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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5.6.9.선고 2013가합544539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3가합544539 손해배상(기)

원고

별지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피고

대한민국

변론종결

2015. 5. 7.

판결선고

2015. 6. 9.

주문

1. 이 사건 소 중 원고 A의 청구 부분, 원고 B, 원고 C, 원고 D의 일실수입 및 고유의 위자료 청구 부분, E로부터 상속받은 원고 F, 원고 G, 원고 H의 일실수입 및 위자료 청구 부분, I으로부터 상속받은 원고 J, 원고 K, 원고 L, 원고 M의 일실수입 및 위자료 청구 부분을 각 각하한다.

2. 제1항 기재 원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각 청구 및 원고 B, 원고 C, 원고 D, 원고 F, 원고 G, 원고 H, 원고 J, 원고 K, 원고 L, 원고 M의 각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청구금액표' 중 '확장후 청구액'란 기재 각 금원 및 이에 대한 1979. 1. 9.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들의 지위

(1) N 소속 언론인들은 유신체제하의 정부가 중앙정보부, 문화공보부 등의 기관을 이용하여 언론사의 보도를 통제하고 이에 따르지 않는 언론인들을 탄압하자, 이를 비판하는 선언을 발표하고 농성을 계속하였다. 이에 정부가 광고수주 차단을 통해 N의 경영을 압박하였고, 결국 압력에 굴복한 N는 1975. 3.경부터 5.경까지 7차례에 걸쳐 기자 49명을 해고하고 84명에 대해 무기정직 처분을 하였다.

(2) N 해직자들은 1975. 3. 18. P위원회(이하 'P'라 한다)를 결성하여 정부의 통제에 맞서 언론의 자유를 위한 활동을 하였는데, 원고 Q, A, B, R, C, D, S 및 망 E, 망 T, 망 I(이들을 통틀어 이하 '원고 등이라 한다)은 N 기자 및 프로듀서로 재직하다가 위와 같이 해직된 사람들로서 P의 위원장, 위원, 총무 등으로 활동하던 사람들이다.

나. 원고 등에 대한 체포, 수사 및 기소 경위

(1) P는 1978. 10. 24. 0선언 4주년 기념식에서 그동안 기존 언론에 보도되지 아니한 사건들을 정리한 'UI', 'V' 등의 글이 실린 유인물을 작성하여 참석자들에게 배포하였다.

(2) 경찰은 위 유인물이 국가의 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 한다)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 기념식 직후부터 1978. 10.말경까지 원고 Q, A, B 및 T, E, I을 연행하여 구속하였고, 1978. 11. 20. 다시 1978. 11. 17.자 P소식('W'라는 제하의 성명서, 10. 6. 이후 발생한 민권 사건 7건을 기재한 유인물)이 긴급조치위반이라는 이유로 원고 R를 구속하였으며, 1979. 1.경 원고 C, D, S를 연행하여 구속하였다.

(3) 검찰은 원고 등에 대해 '헌법과 긴급조치를 비방하는 내용이 게재된 표현물을 제작하고, 배포함으로써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하였다'는 내용의 공소사실로 기소하였는데,

원고 등 중 먼저 구속된 7명을 4개의 사건으로 분리하여 1978. 11. 24. T을, 1978. 11. 29. 원고 A, Q을, 1978. 12. 4. E, I을, 1978. 12. 5. 원고 B, R를 각 기소하였고, 1979. 2. 22. 나중에 구속된 원고 C, D, S를 기소하였다

(4) 원고 등에 대한 체포일, 영장발부일, 기소일, 석방일, 구금기간 등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다. 원고 등에 대한 재판 경과

(1) 원고 등에 대한 1심 재판은 수회의 공판을 거쳐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선고되었고, 이에 원고 등이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유죄판결을 유지하면서 형량을 일부 감경한 판결을 선고하였다. 원고 등이 다시 상고하였는데, T에 대해서는 1979. 10. 30. 상고기각의 판결이 선고되었고, E에 대해서는 피고인 사망을 이유로 한 1980. 4. 25.자 공소기각결정이 내려졌으며,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형벌법규인 긴급조치 제9호가 1979. 12. 8. 해제됨으로써 범죄 후의 법령의 개폐로 형이 폐지되었음을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에 의한 면소판결이 내려졌다.

(2) 원고 등에 대한 판결 내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3) T의 처인 원고 X은 서울고등법원 2013재노53호로 T에 대한 위 서울고등법원 79노786 사건의 재심을 청구하였고, 위 법원은 재심청구를 받아들여 2013. 7. 26.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T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라. 원고 등의 가족관계 및 상속

(1) 원고 Q은 처 원고 Y와 사이에 아들 원고 Z을 두었고, 모 원고 AA, 동생 원고 AB, AC, AD, AE이 있었다.

