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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비율 20:80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6.12. 선고 2019나52852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9나52852 손해배상(기)

원고피항소인겸항소인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신

담당변호사 고영성

피고항소인겸피항소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해송

담당변호사 최병일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8. 22. 선고 2018가단5272639 판결

변론종결

2020. 5. 15.

판결선고

2020. 6. 12.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31,052,560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3. 10.부터 2019. 8. 22.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를 각 기각한다.

4. 소송총비용 중 3/4은 원고가, 1/4은 피고가 각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20,262,8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3. 10.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원고는 주위적으로는 국가배상법 제2조 에 의한 손해배상금으로, 예비적으로는 국가배상법 제5조에 의한 손해배상금으로 위 청구취지 기재 금원의 지급을 구한다).

2. 항소취지

가. 원고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에 관한 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89,210,240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3. 10.부터 2019. 8. 22.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나. 피고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직권으로 본다.

원고는 제1심에서 2019. 4. 9.자 준비서면의 진술로써 주위적으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따른 국가배상법 제2조의 국가배상을 청구하고, 예비적으로 영조물의 하자에 따른 같은 법 제5조의 국가배상을 청구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였다.

위 양 청구는 그 성립요건이 달라 성질상 선택적 관계에 있으나, 성질상 선택적 관계에 있는 양 청구를 당사자가 주위적, 예비적 청구 병합의 형태로 제소함에 의하여 그 소송심판의 순위와 범위를 한정하여 청구하는 이른바 부진정 예비적 병합 청구의 소도 허용되고, 아울러 주위적 청구가 전부 인용되지 않을 경우에는 주위적 청구에서 인용되지 않은 수액 범위 내에서의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도 판단하여 주기를 바라는 취지로 불가분적으로 결합시켜 제소할 수도 있으며(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2다35675 판결 등 참조), 원고의 의사도 그와 같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한편 주위적·예비적 병합의 경우에는 수개의 청구가 하나의 소송절차에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주위적 청구를 배척하면서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판단하지 아니한 경우 그 판결에 대한 상소가 제기되면 판단이 누락된 예비적 청구 부분도 상소심으로 이심이 되고 그 부분이 재판의 탈루에 해당하여 원심에 계속 중이라고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0. 11. 16. 선고 98다2225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제1심은 그 판결 주문 제1항에서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일부 인용하고 제2항 에서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고 하는 한편, 판결 이유에서 국가배상법 제2조 에 의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원고의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에 근거한 주장에 대하여는 따로 판단하지 않음을 분명히 하였다. 이는 주위적 청구에서 인용되지 않은 수액 범위 내에서의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도 판단하여 주기를 바라는 원고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으므로, 제1심 판결에는 원고의 예비적 청구에 대한 판단을 유탈한 위법이 있어 취소되어야 하고, 당심은 원고의 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 전부에 대하여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다.

2. 주위적 청구(국가배상법 제2조에 의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가. 인정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6호증, 을 제1 내지 8호증(가지번호를 포함한다)의 각 기재 또는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1) 당시 시위 및 사고 상황

가) B은 2017.3.10. 11:00경부터 서울 종로구 C 지하철 3호선 D역 4번 출구 앞 도로에서 E(이하 'E'이라고 한다)가 주최한 'F 집회'에 참가하고 있었다. B은 "헌법재판소로 가자!"는 E 관계자의 말을 듣고 다른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헌법재판소 방향으로 진출하려고 하였으나 경찰 방호차벽(G)에 가로막히게 되었다. 이에 B은 같은 날 12:10경 경찰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이용하여 방호차벽 앞에 차문이 열린 상태로 주차되어 있던 서울지방경찰청 5기동단 소유의 경찰버스(H) 안으로 들어가 시동을 건 후 같은 날 12:12 경부터 12:14 경까지 위 경찰버스를 운전하여 약 50여 차례에 걸쳐 경찰 방호차벽을 들이받았다.

