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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 4. 12. 선고 2015다1802 판결
[예금][미간행]
판시사항

[1] 해외로부터 국내 수취인의 예금계좌를 지정계좌로 한 송금이 이루어진 경우, 송금액에 대한 수취인의 예금채권이 성립하는 시기(=수취은행이 지정 예금계좌에 송금액을 입금한 때)

[2]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45조 제2호 단서 (나)목 에서 예외적으로 상계를 허용하고 있는 ‘회생채권자 또는 회생담보권자가 지급의 정지, 회생절차개시의 신청 등이 있은 것을 알기 전에 생긴 원인에 의하여 수동채권이 발생된 때’에서 ‘전의 원인’에 해당하는 법률관계의 요건

원고, 피상고인

회생회사 팬오션 주식회사의 관리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윤희웅 외 3인)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우리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박일환 외 2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 보충서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그 판시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가 에스티엑스팬오션 주식회사(제1심 계속 중인 2013. 11. 22. ‘팬오션 주식회사’로 상호가 변경되었다. 이하 ‘채무자 회사’라고 한다)의 회생절차개시신청 여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가, 2013. 6. 7. 10:28경 금융감독원 및 한국거래소 공시시스템을 통하여 채무자 회사의 회생절차개시신청 사실이 공시될 무렵 채무자 회사의 회생절차개시신청 사실을 알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가. 해외로부터 국내 수취인의 예금계좌를 지정계좌로 한 송금이 이루어진 경우 이로 인한 법률관계는 송금의뢰인과 송금은행 사이 및 송금은행과 수취은행 사이의 위임관계이고, 수취인은 그 송금관계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라 다만 수취은행에 대한 예금자로서의 지위를 갖는 데 불과하고, 따라서 수취은행으로서는 송금은행에 대하여는 그 위임의 내용에 따라 송금통지에서 지정한 수취인의 예금계좌에 송금액을 입금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나, 수취인에 대하여는 그러한 절차 없이는 바로 송금액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수취은행이 송금사실을 확인하여 지정 예금계좌에 송금액을 입금하기 전까지는 그 송금액에 대한 수취인의 예금채권이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2002. 1. 25. 선고 99다53902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이 사건 제1예금 중 원심판결 별지1 순번 8. 내지 58.까지의 송금액 합계 미화 10,100,734.21달러(이하 ‘이 사건 송금액’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피고의 예금거래기본약관 등에 따라 그 송금액이 채무자 회사의 예금원장에 입금의 기록이 된 때에 비로소 채무자 회사의 예금채권이 성립함과 동시에 피고가 그 송금액에 대한 예금지급채무를 부담한다고 본 것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해외송금액에 대한 수취인의 예금채권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관하여

가. 채권자가 회생채무자의 지급정지 또는 회생절차개시의 신청 등이 되어 있는, 이른바 위기상태에 있음을 알면서 회생채무자에 대하여 새로운 채무를 부담하였으면서도 이를 수동채권으로 삼아 기존의 다른 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고 한다면, 채권자들 사이의 공평이 해쳐지고 보전처분이 내려진 이후에도 회생채무자가 채권자인 금융기관과의 금융거래를 할 수 없게 되어 운영자금 마련의 길이 막히는 등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고 한다)에 의한 회생절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그리하여 채무자회생법제145조 제2호 본문에서 지급의 정지, 회생절차개시의 신청 등 위기시기 이후에 회생채권자 또는 회생담보권자가 그러한 위기상태를 알면서 부담한 채무를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를 금지하는 한편, 그 단서 (나)목 에서는 위기시기 이전에 존재한 채권자의 정당한 상계기대를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회생채권자 또는 회생담보권자가 지급의 정지, 회생절차개시의 신청 등이 있은 것을 알기 전에 생긴 원인(이하 ‘전의 원인’이라고 한다)에 의하여 수동채권이 발생된 때에는 예외적으로 상계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전의 원인’에 해당하는 법률관계란, 채권자에게 구체적인 상계기대를 발생시킬 정도로 직접적인 것이어야 하고, 개별적인 경우에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상계의 담보적 작용에 대한 회생채권자의 신뢰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정당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이어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3다61931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채택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판시와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의 업무처리 절차에 의하면, 피고의 통합점이 해외 송금은행으로부터 지급지시서를 접수하면, 위 송금내용이 정확한지 확인하고 수취인 거래 영업점으로 전금 처리를 한 다음, 지급지시서를 전달받은 영업점이 피고의 예금거래기본약관에 따라 예금원장에 입금의 기록을 하는 절차를 거쳐야만, 수취인인 채무자 회사가 위 송금액에 대한 예금채권을 취득할 수 있는 점, ② 위 지급지시서가 접수된 이후에도 송금의뢰인의 송금 취소가 발생하는 경우 등과 같이 피고가 지급지시서에 따른 채무를 부담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 점, ③ 한편 만약 피고가 채무자 회사의 회생절차개시신청 이전에 이미 접수된 지급지시서에 따라 채무자 회사의 예금원장에 위 송금액의 입금을 기록하였다면, 채무자 회사가 그 무렵 바로 예금인출을 할 수 있었던 반면에, 피고가 채무자 회사의 위기상태를 안 이후에 그 전에 접수된 지급지시서에 따라 예금원장에 송금액의 입금을 기록한 경우 피고의 채무자 회사에 대한 대출금채권으로 위 예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한 상계를 허용한다면, 피고가 예금원장에 송금액의 입금의 기록을 한 시점을 달리하여 자신의 선택에 따라 채무자 회사의 예금인출 권리를 소멸시킬 수 있어 불합리한 결론에 이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송금액 일부에 관한 지급지시서가 피고가 채무자 회사의 회생절차개시신청을 알기 전에 해외 송금은행으로부터 접수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이 피고에게 구체적인 상계기대를 발생시킬 정도로 직접적인 것이 아니고, 상계의 담보적 작용에 대한 회생채권자인 피고의 신뢰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정당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채무자회생법 제145조 제2호 단서 (나)목 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이상훈 김창석(주심) 조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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