(2) 원고 A은 처 원고 AF와 사이에 자녀 원고 AG, AH, AI를 두었고, 형 AJ, AK, 누나 원고 AL가 있었으며, AJ은 자녀 원고 AM을, AK은 자녀 원고 AN, AO, AP, AQ을 각 두었고, 형 AJ은 2006. 5. 21., 형 AK은 2008. 2. 29. 각 사망하였다. (3) 원고 B은 처 원고 AR과 사이에 아들 원고 AS을 두었고, 모 AT, 누나 원고 AU, AV, AW가 있었으며, AT은 2008. 2. 27. 사망하였다.

(4) 원고 R는 처 원고 AX와 사이에 아들 원고 AY, AZ를 두었고, 부 BA, 모 BB, 형 원고 BC, 누나 원고 BD, BE가 있었으며, BB이 1982. 6. 10., BA이 1982. 6. 24. 각 사망하였다.

(5) E은 처 원고 F와 사이에 자녀 원고 G, H을 두었고, 부 BF, 동생 BG, 원고 BH, BI, BJ이 있었으며, BG은 처 원고 BK와 사이에 자녀 원고 BL, BM를 두었는데, E이 1980. 2. 29., BF은 1998. 11. 5., BG은 2006. 7. 21. 각 사망하였다. (6) I은 처 원고 J와 사이에 자녀 원고 K, L, M을 두었고, 모 BN, 동생 BO, BP이 있었으며, BO는 자녀 원고 BQ, BR, BS, BT, BU, BV, BW, BX을 두었고, BP은 처 원고 BY과 사이에 자녀 원고 BZ, CA, CB, CC을 두었는데, I은 1988. 4. 20., BN는 1989. 8. 10., BO는 2013. 2. 22., BP은 2012. 1. 5. 각 사망하였다.

(7) T은 처 원고 X과 사이에 자녀 원고 CD, CE을 두었고, 부 CF, 모 CG이 있었는데, CG은 1995. 9. 30., CF은 1987. 11. 19., T은 2011. 3. 22. 각 사망하였다. (8) 원고 C은 처 원고 CH와 사이에 자녀 원고 CI, CJ, CK, CL를 두었고, 모 원고 CM, 동생 원고 CN, CO가 있었다.

(9) 원고 D은 처 원고 CP과 사이에 자녀 원고 CQ, CR을 두었고, 부 CS, 모 CT, 형 원고 CU, 동생 원고 CV, CW, CX, CY, CZ이 있었으며, CS은 1983. 9. 28., CT은 2011. 8. 6. 각 사망하였다.

(10) S는 처 원고 DA와 사이에 자녀 원고 DB, DC를 두었고, 부 DD, 모 DE, 형 DF, 동생 DG, 원고 DH, DI, DJ, DK, DL가 있었으며, DF은 처 원고 DM와 사이에 자녀 원고 DN, DO를 두었고, DG은 자녀 원고 DP, DQ, DR을 두었는데, DD는 1981. 1. 21., DG은 1984. 9. 5., DF은 2000, 4. 3., DE은 2011. 9. 23. 각 사망하였다. (11) 원고 CM은 이 사건 소 제기 후인 2014. 6. 5. 사망하여 원고 C, CN, CO가 원고 CM을 소송수계하였고, 원고 S는 2014. 10. 8. 사망하여 원고 DA, DB, DC가 S를 소송수계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6, 38 내지 41, 43, 47 내지 49, 56 내지 62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요지

가. 주위적으로, 정무직 공무원인 대통령이 3선 개헌 이후 영구 집권을 위해 헌법을 개정한 후 유신헌법을 비판하는 국민의 저항을 차단할 목적으로 긴급조치 발동 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긴급조치 제9호를 발동하여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정당한 행위를 범죄행위로 몰아 원고 등을 형사처벌하였으므로, 이와 같은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동 및 이에 근거한 수사, 재판, 구금 등 일련의 행위가 일체로써 원고들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나. 예비적으로, 피고 소속 공무원들이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을 이유로 원고 등을 체포하여 가혹행위 등 위법한 수사를 하였고 이를 통해 얻어진 증거들로 유죄판결을 받아 원고 등을 장기간 구금함으로써 원고들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가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는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민주화보상법 '이라 한다)에 의한 보상금, 의료지원금, 생활지원금(이하 '보상금 등'이라 한다)을 지급받은 원고들에 대하여는 재판상화해가 성립하였으므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주장한다.

