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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1. 25. 선고 99다53902 판결
[전부금][공2002.3.15.(150),544]
판시사항

[1] 해외로부터 국내 수취인의 예금계좌를 지정계좌로 한 송금이 이루어진 경우, 그 송금액에 대한 수취인의 예금채권의 성립시기

[2] 채무초과 상태에 빠진 채무자가 장래의 채권에 대한 전부명령에 의한 강제집행이 개시된 사실을 알고서 장래의 채권의 조건 성취나 기한의 도래를 방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 전부명령에 의한 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을 방해한 것이 되는지 여부(적극)

[3] 해외로부터 압류ㆍ전부명령의 대상이 된 장래의 예금채권의 예금계좌로 송금된 금액을 채무자인 예금자의 요청으로 은행 직원이 그 예금계좌에 입금하지 아니하고 가수금계정을 설정하여 입금하였다가 인출하여 예금자와 그가 지정한 채권자들에게 지급한 경우, 채무자인 예금자가 그 예금계좌로의 입금이라는 조건의 성취를 저지함으로써 그 예금채권의 압류ㆍ전부의 강제집행을 방해하고 은행 직원이 그에 가담한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많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해외로부터 국내 수취인의 예금계좌를 지정계좌로 한 송금이 이루어진 경우 이로 인한 법률관계는 송금의뢰인과 송금은행 사이 및 송금은행과 수취은행 사이의 위임관계이고, 수취인은 그 송금관계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라 다만 수취은행에 대한 예금자로서의 지위를 갖는 데 불과하고, 따라서 수취은행으로서는 송금은행에 대하여는 그 위임의 본지에 따라 송금통지에서 지정한 수취인의 예금계좌에 송금액을 입금시킬 조치를 할 의무를 부담하나, 수취인에 대하여는 그러한 절차 없이는 바로 송금액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수취은행이 송금사실을 확인하여 지정 예금계좌에 송금액을 입금하기 전까지는 그 송금액에 대한 수취인의 예금채권이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2] 채권자가 집행력 있는 채무명의에 터잡아 강제집행을 개시한 것을 알면서 채무자가 그 강제집행의 목적물을 손괴·은닉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강제집행의 실행을 방해하였다면 그 행위는 그 집행채권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며 그 이치는 강제집행의 목적물이 금전채권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터인바, 금전채권에 대한 집행의 한 방법인 압류·전부명령은 실질적으로 채권자평등주의 원칙의 예외를 이루는 집행방법으로서, 조건부채권이나 기한부채권 등 장래의 채권에 대한 전부명령의 경우 전부명령이 채무자와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어 확정되면 전부의 효력이 생기고 조건의 성취나 기한의 도래에 따라 그 채권이 구체화되는 데에 따라 그의 효력 범위가 특정되는 것이기에, 채무초과 상태에 빠진 채무자가 그 전부명령에 의한 강제집행개시 사실을 알고서 그 조건성취나 기한의 도래를 방해하는 행위를 하였다면 그 행위는 전부명령에 의한 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을 방해한 것이 된다.

[3] 해외로부터 압류ㆍ전부명령의 대상이 된 장래의 예금채권의 예금계좌로 송금된 금액을 채무자인 예금자의 요청으로 은행 직원이 그 예금계좌에 입금하지 아니하고 가수금계정을 설정하여 입금하였다가 인출하여 예금자와 그가 지정한 채권자들에게 지급한 경우, 채무자인 예금자가 그 예금계좌로의 입금이라는 조건의 성취를 저지함으로써 그 예금채권의 압류·전부의 강제집행을 방해하고 은행 직원이 그에 가담한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많다고 한 사례.

