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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998. 9. 15. 선고 97나4458 판결 : 상고
[소유권이전등기 ][하집1998-2, 220]
판시사항

토지거래규제지역 지정 해제 후 해제 전 거래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의 요부(소극)

판결요지

투기거래의 방지라는 행정 목적이 불필요해졌거나, 다른 행정적 필요에 의해 그와 같은 규제를 거두어 들이려는 의도 아래에 행정청이 위와 같은 규제지역 지정을 해제하였다면, 그 지정 해제 전의 거래라 하더라도 아직 확정적으로 무효로 되지 아니한 채 유동적인 상태에 있는 거래행위도 새삼 토지거래허가를 받을 필요 없이 그 지정 해제로써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확정적으로 유효하게 되었다고 보아야 하는데, 왜냐하면, 제한되어 있던 국민의 자유가 회복되었다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그 회복 전에 있었던 행위에 대하여도 가능한 범위 안에서 회복 후의 법리를 적용함으로써 국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민주주의 법 원칙에 맞는 것이라 할 것이고, 나아가 행정청의 토지거래규제지역의 지정 해제가 위와 같은 취지인 이상 거래행위가 지정 해제 이전에 이루어졌다고 하여 규제의 필요성이 없어진 지금에 와서 새삼 과거의 상황을 기준으로 하여 허가 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무의미할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당사자 사이의 자유로운 의사 합치에 의해 거래행위 일자를 지정해제 이후의 날짜로 가장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한 이상 그 실효성을 보장하기도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원고, 항소인

김창수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성래)

피고, 피항소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병옥)

원심판결

서울지법 1996. 11. 22. 선고 95가합7715 판결

주문

1. 당심에서 교환적으로 변경된 청구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별지목록 기재 제1부동산 중 3,642분의 1,392 지분 및 같은 목록 기재 제5부동산에 관하여 각 1990. 10. 30.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주위적 청구 및 이에 대한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제1, 2심 모두 이를 3분하여 그 1은 원고의, 나머지는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주위적으로 별지목록 기재 각 부동산에 관하여 1990. 10. 30.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예비적으로 별지목록 기재 제1 내지 4부동산에 관하여 같은 날 매매를 원인으로 한 토지거래허가신청절차를 각 이행하라(원고는 당심에서 별지목록 기재 부동산에 관하여 1991. 1. 20. 매매를 원인으로 하는 종전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에서 위 청구로 교환적으로 변경하고, 일부 부동산에 관한 소는 이를 취하하였다).

이유

1. 인정 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내지 3, 갑 제4호증의 1, 2, 갑 제5호증의 1 내지 7, 갑 제8호증, 갑 제10호증의 1, 갑 제36호증, 을 제1호증, 을 제2호증의 2 내지 4, 6, 7, 8, 을 제11호증의 1, 2, 변론의 전취지에 의하여 소외 1에 의해 임의로 작성된 것임이 인정되는 갑 제3, 12호증의 각 기재(다만 뒤에서 배척되는 갑 제3호증의 일부 기재 제외)와 원심 및 당심 증인 소외 1, 권영숙의 각 일부 증언(다만 뒤에서 배척되는 각 일부 증언 제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일부 배치되는 듯한 갑 제3호증의 일부 기재만으로는 뒤에 보는 바와 같이 이를 달리 하기 어려우며 다른 반증 없다.

가. 원고를 대리한 원고의 처 소외 권영숙은 1990. 10. 30. 부재자인 피고의 법정대리인인 소외 2로부터 위임을 받았다고 자처하는 1과 사이에, 원고가 피고로부터 경기 김포읍 장기리 (지번 생략) 임야 3,672㎡와 같은 리 (지번 생략) 대 260㎡, 같은 리 (지번 생략) 전 744㎡(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고 한다)를 도합 금 180,000,000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다만 위 계약 당시 뒤에 보는 바와 같이 위 소외 1은 권영숙에게, 자신이 위 소외 2로부터 이 사건 토지 등을 비롯한 피고 소유의 토지 일체를 매도할 대리권을 위임받았는데, 그 자신도 그 기회에 피고의 토지 일부를 매수하겠다고 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 3필지를, 소외 1은 같은 리 (지번 생략) 잡종지 7,021㎡, 같은 번지의 (지번 생략) 잡종지 617㎡, 같은 리 (지번 생략) 전 1,243㎡, 같은 군 양촌면 (지번 생략) 임야 1단 6무보 등 4필지를 각 매수하기로 하되, 계약서는 원고가 모두 매수하는 양 한 장으로 작성하자고 제의하였고, 이에 따라 매매계약서는 원고가 피고로부터 위 7필지 전체를 금 225,000,000원에 매수하는 내용으로 작성되었다(갑 제12호증, 을 제2호증의 11, 을 제4호증도 같다).

