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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5. 11. 24. 선고 2005도7481 판결
[사기][미간행]
판시사항

[1] 사기죄에 있어서 편취범의에 대한 판단 기준 및 거래물품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에 있어서 편취범의의 판단 기준시점(=거래 당시)

[2] 피고인이 거래 당시 물품대금을 변제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하여 물품대금 상당액을 편취하였다는 내용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3] 사기죄의 성립요건 및 물품 편취에 의한 사기죄가 성립한 경우에 그 물품대금 채무를 변제하지 아니한 행위가 별도로 재산상 이익 편취에 의한 사기죄를 구성하는지 여부(한정 적극)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정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의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상세 주소 생략에서 ‘패널9트레이딩’이라는 상호로 스포츠용품 도매업을 운영하는 자인바, 사실은 은행대출금채무와 거래업체에 대한 미지급채무 등이 합계 3억 6,600만 원(또는 5억 3천만 원)에 이르러 피해자들로부터 스노우보드 장비 등 스포츠용품을 할인받아 납품받더라도 그 대금을 기일 내에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들로부터 스포츠용품을 납품받고 그 대금을 제때에 지급하지 않는 등으로 그 대금 상당액을 편취하기로 마음먹고,

(1) 2003. 9. 2. 시간불상경 서울 (상세 주소 생략 소재 피해자 공소외 1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산바다 사무실에서 공소외 1에게 스노우보드 장비 일체를 할인하여 납품해 주면 이를 판매하여 매월 말일에 결제하여 주겠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공소외 1로부터 즉석에서 스노우보드 장비 일체 3,146,000원 상당을 납품받고서도 그 대금을 변제하지 않고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같은 해 10. 30.까지 8회에 걸쳐 1억 46,445,250원 상당을 납품받고서도 그 대금조로 63,827,150원 상당만 입금하거나 반품하고, 나머지 합계 64,681,660원 상당을 변제하지 않아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2) 2003. 9. 19. 시간불상경 서울 강남구 논현동 63-9 소재 피해자 공소외 2의 주식회사 플러스투 사무실에서 공소외 2에게 ‘스노우보드 장비 일체를 할인하여 납품해 주면 이를 판매하여 금년 12. 30.까지 그 대금을 전액 결제하여 주겠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공소외 2로부터 즉석에서 686 스노우보드 의류 35,914,450원 상당을 납품받고서도 그 대금을 변제하지 않고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같은 해 12. 12.까지 11회에 걸쳐 70,710,200원 상당을 납품받고서도 그 대금조로 5,430,650원 상당만 입금하거나 반품하고, 나머지 65,279,550원 상당을 변제하지 않아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3) 2003. 9. 27. 피고인 운영의 위 ‘패널9트레이딩’ 가게에서, 피해자 공소외 3에게 ‘스노우보드 장비 일체를 할인하여 납품해주면 이를 판매하여 납품받은 날로부터 3-4개월 안에 물품대금 전부를 결제해 주겠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공소외 3으로부터 같은 날 스노우보드 장비 일체 8,736,000원 상당을 납품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04. 1. 29.까지 사이에 14회에 걸쳐 합계 2억 39,001,000원 상당을 납품받고서도 그 대금으로 5,000만 원을 입금하고 60,501,000원 상당을 반품하여 나머지 1억 2,850만 원 상당을 변제하지 않아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제1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 특히 제1심증인 공소외 4, 공소외 5의 제1심 법정에서의 각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스노우보드 장비 등을 납품하는 업체들에 대한 채무 및 대출금이 수억 원에 이르러 피해자들로부터 스노우보드 장비 등 스포츠용품을 할인받아 납품하더라도 그 대금을 기일 내에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로부터 위 물품 등을 납품받고 약속한 기일 내에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고 ( 대법원 1998. 1. 20. 선고 97도2630 판결 , 2004. 12. 10. 선고 2004도3515 판결 등 참조), 물품거래 관계에 있어서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피고인에게 납품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에게 납품대금을 변제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로부터 물품 등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므로, 납품 후 경제사정 등의 변화로 납품대금을 변제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여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526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피고인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및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물품거래 당시 피고인에게는 주택 전세금 8,000만 원, 압구정매장의 임차보증금 2,000만 원, 안산 소재 곱창집의 임차보증금 4,000만 원, 동대문매장의 임차보증금 1억 원, 피고인 명의 통장 잔고 5,000만 원, 재고물품대금 1억 5,000만 원 합계 4억 4,000만 원의 재산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주택 