나) 당시 경찰 방호차벽 지붕 위, 경찰버스 · 경찰 방호차벽 주위에서 다수의 경찰관들이 집회 시위진압을 위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경찰 방호차벽은 경찰 탑차 왼편에 투명 방호벽을 붙인 형태로 되어 있었고, 그와 나란히 세워져 있던 I 소음관리차(이하 '이 사건 소음관리 차'라고 한다)와 1m 정도 떨어져 있었으며, 이 사건 소음관리차 앞쪽에는 서울지방경찰청이 운행하는 다른 소음관리차가 세워져 있었다.

다) 이 사건 소음관리 차는 전북지방경찰청이 운행하는 특수차량으로서 당시 운전석에는 전북지방경찰청 경찰관기동대 차량팀 소속 J가, 조수석에는 같은 소속 K가 탑승한 상태에서 선무방송과 관련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고, 이 사건 소음관리차의 스피커를 통하여 종로경찰서장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계속해서 위 경찰버스의 충돌로 위험하니 더 이상 접근하지 말라는 내용으로 경고방송을 하고 있었다. 위 J 또한 경찰버스의 계속되는 충돌로 이 사건 소음관리차가 전복될 것을 우려하여 문을 열고 주위 경찰관들에게 멀리 떨어지라고 경고하기도 하였다.

라) B이 위와 같이 거듭하여 차량 충돌을 함으로써 벌어진 방호차벽 틈으로 다수의 집회 또는 참가자(이하 '집회 참가자'라고만 한다)들이 진입하기 시작하고, 그 주위에 있는 경찰관들이 일본문화원 쪽으로 밀리게 되자, 서울경찰청이 운행하는 다른 소음관리 차는 스피커 틀을 하강시켜 탑 안으로 내렸다. 그러나 이 사건 소음관리차 안에 있던 J 등은 아래와 같이 스피커 틀을 지붕에 그대로 둔 채 탑스피커가 지상으로 추락하기 직전 차량 밖으로 나와 다른 곳으로 이동하였다. 당시 J는 이 사건 소음관리 차안에서 스피커가 10°가량 기울어진 것을 보았으나 스피커 틀을 탑 안으로 내리는 등 조작을 하지 않았고, 주위의 경찰관들은 스피커 틀이 흔들거리면서 기울자 추락 위험이 있는 범위 밖으로 벗어나 있었으나, 경찰 현장 지휘부 등이 집회 참가자들이 추락위험지역 안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제지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따로 취하지도 않았다.

마) 한편 B의 위 경찰버스를 이용한 경찰 방호차벽 충돌로 1m 정도의 경찰 방호차벽이 뒤로 밀리면서 방호차벽 뒤에 있던 이 사건 소음관리차가 크게 흔들리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소음관리차 지붕 위에 있던 무게 약 100kg가량의 대형스피커가 든 스피커 틀(가로 131m×세로 96cm×높이 89cm, 이하 '이 사건 스피커 틀'이라고 한다)이 흔들리면서 고정장치가 부서졌다. 그러다가 이 사건 스피커 틀이 같은 날 12:26경 이 사건 소음관리차 아래로 떨어지게 되었고, 집회 참가자로서 마침 그곳에 있던 L의 왼쪽 머리와 가슴 부위를 강타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바) L은 곧바로 서울 종로구 대학로 101 서울대학교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같은 날 13:50경 다발성두개골골절 및 대동맥절단 등으로 사망하였다.

2) 이 사건 소음관리차의 제원 등

전라북도경찰청이 관리하는 이 사건 소음관리차는 주식회사 M가 2012년에 조달청 입찰에 참가하여 제작 · 납품한 방송 조명용 특수차량으로, 현대 마이티 3.5t 트럭 적재함에 탑을 제작 · 설치하고 그 탑 안에 조명과 스피커용 철제 리프트를 설치한 다음 이 사건 스피커 틀을 제작하여 리프트 위에 장착한 것이다. 이 사건 스피커 틀 안에는 대형스피커가 들어가게 되고, 이 사건 스피커 틀은 철제 레일이 장착된 리프트 위에 체인으로 연결해서 탑 뒤쪽에 놓인 상태에서 조수석 밖에 설치된 장치 조작을 통하여 오르내릴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사건 스피커 틀은 시위 상황에 대응한 유·무선의 선무방송을 위하여 수시로 오르내려야 하고 방향도 전환하여야 하므로, 리프트 위에 맞춰진 틀에 놓은 다음 체인으로 연결할 뿐이고, 볼트 등으로 단단하게 고정할 수 없는 구조이다.