그런데 그 뒤 권영숙이 사우디국에 체류하고 있는 원고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매매계약 체결 사실을 알리면서 매매계약서를 송부하자 원고는, 매매계약서상 그가 매수한 토지가 분명하게 표시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권영숙에게 이를 명확하게 하는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라고 지시하였다. 권영숙은 이에 따라 소외 1에게 새 계약서 작성을 요구하여 쌍방은 1991. 1. 20. 매매목적물을 이 사건 부동산으로, 매매대금을 180,000,000원으로 명백히 한 매매계약서를 다시 작성하였다{갑 제3호증, 다만 그 계약서에는 매도인이 소외 1로 기재되어 있고, 그 내용도 위 소외 1이 피고 재산관리인으로부터 위 부동산을 매수하여 그 명의로 이전등기를 마친 다음 원고가 지정하는 사람에게 등기를 경료하여 주는 것처럼 기재되어 있으며, 피고는 이를 근거로 위 계약서는 소외 1이 피고로부터 위 부동산들을 매수한 뒤 그 중 이 사건 부동산을 원고에게 다시 전매하였음을 뒷받침하는 것이지 피고 재산관리인을 대리하여 직접 피고로부터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하였음을 입증하는 자료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나, 뒤 2의 다의 (1)항에서 보는 각 증거에 의하면 권영숙은 매매계약서를 다시 작성할 무렵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 사건 부동산이 소외 3 명의로 등기되어 있고, 피고 재산관리인이 소외 3 등을 상대로 소송중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아래 나.항 설시 참조) 소외 1이 그 모든 문제를 책임지고 원고에게 이전등기를 경료해 준다는 취지에서 매도인 표시를 소외 1로 하여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음이 인정되므로 피고 주장과 같이 볼 것이 아니다}.

나. 원래 이 사건 부동산은 모두 소외 4의 소유였는데, 위 소외 4가 1945. 10. 15. 당시 9세 남짓밖에 안된 어린 딸인 피고만을 남겨둔 채 사망하고 피고마저 행방불명이 되자, 피고의 당숙인 소외 5가 피고의 적법한 법정대리인 자격을 갖고 있지 못하면서도 후견인의 자격을 내세워 1950. 4. 6.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자신의 아들인 소외 3의 명의로 바꾸어 놓았고, 이에 터잡아 1981. 5. 30.에는 소외 장영철 앞으로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경료해 주었다.

그러자 위 소외 3의 동생인 소외 2(이하 피고 재산관리인이라고만 한다)가 1990. 6. 26. 서울가정법원에서 피고의 부재자 재산관리인으로 선임된 후, 위 소외 3과 장영철을 상대로 위 각 부동산에 관하여 경료된 위 소유권이전등기 및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의 각 말소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종국적으로 승소판결을 받았다{1991. 7. 26. 서울지방법원의 제1심에서는 피고(위 소송에서는 원고)가 패소하였으나, 1992. 6. 9. 서울고등법원에서의 제2심에서 전부 승소하였고, 1992. 10. 23. 상고심에서 그대로 확정되었다}.

다. 한편 이 사건 부동산을 포함한 경기 김포읍 장기리 일대의 토지는 1990. 4. 28. 건설부공고 제46호로 국토이용관리법상의 토지거래규제지역(토지 등의 거래계약 허가지역)으로 지정·고시되었고, 이 사건 부동산은 1992. 11. 2.과 1993. 8. 12. 별지목록 기재 각 부동산 등으로 분할되었다.

2. 당사자의 주장 및 이 법원의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먼저, 위 소외 1이 피고 재산관리인을 대리할 정당한 권한을 가지고 위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 대해 그 매매를 원인으로 하여, 주위적으로 별지목록 기재 각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고,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전에 위 매매에 관해 당국의 토지거래허가가 필요한 경우에 대비하여 예비적으로 별지목록 기재 제1 내지 4부동산에 관하여 토지거래허가신청절차의 이행을 구한다. 이에 대해 피고는 위 매매 당시 소외 1과 피고 재산관리인은 권영숙으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는데 이용하기 위하여 소외 1이 피고 재산관리인을 대리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가장하였을 뿐 적법한 대리권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원고는 다시, 가사 피고 주장과 같이 피고 재산관리인이 소외 1에게 대리권을 수여한 것처럼 가장한 것에 불과하여 위 소외 1에게 대리권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통정허위표시라 할 것인데, 선의인 원고에게는 그 허위표시로써 대항할 수 없으므로 위 매매계약은 피고 재산관리인에게 그 효력이 있을 뿐 아니라, 표현대리의 법리에 의해서도 피고 재산관리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나. 대리권에 관하여