나. 민주화보상법의 입법 취지, 관련 규정의 내용, 신청인이 작성·제출하는 동의 및 청구서의 기재 내용에 더하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의 입법 목적이 신청인이 보상 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 특히 기판력을 부여함으로써 소송에 앞서 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절차를 통하여 이를 신속히 종결·이행시,키고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안정성을 부여하는 데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신청인이 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위자료를 포함하여 그가 보상금 등을 지급받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일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고 할 것이고(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2다45603 판결 등 참조), 민주화보상법은 민주화 운동을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고 일정 기간 복역한 사람에 대하여 생활지원금을 지급함에 있어 유죄판결에 이르게 된 경위를 구분하지 아니하고 있으므로, 적법한 형사절차에 따라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한 경우뿐만 아니라 불법 체포·구금이나 고문·조작 등과 같은 수사기관의 불법행위가 개재되어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한 경우도 생활지원금의 지급 대상이 된다고 해석되고, 신청인이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수사기관에 의하여 불법체포·구금된 후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하여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그에 기하여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함으로써 입은 피해 역시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하여도 신청인이 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 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며, 비록 위와 같은 사유를 이유로 나중에 형사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여 그 부분 피해를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5. 1. 22. 선고 2012다204365 판결).다. 을 제1 내지 7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이 법원의 민주화운동관련자명 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이하 '보상위원회'라 한다)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원고 A, B, C, D 및 망 E의 처 원고 F, 망 I의 처 원고 J는 보상위원회에 민주화운동관련자 심의를 신청하였고, 보상위원회는 원고 A, B, C, D 및 망 E, 망 이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유죄판결 및 해직을 당한 것으로 인정하고 그에 따른 생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의결하고, 신청인들로부터 민주화보상법에 의한 동의 및 청구서를 제출받은 다음 2008. 4. 8. 원고 A에게 24,495,000원, 2008. 3. 26. 원고 B에게 43,124,000원, 2008. 5. 7. 원고 C에게 20,385,000원, 2008. 3. 26. 원고 D에게 38,138,000원, 2008. 10. 2. 원고 F에게 7,336,000원(2002. 12. 27. 79,943,480원, 2005, 6. 1. 15,709,560원의 보상금 지급), 2008. 3. 26. 1의 자 원고 M에게 24,495,000원의 생활지원금을 각 지급한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 A, B, C, D 및 망 E, 망 I의 청구 부분은 이미 피고와 사이에 재판상화해가 성립한 청구에 대한 것이므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다만, 재판상화해가 성립한 부분은 원고 A, B, C, D의 일실수입 및 위자료와 망 E, 망 I으로부터 상속받은 원고들의 일실수입 및 위자료 청구 부분에 한정되고, 위 원고들이 다른 원고 등으로부터 상속받은 위자료 및 위 원고 등의 가족, 친족인 다른 원고들의 고유의 위자료 등에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주위적 주장에 관한 판단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령의 근거가 된 구 대한민국헌법(1980. 10. 27. 헌법 제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유신헌법'이라고 한다) 제53조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 자체를 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이자 유신헌법과 현행 헌법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와 신체의 자유, 주거의 자유, 청원권, 학문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 무효이다(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689 결정 참조).

그러나 긴급조치 제9호가 사후적으로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되었다고 하더라도,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대통령은 국가긴급권의 행사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하여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므로,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 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는 볼 수 없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참조). .

그리고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된 경우, 그 법령이 위헌으로 선언되기 전에 그 법령에 기초하여 수사가 개시되어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 또는 면소판결이 선고되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는데, 당시 시행 중이던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구금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는 유신 헌법 제53조 제4항이 '제1항과 제2항의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 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임이 선언되지 아니하였던 이상,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동이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위적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예비적 주장에 관한 판단

(1)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유죄 판결에 대한 재심절차에서 피고인에게 적용된 형벌에 관한 법령인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 · 무효라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재심대상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된 경우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그와 같은 내용의 재심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위 가항의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이 곧바로 국가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그러한 복역 등으로 인한 손해를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하기 어렵다. 이 경우에는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별도로 심리하여 그에 따라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의 인정 여부를 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내용, 유죄를 인정할 증거의 유무, 재심개시결정의 이유, 채권자를 포함하여 사건 관련자가 재심무죄판결을 받게 된 경위 및 그 이유 등을 종합하여,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무효 등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없었더라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있었음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증명이 이루어진 때에는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다217962 판결 참조), (2) 위 인정사실 및 갑 제12 내지 16, 18 내지 27, 37, 40 내지 42, 47, 49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 등에 대하여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무효 등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사유나 긴급조치 제9호 해제를 이유로 한 면소사유 등이 없었더라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있었음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증 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와 이 사건 유죄판결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어, 결국 원고 등이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으로 입은 손해를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없다.