및 압구정매장과 동대문매장 점포에 관한 각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고 있는 반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언급하고 있는 거래업체에 대한 미지급채무는 대부분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나타난 피해자들에 대한 물품대금채무이거나 이 사건 물품 거래 이후에 주식회사 에이치엠홀딩스 등 다른 업체와의 물품거래로 인하여 발생한 물품대금채무일 뿐이어서 피고인이 이 사건 거래 당시 물품대금을 변제할 능력이 없었던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한편 피고인이 물품을 납품받을 당시 변제할 의사가 없었는지에 관하여도,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과 피해자들 중 공소외 1이 대표이사로 있는 주식회사 산바다와 공소외 2가 대표이사로 있는 주식회사 플러스투와 사이에는 이 사건 거래 이전인 2002년 가을경에도 같은 종류의 물품을 같은 방식으로 거래하여 그 물품대금이 정상적으로 모두 결제된 바 있고, 또한 이 사건 물품거래에 있어서도 피고인은 주식회사 산바다에게는 물품대금 중 1,500만 원을 지급하고 63,827,150원 상당의 물품을 반품한 바 있고, 주식회사 플러스투에게는 물품대금 중 500만 원을 지급하고 430,650원 상당의 물품을 반품한 바 있으며, 공소외 3이 대표이사로 있는 주식회사 케이에스양행에게는 물품대금 중 5,000만 원을 지급하고 60,286,500원 상당의 물품을 반품한 바 있는 등 피고인에게 그 물품대금을 변제할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있다(원심은 이 사건 피해자를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 개인으로 보았으나,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1은 주식회사 산바다, 공소외 2는 주식회사 플러스투의 각 대표이사이고, 공소외 3은 주식회사 케이에스양행이 피고인과 이 사건 물품거래를 한 후에 취임한 대표이사로서, 피고인은 위 각 회사들과 이 사건 물품거래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를 인정할 객관적인 사정들에 관하여 좀더 세밀히 심리하여 본 다음 피고인에게 과연 위 물품 공급 당시에 편취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거시 증거만으로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여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편취의 범의에 관하여 채증법칙을 위반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나. 그리고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서,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기망행위와 피기망자의 착오 및 재산적 처분행위가 있어야 하고 이들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할 것이며 ( 대법원 2000. 6. 27. 선고 2000도1155 판결 등 참조), 한편 일반적으로 물품거래 관계에 있어서 물품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를 기망하여 물품을 공급받는 경우 피해자의 착오에 의한 재산적 처분행위는 물품의 교부로서 이로써 재물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하고, 그 이후에 물품대금채무를 변제하지 아니한 것은 채무불이행에 불과하여 별도로 재산상 이익을 편취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며, 다만 또다른 기망 행위에 의하여 그 채무변제의 유예를 받거나 채무를 면제받은 경우 등 피해자의 별개의 처분행위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재산상 이익 편취에 의한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편취의 대상이 재물인 스포츠용품인지 아니면 물품대금 미변제로 인한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득인지 그 자체로 명확하다고 할 수 없으나, 이를 물품대금 미변제로 인한 재산상 이득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당초부터 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물품을 교부받은 것이라면 물품을 교부받은 때에 그 물품 편취에 의한 사기죄가 성립하고 그 후에 대금을 변제하지 아니한 행위는 별도로 재산상 이득 편취에 의한 사기죄를 구성한다고는 볼 수 없으며, 그렇지 아니하고 물품을 교부받은 후에 비로소 편취의 범의가 생긴 것이라면, 그 대금 미변제와 관련하여 별도로 피고인의 기망행위와 피해자들의 착오로 인한 처분행위가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이 역시 채무불이행에 불과하여 재산상 이득 편취에 의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는 할 수 없는바,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재물인 스포츠용품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것인지, 아니면 변제하지 아니한 물품대금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여 이를 편취하였다는 것인지를 명확히 하고, 나아가 피고인의 기망행위와 피해자들의 착오 및 재산상 처분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살폈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이 점에서도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사기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강신욱(재판장) 손지열 고현철(주심) 김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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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서부지방법원 2005.9.15.선고 2005노4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