그러므로 먼저 1이 피고 재산관리인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계약체결에 관한 대리권을 위임받아 원고 주장과 같은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1) 갑 제6호증의 2, 갑 제8호증의 1, 4, 6, 을 제2호증의 15, 18 내지 25, 을 제3호증의 7, 10, 11, 12, 16의 각 기재와 원심 및 당심 증인 소외 1, 권영숙의 일부 증언(다만 위에서 배척한 부분 각 제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에서 배척한 증거 이외에 이를 달리할 다른 증거가 없다.

(가) 피고 재산관리인은 위 1.항에서 본 바와 같이 소외 3과 장영철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변호사 선임료 등 소송비용으로 사용할 자금이 필요하게 되어 타인으로부터 돈을 차용하거나, 혹은 이 사건 부동산 일부를 타에 처분하여 돈을 마련하려고 고심하고 있던 차, 1990. 10. 초순경 위 소외 1을 만나 그로부터 금원을 대여받기로 하였다.

(나) 그런데 소외 1은 원고의 처인 소외 권영숙으로부터 돈을 차용하여 이를 피고 재산관리인에게 다시 대여하겠다면서, 이 사건 부동산 등의 처분권한을 자신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의 위임장과 위 부동산 등을 자신에게 매도한다는 내용의 매매계약서를 위 권영숙에게 보여주면 신뢰를 받게 되어 보다 용이하게 돈을 차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위와 같은 문서들을 작성해 줄 것을 피고 재산관리인에게 요구하였다.

(다) 이에 피고 재산관리인은 사실은 이 사건 부동산 등의 처분권한을 위 소외 1에게 위임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소외 1로 하여금 위 권영숙에게 일시 보여주고 금원을 쉽게 차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피고 재산관리인이 경기 김포읍 장기리 (지번 생략) 외 14필지 8,412평에 관한 매매행위 등 일체의 처분권한을 소외 1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의 위임장(갑 제2호증, 갑 제6호증의 8도 같다)을 작성하여 이를 인증받은 다음 그의 도장과 함께 소외 1에게 교부하였다.

(라) 그러자 소외 1은 이를 기화로 위 권영숙에게 인증문서인 위임장과 피고 재산관리인의 도장 등을 보여 주면서 위 부동산들을 자신과 공동으로 매수하자고 권유하였고, 그 위임장 내용을 믿은 권영숙이 남편인 원고와 상의한 후 그 중 이 사건 부동산 3필지를 180,000,000원에 매수하기로 하여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

(2)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재산관리인이 위임장에 의하여 소외 1에게 경기 김포읍 장기리 (지번 생략) 외 14필지 8,412평에 관한 매매행위 등 일체의 처분권한을 위임한다는 내용의 의사표시를 한 것은 쌍방이 권영숙으로부터 돈을 빌리기 위한 목적에서 서로 통정하여 한 허위표시에 해당하므로 무효라 하겠다.

그러나 통정허위표시라고 하여도 이를 유효한 것으로 믿고 거래한 선의의 제3자에게는 그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고 할 것인데, 소외 1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계약 체결 등에 관하여 피고 재산관리인을 대리할 정당한 권한이 있다고 믿고 매매계약을 체결한 원고는 위 허위표시를 기초로 새로운 이해관계를 맺은 제3자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제3자의 대리인인 소외 권영숙은 선의로 추정된다 하겠다.

결국 권영숙의 선의를 번복할 아무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는 소외 1에 대한 대리권 수여 표시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는 것인 만큼 원고와 소외 1 사이에 체결된 1990. 10. 30.자 매매계약은 피고에게 그 효력이 미친다 하겠다.

(3) 그 뿐만 아니라 위에서 인정된 바와 같이 피고 재산관리인이 사실은 경기 김포읍 장기리 (지번 생략) 외 14필지 8,412평에 관한 매매행위 등 일체의 처분권한을 소외 1에게 위임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그와 같은 내용의 위임장을 소외 1에게 작성·교부함으로써 피고 재산관리인이 소외 1에게 대리권을 수여한 것과 같은 외관을 발생케 하고, 이에 원고를 대리한 권영숙이 그 외관을 믿고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인바, 권영숙이 인증문서로 작성된 위 위임장과 피고 재산관리인의 도장을 소지한 소외 1을 피고 재산관리인의 정당한 대리인으로 믿은 데에는 그 정당한 사유가 있다 할 것이니,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125조 가 정하는 대리권수여의 표시에 의한 표현대리의 법리에 따라 위 매매계약은 피고에 대해 그 효력이 있다고도 하겠다.

