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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7도9794 판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등상해)(인정된죄명:상해)·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인정된죄명:공무집행방해·상해)·공용물건손상][공2008하,1713]
판시사항

[1]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 에 의한 경찰관의 제지 조치 발동·행사 요건의 해석 방법

[2] 특정 지역에서의 불법집회에 참가하려는 것을 막기 위하여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하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 집회예정장소로 이동하는 것을 제지하는 행위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 에 따른 공무원의 적법한 직무집행인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 중 경찰관의 제지에 관한 부분은 범죄의 예방을 위한 경찰 행정상 즉시강제에 관한 근거 조항이다. 행정상 즉시강제는 그 본질상 행정 목적 달성을 위하여 불가피한 한도 내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므로, 위 조항에 의한 경찰관의 제지 조치 역시 그러한 조치가 불가피한 최소한도 내에서만 행사되도록 그 발동·행사 요건을 신중하고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그러한 해석·적용의 범위 내에서만 우리 헌법상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 보장 조항과 그 정신 및 해석 원칙에 합치될 수 있다.

[2]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의하여 금지되어 그 주최 또는 참가행위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위법한 집회·시위가 장차 특정지역에서 개최될 것이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이와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하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 그 집회·시위에 참가하기 위하여 출발 또는 이동하는 행위를 함부로 제지하는 것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 의 행정상 즉시강제인 경찰관의 제지의 범위를 명백히 넘어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제지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공무원의 적법한 직무집행이 아니다.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열린법률 담당변호사 우수정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피고인 1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하여

형법 제136조 의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고, 여기서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함은 그 행위가 공무원의 추상적 권한에 속할 뿐 아니라 구체적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춘 경우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리고,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 은 “경찰관은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하여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발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조항 중 경찰관의 제지에 관한 부분은 범죄의 예방을 위한 경찰 행정상 즉시강제 즉, 눈앞의 급박한 경찰상 장해를 제거하여야 할 필요가 있고 의무를 명할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의무를 명하는 방법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의무불이행을 전제로 하지 아니하고 경찰이 직접 실력을 행사하여 경찰상 필요한 상태를 실현하는 권력적 사실행위에 관한 근거조항이다. 행정상 즉시강제는 그 본질상 행정 목적 달성을 위하여 불가피한 한도 내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므로, 위 조항에 의한 경찰관의 제지 조치 역시 그러한 조치가 불가피한 최소한도 내에서만 행사되도록 그 발동·행사 요건을 신중하고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그러한 해석·적용의 범위 내에서만 우리 헌법상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 보장 조항과 그 정신 및 해석 원칙에 합치될 수 있다.

따라서 경찰관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눈앞에서 막 이루어지려고 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상황이고, 그 행위를 당장 제지하지 않으면 곧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상황이어서, 직접 제지하는 방법 외에는 위와 같은 결과를 막을 수 없는 절박한 사태일 때에만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 에 의하여 적법하게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고, 그 범위 내에서만 경찰관의 제지 조치가 적법한 직무집행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아래에서도 같다)은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일정한 집회·시위를 절대적으로 금지하거나 관할 경찰관서장으로 하여금 금지 또는 제한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이를 위반하여 집회·시위를 주최한 사람 또는 그 정을 알면서 참가하는 사람을 처벌하고 있지만 그 미수행위 또는 예비·음모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은 두지 않았고, 위 법률 제18조 에서 집회·시위가 위 법률에 위반되는 일정한 경우 이를 이유로 사후에 그 집회·시위의 해산을 명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그 위반자를 처벌하고 있을 뿐 그러한 집회·시위 자체를 사전에 미리 제지하거나 봉쇄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은 따로 두지 않았다.

위와 같은 관련 법률 조항들의 내용과 취지를 종합하면, 비록 장차 특정 지역에서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금지되어 그 주최 또는 참가행위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위법한 집회·시위가 개최될 것이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이와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하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 그 집회·시위에 참가하기 위하여 출발 또는 이동하는 행위를 함부로 제지하는 것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 에 의한 행정상 즉시강제인 경찰관의 제지의 범위를 명백히 넘어서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으므로, 이러한 제지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공무원의 적법한 직무집행에 포함될 수 없다.

이와 달리, 예방하려고 하는 범죄행위와 시간적·장소적으로 밀접한 상황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러 사정을 살펴 현재 감행되려고 하는 행위를 저지하지 못하면 그 이후에는 범죄행위를 예방하는 것이 현저히 어려워질 사정이 있어서 그 행위를 저지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고 유효한 범죄행위 예방조치인 경우라면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 에 근거한 경찰관의 제지 행위가 허용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서울 시청 앞 광장 등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이 사건 집회에 관하여 관할 경찰관서장으로부터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금지되는 집회·시위라는 이유로 주최 금지통보가 있은 상태임을 알면서도 이에 참가하려고 하는 행위는 범죄행위에 해당하고, 서울로 출발하려는 행위를 각 지역에서 미리 차단하지 않으면 이후에 그 범죄행위를 예방하는 것이 현저히 어려우므로, 제천시 보양읍 주민자치센터 앞마당에서 위 집회·시위에 참가하기 위하여 출발하려고 하는 행위를 제지한 이 사건 경찰관의 행위는, 비록 집회·시위 예정시간으로부터 약 5시간 30분 전에 그 예정장소로부터 약 150㎞ 떨어진 곳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 에 근거한 적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 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나아가, 피고인 2의 이 사건 상해, 공무집행방해 및 공용물건손상 행위는 상상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고 원심은 이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상상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는 수 죄 중 일부만이 유죄로 인정된 경우와 그 전부가 유죄로 인정된 경우와는 양형의 조건이 달라 선고형을 정함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공무집행방해죄에 관한 위와 같은 위법은 원심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고( 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도4490 판결 등 참조),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은 모두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나. 상해죄에 대하여

상해죄의 상해는 피해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폭행에 수반된 상처가 극히 경미한 것으로서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어서 자연적으로 치유되며 일상생활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상해죄의 상해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할 수 있을 터이나, 이는 폭행이 없어도 일상생활 중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상처와 같은 정도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그러한 정도를 넘는 상처가 폭행에 의하여 생긴 경우라면 상해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며, 피해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였는지는 객관적,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연령, 성별, 체격 등 신체, 정신상의 구체적 상태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4305 판결 , 대법원 2005. 5. 26. 선고 2005도1039 판결 등 참조).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 2가 배수로 뚜껑으로 경비차량 뒷유리창을 파손하여 그 유리조각을 튀기는 방법으로 경찰관 공소외인의 뒷머리 부위에 가한 약 14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후두부 찰과상이 상해죄의 상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상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이 부분 피고인 2의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은 결국 원심의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2.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피고인 1에게는 벌금형이 선고되었으므로,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는 사유는 적법한 상고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3. 결 론

그러므로 피고인 2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원심판결 중 위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며, 피고인 1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지형(재판장) 고현철 전수안 차한성(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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