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거래물품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에 있어서 편취 범의의 판단 기준시점(=거래 당시)
[2] 일시적인 자금 압박으로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피고인에게 거래 당시부터 편취 범의가 있었다고 보아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거래물품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피고인에게 납품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에게 납품대금을 변제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로부터 물품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므로 납품 후 경제사정 등의 변화로 납품대금을 일시 변제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여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 계속적인 물품거래 도중 일시적인 자금 압박으로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에 불과한 피고인에게 거래 당시부터 편취 범의가 있었다고 보아 사기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그의 형인 공소외 1이 운영하는 한양당의 영업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1999. 5. 말 무렵부터 한양당이 별도의 공장을 설립함에 따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게 되어 자금의 압박을 받고 있어 공소외 1으로부터 일본산 향을 취급하지 말라는 명시적인 지시를 받았으므로 그 무렵부터는 일본산 향을 취급하고 있던 피해자 김정렬로부터 일본산 향을 구입하더라도 정상적으로 그 대금을 결제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거짓말을 하여 물품을 편취하기로 마음먹고, 1999. 5. 26. 피해자가 운영하는 자향당에서 '일본산 향을 외상으로 주면 2달 내에 반드시 그 대금을 지급하겠다.'고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그 날 30만 원 상당의 일본산 향을 납품받고 그 해 6. 24. 3,458,000원 상당, 그 해 7. 8. 2,448,000원 상당, 그 해 7. 24. 1,125만 원 상당과 120만 원 상당 합계 17,276,000원 상당을 납품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를 마친 증거들에 의하여, 한양당은 향의 제조, 판매업을 하는 회사로서 명의상 대표는 공소외 2이나 실제의 업주는 공소외 1이고, 피고인은 그 동생으로서 영업을 담당하였던 사실, 한양당은 1995. 무렵부터 피해자가 운영하던 자향당으로부터 일본산 향을 도매로 구입하여 타에 소매로 판매하는 등으로 자향당과 거래를 해 왔으나 1997. 말에 그 거래가 중단되었던 사실, 그 후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일본산 향을 취급하지 말라고 지시하였음에도 피고인은 1998. 4. 무렵 자신의 영업실적을 올리기 위하여 개인적으로 자향당과의 사이에 일본산 향의 거래를 재개한 사실, 한양당은 1999. 3.경부터 공장 이전을 위한 준비를 하였는데, 그 해 5. 무렵부터는 위와 같은 공장 이전을 위한 자금의 지출 및 향 판매 실적의 저조로 인하여 회사의 재정상태가 어려워지게 되자 주거래 은행인 국민은행으로부터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 사용한 사실, 한양당의 국민은행 통장의 잔고는 1999. 5.경부터 같은 해 8.까지 적자를 면하지 못하였던 사실, 이 사건 납품 당시 피고인의 재산으로는 시가 30,000,000원 상당의 천안시 직산면 부송리 소재 아파트 104호가 있었으나, 그 부동산에는 근저당권자 씨티은행, 채권최고액 20,800,000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던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일본산 향의 거래 경위, 당시 한양당 및 피고인의 재산상태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일본산 향을 납품받을 당시 피고인에게는 그 향의 대금을 변제할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나아가, 이 사건 일본산 향의 거래는 한양당이 아닌 피고인 개인과 자향당 사이의 거래에 불과할 뿐 아니라, 그 당시 한양당은 공장 이전을 위한 자금의 지출로 재정상태가 어려워져 한양당의 재산이 피고인이 구입한 이 사건 일본산 향의 대금을 지급하는 데에 사용되어 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려웠다고 보아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일본산 향의 대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3. 이 법원의 판단
가. 원심은 피고인이 그의 형인 공소외 1이 운영하던 한양당과는 관계없이 개인적으로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일본산 향을 납품받았음을 전제로 하여 그 당시 피고인의 재산상태에 비추어 보아 피고인에게는 그 대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하였으나 그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수긍되지 아니한다.