피고는, 위 권영숙이 위 위임장에 매매대상의 토지가 '경기 김포읍 장기리 (지번 생략) 외 14필지 8,412평'으로 기재되어 있을 뿐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소외 1이 피고 재산관리인의 인감증명서도 소지하지 아니하였고, 이 사건 부동산이 부재자인 피고의 소유여서 그 처분에는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며 또한 토지거래규제지역에 속하여 그 거래에 관할 관청의 허가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도 위와 같이 위임장과 도장만 소지한 위 소외 1에게 그 처분에 관한 대리권이 있다고 믿은 데에는 과실이 있어 피고 재산관리인은 표현대리 법리에 따른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외 1이 위와 같이 인증문서로 작성된 위임장과 도장을 소지한 이상 그 위임장의 내용에 따라 대리권이 있다고 보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어서 피고의 위 주장과 같은 사유만으로는 권영숙이 그와 같이 믿음에 어떤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 밖에 달리 권영숙이 그 대리권을 믿은 데에 과실이 있다고 볼 아무 자료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피고의 항변

피고는, 위 매매계약이 다음과 같은 사유로 무효이거나 해제 또는 일부가 이행불능되었다고 항변한다.

(1) 법원의 허가가 없다는 점에 관하여

피고는 먼저, 위 매매는 피고 재산관리인이 법원의 허가 없이 부재자의 재산을 처분한 것이어서 무효라고 주장한다.

무릇 부동산의 매각처분이 보존·개량행위를 초과하는 행위임은 분명하므로, 피고 재산관리인이 부재자인 피고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을 유효하게 매각처분하기 위해서는 관할 법원으로부터 권한초과행위 허가의 결정을 받아야 한다 할 것이다. 그런데 법원의 재산관리인에 대한 권한초과행위 허가의 결정은 반드시 사전에 받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먼저 처분행위를 한 다음 사후에 받아도 무방하다 하겠다.

갑 제7호증의 5의 기재에 의하면, 서울가정법원은 1993. 1. 15. 피고 재산관리인에 대해 이 사건 부동산 등의 매각·처분행위를 허가하는 결정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 없다. 그렇다면 위 허가 결정에 의해 피고 재산관리인의 이 사건 부동산 매각처분행위에 대하여는 사후에 추인되었다고 할 것인 만큼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토지거래허가의 결여로 무효라는 점에 관하여

다음 피고는, 이 사건 부동산은 국토이용관리법 소정의 토지거래규제구역에 속해 있는데, 위 매매에 관해 위 법 소정의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았으므로 위 매매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 부동산을 포함한 경기 김포읍 장기리 일대의 토지가 1990. 4. 28. 건설부공고 제46호로 국토이용관리법상의 토지거래규제지역(토지 등의 거래계약 허가지역)으로 고시되었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위 매매계약이 처음부터 당국의 토지거래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여 체결된 것이라고 볼 아무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서 토지거래규제구역 내의 토지에 관한 매매라는 점만으로 그 계약이 바로 확정적으로 무효로 되지는 아니하고, 유·무효가 유동적인 상태로 있다가 허가를 받으면 당연히 유효한 계약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갑 제3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위 토지거래규제지역 지정은 이 사건 매매계약 후인 1998. 4. 20. 건설교통부 고시 제1998-168호로 전면 해제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 없다.

