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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창원지법 2016. 4. 7. 선고 2016노60 판결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상고[각공2016상,364]
판시사항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마약 투약에 관한 제보를 받고 영장 없이 피고인 주거지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들어가 수색한 끝에 피고인을 발견한 다음 피고인이 자백하자 긴급체포하였고, 그 후 피고인이 마약류취급자가 아님에도 메트암페타민을 투약하였다고 하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에 대한 긴급체포는 위법하고, 피고인의 자백은 증거능력이 인정되나 자백을 보강할 증거가 없어 자백을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마약 투약에 관한 제보를 받고 영장 없이 피고인 주거지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들어가 수색한 끝에 피고인을 발견한 다음 피고인이 자백하자 긴급체포하였고, 그 후 피고인이 마약류취급자가 아님에도 메트암페타민을 투약하였다고 하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추상적인 제보 내용만으로 피고인이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에 대한 긴급체포는 범죄혐의의 상당성과 긴급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위법하고, 피고인이 위법한 긴급체포 상태에서 벗어나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였음에도 다시 자발적으로 계속하여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한 점에 비추어 피고인의 자백은 증거능력이 인정되나 위법하게 수집되어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증거들을 제외하면 자백을 보강할 증거가 없어 자백을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김상현 외 1인

변 호 인

공익법무관 강근욱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에 대한 긴급체포는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체포이며, 수사기관이 피고인을 위법하게 체포한 상태에서 채뇨를 요구하여 제출받은 소변 및 그로부터 파생된 증거가 모두 위법수집증거이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피고인의 자백이 유일한 증거이고 이에 대한 보강증거가 없어 무죄가 선고되어야 함에도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4. 9. 24.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에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2015. 4. 30. 통영구치소에서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하였다.

피고인은 마약류취급자가 아님에도 2015. 7. 14. 19:00경 창원시 마산회원구 (주소 생략) ○○맨션 (동, 호수 생략) 피고인의 집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트암페타민(일명 ‘필로폰’이라고 한다) 약 0.03g을 일회용 주사기에 넣고 생수로 녹인 다음 왼팔에 주사하는 방법으로 투약하였다.

3.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관련 사실관계를 인정하였다.

1) 진해경찰서 수사과 소속 경찰관은 2015. 7. 15. 12:00 무렵 제보자로부터 ‘상습적으로 마약을 복용한 사람이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다시 자기 집에서 마약을 투약한다’는 취지의 제보를 받았다.

2) 경찰관은 위와 같이 제보를 받은 후 바로 피고인의 주거지 인근으로 이동하여 피고인이 주거지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확인한 후 먼발치에서 사진을 찍어 제보자에게 영상을 전송하여 동일인임을 확인하였다.

3) 경찰관은 피고인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여 경찰관임을 밝히고 만나자고 이야기하였으나(처음에는 경찰관임을 밝히지 않고 접촉사고가 났으니 나오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피고인은 집에 있지 않고 먼 곳에 있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하였다. 이후 경찰관이 다시 전화하였으나 피고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4) 경찰관은 피고인의 주거지로 가서 문을 두드렸으나 피고인은 자신의 집 안방 침대 밑에 누워 숨은 채 아무런 인기척을 내지 않으면서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5) 경찰관은 문의 잠금장치를 해제하여 강제로 문을 열고 피고인의 주거지로 들어가, 피고인의 주거지를 수색한 끝에 침대 밑에 숨어 있던 피고인을 발견하였고, 피고인은 필로폰을 투약하였다고 자백하였으며 자신의 좌측 팔뚝에 있던 주사흔도 확인시켜 주었다.

6) 경찰관은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면서 피고인을 긴급체포하였다.

7) 긴급체포된 상태에서 피고인은 소변 채취에 동의하였고 피고인의 소변에서는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왔다.

