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서울고등법원 2015.11.19.선고 2015나2035360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5나2035360 손해배상(기)

원고항소인

[별지 1]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피고피항소인

대한민국

변론종결

2015. 10. 20.

판결선고

2015. 11. 19.

주문

1.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2] '청구금액표' 중 '확장후 청구액'란 기재 각 금원 및 이에 대한 1979. 1. 9.부터 소장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 판결문의 '1. 인정사실' 부분의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인용한다.

2.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 판결문의 '3.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의 마지막 부분(10면 아래에서 9행)에 다음의 사항을 추가하는 외에는 그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인용한다.

추가하는 부분 "원고 A, B, C, D, F, G, H, J, K, L, M은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헌법 제27조 제1항의 재판청구권과 헌법 제29조 제2항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고,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과잉금지원칙에도 어긋나며, 명확성 원칙에도 반하므로, 위 원고들의 청구 부분에 대하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따른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① 민주화보상법상의 생활지원금 수급권은 국가배상청구권과는 달리 위 법률에 의하여 비로소 인정되는 권리로서 수급권에 관하여 그 구제절차를 포함하여 구체적인 사항을 정하는 것은 입법자의 보다 광범위한 입법형성 영역에 속한다 할 것인 점,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이하 '보상심의위원회'라고 한다)의 제3자성 및 독립성이 보장되는 점, ③ 보상금 지급심사를 함에 있어 심의절차의 공정성·신중성도 충분히 갖추어져 있다고 할 것인 점, ④ 위 원고들은 생활지원금 지급결정에 대한 동의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생활지원금 지급결정에 동의하고 생활지원금을 수령한 것으로 보이는데, 위 원고들이 생활지원금을 지급받으면서 제출한 생활지원금 지급결정에 대한 동의서에는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대하여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다시 청구하지 아니한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는 점, 5) 민주화보상법은 보상 또는 배상의 대상인지에 관하여 다툼이 있었던 민주화운동으로 희생된 관련자의 피해를 둘러싼 문제를 일괄 해결하기 위하여 입법된 점, ⑥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은 그 문언과 민주화보상법 제11조, 제14조, 같은 법 시행령 제20조 및 별지 제10호 서식 등을 종합하여 보면, 보상금 등의 지급 근거가 된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모두에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미친다는 의미로 충분히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이 위 원고들이 동의한 보상심의위원회의 보상금 지급결정에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부여함으로써 더 이상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길이 막히게 된다고 하더라도 위 조항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한 기본권의 본질적의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거나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위 원고들의 국가배상청구권 및 재판청구권을 제한한다고 할 수 없고, 명확성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위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1) 긴급조치 제9호는 위헌성이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 무효이고, 대통령이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를 발령한 행위는 국가배상법 제2조의 고의로 '법령에 위배한 직무행위로서 그에 따른 수사 및 재판 등 일련의 행위와 함께 총체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2) 이와 같이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영장 없이 원고 등을 체포·구 금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 역시 위법하다.

3) 피고 소속 수사관 등은 원고 등에게 체포 사유나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를 고지하지 아니하고 영장 없이 원고 등을 체포·구금하였으며, 원고 B, C, D 및 망 E, I, S에 대하여는 공소제기 전까지 30일을 초과하여 불법 구금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 등에게 수사과정에서 구타 등 가혹행위를 하고 변호인 및 가족들과의 접견을 금지하였고, 원고 등의 출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불법 사찰을 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하였다. 4) 따라서 원고들은 피고의 이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막대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로 인한 [별지 2] '청구금액표' 중 '확장후 청구액'란 기재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판단

1)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관련법리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령의 근거가 된 유신헌법 제53조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 자체를 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이자 유신헌법과 현행 헌법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와 신체의 자유, 주거의 자유, 청원권, 학문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 · 무효이다(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그러나 긴급조치 제9호가 사후적으로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되었다고 하더라도,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대통령은 국가긴급권의 행사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하여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므로,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는 볼 수 없다(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48824 판결 참조).

