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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법원 2021.6.10. 선고 2020구합12902 판결
징계처분취소
사건

2020구합12902 징계처분취소

원고

김○○

전남 영암군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중산

담당변호사 박광열

피고

제○○○ 제3기지○○○○장

소송수행자 권○○

변론종결

2021. 4. 29.

판결선고

2021. 6. 10.

주문

1. 피고가 2020. 2. 11. 원고에 대하여 한 징계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제○○○ 제3기지전대 ○○대(이하 '이 사건 ○○대’라 한다)에서 근무하다가, 현재 제○○○ ○○○○ 방어 전대 ○○○○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해군상사이다.

나. 피고는 2020. 2. 11. 원고가 이 사건 ○○대 근무 중 성실의무위반(직권남용으로 인한 타인권리 침해)을 하였다는 이유로 감봉 1개월의 징계처분을 하였다.

다. 원고는 위 징계처분에 불복하여 항고를 제기하였고, 제○○○ 항고심사위원회는 2020. 4. 29. 위 징계처분을 견책으로 감경하는 결정(인용)을 하였으며, 제○○○ 사령관은 2020. 5. 4. 원고에게 견책처분을 하였다(이하 감경된 징계처분을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 하고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를 '이 사건 징계절차'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이 사건 징계절차는 원고에 대한 징계를 하겠다는 의도로 비행사실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는 등 공정하게 진행되지 못하였다.

2) 원고가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음을 주장하고 있음에도 징계사유를 구성하는 징계혐의 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

3) 원고가 병사들에게 커피를 사다달라는 등의 부탁을 한 사실이 있으나, 권한을 남용하거나 병사들을 강압하지 않았으므로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4) 설령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서면 경고에 그치지 않고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인정사실

이 사건 징계절차의 경과는 다음과 같다.

가) 이 사건 ○○대는 2019. 11.경 소속 병사 9명을 상대로 이 사건 ○○대에서 근무시 간부들로부터 부당한 피해를 받은 적이 있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익명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나) 이 사건 ○○대는 일부 병사를 상대로 설문내용을 확인한 뒤 2019. 12. 6. 피고 (인사참모)에게 다음과 같은 비위사실의 보고하였다.

□ 비위자

소속 : 이 사건 ○○대, 계급 : 상사, 군번 : 9*-**** 12, 성명 : 원고

□ 직권남용으로 타인 권리침해

비위자는 2019년 일자미상경 상부지시사항 교육등을 통해 병영부조리 (사적심부름 등) 근절교

육을 실시하였으나, ○○대 일상 및 당직근무 중 의무병들에게 사적심부름 등 간부들만 실시

하는 군인기본법을 대리평가를 지시하여 부당하게 병들의 기본권을 무시하였으며 특히 사적심

부름이 부당함을 주장하는 병사들에게 당직사관이 일과 후 ○○대장을 대신하는 것이라 정당

한 지시라고 하는등의 내용으로 정당화시켜 의무병 등 5명에게 직권남용으로 타인 권리침해를

한 사실임.

설문 1) 7~8월경 같이 당직근무 수행 중 18시경 간식거리를 사오자 “내껀 어디있냐”라고 말

하여 “제꺼만 사왔습니다”라고 답하자 “실망하게 하네”라고 답하여 눈치를 준 사실

임. 그 이후 일자미상경 당직임무 수행 중 똑같이 물어볼 것을 예상하여 1~2회 커피

를 사다준 것이 있으며 (눈치를 줘서 알아서 사다줬음), 당직근무를 같이 수행 중일

때 사적심부름을 2~3회 가량 시킨 사실임. 심부름을 하기 싫어하는 표현을 하면 “그

것도 못해주냐”면서 불편하게 하였음.

설문 2) 10월 일자미상경 일과시간 중 커피심부름을 시켜 커피를 타다줌

설문 3) 6~7월경 당직근무 수행 중 저녁식사 후 본인의 커피 심부름을 지시.

부당한 지시임이 아닌지 물었으나 “부모님한테도 그러냐. 당직 제대로 서게 해줄게”라

고 하는 등 당직사관의 권한을 이용 정당한 지시라는 말을 함.