이 사건 소음관리차 운행과 관련하여 J는 이 사건 스피커 틀이 탑 위로 올라가 있는 상태에서 소음관리차가 움직일 경우 전선 등에 걸려 지상으로 추락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교육을 받기도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소음관리차의 구조상 외부의 힘에 의하여 앞뒤 좌우로 흔들릴 경우에도 스피커 틀이 탑 위에서 중심을 잃고 지상으로 추락할 수 있는 상태였다.

3) 관련 소송

가) 위 집회참가자들 중 B은 위와 같이 경찰이 관리하는 경찰버스를 탈취한 후 위험한 물건인 위 경찰버스를 이용하여 50여 차례에 걸쳐 경찰 방호차벽을 들이받아 추돌하는 방법으로 그 당시 집회·시위진압 임무를 수행하던 다수의 경찰관들을 폭행함으로써 위 경찰관들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고 공용물건을 손상하고 자동차를 불법으로 사용하여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고합 321호로 망인에 대한 특수폭행치사, 특수공무집행방해, 공용물건손상, 자동차불법사용으로 공소제기되어 위 법원으로부터 특수폭행치사의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B의 위와 같은 차량충돌행위가 망인에 대한 폭행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워 범죄에 대한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유죄로 판단하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받았고, 이에 검사와 B 쌍방이 서울고등법원 2017노1724호로 항소하였으나 그 각 항소가 모두 기각되었으며(검사는 무죄가 선고된 공소사실에 대하여 과실치사의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였으나 위 법원은 B이 망인의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에 검사가 대법원 2017도14753호로 상고하였으나 그 상고가 기각됨으로써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나) 한편 피고와 O 등 경찰관들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단5118653호로 위 B과 위와 같이 폭력을 동원한 집회와 시위를 개최한 E 및 위 집회와 시위를 주도한 P, Q를 상대로 이들의 폭력을 동원한 집회와 시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찰 차량 및 각종 장비의 파손 등에 따른 물적 손해와 부상을 당한 경찰들에 대한 치료비 등 인적 손해 및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손해배상청구를 하였고, 이에 B, E, P이 청구인낙 의사를 밝혔으며, 이에 위 법원이 쌍방의 의견을 반영하여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내리고 위 사건의 당사자들이 모두 이의하지 않음으로써 위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이 확정되었다.

4) 망 L과 원고의 지위

망 L(이하 '망인 '이라고 한다)이 2017. 3. 10. 위와 같이 사망하여 아들인 원고가 유일한 상속인으로서 망인의 재산을 상속하였다.