나) 이 사건에 관한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가 그 자체로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지는 아니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한 수사 및 재판이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관련법리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법원에서 위헌· 무효로 선언된 경우, 그 법령이 위헌으로 선언되기 전에 그 법령에 기초하여 수사가 개시되어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 · 무효임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당시 시행 중이던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구금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는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이 "제1항과 제2항의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 · 무효임이 선언되지 아니하였던 이상,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유죄판결에 대하여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피고인이나 그 상속인은 일정한 요건 아래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른 형사보상을 청구하여 그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로 수집한 증거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의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재심절차에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의 '피고 사건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유죄 판결에 대한 재심절차에서 피고인에게 적용된 형벌에 관한 법령인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라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재심대상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된 경우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그와 같은 내용의 재심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이 곧바로 국가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그러한 복역 등으로 인한 손해를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결국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하기 어렵다. 이 경우에는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위법행위를 하였는지 및 그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별도로 심리하여 그에 따라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의 인정 여부를 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내용, 유죄를 인정할 증거의 유무, 재심개시결정의 이유, 사건 관련자가 재심무죄판결을 받게 된 경위 및 그 이유 등을 종합하여,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무효 등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없었더라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있었음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증명이 이루어진 때에는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다217962 판결 참조).

나) 이 사건에 관한 판단

(1)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당시 시행되었던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영장 없이 원고 등을 체포·구금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는 당시까지 위헌 · 무효임이 선언되지 아니한 긴급조치 제9호에 따라 이루어진 행위로서 공무원

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나아가 앞서 인정한 사실 및 갑 제12 내지 16, 18 내지 27, 37, 40 내지 42, 47,4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 등에 대한 범죄사실에 관하여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 무효 등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사유나. 긴급조치 제9호 해제를 이유로 한 면소사유 등이 없었더라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있었음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 있는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설령 원고 등이 가혹행위를 당하는 등 수사과정에서 국가기관의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와 같은 위법행위와 원고 등에 대한 유죄판결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어, 결국 원고 등의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으로 인한 손해를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없다.

(가) T에 대한 재심 대상판결(서울고등법원 79노786호)에 관한 재심개시결정의 이유는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라는 것일 뿐, 수사에 관여한 공무원들이 T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고문, 가혹행위를 하였다거나 그 직무에 관한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증명되었기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그 재심절차에서도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 무효라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

(나) 원고 A, Q, B, R, C, D 및 망 E, I, T, S에 대하여 제1심 및 항소심에서 변호인이 각각 선임되어 변론이 이루어졌다. 또한 원고 등에 대한 유죄판결에서 유죄의 증거로 들고 있는 아래의 증거들과 원고 등의 항소이유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 등은 수사 및 재판절차에서 유신헌법에 대한 일체의 비판을 금지하는 긴급조치 제9호의 위 헌·무효나 실효, 위법성 조각 및 양형부당 등을 주장한 것이지, 원고 등이 유인물을 제작하여 배포한 행위 자체를 부인한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유죄의 증거]

원고 A, Q : 피고인들의 일부 법정진술, 검사 및 경찰 작성의 피고인들 및 DS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피고인들 및 DS 작성의 자술서 중 일부 진술기재, P소식

(1978, 10. 24.자), 성명서(1978. 10, 26.자 및 10, 27.자), 현역 언론인에게 보내는 글

㉡ 원고 B, R : 피고인들의 일부 법정진술, 검사 작성의 피고인들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경찰 작성의 피고인들 및 DT, DS, DU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피고인 R 및 DS, DU이 작성한 자술서 중 일부 진술기재, P소식(1978. 10. 24.자

및 1978. 11. 17.자)

Ⓒ E, I : 피고인들의 일부 법정진술, 검사 및 경찰 작성의 피고인들 및 DS에 대한 각 피의

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피고인들 및 DS의 자술서 중 일부 진술기재, P소식(1978. 10.

17.자 및 20, 24.자), 등사기 1대

ⓐ T :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검사 및 경찰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피고인의 자술서 중 일부 진술기재, 1978. 10, 17.자 P소식 등본

① 원고 C D 및 S : 피고인들의 법정진술, 검사 및 경찰 작성의 피고인들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각 진술기재, 검증조서 중 서울형사지방법원 73고합734 사건의 공판조서 중 D

V, DW의 각 진술기재, 검증조서 중 서울지방검찰청 78형 59131 수사기록의 검사 작성 D,

DV, DW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검사 작성 DX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경찰 작성의 DY, DZ에 대한 진술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78년 송년특집 P소식 유인물 2통

[항소이유의 요지]

① 원고 A, Q : 1. 긴급조치 제9호는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이거나 실효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2. 원고 A이 공소사실 2 기재 사람들과 같이 그 기재 표현들을, 원고 A, Q이 공소사