원고,상고인

김수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석조)

피고,피상고인

주식회사 한미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명 담당변호사 이용인)

주문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관한 상고를 기각한다. 원심판결 중 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원고가 1997. 11. 18. 소외 회사에 대한 약속어음금 채권에 기초하여 서울지방법원 97타기15719, 15720호 및 97타기15721, 15722호로 소외 회사가 피고 은행의 지점에 개설한 기업자유예금계좌(다음부터 '이 사건 예금계좌'라고 한다.)에 입금될 금액 중 합계 50,000,000원의 예금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았고, 그 명령은 같은 달 21일 그 피고 지점에게 송달되어 확정된 사실, 그 피고 지점은 1997. 11. 19. 외국회사인 모토로라사(사)(MOTOROLA INC.)가 이 사건 예금계좌를 입금계좌로 하여 송금의뢰한 미화 397,133.38$의 해외송금 도착통지를 받자 같은 날 이를 409,594,368원으로 환전한 후 이 사건 예금계좌에 입금처리하지 않은 채 피고의 소외 회사에 대한 대출원리금 채권과 상계하고, 그 잔액 165,215,349원을 가수금계정에 입금하였다가 그 전부명령이 송달된 직후 이를 인출하여 그 중 115,000,000원은 소외 회사에 대한 다른 채권자인 주식회사 태평양정보기술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50,015,349원은 다시 그 가수금계정에 입금하여 계속 보관하다가 1997. 12. 24. 인출하여 1998. 1. 9. 소외 회사에게 지급한 사실 및 그 피고 지점이 위와 같이 이 사건 송금액을 의뢰인인 모토로라사가 지정한 이 사건 예금계좌에 입금하지 아니하고 가수금계정에 입금하여 소외 회사 등에게 바로 지급한 것은 이 사건 예금계좌의 예금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을 회피하고자 한 소외 회사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원심은 그 인정 사실에 터잡아, 주위적 청구인 전부금 청구에 대하여 이 사건 예금계좌에는 처음 개설 당시 100원이 입금되었을 뿐 이 사건 송금액이 입금된 바 없으므로 원고의 그 전부명령은 100원의 범위 내에서만 효력이 있다고 하여 그 돈과 그의 지연손해금에 해당하는 부분만 인용하였다. 그리고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는 그 피고 지점의 소외 회사에 대한 이 사건 송금액의 지급행위가 위법행위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압류·전부명령 송달 이전에 이미 인출이 가능하였음에 비추어 인과관계도 인정될 수 없다고 하여 배척하였다.

2. 주위적 청구의 주장에 관하여

해외로부터 국내 수취인의 예금계좌를 지정계좌로 한 송금이 이루어진 경우 이로 인한 법률관계는 송금의뢰인과 송금은행 사이 및 송금은행과 수취은행 사이의 위임관계이고, 수취인은 그 송금관계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라 다만 수취은행에 대한 예금자로서의 지위를 갖는 데 불과하고, 따라서 수취은행으로서는 송금은행에 대하여는 그 위임의 본지에 따라 송금통지에서 지정한 수취인의 예금계좌에 송금액을 입금시킬 조치를 할 의무를 부담하나, 수취인에 대하여는 그러한 절차 없이는 바로 송금액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수취은행이 송금사실을 확인하여 지정 예금계좌에 송금액을 입금하기 전까지는 그 송금액에 대한 수취인의 예금채권이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를 때, 그 피고 지점이 이 사건 송금액을 이 사건 계좌에 입금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니 이 사건 전부명령의 효력이 위 송금액에 대하여는 미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해외송금액에 대한 예금채권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상고이유 중의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예비적 청구의 주장에 관하여

채권자가 집행력 있는 채무명의에 터잡아 강제집행을 개시한 것을 알면서 채무자가 그 강제집행의 목적물을 손괴·은닉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강제집행의 실행을 방해하였다면 그 행위는 그 집행채권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며 그 이치는 강제집행의 목적물이 금전채권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터이다 .