설문 4) 7월경 잔 커피심부름을 자주 시키고 PX에서 개인용품을 사오면 “자기 물품은 왜 없느

냐, 서로 볼 사이인데”라고 말하며 눈치를 준 사실임.

설문 5) 9월경 일과시간 중 커피심부름 및 3, 4분기 군인기본법 대리시험 평가를 지시함.

다) 피고(○○ 참모)는 2019. 12. 17. 제○○○ 사령관(○○ 실장)에게 징계번호 부여 요청을 하였고, 2019. 12. 18. 제○○○ 사령관(법무실장)은 이 사건에 관한 징계번호 (○○○ 2019 징위부 제157호)를 부여하였다.

라) 피고(○○ 참모)는 2019. 12. 20. 제 ○○○ 사령관(○○실장)에게 다음과 같은 사유로 징계의결 불요구 검토 요청을 하였다.

4. 비행 사실

징계혐의자는 이 사건 ○○대 방역담당으로 근무하는 자로서, 2019. 5. 7. (화) 당직사관 근

무 중 같은 소속 당직병으로 함께 근무하던 병장 조○○에게 저녁식사 이후 징계혐의자의

라면을 사달라고 하여 사 주었으나, 라면 값을 주지 않은 사실이 있으며, 또한 2019. 8. 2.

(금) 징계혐의자가 ○○대 당직사관 근무 중 당직병으로 함께 근무하던 병장 김○○에게 GS

편의점에서 징계혐의자가 마실 커피를 사오라고 지시하여, 이에 김○○ 병장이 “정당한 지

시가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이의를 제기하자 징계혐의자가 “본인은 당직사관으로서 ○○대

를 지킬 엄중한 책임이 있기에 함부로 자리를 비울 수 없으니 당직병인 너가 가야 한다.

“이는 당직사관으로서 정당한 지시다.” “너가 그런 식으로 유도리 없이 나오면 FM대로 가보

자.” “일단 당직실 벽에 때부터 물청소하고 오늘 당직근무를 빡세게 서보자”라고 하여 마지

못해 커피를 사다 주었으며, 이로써 징계혐의자는 당직사관이 일과 후 ○○대장을 대신하는

것이라 정당한 지시라고 하는 등의 내용으로 정당화시켜 병장 김○○에게 직권남용(사적 심

부름)으로 타인 권리를 침해한 사실로 문제가 제기되었음. 이로써 징계혐의자는 성실○○위

반(직권남용으로 타인 권리침해)을 위반한 자로 의심됨.

5. 징계의결 불요구 사유

징계혐의자의 비위행위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정도가 심각하거나 금전적인 손해가 크지 않은

것과 권리를 침해한 부분이 가볍다고 판단되어 정상을 참작하여 징계의결 불요구 판단되며,

하지만 징계혐의자가 직권남용으로 권리를 침해한 사실은 인정되므로 재발방지 및 주의 환기

차원의 ‘서면경고'로 건의함.

마) 제○○○ 사령관(법무실장)은 2019. 12. 24. 위 검토 요청에 대해 다음과 같은 심사의견을 밝혔다.

바) 징계담당관이 2020. 2. 4.경 이 사건과 관련하여 작성한 사실조사 결과보고의 징계혐의사실은 위 라)항의 징계의결 불요구 검토 요청의 '4. 비행사실'과 같고, 위 보고에는 김○○, 조○○ 이 작성한 사실확인서 2부, 원고가 작성한 진술서 2부가 첨부되었으며, 피고는 그 무렵 이 사건에 관하여 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하였다.

사) 2020. 2. 10. 이 사건에 관하여 개최된 징계위원회에서는 원고에 대하여 '감봉 1개월의 징계를 의결하였는데, 징계의결서의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2. 비행건명 : 성실의무위반(직권남용으로 타인 권리침해)

3. 징계 등 혐의사실

징계혐의자는 2019. 2. 7. (목) 상부지시사항 교육 등을 통해 병영부조리(사적 심부름 등) 근절

교육을 실시하였으나, ○○대 일상 및 당직근무 중 의무병들에게 사적심부름 등 간부들만 실

시하는 군인기본법을 대리평가를 지시하여 부당하게 병들의 기본권을 무시하였으며 특히 사적

심부름이 부당함을 주장하는 병들에게 당직사관의 일과 후 ○○대장을 대신하는 것이라 정당

한 지시라고 하는 등의 내용으로 정당화시켜 의무병 등 5명에게 직권남용으로 타인 권리침해

한 사실임.