실 3 기재 사람들과 같이 그 기재 표현물을 각 제작, 배포하는 데 관여하였으며, 다시 원고

Q이 공소사실 4 기재 행위를 하였음은 사실이나 각 그 기재 행위는 원심이 적용한 긴급조

치 각 법조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며, 3. 1심 선고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 원고 B, R : 1. 긴급조치 제9호는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이거나 실효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2. 원고들의 공소장 기재 각 소위는 긴급조치 각 해당조항에 들어맞는 것이 아니며,

불가침의 자연법적, 도덕적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서 정당행위 내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

니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되고, 3. 1심 선고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 E, I: 1. 일부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아니하였고, 2. 공소사실 1 기재 각 행위는 긴급조

치 제9호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며, 3. 긴급조치 제9호는 법률로서의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

고 있어 이를 지키지 않는다고 하여 위법이 될 수 없고, 4. 1심 선고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T : 1. 긴급조치 제9호는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이거나 실효된 것이고, 2. 피고인의 소위

가 긴급조치 각 조항에 해당하는지 의심스럽고,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제20조 정당행위에

해당하며, 3. 1심 선고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① 원고 C, D 및 S : 1. 긴급조치 제9호는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이거나 실효된 것으로 보

아야 하고, 2. 원심은 피고인들이 작성한 유인물의 주장 내용을 오해하거나 왜곡하여 긴급

조치 제9호의 해석적용을 그르쳤으며, 3. 공범인 DS은 입건하지 아니하면서 피고인 D에 대

해서만 기소한 것은 형평의 원칙에 위배되고, 4. 1심 선고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다) 그런데 당시 시행되었던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면,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 문서 등 표현물에 의하여 유신헌법 및 긴급조치 제9호를 공연히 부정, 반대, 비방하거나 그 폐지를 주장, 선동하고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거나 동 내용을 담은 표현물을 제작, 배포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었으므로, 원고 등이 헌법과 긴급조치를 비방하는 내용이 게재된 표현물을 제작하고 배포한 행위는 긴급조치 제9호 위반에 해당된다.

(라) 원고 A, B, C, D 및 망 E, I에 대해서는 갑 제19, 20, 22, 23, 25, 26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당시 조사관으로부터 수사를 받으면서 허위 자백을 강요받거나 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한편 갑 제24호증의 1, 제27호증의 1, 제40, 4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 Q,R 및 망 T, S가 경찰에서 수사를 받으면서 폭행, 협박, 잠 안재우기 등의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이 인정되나, 앞서 본 바와 같은 변호인의 선임 및 변론의 내용, 항소이유, 증거관계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 등의 검찰 및 법원에서의 진술이 가혹행위로 인하여 임의성 없는 상태가 계속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원고 등의 법정에서의 진술들도 임의성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증거가 없다.

(마) 또한, 원고 등에 대한 유죄판결에서 유죄의 증거로 삼은 수사기관의 진술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까지 그 증거능력이 없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당시 시행되었던 긴급조치 제9호 제8항에서 '긴급조치에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으므로 원고 등에 대한 증거물 압수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그밖에 유죄의 증거로 제출된 증거물의 압수절차가 위법하다고 볼 증거가 없다.

(바) 원고 A, Q, B, R, C, D 및 망 S, I, E에 대한 형사보상결정은 공소사실에 대한 적용법령인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 무효에 해당하여 면소 또는 공소기각의 재판을 할 만한 사유가 없었더라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판결을 받을 현저한 사유가 있었다는 것을 이유로 한 것일 뿐,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른 무죄사유에 관하여는 판단하지 아니하였다.

3) 수사과정에서의 개별적인 불법행위 성립 여부 및 시효 소멸

가) 불법행위의 성립 여부

원고 등에게 체포 사유나 변호인 선임할 권리에 대한 불고지, 불법 구금, 수사과정에서의 구타 등 가혹행위, 변호인 및 가족들과의 접견 금지 등으로 인한 불법행위 주장에 대하여 살피건대, 원고 Q, R 및 망 T, S가 경찰에서 수사를 받으면서 폭행, 협박, 잠 안재우기 등의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또한 당시 시행되었던 구 형사소송법(1980. 12. 18. 법률 제32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02조, 제203조, 제205조는 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은 10일 이내이고, 검사의 구속기간은 역시 10일 이내이나 1차에 한하여 지방법원 판사의 허가를 얻어 10일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소제기 전까지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30일이라 할 것인데,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 Q, A, B, R 및 망 E, I, T에 대하여 공소제기 시까지 30일을 초과하여 구금한 것은 형사소송법상의 구속기간 규정을 위반한 행위로서 형법 제124조 제1항의 불법체포·감금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원고들이 주장하는 나머지 개별적인 불법행위의 점에 대하여는 갑 제18호증 내지 제27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원고 등에게 피고 소속 공무원들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한 판단