나. 손해배상의무의 발생

1) B을 비롯한 집회 및 시위 주최자, 주동자들의 불법행위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는 집회나 시위가 폭력을 동반하는 양상으로 흐르게 될 경우 그 집회나 시위 과정 또는 경찰이 이를 제지 또는 진압하는 과정에서 집회참가자나 경찰 등이 사상을 입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였음에도 주최자로서 위 집회와 시위를 강행한 E과 위 집회와 시위를 주도한 P, Q 등이 폭력을 동원하거나 집회 참가자들의 폭력 행사를 유도하거나 집회 참가자들의 폭력 행사를 막지 못한 상태에서, 집회 참가자 중 1인인 B이 경찰버스를 탈취한 후 자신이 탈취한 위 경찰버스를 이용하여 경찰 방호차벽을 들이받으면 그 충격으로 인하여 주변에 있는 사람이 다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위 경찰버스를 이용하여 경찰 방호차벽을 여러 차례 들이받아 충돌하고 그로 인하여 벌어진 방호차벽 틈으로 망인을 비롯한 다수의 집회 참가자들이 진입한 상태에서 계속하여 경찰버스로 경찰 방호차벽을 들이받자 그 충격으로 밀린 경찰 방호차벽이 이 사건 소음관리차를 충격하고 다시 그 충격으로 이 사건 소음관리차 위에 탑재된 이 사건 스피커 틀이 고정장치가 부러져 망인이 있던 곳으로 낙하함으로써 발생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B의 위와 같은 행위와 집회 및 시위 주최자인 E, 위 집회와 시위를 주도한 P, Q 등의 위와 같은 행위가 이 사건 사고의 발생 또는 망인의 부상 또는 나아가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못 볼 바 아니다(비록 B이 관련 형사사건에서 망인에 대한 특수폭행치사의 주위적 공소사실 및 과실치사의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으나, 이는 검사가 B을 망인에 대한 '폭행행위의 존재나 망인의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한 행위자의 예견가능성을 필요로 하는 특수폭행치사 또는 과실치사의 공소사실로 공소제기 한데 대하여 해당 사건을 처리한 법원에서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게 할 정도로 해당 공소사실이 증명되어야 한다'는 형사법의 대원칙에 비추어 검사의 범죄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결과로 보일 뿐이고, 형사상 범죄구성요건으로서 '과실'과 민사상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 '과실'이 반드시 동일하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망인의 사망과 관련하여 위와 같이 관련 형사사건에서 B이 무죄판결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은 위와 같은 판단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2) 경찰관의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보호의무위반

한편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집회 및 시위를 관리하는 경찰관으로서는 위 집회참가자들이 집회 또는 시위를 하는 과정에서 신고된 방법으로 집회나 시위 등이 이루어지고, 그중 일부 집회 참가자들의 시위 대열 이탈이나 과격 행동이 예상되는 경우 이를 적절히 통제하고 그들이 범죄에 나아가지 않도록 제지함으로써 집회 참가자 등 국민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 즉 집회 참가자에 대한 보호의무가 있음에도, B이 위 경찰버스를 탈취하여 방호차벽을 들이 받도록 방치하였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소음관리 차에 전달된 충격으로 이 사건스피커 틀이 추락할 위험에 직면했는데도 이 사건 스피커 틀을 미리 하강시켜 추락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시위대를 해산하는 등 한 단계 높은 시위 대처방안을 강구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집회 참가자들이 방호차벽 틈을 통하여 이 사건 소음관리차 주변까지 들어오는 상황을 초래하였으며, 특히 집회참가자 중 망인이 이 사건 스피커 틀 추락 직전에 위험지역으로 들어왔음에도 그곳에 있던 경찰관 중 어느 누구도 망인에게 직접 구체적으로 이 사건 스피커 틀의 추락 가능성을 고지하여 망인으로 하여금 스스로 위험구역을 벗어나게 하거나 망인에게 일정한 유형력을 행사하는 방법을 통해서라도 망인을 위험구역에서 빼내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경찰이 시위대의 안전을 고려하여 뒤로 물러서면서 이 사건 소음관리차 뒤편을 포함한 현장 주변에 경찰관이 전무한 상태가 조성되어 온전히 시위대가 위 공간을 지배하여 경찰로서는 사실상 관리권을 행사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초래되었으므로 경찰관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의 주장에의 하더라도 경찰 지휘부의 판단에 따라 경찰차벽이나 이 사건 소음관리차 주변에 경찰관이 없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고, 그러할 경우에도 시위대에 의하여 경찰 장비가 남용될 가능성이 있었으므로 먼저 그 남용가능성을 차단 또는 배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후 철수하는 수순을 밟았어야 함에도 경찰관들이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그러한 조치조차도 취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라고 판단할 경우에는 오히려 시위대 해산조치 등 한 단계 높은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이나 경찰 지휘부는 그러한 방안을 강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오히려 경찰 지휘부 또는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의 잘못된 상황판단을 용인해 달라는 것이 되어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사건 사고 당시 위 집회 및 시위를 관리한 경찰공무원들의 위와 같은 잘못은 이 사건 사고의 발생이나 망인의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3) 공동불법행위