기록에 의하니, 피고인은 검찰에서 피의자로 조사받으면서 이 사건 일본산 향의 거래는 한양당과 관계없이 개인적으로 한 거래라고 진술하였던 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기록 중의 증거들에 의하니, 원래 피고인의 아버지가 한양당이라는 상호로 국산향을 제조하여 판매하는 사업을 하여 왔는데 피고인의 아버지가 사망하게 되자 피고인의 형인 공소외 1은 한양당의 사장으로서 국산향의 제조와 연구를 담당하고, 피고인은 영업이사로서 한양당의 영업을 전담하여 온 사실, 피고인은 차량에 국산향과 일본산 향을 싣고 전국의 거래처를 돌아다니면서 영업을 하여 왔고, 그 과정에서 거래처에 돈을 보내라고 하면 한양당의 경리를 맡고 있던 공소외 1의 처인 공소외 2가 피고인의 요구에 따라 거래처에 돈을 입금시켜 온 사실,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일본산 향을 납품받아 오던 중 이 사건 거래 이후에도 계속하여 공소외 2에게 피해자에 대한 일본산 향의 대금을 지급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고, 공소외 2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일본산 향의 거래를 한 사실을 알면서도 1999. 5. 27. 3,225,000원, 그 해 6. 12. 800만 원, 그 해 7. 7. 600만 원, 그 해 7. 24. 300만 원을 피해자에게 그 대금으로 지급한 사실, 공소외 1은 피해자와의 일본산 향의 거래가 종료되고 난 후 1999. 8. 무렵부터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피고인이 구입한 일본산 향의 대금을 감액하여 달라고 하다가 1999. 9. 28.에는 피해자측에게 그 동안 피해자로부터 납품받은 일본산 향의 수입가격에 변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하였으므로 한양당의 세무 보고 이전에 납득할 수 있는 제품인상요인에 대한 자료를 보내주고 그 동안 거래한 일본산 향의 대금을 정산하자는 통지를 보낸 사실, 피고인은 검찰에서 조사받으면서 피해자와 일본산 향의 거래를 하여 오던 중 공소외 1으로부터 피해자에게서 일본산 향을 구입하여 판매하지 말고 한양당에서 생산하는 국산향만을 판매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영업을 담당하는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일본산 향과 국산향을 함께 찾는 거래처가 있어 일본산 향을 가지고 다니지 아니하면 한양당에서 생산한 향도 팔기 어려워 공소외 1의 지시를 무시하고 계속하여 피해자로부터 일본산 향을 구입하여 거래처에 판매하였는데 1999. 7. 무렵 공소외 1이 다시 일본산 향을 더 이상 거래하지 말라고 하여 그 때부터 피해자와 더 이상 거래를 하지 아니하였다고도 진술하였던 사실을 알 수 있다.
그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한양당을 형인 공소외 1과 공동으로 운영하였거나 아니더라도 공소외 1으로부터 한양당의 영업을 전적으로 위임받아 한양당의 영업을 담당하여 왔고, 피해자와의 일본산 향 거래 역시 피고인이 담당하고 있던 한양당의 영업과 관련하여 부수적으로 수행한 것으로서 이는 한양당과 피해자간의 거래라고 할 것이지 피고인의 개인적인 거래라고 볼 수 없으며, 피고인이 검찰에서 이 사건 일본산 향의 거래를 피고인 개인의 거래라고 진술한 것은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과 공소외 1을 사기죄의 공범으로 고소하자 형인 공소외 1으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공소외 1에게 유리하도록 허위로 진술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원심이 피해자와의 이 사건 일본산 향의 거래가 피고인의 개인적인 거래에 해당함을 전제로 피고인 개인의 재산상태를 기준으로 그 당시 이 사건 일본산 향의 대금을 지급할 능력의 유무를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할 것이다.
나. 거래물품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피고인에게 납품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에게 납품대금을 변제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로부터 물품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므로 납품 후 경제사정 등의 변화로 납품대금을 일시 변제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여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 대법원 1998. 3. 10. 선고 98도180 판결 , 1999. 7. 23. 선고 99도1682 판결 등 참조).