(1) 피고는 원고 등에 대하여 위와 같은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시효로 소멸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들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금전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에 대한 권리로서, 구 예산회계법(2006. 10. 4. 법률 제8050호 국가재정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제96조에 의하여 불법 행위일로부터 5년 동안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할 것인데, 원고 등은 각각 1978. 10.말경 내지 1979. 1.경에 체포된 후 각각 1979. 11.경 내지 같은 해 12.경 석방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원고들의 이 사건 소는 원고 등이 각각 석방된 날로부터 5년이 지난 뒤인 2013. 9. 17.에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배상채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2)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근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 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채권자에게 객관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는 사정을 들어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평가하는 것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대하여 적용되는 법률상 장애와 사실상 장애의 기초적인 구분 기준을 일반조항인 신의칙을 통하여 아예 무너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 또한, 국가에게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사유만으로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이 역시 국가가 아닌 일반 채무자의 소멸시효 완성에서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될 때만 가능하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대하여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① 원고들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개별적인 행위는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 무효 여부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위법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원고들로서는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 여부에 대한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지 않고 수사기관의 가혹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었고, 이러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절차를 반드시 거쳐야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경

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② 망 T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른 무죄사유로 재심개시결정이 이루어졌거나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무죄판결을 선고 받은 것이 아니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러한 불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③ 원고들이 피고 소속 공무원들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과거 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신청을 하였다거나 직권으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④ 원고들은 원고 등의 불법구금 등 위와 같은 불법행위가 종료된 지 약 30여 년 이상 경과한 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는데, 그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사회적·정치적 상황의 변화 등으로 원고들이 피고에 대하여 이 부분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거나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소멸을 주장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를 가지게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⑤ 달리 원고들이 피고에 대하여 이 부분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인 장애사유가 있었다거나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소멸을 주장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를 가지게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따라서 이 부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석방 후 불법사찰, 구금 등으로 인한 불법행위 여부

가) 관련 법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들 헌법 규정은 개인의 사생활 활동이 타인으로부터 침해되거나 사생활이 함부로 공개되지 아니할 소극적인 권리는 물론, 오늘날 고도로 정보화된 현대사회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적극적인 권리까지도 보장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피고 소속 공무원들이 법령에 규정된 직무범위를 벗어나 국민을 대상으로 평소의 동향을 감시·파악할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개인의 집회·결사에 관한 활동이나 사생활에 관한 정보를 미행, 망원 활용, 탐문채집 등의 방법으로 비밀리에 수집·관리하였다면, 이는 헌법에 의하여 보장된 원고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대법원 1998. 7. 24. 선고 96다42789 판결).

나) 이 사건에 대한 판단

원고 등이 출소 이후에도 수사기관의 감시, 취업제한, 수배, 재구금 등의 피해를 입었는가에 대하여 살피건대, 갑 제18호증 내지 제27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 등이 석방된 후 구체적으로 수사기관으로부터 어떤 방법으로 어느 정도의 위법한 감시를 받고, 부당하게 취업을 제한 당하였는지 등을 확정하기 어렵고, 피고 소속 공무원들이 불법행위를 구성할 정도로 지속적인 활동 등을 하였음을 인정하기에도 부족하며, 달리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설령 위와 같은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은 위와 같은 개별 불법행위가 종료된 날부터 피고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가 가능하였다 할 것인바, 그로부터 각 5년이 경과하였음이 명백한 2013. 9. 17.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다고 할 것인바, 원고들의 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할 것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다) 따라서 이 부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원고들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원고 A의 청구 부분, 원고 B, C, D의 일실수입 및 위자료 청구 부분, E로부터 상속받은 원고 F, G, H의 일실수입 및 위자료 청구 부분, I으로부터 상속받은 원고 J, K, L, M의 일실수입 및 위자료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모두 각하하고, 위 원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각 청구 및 원고 B, C, D, F, G, H, J, K, L, M의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한다.

판사

재판장판사배준현

판사유영션

판사이기리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