4. 심사개요

나. 징계 심의대상자의 진술

“본인은 개인적으로 사적심부름을 시킨 사실이 없고 군인 복무규율평가를 대신하여 해달라고

강요하거나 억압한 사실이 없다. 하지만, 본인의 카드를 주면서 편의점에서 회식을 한 사실은

있습니다.”라고 진술함.

다. 증거의 요지

위 징계혐의 사실을 인정할 증거를 살펴보건대, 징계심의 대상자 원고는 징계위원회에 출석하

여 혐의사실을 일부 인정하고 있음, 설문 조사(9개) 및 본인의 자필 진술서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그 증거가 충분함.

아) 피고는 2020. 2. 11. 위 징계의결에 따라 징계처분을 하였는바, 징계처분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비행건명 : 성실의무위반(직권남용으로 타인권리침해)

2. 비행사실 :

징계혐의자는 2019년 일자미상경 상부지시사항 교육 등을 통해 병영부조리 (사적심부름 등) 근

절교육을 실시하였으나, ○○대 일상 및 당직근무 중 의무병들에게 사적 심부름 등 간부들만

실시하는 군인기본법을 대리평가를 지시하여 부당하게 병들의 기본권을 무시하였으며 특히 사

적심부름이 부당함을 주장하는 병들에게 당직사관의 일과 후 ○○대장을 대신하는 것이라 정

당한 지시라고 하는 등의 내용으로 정당화시켜 의무병 2명에게 직권남용으로 타인 권리침해한

사실임.

3. 처분이유 : 군인사법 제56조에 의하여 징계사유 인정됨.

자) 원고가 위 징계처분에 대해 항고를 제기함에 따라 2020. 4. 29. 개최된 제○○○ 항고심사위원회에서는 '감봉'의 징계가 다소 과한 양정이라고 평의하고 위 항고를 인용(견책)하기로 결정하였는바, 항고심사의 결서의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2. 징계혐의사실

징계혐의자는 2019년 일자미상경 상부지시사항 교육 등을 통해 병영부조리 (사적심부름 등) 근

절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대 일상 및 당직근무 중 의무병들에게 사적심부름을 시키

고, 간부들만 실시하는 군인기본법 대리평가를 지시하는 등 부당하게 병들의 기본권을 무시하

였으며 특히 사적심부름이 부당함을 주장하는 병들에게 당직사관이 일과 후 ○○대장을 대신

하는 것이라 정당한 지시라고 말하는 등 의무병들에게 직권을 남용하여 타인 권리를 침해하였

음.

4. 심사개요

나. 항고인 진술

항고인과 항고인의 대리인 변호사는 출석하여 진술권을 보장받았음. 항고인과 대리인의 주된

논지는 첫째, 항고인을 음해하던 ○○대 주임원사가 항고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기습적으로

설문을 실시하였고, 이에 항고인을 지목하는 설문들이 나오자 병사들을 따로 호출하여 진술서

를 작성토록 회유 및 겁박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징계절차가 위법하다는 것이다. 둘째, 항고

인이 의무병들에게 커피를 사오라거나 커피를 타달라는 부탁을 한 적이 있으나 매우 상냥하게

이야기하였고 특별히 거절도 하지 않았기에 이것이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본

위원회는 항고인과 대리인에게 약 30분 동안 충분한 진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진술권을 충실

히 보장하였음.

다. 징계혐의사실 검토

2) 실체에 대한 검토

항고위원은 피해자 4명의 진술서 및 항고인의 진술에 따라 징계혐의사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평의하였음. 구체적인 평의 내용은 다음과 같음.

라. 증거의 요지

위 징계혐의사실을 인정한 증거를 살펴보건대, 항고인은 본 항고심사위원회에서의 진술, 원심

징계의결기록, 피해자들의 진술서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그 증거가 충분함.

