절 외국에서 생활하다가 귀국한 후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진로 문제로 부모와 갈등을 겪던 중, 세 살연상인 N과 교제하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집착하여 N으로부터 일방적 이별 통보를 받았는데, 그 후 이 사건 무렵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인 G이 자신의 옛 연인인 N과 교제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정신적 충격을 받았던 점, ④ 피고인이 2012년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였고 '자아 동조적 가학증' 등 일부 정신적 문제가 있었던 점, 5 피고인이 자수한 점 등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자신의 성적 욕망 충족을 위해 불과 2번 정도 만났을 뿐인 만 17세의 나이 어린 피해자를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채 살해한 다음 그 사체를 간음하고, 이어서 사체를 손괴하고 유기한 것으로 인간의 존엄성 자체를 짓밟았다는 점에서 죄 자체가 지극히 무겁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모텔로 온 직후 범행에 필요한 커터칼을 2개 구입하는 등 강간범행과 사체유기에 이르기까지 전체 범행을 위해 계획적으로 범행 도구들을 준비하였고, 범행의 동기에 있어서 특별히 참작할 만한 사정이 없으며, 범행의 방법 또한 무자비하고 잔인무도할 뿐만 아니라 범행으로 인한 결과 역시 매우 중하다. 특히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한 이후에도 자신의 성적 욕망 충족을 위해 그 사체를 간음하는 방법으로 오욕하였고, 그 후 미리 준비한 커터칼로 피해자의 사체를 잘라 화장실 변기에 버렸으며, 그 과정에서 칼날이 부러지자 수회에 걸쳐 다시 칼날을 구입해 범행을 계속하는 등 무려 16시간에 걸쳐 집요하게 피해자의 사체를 손괴하고 이를 유기하였는바, 이와 같은 잔혹하고 엽기적인 행위는 예로부터 사체를 존중해 온 사회공동체의 사상과 정서를 현저히 훼손하는 중한 범죄이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인한 후 사체의 일부를 도려내어 변기에 넣고 물을 내리는 행위를 반복하다가 화장실 변기가 막히자 호텔 관리인에게 배수구가 막힐 때 공기 압력을 이용해 이를 뚫어주는 속칭 '뚫어뻥을 빌려달라고 하는 등 시종일관 태연하고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였고, 범행 도중 피냄새를 없애기 위해 수시로 환기를 시키고 사체에 세정제를 넣은 뜨거운 물을 붓는 등 치밀하게 사체손괴 등의 범행을 계속하면서 살인 등의 범행을 은폐하려 하였다. 피고인은 사체를 손괴하면서 자신의 지인인 G, N에게 범행 과정을 담은 문자메시지나 사체손괴 사진을 전송하고, 자신의 애플리케이션 카카오스토리 게시판에 "내겐 인간이라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이젠 메말라 없어졌다. 오늘 난 죄책감이란 감정을 느끼지 못했고 슬픔이란 감정 또한 느끼지 못했고 분노를 느끼지 못했고 아주 작은 미소만이 날 반겼다. 오늘 이 피비린내에 묻혀 잠들어야겠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는 등 자신의 범행에 관한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였다. 한편 피고인이 스스로 수사기관에 출석하여 피해자를 살해한 점 등을 인정하였다고는 하나, 이미 피해자 외조부의 신고를 받은 수사기관이 S에 대한 탐문조사를 통해 피고인이 피해자를 만난 마지막 사람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피고인에게 피해자와 만난 사실을 추궁하기도 하는 등 수사의 범위가 좁혀진 후 자수한 것으로 이를 진정한 의미의 자수로 보기는 곤란하다(증기기록 10-11쪽).

나아가 보건대,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으로 17세의 나이 어린 피해자는 극도의 공포속에서 아무런 이유도 알지 못한 채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귀한 생명을 빼앗겼고, 피해자가 참혹하게 살해당하고 사체를 유린당함으로써 평생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입게 된 유족들 또한 원심 및 당심에서 피고인에 대한 사형 선고를 거듭 탄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아니한 채 범행 일부를 부인하고 있고,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적극적으로 용서를 구하기 위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그 비난가능성 또한 매우 크다.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강간등살인)죄는 법정형 자체가 사형 또는 무기징역형이므로 작량감경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단형의 하한이 무기 징역형이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모두 포함한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가족관계, 이 사건 범행의 동기와 태양,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가지 양형의 조건들 및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량 범위3)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의 형은 결코 무겁다고 할 수 없다.

2) 피고인을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검사의 주장에 관하여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형의 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추어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한다(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도92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의 범행 자체가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은 잔인한 범행이고, 그 범행동기에 참작할 만한 뚜렷한 사정이 없으며, 그 범행의 결과도 매우 중대한 점, 피 피고인이 피해자의 유족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하여 피해자 유족들이 피고인을 사형에 처해줄 것을 원하고 있는 점 등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피고인의 연령, 범죄 전력의 유무(초범), 장래 피고인의 교화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앞서 든 사유들만으로는 피고인에 대한 사형의 선고가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있다는 확신에 이르지는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하여 그 생명 자체를 박탈하는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에 처함으로써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하여 재범을 방지하고 피고인으로 하여금 소중한 생명을 잃은 피해자와 그 유족들에게 참회하고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할 시간을 갖도록 함이 상당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3) 소결

위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원심이 같이 무기징역형을 선고한다.

신상정보 등록

피고인에 대한 등록대상 성범죄(판시 제1죄)에 관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피고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에 의한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에 해당하게 되므로, 같은 법 제43조에 따라 관할기관에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판사

재판장판사이규진

판사박찬익

판사강영훈

주석

1) 피고인은 원심 공판준비절차에서는 검증조서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으나 증거조사가 이루어지기 전인 제2회 공판기일에서 증거동의를 철회하였다. 비록 그 작성자인 L이 원심법정에 출석하여 진정성립에 관하여 진술하였으나, 피고인이 원심법정에서 피해자와 동의 아래 성교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여 강간 및 사체오욕을 부인하는 이상 경찰 작성 검증조서 중 피고인의 강간 범행 자백 취지의 진술 및 범행 재연이 기재된 부분은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2) 피고인에 대하여 인정되는 죄명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강간등살인)'이나 피해자가 범행 당시 청소년이었으므로 공개 및 고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한다. 공개 및 고지기간의 상한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2항,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에 의할 때 10년이므로 그 상한에 따른다.

3) 양형기준

가. 기본범죄 :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강간등살인)죄

[유형의 결정] 살인범죄, 제4유형(중대범죄 결합 살인)

[특별양형인자] - 계획적 살인범행, 사체손괴(가중요소, 행위인자)

자수(감경요소, 행위자/기타인자)

[일반양형인자 - 사체유기(가중요소, 행위인자)

[권고영역의 결정] 징역 25년 이상, 무기 이상(가중영역)

나. 다수범죄의 처리 및 처단형과의 비교에 따른 최종 형량범위 : 무기징역(판시 사체오욕죄, 사체손괴죄, 사체유기죄는 양형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기본범죄 권고형의 하한을 따르는 점 및 처단형이 무기징역형인 점을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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