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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방법원 2020.7.2. 선고 2020노20 판결
재물손괴
사건

2020노20 재물손괴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송가형(기소), 이종민(공판)

원심판결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19. 12. 17. 선고 2019고정661 판결

판결선고

2020. 7. 2.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이 사건 아파트의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피해자가 부착한 이 사건 공고문이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및 감사에 대한 해임 투표의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어 이를 떼어낸 것이므로,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3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위 항소이유 주장과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설령 피해자가 이 사건 공고문을 부착한 행위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위 공고문을 임의로 떼어낸 행위는 그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을 결여한 것이고, 위 공고문을 즉시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될 만한 긴급한 상황에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1)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가 인정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도2389 판결 등 참조).

2)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원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3회에 걸쳐 피해자가 부착한 공고문을 임의로 떼어내어 피해자 소유의 재물을 손괴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따라서 원심판결에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이 사건 공고문은 피해자 소유의 재물에 해당한다. 피고인은 이 사건 공고문 중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의록 부분은 피해자 소유의 문서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는 피해자가 공고문 본문에 있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회의록 일부(1면)만을 복사하여 공고문에 첨부한 것이므로,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그 부분만 떼어내어 피해자의 소유가 아닌 것으로 볼 수는 없다.

②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이 사건 아파트의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사실, 이 사건 아파트의 일부 동대표들이 입주자대표회의 정기총회에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소장인 피해자에 대한 불신임 안건을 상정하였으나 부결되자, 2019. 6. 26.경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감사가 위 불신임 안건이 부결되는 데 앞장섰다는 등의 이유로 이들에 대한 해임요청서를 이 사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사실, 이 사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는 2019. 7. 8. 회의를 개최하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및 감사의 해임투표를 2019. 7. 22. 및 같은 달 23. 실시하고, 2019. 7. 9.부터 같은 달 15.까지 해임 발의안과 대상자들의 소명서를 아파트 엘리베이터 등에 함께 게시한다'는 내용을 의결한 사실, 그런데 피해자가 2019. 7. 15.경 'E'라는 제목의 이 사건 공고문을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의 벽면에 게시하였고, 이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하여 2019. 7. 19. 14:00까지 자진철거해 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전송하였으나, 피해자는 '이 사건 공고문은 관리주체가 입주민에게 사실을 알리기 위해 게시한 것으로 공정한 선거와는 무관하고 이를 훼손할 경우 법대로 처리하겠다'고 하면서 피고인의 요구를 거부한 사실, 이후 피고인이 원심 판시 범죄사실과 같이 피해자가 부착한 이 사건 공고문을 3회에 걸쳐 떼어낸 사실은 인정된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와 이 사건 공고문의 내용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규약, 이 사건 아파트의 선거관리규정 등에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및 감사의 해임투표 등의 선거에 관하여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게시물의 부착을 규제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고, 관계 법령과 위 관리규약에 의하면 아파트 내 게시물 부착에 관하여는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게시물에 관한 관리 업무가 관리사무소 소관인 것으로 규정되어 있는 점, ㉡ 이 사건 공고문은 피해자가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장으로서 관리사무소 및 소장의 업무에 관한 의혹을 해명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포함하고 있고 타인에 대한 비방이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은 찾기 어려운 점, ㉢ 피고인은 이 사건 아파트의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소집하여 피해자가 부착한 이 사건 공고문의 처리 등에 관한 논의를 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임의로 판단하여 이 사건 공고문을 떼어낸 점, ㉣ 피해자가 이 사건 공고문을 부착한 때로부터 투표일까지 약 5~7일의 시간이 있었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공고문 부착일로부터 4일 후인 2019. 7. 19.까지 자진철거하라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으므로 (증거기록 47쪽) 이 사건 공고문 부착 당일 즉시 피고인이 이 사건 공고문을 떼어내야 할 정도의 긴급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설령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공고문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감사의 해임투표 선거에 영향을 주거나 위 공고문에 첨부된 회의록에 이 사건 아파트 동대표들의 실명이 기재되어 있어 그들의 개인정보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이 이를 떼어낸 것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의 행위가 수단에서의 상당성, 긴급성, 보충성 등 정당행위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3.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의 객관적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선거 관리 목적이 아닌 개인적인 이익을 위하여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하고, 그 위법성의 인식 정도가 미약하였던 것으로 인정되는 점, 피고인이 아무런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아파트 관리소장인 피해자가 부착한 공고문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임의로 떼어낸 것으로서, 이와 같은 행위는 공고문의 내용이나 부착 장소를 떠나 입주자대표회의 및 선거관리위원회, 관리사무소 사이의 추가적인 분쟁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어서 그 죄책이 가볍다고만은 볼 수 없는 점, 범행이 1회에 그치지 아니한 점, 피고인이 진지하게 자신이 잘못한 부분을 반성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경력,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형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김형식

판사 박지은

판사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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