차) 한편, 피고는 2021. 4. 13.자 준비서면에서 이 사건 징계절차에서 최종적으로 인정되는 비위사실은 다음과 같다고 주장하였다.

가. 성실의무위반(직권남용으로 타인권리 침해)

징계혐의자인 원고는 이 사건 ○○대 행정담당으로 근무 중인 자로서,

1) 2019. 8. 2.(금) ○○대 의무병 병장 김○○과 ○○대 당직 근무를 서던 중, 병장 김○○

에게 “마실 커피를 편의점에서 사오라.”고 지시하였고, 이에 병장 김○○이 “정당한 지시가 아

니지 않습니까?” 라고 이의를 제기하자, “본인은 당직사관으로서 ○○대를 지켜야 할 엄중한

책임이 있기에 함부로 자리를 비울 수 없으니 당직병인 너가 가야한다. 이는 당직사관으로서

정당한 지시다. 너가 그런 식으로 유도리 없이 나오면 FM대로 가보자. 일단 당직실 벽의 때부

터 물청소하고 오늘 당직근무를 빡세게 서보자.” 라는 발언을 하는 등 병장 김○○이 이의를

제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심리적 압박을 가하여 커피를 사오도록 지시하였고, 이에 병장 김○

○이 커피를 사온 사실,

2) 2019. 5. 7.(화) ○○대 의무병 병장 조○○과 ○○대 당직 근무를 서던 중, 병장 조○○

에게 “저녁식사 이후 PX를 다녀올 때 자기꺼 라면도 사다달라.” 라고 지시하여 라면을 사 주었

으나, 라면 값을 주지 않은 사실 및 그 외 평소 같이 당직서는 날에 야식이나 커피 등을 사가

지 않을 경우 “내껀 어디있노?”,“실망스럽다.”라는 식의 표현을 사용하여 병장 조○○이 음식

을 사오지 않을 경우 불편함을 느끼도록 심리적 압박을 가한 사실,

3) 2019년 초경 ○○대 운전병 병장 이○○에게 “PX에 갈 일이 없느냐, 갈 일이 있으면 카드

를 줄테니 다녀오는 길에 커피 두 개 사와라.”라고 지시하여, 병장 이○○가 “오늘은 갈 일이

없을 거 같다.”라고 답변하니 “운동삼아 다녀오는 게 어떠냐, 내가 당직사관이라 자리를 비울

수 없다.”고 발언하는 등 병장 이○○가 커피심부름이 부당하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병

장 이○○에게 커피심부름을 지시한 사실,

4) 2019. 10.경 ○○대 2층 행정실에서 ○○대 행정병인 상병 최○○에게 “커피를 타오라.”고

지시하였고, 이에 상병 최○○는 부당한 지시라고 생각하였으나 항의를 하지 못하고 커피를

타온 사실,

이로써 징계혐의자인 원고는 당직사관 내지 ○○대 행정담당으로서 발생하는 정당한 직무 권

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상급자라는 직위를 남용하여,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운 지위에

있는 위 기재 의무병 4명에게 커피, 라면 심부름을 지시하는 등 의무병 4인의 일반적 행동 자

유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였다. 이에 징계혐의자는 성실의무(직권남용으로 타인 권리 침해)를 위

반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호증, 을 제3, 7호증의 각 기재, 증인 김○○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징계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아 위법한지 여부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비행사실에 대한 조사 등이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징계절차가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이 사건 ○○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는 익명으로 이루어졌고, 설문조사의 내용도 병영부조리에 관한 일반적인 내용으로 특별히 원고를 염두에 두지 않았으며, 이 사건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던 것이 위법·부당하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

② 징계권자는 소속 부하 또는 감독을 받는 군인의 비행사실을 발견한 경우 비행사실이 징계 등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조사를 하여야 하므로, 위 설문조사에서 원고의 비행사실이 의심되는 사정이 확인된 이상 이 사건 ○○대의 주임원사나 ○○ 대장이 병사들을 상대로 원고의 비행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이고, 그러한 조치가 위법·부당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③ 김○○은 이 법정에서 병사들이 작성한 진술서(사실확인서)와 관련하여 이 사건 ○○대의 주임원사가 진술서(사실확인서)의 작성을 강요하지 않았고, 원고의 처벌을 원한다면 자세히 써달라는 이야기를 하였을 뿐 실제 작성하는 것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3) 이 사건 처분의 징계사유가 특정되지 않아 위법한지 여부