위의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피고인이 피해자와 이 사건 일본산 향의 거래를 할 당시 피고인에게는 피해자로부터 일본산 향을 납품받더라도 그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납품대금을 지급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물품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다고 본 것은 수긍되지 아니한다.
우선, 원심이 들고 있는 증거들을 모두 살펴보아도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의 일시에 피해자로부터 일본산 향을 납품받을 당시 피고인에게 그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에게 거짓말을 하여 물품을 편취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기록 중의 증거들에 의하니, 원래 피고인의 아버지가 한양당이란 상호로 향을 제조하여 판매하여 왔는데, 피고인의 아버지가 사망하게 되자 피고인과 그의 형인 공소외 1이 한양당을 가업으로 이어받아 운영하여 온 사실, 한양당은 피해자가 운영하던 자향당과 1995. 무렵부터 일본산 향의 거래를 하여 오던 중 1997. 12. 말에 이르러 거래를 중단하였는데 그 때까지의 거래대금이 모두 결제된 사실, 한양당은 1998. 4. 무렵 다시 자향당과의 거래를 재개하여 그 후 계속하여 거래를 하여 왔는데,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일본산 향을 제외한 나머지 향의 대금을 거의 다 지급한 사실, 공소외 1은 1999. 무렵 한양당의 공장을 이전하기로 계획하고, 그 해 9. 무렵 국민은행으로부터 2억 원을 대출받아 그 돈으로 다른 공장을 인수하여 그 해 10. 무렵 한양당의 공장을 이전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자금이 많이 들어가 한양당의 자금사정이 일시적으로 악화된 사실,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일본산 향을 납품받을 당시 한양당의 거래처가 여러 군데이었을 뿐 아니라, 그 거래처로부터 받지 못한 미수대금이 4,000만 원을 상회하고 있었던 사실, 또한, 이 사건 일본향의 납품 당시 한양당의 사장인 공소외 1에게는 시가가 1억 원을 넘은 아파트가 있었으며, 한양당이 세무서에 제출한 대차대조표에는 한양당의 자산이 1998. 12. 31. 현재 1억 여 원, 1999. 12. 31. 현재 1억 3,000여 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 이 사건 일본산 향의 거래 이후에도 공소외 2는 피고인의 요청에 따라 피해자에게 1999. 5. 27. 3,225,000원, 그 해 6. 12. 800만 원, 그 해 7. 7. 600만 원, 그 해 7. 24. 300만 원을 계속하여 지급한 사실, 한편 공소외 1은 피고인으로 하여금 피해자와의 거래를 종결하도록 한 다음 피해자에게 일본산 향의 납품단가가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납품단가의 인상요인을 밝혀달라고 하면서 납품대금의 지급을 거절하였고, 이에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가 도중에 납품대금의 일부를 감액하는 것으로 하여 피고인측과 화해를 한 사실, 피해자도 검찰에서 피고인은 그의 아버지가 생존하였을 때부터 한양당이라는 상호로 향을 제조하여 팔아왔고, 피고인의 아버지가 사망한 후에는 그의 아들인 공소외 1과 피고인이 한양당을 공동으로 운영하였으며, 자신이 운영하는 자향당과 거래를 하면서 외상대금을 잘 갚아 신용이 좋은 편이었는데, 1999. 7.경부터 외상대금을 갚지 않고 있으나, 공소외 1이 1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고, 피해자가 이를 가압류하여 두어 외상대금을 받는 데에 별 지장이 없다고 진술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한양당은 이 사건 일본산 향의 거래 이후 공장의 이전과 관련하여 자금 수요가 많아져 일시적으로 자금 압박을 받아 이 사건 일본산 향의 대금을 일시 지급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일 뿐이고, 한양당의 영업을 담당한 피고인이 그 거래 당시 그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에게 대금을 곧 지급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이 사건 일본산 향을 피해자로부터 편취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다. 그럼에도 견해를 달리한 나머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일본산 향을 주문하여 납품받을 당시 피고인에게는 그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를 속이고 물품을 납품받아 이를 편취하고자 하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증거법칙을 위법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사기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으며,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인의 주장은 정당하기에 이 법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인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더욱 심리한 후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에 쓴 바와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