① 원고 등이 경찰에 의해 영장 없이 체포되었으나, 당시 시행 중이던 긴급조치 제9호 항은 '8.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금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은 '제1항과 제2항의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으므로,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 · 무효임이 선언되지 아니한 유효한 법령이었던 이상, 이를 신뢰하고 이루어진 위와 같은 체포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② 원고 등은 헌법과 긴급조치를 비방하는 내용이 게재된 표현물을 제작하고 배포함으로써 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하였다는 내용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는데, 원고 등에 대한 각 유죄판결이 유죄의 증거로 거시하고 있는 아래 증거와 원고 등의 항소이유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 등은 수사 및 재판절차에서 유신헌법에 대한 일체의 비판을 금지하는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이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원고 등을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지, 이를 넘어 원고 등이 위 표현물을 제작하여 배포한 사실 자체를 부인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유죄의 증거]

① 원고 A, Q : 피고인들의 일부 법정진술, 검사 및 경찰 작성의 피고인들 및 DS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피고인들 및 DS 작성의 자술서 중 일부 진술기재, P소식(1978. 10. 24.자), 성명서(1978. 10. 26.자 및 10. 27.자), 현역언론인에게 보내는 글

① 원고 B, R : 피고인들의 일부 법정진술, 검사 작성의 피고인들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경찰 작성의 피고인들 및 DT, DS, DU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피고인 R 및 DS, DU이 작성한 자술서 중 일부 진술기재, P소식 (1978. 10, 24.자 및 1978, 11. 17,자)C E, I : 피고인들의 일부 법정진술, 검사 및 경찰 작성의 피고인들 및 DS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피고인들 및 DS의 자술서 중 일부 진술기재, P소식 (1978. 10. 17.자 및 20. 24.자), 등사기 1대 ⓐ T :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검사 및 경찰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피고인의 자술서 중 일부 진술기재, 1978. 10. 17.자 P소식 등본 ① 원고 C, D, S : 피고인들의 법정진술, 검사 및 경찰 작성의 피고인들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각 진술기재, 검증조서 중 서울형사지방법원 73고합734 사건의 공판조서 중 DV, DW의 각 진술기재, 검증조서 중 서울지방검찰청 78형59131 수사기록의 검사 작성 D, DV, DW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검사 작성 DX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경찰 작성의 DY, DZ에 대한 진술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78년 송년특집 P소식 유인물 2통 [항소이유]

원고 A, Q : 1. 긴급조치 제9호는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이거나 실효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2. 원고 A이 공소사실 2 기재 사람들과 같이 그 기재 표현들을, 원고 A, Q이 공소사실 3 기재 사람들과 같이 그 기재 표현물을 각 제작, 배포하는 데 관여하였으며, 다시 원고 Q이 공소사실 4 기재 행위를 하였음은 사실이나 각 그 기재 행위는 원심이 적용한 긴급조치 각 법조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며, 3. 1심 선고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① 원고 B, R : 1. 긴급조치 제9호는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이거나 실효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2. 원고들의 공소장 기재 각 소위는 긴급조치 각 해당조항에 들어맞는 것이 아니며, 불가침의 자연법적, 도덕적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서 정당행위 내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되고, 3. 1심 선고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C E, I : 1. 일부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아니하였고, 2. 공소사실 1 기재 각 행위는 긴급조치 제9호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며, 3. 긴급조치 제9호는 법률로서의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고 있어 이를 지키지 않는다고 하여 위법이 될 수 없고, 4. 1심 선고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 T: 1. 긴급조치 제9호는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이거나 실효된 것이고, 2. 피고인의 소위가 긴급조치 각 조항에 해당하는지 의심스럽고,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제20조 정당행위에 해당하며, 3. 1심 선고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① 원고 C, D, S : 1. 긴급조치 제9호는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이거나 실효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2. 원심은 피고인들이 작성한 유인물의 주장 내용을 오해하거나 왜곡하여 긴급조치 제9호의 해석적용을 그르쳤으며, 3. 공범인 DS은 입건하지 아니하면서 피고인 D에 대해서만 기소한 것은 형평의 원칙에 위배되고, 4, 1심 선고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③ 그런데 당시 시행되었던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면,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 문서 등 표현물에 의하여 유신헌법 및 긴급조치 제9호를 공연히 부정, 반대, 비방하거나 그 폐지를 주장, 선동하고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거나 동 내용을 담은 표현물을 제작, 배포하는 행위 등을 일절 금지하고 있었으므로, 원고 등이 헌법과 긴급조치를 비방하는 내용이 게재된 표현물을 제작하고 배포한 행위는 긴급조치 제9호에 위반되는 것이었다.