가) 관련 법리

민사소송법 규정이 준용되는 행정소송에서의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민사소송 일반 원칙에 따라 당사자 간에 분배되고, 항고소송의 경우에는 그 특성에 따라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그 적법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이 있다. 피고가 주장하는 일정한 처분의 적법성에 관하여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일응의 증명이 있는 경우에는 그 처분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며, 이와 상반되는 주장과 증명은 그 상대방인 원고에게 그 책임이 돌아간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두42817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징계대상자가 징계사실을 부인하는 경우 징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징계사실을 주장하는 징계권자가 부담하고, 그에 대한 증명책임은 징계대상 행위의 특정에서 먼저 이루어질 것인데, 일반적으로 징계사유의 특정은 그 비위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될 정도로 적시하면 족하고 그 비위사실이 군인사법 등 어떤 조문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하는가에 관하여 해당조문을 일일이 적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더라도(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두14380 판결 등 참조), 징계대상행위를 특정하도록 하는 것은 징계대상자로 하여금 어떠한 행위에 대하여 징계가 이루어졌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징계의 공정성을 기하고 그로 하여금 변명과 소명자료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징계사유로 된 사실관계와 이에 해당하는 의무위반의 사유가 무엇인지를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한다. 한편, 징계사유로서의 성실의무위반(직권남용으로 타인 권리침해)은 그 자체의 포괄성, 다양성으로 인하여 각 행위가 이루어진 상황에 따라 각 행위의 의미 등이 다를 수도 있으므로 징계대상자의 방어권 보호의 관점에서 각 행위의 일시, 장소, 구체적 상황이 특정되어야 한다. 이와 달리 징계대상 행위가 특정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징계대상자가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변명과 소명자료를 충분히 제출할 수 없게 되어 징계절차가 일방적으로 진행되어 절차적 정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결과가 된다.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은 징계사유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1) 위 인정사실 아)항의 징계처분서의 ‘2. 비행사실’은 구체적인 행위의 일시, 장소, 상대방을 전혀 특정하고 있지 않고(이는 위 인정사실 자)항의 항고심사의 결서의 ‘2. 징계혐의사실’도 마찬가지이다), 그에 따르면 원고가 일상생활이나 당직근무 중 의무병 2명에게 군인기본법 대리평가를 지시하거나 사적심부름을 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추측되기는 하나, 이는 위 인정사실 차)항의 피고가 최종적으로 인정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비위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이러한 과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대한 항고를 거쳐 이 사건 소를 제기하면서도 이 사건 처분의 구체적인 징계사유를 파악하지 못하여 징계혐의사실을 추측하면서 실체적 위법사유를 주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2) ① 구 군인사법(2020. 2. 4. 법률 제169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6조 제3호, 제59조 제2항, 군인 징계령 제7조 제2항 제3호, 제3항, 제10조 제1항, 제2항, 구 국방부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2020. 8. 5. 국방부훈령 제24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조 제1호, 제20조 제2항 제3호, 제4항, 제5항, 제26조 제1항, 제2항, 제34조, 제39조에 의하면, 징계권자는 소속 부하 또는 감독을 받는 군인의 비행사실을 발견한 경우 비행사실이 징계 등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징계업무담당자에게 그 조사를 명할 수 있고, 징계업무담당자는 조사가 완료된 경우에는 징계혐의사실조사 결과보고(구 국방부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 별지 제1호 서식, 위 서식에는 징계혐의사실을 첨부하도록 되어 있다)를 작성하여 징계권자에게 징계위원회 의결 요구 여부를 건의하며, 징계권자는 위 조사 후 그 비행사실이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는 등의 경우에는 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하고, 징계위원회의 심의절차는 개최준비 완료보고, 개최선언, 인정신문, 혐의사실의 요지낭독, 징계심의 대상자 심문, 증거조사, 최종진술, 평의의 순으로 진행되며, 징계위원회는 징계심의 대상자에게 충분한 진술 기회를 부여야 하고, 징계위원회는 징계혐의 사실, 징계심의 대상자의 진술, 증거의 요지 등을 기재한 징계의결서를 징계권자에게 송부하여야 하며, 징계권자는 징계의결결과에 따라 징계처분을 하여야 한다.