나. 원심은 위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① 피고인이 자신의 주거지 내에서 마약을 투약하였다는 제보가 있었고 피고인이 경찰관에게 자신의 소재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에 비추어 범죄의 소명이 있었다고 할 것이고, ② 피고인이 경찰관의 수사를 회피하려 하였던 점, 필로폰 투약은 중대한 범죄인바 경찰관이 자신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였다는 것을 인식한 이상 피고인에게는 도주할 동기나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점, 시일의 경과에 따라 피고인의 신체에서 증거가 소멸될 위험성도 농후한 점 등에 비추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 할 것이며, ③ 경찰관이 피고인을 긴급체포하기 위해서 피고인의 주거지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주거지 내에 들어간 행위 등도 피의자 수색을 위한 부수처분으로 영장주의 원칙이나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에 어긋나지 않으므로 피고인에 대한 긴급체포는 적법하다고 판단하였고, 판시 증거들을 근거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4. 당심의 판단

가. 긴급체포의 적법성 여부에 관한 판단

긴급체포는 영장주의 원칙에 대한 예외인 만큼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제1항 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하고,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긴급체포는 법적 근거에 의하지 아니한 영장 없는 체포로서 위법한 체포에 해당하는 것이고, 여기서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사후에 밝혀진 사정을 기초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하며, 이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 등 수사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나, 긴급체포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서도 그 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는 그 체포는 위법한 체포라 할 것이다(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0도5701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앞서 본 사실관계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에 대한 긴급체포는 범죄혐의의 상당성과 긴급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긴급체포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위법하다.

1) 만약 경찰관들이 영장 없이 피고인의 주거지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주거지 내에 들어간 행위를 긴급체포를 위한 부수처분으로 보지 않는다면 그러한 침입행위 자체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어 위법하고, 그에 연속하여 이루어진 긴급체포 역시 그 형식적 적법성을 불문하고 위법하게 될 것이다. 이와 달리 원심판시와 같이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주거지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그곳으로 들어간 행위를 긴급체포를 위한 부수처분으로 보는 이상, 이로써 일련의 과정을 이루는 신병확보절차인 긴급체포행위가 개시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심사할 ‘체포 당시의 상황'이란 ‘피고인을 체포하는 특정한 순간이나 시점’이 아니라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주거지에 강제로 들어갈 당시의 상황에 중점을 둔 일련의 전체적인 과정으로 판단함이 상당하다(이 사건과 같이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주거지에 강제로 들어가 피고인을 추궁하여 자백을 받아낸 후 피고인을 체포한 상황에서, 자백을 확보한 후 체포가 이루어진 시점만을 기준으로 범죄혐의의 상당성 등을 따진다면, 이는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는 증거를 결과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자이기만 하면 그에 대한 긴급체포를 위한 영장 없는 탐색적 수색이나 강제처분을 제한 없이 허용하고, 다시 그 결과에 근거한 긴급체포까지 별다른 제한 없이 허용하게 되는 것이므로, 미리 범죄혐의의 상당성 등을 소명하여 판사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체포·구속·압수·수색을 하도록 하는 사전영장주의 원칙을 형해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2) 피고인을 긴급체포한 경찰관인 원심 증인 공소외인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에 대한 제보 내용은 ‘마약을 상습적으로 복용을 한 사람이고, 출소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시 자기 집에서 마약을 투여한 사람이 있다’라는 것이고, 피고인에 대한 긴급체포서의 기재에 의하면, 그 제보 내용은 ‘필로폰 전과로 구속되었다가 올해 초순경 출소한 사람이 또다시 필로폰을 투약하고 동네를 활보하고 다닌다’는 것인데(소송기록 제16면), 이러한 추상적 제보 내용만으로는 피고인이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갑자기 피고인의 주거지를 찾아와 접촉사고를 가장하여 피고인을 유인하려다 실패하자 경찰관임을 밝히고 만나기를 요구하는 경찰관들을 만나주지 않고, 자신의 소재에 대해 거짓말을 한 피고인의 행동은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바가 아니므로, 그러한 행동이 피고인이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3) 원심 증인 공소외인의 진술에 의하면, 경찰관들은 실제 제보된 거주지에 피고인이 살고 있는지 등 제보의 정확성을 사전에 확인한 후 제보자를 불러 조사를 하기 위하여 피고인의 주거지를 방문하였던 것이므로, 그곳에서 피고인을 발견한 것은 당초 경찰관들이 예정하였던 상황일 뿐 피고인을 우연히 맞닥뜨려 긴급히 체포해야 할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먼발치에서 사진을 찍어 제보자로부터 피고인이 제보된 인물임을 확인하였고 피고인의 전화번호, 주거지 등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던 경찰관들로서는 당초 자신들의 계획대로 제보자를 조사하는 등으로 소명자료를 준비하여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되므로, 경찰관들이 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아 긴급성도 인정하기 어렵다.