④ 원고 A, Q, B, R 및 E, I, T에 대하여 1심 및 항소심에서 변호사 EA 외 수명의 변호사가, 원고 C, D, S에 대하여 1심 및 항소심에서 변호사 EA 외 수명의 변호사가 각 선임되어 위 원고들을 위한 변론이 이루어졌다.

6) 원고 A, B, C, D 및 망 E, I에 대해서는 갑 제19, 20, 22, 23, 25, 26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만으로는 당시 조사관으로부터 수사를 받으면서 허위 자백을 강요받거나 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한편 갑 제24호증의 1, 제27호증의 1, 제40, 4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망 T, 원고 Q, R, S가 경찰에서 수사를 받으면서 폭행, 협박, 잠안재우기 등의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이 인정되나, 위 ② 내지 ④항에 적시된 변호인의 선임 및 변론의 내용, 항소이유, 제출된 증거관계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원고 등의 검찰 및 법원에서의 진술이 가혹행위로 인하여 임의성 없는 상태가 계속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⑤ 당시 시행 중이던 긴급조치 제9호 제8항은 위 조치에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으므로 원고 등에 대한 증거물 압수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그밖에 유죄의 증거로 제출된 각 증거물의 압수절차가 위법하다고 볼 증거가 없다.

⑦① 원고 등에 대한 상고심 및 재심, 형사보상절차에서 아래와 같은 판단이 이루어졌다. 그 원고 A, Q, B, R, C, D, S 및 망 I에 대한 형사재판은 근거 법령 실효로 인해 최종적인 판단 없이 면소 판결로, 망 E에 대한 형사재판은 피고인 사망으로 인한 공소기각결정으로 각 종결되었다. Ⓒ 망 T에 대한 재심판결은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적용법령인 긴급조치 제9호가 당초부터 위헌·무효이어서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는 취지이고,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에 정한 재심사유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수사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저질렀음이 증명되었음을 이유로 하는 것은 아니다.

© 원고 A, Q, B, R, C, D, S 및 I, E에 대한 형사보상결정은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적용법령인 긴급조치 제9호가 당초부터 위헌·무효이어서 면소 또는 공소기각의 재판을 할 만한 사유가 없었더라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재판을 받을 만한 현저한 사유가 있었다'는 이유로 인용결정을 하였을 뿐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의 무죄사유에 관하여는 판단하지 아니하였다.

(3) 원고들은, 원고 등이 변호인의 접견이 금지된 채 수사기관으로부터 폭행, 협박 등의 가혹행위를 당하였고, 구금시설에서 인권이 침해된 상태로 장기간 구금되었으며, 출소 이후에도 수사기관의 감시, 취업제한, 수배, 재구금 등의 피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위법행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원고들은 위와 같은 개별 불법행위가 종료된 날부터 피고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가 가능하였다 할 것이고, 그로부터 각 5년이 경과하였음이 명백한 2013. 9. 17.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으므로, 원고들의 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할 것이다(위와 같은 불법행위는 유죄판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T에 대한 재심판결 또는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위헌결정 이전이라도 원고들이 피고에 대하여 이 부분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거나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 소멸을 주장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를 가지게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다. 소결

따라서 불법행위 성립에 관한 원고들의 주위적 주장 및 예비적 주장이 모두 이유 없으므로 나아가 나머지 점에 관하여 살펴 볼 필요 없이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원고 A의 청구 부분, 원고 B, C, D의 일실수입 및 위자료 청구 부분, E로부터 상속받은 원고 F, G, H의 일실수입 및 위자료 청구 부분, 으로부터 상속받은 원고 J, K, L, M의 일실수입 및 위자료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 각하하기로 하고, 위 원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각 청구 및 원고 B, C, D, F, G, H, J, K, L, M의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이은희

판사최다은

판사김준혁

주석

1) 1977. 10. 7.부터 1978. 10. 6.까지 1년 동안 한국의 언론들이 전혀 보도하지 아니한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사건 125건을

일지 형식으로 정리한 6쪽의 유인물로서 실제 발생한 사건을 논평 없이 단순히 개요를 정리한 문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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