금전채권에 대한 집행의 한 방법인 압류·전부명령은 실질적으로 채권자평등주의 원칙의 예외를 이루는 집행방법으로서, 조건부채권이나 기한부채권 등 장래의 채권에 대한 전부명령의 경우 전부명령이 채무자와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어 확정되면 전부의 효력이 생기고 조건의 성취나 기한의 도래에 따라 그 채권이 구체화되는 데에 따라 그의 효력 범위가 특정되는 것이기에, 채무초과 상태에 빠진 채무자가 그 전부명령에 의한 강제집행개시 사실을 알고서 그 조건성취나 기한의 도래를 방해하는 행위를 하였다면 그 행위는 전부명령에 의한 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을 방해한 것이 된다 .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앞서 본 인정 사실에 따르더라도 채무자인 소외 회사가 위의 피고 지점에 이 사건 예금계좌를 신규개설하자 원고는 소외 회사에 대한 약속어음채권에 터잡아 제3채무자인 피고의 위의 예금계좌에 장래 입금될 예금채권 중 50,000,000원의 해당금액에 관하여 채권압류·전부명령을 취득하게 되었는데, 소외 회사는 이미 지급불능 상태였기 때문에 위의 계좌로 미국에서 물품대금이 송금입금되면 원고 등 많은 채권자로부터 강제집행 당할 것을 염려한 나머지 그 압류·전부명령이 나서 집행이 개시된 후에 그 피고 지점의 담당직원에게 거듭 간청을 하였고 그 간청을 들어준 그 담당직원은 외국으로부터 송금받은 돈 409,594,368원을 당초 예정된 그 계좌에 입금시키지 아니한 채 임의로 그 피고 지점 내부에 가수금계정을 설정·입금시켰다가 소외 회사가 지정한 채권자들에게 일부 지급한 다음, 그 압류·전부명령의 송달이 이루어진 시점을 지나서 남은 돈 50,015,349원을 그 계좌에 입금시키지 않은 채 소외 회사에게 반환하였다는 사정이 드러난다.

이미 드러난 사정이 그와 같아서 관련 사항이 모두 밝혀진다면 채무자인 소외 회사가 그 예금계좌에로의 입금이라는 조건의 성취를 저지함으로써 그 예금채권 압류·전부의 강제집행을 방해하였다는 것과 그 피고 지점의 담당직원이 그에 가담하였다는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많다 하겠다.

따라서 사실심인 원심으로서는 원고의 신청에 의한 그 압류·전부명령이 이루어져 송달된 시기와 그 사정을 소외 회사와 피고 지점의 그 담당직원이 알게 된 경위와 그 계좌입금 저지행위와의 관계, 당시의 소외 회사의 재산과 채무부담 상태, 그 피고 지점이 개설한 소외 회사 예금구좌의 운영상태, 업무처리상의 공익성을 전제로 인가를 받은 은행으로서의 피고의 임무, 은행의 가수금 계정의 성격과 외국으로부터 송금받은 돈의 계좌입금 업무상 준수해야 할 은행의 처리절차와 이 사건에서 그 담당직원의 그 절차 준수 여부 등 관련되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더욱 심리를 거쳐서 채무자인 소외 회사가 이 사건 장래 채권의 조건성취를 저지함으로써 채권자인 원고의 강제집행을 방해한 것인지의 여부와 피고 소속 그 담당직원이 고의 또는 과실로 그 방해행위를 채무자와 관련 공동하였거나 방조하였는지의 여부를 판가름하는 것이 바람직하였다.

그럼에도 원심이 거기에 이르지 아니한 심리단계에서 변론을 종결한 채, 피고가 소외 회사와 더불어 공동불법행위를 한 것이라는 주장도 포함된 원고의 예비적 청구를 기각한 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공동불법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사유가 있다 하겠고 같은 취지가 담긴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기에 이 법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인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관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판결 중 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더욱 심리한 후 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에 쓴 바와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강신욱(재판장) 조무제(주심) 유지담 손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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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 1999.8.25.선고 99나28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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