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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도3775 판결
[사기][미간행]
판시사항

거래물품 편취에 의한 사기죄에서 ‘편취의 범의’를 판단하는 기준 / 물품거래관계에서 물품을 공급받는 자가 물품대금 마련방법에 관하여 상대방에게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고지하여 물품을 공급받은 경우, 사기죄의 성립 여부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피해자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피해자 회사’라고 한다)에 대한 사기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피고인 운영의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2 회사’라고 한다)는 실제로 공소외 3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3 회사’라고 한다)에 2009. 2.경부터, 공소외 4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4 회사’라고 한다)에 2009. 9.경부터 청과류를 납품하는 회사인 점, 피고인이 영위하는 위 사업 자체가 허황되거나 불가능한 것이 아닌 점, 청과물의 경우 공산품과는 달리 생산지의 기후, 계절의 변화 등의 상황에 따라 수시로 가격 변동이 발생할 수 있는 특수성이 있어,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에는 피해자 회사로부터 높은 가격으로 토마토 등을 공급받아 공소외 4 회사에 그보다 낮은 가격으로 납품하여 적자가 발생하는 상황이더라도 토마토 업체의 공급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봄, 여름경에는 공소외 2 회사에 수익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피고인이 공소외 4 회사와 거래기간 동안 고정 가격(연간 견적가격)으로 납품하기로 한 것과는 달리 공소외 3 회사와는 납품 가격을 고정 가격으로 정한 바는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이 발생한 시기는 2009. 12. 22.경부터 2010. 1. 30.까지 1개월 정도에 불과한 점, 위 시기의 가락시장 기준 방울토마토 가격은 5㎏당 23,000원 내지 25,000원 정도에, 토마토 가격은 5㎏당 20,000원 내지 24,000원 정도에 이르렀으나, 피고인이 위 대형마트에 납품을 개시한 2009. 9.경부터 2009. 11.경까지의 방울토마토 가격은 5㎏당 5,000원 내지 21,000원 정도이고, 토마토 가격은 5㎏당 10,000원 내지 21,000원 정도로 그보다 낮은 가격인 점, 피해자 회사는 가락시장에서 청과물 도·소매업, 청과물 중개업 등을 영위하는 업체로서, 그 사업 내용과 경험에 비추어 계절에 따른 청과물의 가격 변동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의 위 대형마트에 대한 청과물 납품 관계에 대하여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공소외 2 회사의 채권자 공소외 5 주식회사가 2010. 1. 26. 공소외 2 회사의 공소외 4 회사 등에 대한 거래대금 채권에 관하여 가압류를 신청함에 따라 그 무렵부터 피고인의 자금상황이 경색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공소외 2 회사는 2010. 4.말경 부가가치세 미납 등에 따라 논산세무서로부터 직권 폐업조치 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애초부터 편취의 범의를 가지고 피해자 회사로부터 토마토 등을 납품받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고, 그 범의는 확정적인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로도 족하며, 특히 물품거래관계에서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피고인에게 물품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에게 물품대금을 변제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로부터 물품 등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10416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물품거래관계에서 물품을 공급받는 자가 물품대금을 마련할 방법에 관하여 상대방에게 사실대로 고지하였더라면 상대방이 물품을 공급하지 않았을 경우에 물품대금의 마련방법에 관하여 상대방에게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고지하여 물품을 공급받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 ( 대법원 2005. 9. 15. 선고 2003도5382 판결 등 참조).

나.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2008. 1. 2.경부터 2010. 4.경까지 공소외 2 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다.

2) 공소외 2 회사는 2009. 2.경부터 공소외 3 회사에, 2009. 9.경부터 공소외 4 회사에 방울토마토 등의 청과물을 공급하였다.

3) 피고인은 2009. 12. 22.경 피해자 회사의 이사 공소외 6에게 ‘공소외 2 회사가 공소외 4 회사와 공소외 3 회사에 청과물을 공급하는데, 위 거래처에서 대금을 받으면 곧바로 피해자 회사에 청과물 대금을 결제하겠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4) 그에 따라 공소외 2 회사는 2009. 12. 22.경부터 2010. 1. 30.까지 15회에 걸쳐 피해자 회사로부터 합계 267,412,000원 상당의 방울토마토 등 청과물을 공급받아 공소외 4 회사와 공소외 3 회사에 공급하였다.

5) 공소외 2 회사는 공소외 3 회사로부터 2010. 1. 11. 22,760,800원, 2010. 1. 18. 25,353,089원, 공소외 4 회사로부터 2010. 1. 15. 116,218,700원 등 합계 164,332,589원을 받았음에도 피해자 회사에 청과물 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기존에 청과물을 공급한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물품대금 채무의 변제, 직원에 대한 임금 지급 등으로 모두 사용하였다.

6) 피고인은, 공소외 2 회사가 위와 같이 공급받은 청과물 중 2009. 12. 22.경부터 2009. 12. 31.까지 6회에 걸쳐 공급받은 청과물의 대금 1억 2,200여 만 원에 관하여 2010. 1. 2.까지 피해자 회사에 변제하기로 약정하였으나, 제때 변제하지 못하였고, 2010. 1. 7.까지로 변제기를 연장하였으나, 역시 변제하지 못하였다.

7) 피고인은 2010. 1. 26. 피해자 회사에, ‘2010. 1. 20.까지 공급받은 청과물의 대금 2억 1,000만 원을 2010. 2. 16.까지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지불각서를 작성하여 주었고, 2010. 1. 31. 피해자 회사에, ‘2010. 1. 29.부터 2010. 1. 30.까지 공급받은 청과물의 대금 2,000만 원을 2010. 2. 2.까지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지불각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8) 공소외 2 회사가 피해자 회사로부터 처음 청과물을 공급받은 2009. 12. 22.경 공소외 2 회사는 기존에 청과물을 공급한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채무액이 약 3억 2,000만 원에 이르렀고, 공소외 2 회사가 위 채권자들에게 청과물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여 거래가 중단된 상태이었다.

9) 공소외 2 회사에 대한 채권자 중 공소외 5 주식회사는 2010. 1. 22. 공소외 2 회사에 물품대금 63,951,000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2010. 1. 26.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위 금액을 청구금액으로 하여 공소외 2 회사의 공소외 4 회사, 공소외 3 회사에 대한 물품대금 채권에 관하여 채권가압류신청을 하여 그 무렵 위 법원으로부터 채권가압류결정을 받았다.

10) 공소외 2 회사는 2010. 4.경 부도가 났다.

다. 앞서 본 법리와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인이 청과물 대금을 마련할 방법과 변제 시기 등에 관하여 피해자 회사를 기망한 내용,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로부터 청과물을 처음 공급받을 당시의 변제 자력이나 그 이후의 채무 이행 정도와 노력 등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의 이사 공소외 6을 기망하여 피해자 회사로부터 청과물을 편취할 의사가 있었고, 피해자 회사는 피고인의 거짓말에 속아 피고인이 운영하는 공소외 2 회사가 피해자 회사로부터 공급받은 청과물을 공소외 4 회사, 공소외 3 회사에 공급하고 받은 대금으로 곧바로 피해자 회사에 변제할 것으로 믿고서 청과물을 공급하였다고 할 것이며,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기죄의 편취의 범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민일영 박보영(주심)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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