나. 위법한 긴급체포를 기초로 수집된 증거들의 증거능력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라고 정하고 있다. 그에 따라 수사기관이 헌법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법원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때에는 먼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1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을 살피는 것은 물론, 나아가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9도526 판결 등 참조).

2) 현장사진의 증거능력

현장사진은 경찰관들이 피고인을 위법하게 긴급체포할 당시 수집한 증거물이므로 증거능력이 없다.

3) 아큐사인검사결과 사진 등 6매, 회보서의 증거능력

긴급체포된 상태에서 2015. 7. 15. 15:55경 채취된 피고인의 소변에 대하여는 기록상 피고인의 채취동의서(피고인의 무인)가 있을 뿐 이에 대하여 임의제출물로서의 압수조서나 압수물목록이 작성되어 있지 않다. ① 원심에서의 변호인의 주장과 같이 이를 형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에 따라 긴급체포된 자가 소유·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을 압수한 것이라고 본다면, 이에 대하여는 사후에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여 발부받은 바 없음에도 즉시 반환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인의 소변은 그 자체로 형사소송법 제217조 제2항 , 제3항 에 위반하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이고(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도11401 판결 참조), 소변에 대한 검사결과인 아큐사인검사결과 사진 등 6매, 회보서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쓸 수 없다. ② 한편 검사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의 소변을 임의제출물로 본다고 하더라도, 위법한 체포상태에서 마약 투약 혐의를 확인하기 위한 채뇨 요구가 이루어진 경우, 채뇨 요구를 위한 위법한 체포와 그에 이은 채뇨 요구는 마약 투약이라는 범죄행위에 대한 증거 수집을 위하여 연속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개별적으로 그 적법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아니하므로 그 일련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보아 위법한 채뇨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4도8404 판결 참조), 피고인의 소변은 피고인에 대한 위법한 긴급체포 상태로부터 시간적·장소적으로 단절되었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수집된 증거인데 그 사이에 위법한 체포상태에 의한 영향이 완전하게 배제되거나 피고인의 의사결정의 자유가 확실하게 보장되었다고 볼 만한 다른 사정이 개입되었음을 인정할 자료는 없으므로(피고인은 2015. 7. 17. 1차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가 긴급체포의 요건 미비를 사유로 판사에 의해 기각되었다), 비록 피고인으로부터 동의서를 받아 채취하였더라도 그것만으로 당초의 적법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된 것으로 평가할 수 없어, 소변에 대한 검사결과인 아큐사인검사결과 사진 등 6매, 회보서는 어느 모로 보나 유죄 인정의 증거로 쓸 수 없다.

다. 자백의 보강증거 유무에 관한 판단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자백하고 있고 위법한 긴급체포 상태에서 벗어나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였음에도 다시 자발적으로 계속하여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한 점에 비추어 피고인의 자백에는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그러나 위와 같이 위법하게 수집되어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증거들을 제외하면 자백을 보강할 증거가 없어(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긴급체포 당시 피고인이 마약 투약 사실을 시인하는 것을 들었다는 원심 증인 공소외인의 법정진술은 자백과 독립된 증거가치를 가지지 않으므로 보강증거가 될 수 없고, 긴급체포 당시 피고인의 거동에 대한 원심 증인 공소외인의 법정진술은 피고인의 필로폰 투약행위에 대한 보강증거가 되기에 부족하다), 피고인의 자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에 해당하므로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라.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함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제2항의 기재와 같은바, 이는 위 제4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의하여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성금석(재판장) 신성훈 현정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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