무릇 국토이용관리법에 의한 토지거래규제지역 지정의 취지는, 규제지역 내의 개인간의 토지거래가 위 법이 의도하는 투기거래 방지 목적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관할 관청이 검토하여 투기거래의 혐의가 있는 경우 거래를 불허하는 한편, 이와 같은 허가 없이는 당사자를 구속하는 계약의 효력 발생을 금지하는 방법으로 본래는 자유로워야 할 개인간의 거래를 제한함으로써, 투기거래의 방지를 통하여 국토가 효율적으로 이용되도록 조절하고자 하는 행정 목적을 달성하려는 데에 있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은 투기거래의 방지라는 행정 목적이 불필요해졌거나, 다른 행정적 필요에 의해 그와 같은 규제를 거두어 들이려는 의도 아래에 행정청이 위와 같은 규제지역 지정을 해제하였다면, 그 지정 해제 전의 거래라 하더라도 아직 확정적으로 무효로 되지 아니한 채 유동적인 상태에 있는 거래행위도 새삼 토지거래허가를 받을 필요 없이 그 지정 해제로써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확정적으로 유효하게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제한되어 있던 국민의 자유가 회복되었다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그 회복 전에 있었던 행위에 대하여도 가능한 범위 안에서 회복 후의 법리를 적용함으로써 국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민주주의 법 원칙에 맞는 것이라 할 것이고, 나아가 행정청의 토지거래규제지역의 지정 해제가 위와 같은 취지인 이상 거래행위가 지정 해제 이전에 이루어졌다고 하여 규제의 필요성이 없어진 지금에 와서 새삼 과거의 상황을 기준으로 하여 허가 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무의미할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당사자 사이의 자유로운 의사 합치에 의해 거래행위 일자를 지정 해제 이후의 날짜로 가장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한 이상 그 실효성을 보장하기도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피고의 위 주장도 결국 이유 없다 하겠다.

(3) 해제의 점에 관하여

또한 피고는, 원고를 대리한 1이 1997. 3. 3. 피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위 매매계약을 해제할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위 매매는 해제되었다고 주장한다. 즉, 원고와 피고 사이의 위 매매계약이 존재한다면 이는 소외 1을 통하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소외 1이 원고의 대리인으로서 매매계약을 처리한 것이다. 한편 소외 1은 피고를 상대로, 그 자신이 피고 재산관리인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포함한 경기 김포읍 장기리 (지번 생략) 외 14필지 토지를 매수하였음을 주위적 청구원인으로 하고, 예비적 청구원인으로 매매계약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면 자신이 매매대금조로 피고 재산관리인에게 지급한 168,820,000원은 이를 피고 재산관리인에게 대여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제기한 소송에서, 주위적 청구에 관하여는 패소하고, 예비적 청구에 관해 승소, 확정되었다. 그 뒤 소외 1은 위 판결에 기하여 피고의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신청을 하고, 이에 피고가 그 금원을 소외 1 앞으로 변제공탁하였는바, 이와 같이 소외 1이 위 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을 신청함으로써 소외 1은 원고를 대리하여 원고 주장의 위 매매계약을 해제할 의사표시를 한 것이거나 매매계약을 종결할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선 위 매매계약이 피고 재산관리인을 대리한 소외 1과 원고를 대리인 권영숙 사이에 체결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그 계약이 소외 1을 통하여 이루어졌다고 하여 소외 1이 원고를 대리할 권원이 있다고 볼 아무 근거가 없다. 또한 법률행위에 의하여 수여된 대리권은 원인된 법률관계의 종료에 의하여 소멸하는 것이므로, 설령 소외 1이 매매계약 체결의 대리권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매매계약의 해제에까지 대리권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을 뿐 아니라, 소외 1의 위와 같은 강제집행신청 행위로써 원고의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거나 계약을 종료시킬 의사표시라고 보아야 할 근거도 없다. 피고의 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그 자체로 이유 없다.

(4) 일부 부동산의 이행불능에 관하여

끝으로 피고는, 이 사건 부동산 중 일부는 이미 그 소유권이 타인에게 넘어가 피고가 원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 줄 수 없으므로 그에 관한 한 위 매매계약은 일부 이행불능되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제35, 38호증의 각 1, 2의 각 기재에 의하면, 1993. 8. 2. 별지목록 기재 제1부동산 중 3,642분의 2,250 지분에 관하여 소외 대륙항운 주식회사, 천통항운 주식회사, 주식회사 월드익스프레스, 주식회사 이화항공화물 명의로, 별지목록 기재 제3, 4부동산에 관하여 소외 대륙항운 주식회사, 천통항운 주식회사, 주식회사 월드익스프레스 명의로, 1997. 8. 29. 별지목록 기재 제2부동산에 관하여 같은 해 7. 31. 토지수용을 원인으로 하여 김포군 명의로 각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 없다.

그렇다면 위 각 부동산에 관하여는 피고가 소유권을 상실함으로써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위 매매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은 물론 토지거래허가신청절차의 이행도 불가능하게 되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있고, 위 각 부동산에 관한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음에 귀착된다.

3. 결 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나머지 부동산인 별지목록 기재 제1부동산 중 3,642분의 1,392 지분 및 별지목록 기재 제5부동산에 관하여 위 매매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당심에서 교환적으로 변경된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만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양승태(재판장) 임수식 김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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