위와 같은 관계 법령의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보면, 징계사유를 구성하는 징계혐의 사실은 징계권자가 징계의결을 요구하기 전에 이루어지는 조사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②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본다.

㉠ 징계담당자는 원고의 비행사실에 대한 조사를 완료한 후 당초에는 위 인정사실

라) 항의 징계의결 불요구 검토 요청의 '4. 비행사실'을 징계혐의사실로서 특정하려고 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르면 원고가 2019. 5. 7. 조○○에게 행한 행위, 원고가 2019. 8. 2. 김○○에게 행한 행위, 즉 '의무병 2명을 상대방으로 하는 행위만이 징계혐의사실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실제 징계위원회에서는 위 인정사실 사)항의 징계의결서의 '3. 징계 등 혐의 사실'과 같이 구체적인 행위의 일시, 장소, 상대방을 특정되지 않은 '의무병 5명'을 상대방으로 하는 징계혐의 사실이 심의되었고,1) 징계처분서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구체적인 행위의 일시, 장소, 상대방을 특정하지 않은 채 '의무병 2명'을 상대방으로 하는 징계혐의사실이 징계사유를 구성한다고 기재되어 있는바,2) 위와 같은 과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징계절차에서 원고에 대한 징계혐의가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에 따라 원고는 징계사유를 구성하는 징계혐의 사실을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며, 그에 따라 징계사유에 대한 충분한 진술 기회를 부여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 위 인정사실 자)항 항고심사의결서 ‘2. 징계혐의사실’에는 앞서 본 징계의결서, 징계처분서의 징계혐의사실과 유사하게 구체적인 행위의 일시, 장소, 상대방을 특정하지 않으면서도 징계처분서와 달리 '의무병들'에 대한 행위가 징계혐의 사실로 기재되어 있다. 한편 항고심사의결서 ‘4. 다. 2) 실체에 대한 검토’에서는 원고가 ‘병장 이○○, 상병 최○○, 병장 김○○, 병장 조○○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켰다.'고 최종적으로 징계사유가 확정되었고, 군인기본법 대리평가를 지시하였다는 부분은 제외되었다. 이는 항고심사위원회가 원징계처분 이후 추가 작성된 진술서 2부를 포함하여 진술서 (사실확인서)를 작성한 병사 4명을 상대방으로 하는 행위를 징계혐의사실로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징계처분 당시 징계 혐의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던 이상, 항고심사위원회가 항고심사과정에서 징계혐의사실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였더라도(이 역시도 날짜가 특정되지 않았다), 원징계 처분의 하자가 적법해진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항고심사과정에서도 원고에게 징계혐의사실이 제대로 고지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4)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징계사유가 특정되지 아니하여 위법하다(이 사건 처분 당시 징계사유가 특정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소송 중에 주장한 징계사유의 인정 여부나 이 사건 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박현

판사 김준영

판사 이주영

주석

1) 징계위원회에서 위와 같이 심의된 것은 위 인정사실 나)항의 설문조사에서 5명이 원고의 비행사실과 관련한 설문내용을 기재하였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위 징계위원회 개최 당시 익명의 설문조사에 나아가 실명으로 사실확인서를 작성한 사람은 김○○, 조○○ 밖에 없었고[이○○, 최○○의 진술서는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이 이루어지고 항고심사위원회가 개최되기 전에 작성되었다], 위 설문내용은 막연히 원고가 익명의 병사에게 커피심부름 등을 시킨 적이 있다는 내용에 불과하여 위 인정사실차)항과 같은 구체적인 내용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2) 징계위원회에서 의무병 5명을 상대방으로 하는 징계혐의사실을 심의하여 이를 전제로 징계양정을 하였음에도, 의무병 2명을 상대방으로 하는 징계혐의사실을 전제로 동일한 징계처분을 하게 된 경위가 불분명하고, 피고가 이에 대해 오기라고 주장하고 있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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