결국 이 사건 사고는 B과 E, P, Q 등(이하 'B 등'이라고 한다)의 위와 같은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와 경찰관들의 위와 같은 집회참가자들에 대한 보호의무위반행위가 경합하여 발생하였고, 그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B 등의 민법상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채무와 경찰관들의 위와 같은 과실에 따른 피고의 국가배상법 제2조에 의한 손해배상의무는 공동불법행위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B 등과 공동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망인 또는 망인의 상속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다. 책임의 제한

한편 위 인정사실, 앞서 는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소음관리 차가 있던 곳은 경찰차벽 너머로 원래 집회 참가자들의 집회나 시위 장소가 아니었던 점, 그럼에도 망인이 경찰차벽의 해체를 시도하는 B의 위와 같은 행위로 생긴 경찰차벽 틈을 통하여 다른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당초 집회나 시위를 할 수 없는 이 사건 소음관리차 부근까지 다가온 점, 당시 이 사건 소음관리차나 방호차벽 위에 있던 경찰관 등이 그 인근에 있던 경찰관이나 집회 참가자들 등에게 흔들리는 이 사건 스피커 틀의 추락 위험을 일응 경고한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이 사건 스피커 틀이 추락할 당시 이 사건 소음관리차 주변에는 망인 외에는 달리 발견되는 사람이 없는 점, 따라서 망인이 집회나 시위가 금지된 장소에 들어가고 경찰 측의 추락 경고에도 이 사건 소음관리차의 상황에 관하여 주의를 소홀히 한 것도 이 사건 사고의 발생 또는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 즉 손해의 확대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모두 고려하면,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2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

라.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1) 재산적 손해

원고는 망인의 사망에 따른 장례비로 10,262,800원의 지급을 구하므로 살피건대, 망인의 사망으로 인한 장례비는 국가배상법 제3조 제1항 제2호,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제4조에 따라 계산하여야 하고, 갑 제9호증(가지번호를 포함한다)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위 국가배상법령에 따라 장례비를 산정한 후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의 책임을 제한하면 그 금액은 2,052,560원[= 10,262,800원(= 도시일용 보통인부의 노임 102,628원 X 100일) × 0.2]이 되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고, 위 금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관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한편 원고는 당심에서, ① 국가배상법 시행령 [별표 4] 각주 2.에서 위 [별표 4]의 금액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위자료를 가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의 경우 그 특별한 사정이 있다거나 ② 위 국가배상법 시행령 규정은 법원이 위자료를 증액하여 현실화하는 추세에 반하여 부당하다거나 ③ 위 시행령 조항이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에 위반되거나 헌법 제27조 제1항이 규정한 국민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에 위 국가배상법 시행령 [별표 4] 각주 2.에서 정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법원에 대하여 법령의 해석 및 적용의 권한을 넘는 판단을 요구할 수 없으며, 위 국가배상법 시행령 조항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거나 국민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원고가 당심에서 제기한 주장들은 모두 이유 없다).

2) 위자료

원고는, 망인의 위자료로 100,000,000원의, 원고의 위자료 10,000,000원의 지급을 구하므로 살피건대, 망인의 나이(N생), 가족관계, 재산 및 정도, 이 사건 사고의 경위 및 결과, 과실 정도, 기타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 참작하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망인의 위자료는 24,000,000원으로, 원고의 위자료는 5,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고, 위 금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관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마. 소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망인과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합계 31,052,560원(= 장례비 2,052,560원 + 망인 위자료 24,000,000원 + 원고 위자료 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일인 2017. 3. 10.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제1심 판결 선고일인 2019. 8. 22.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의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 부칙 제2조 제2항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주위적 청구원인에 관한 주장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고, 나머지 주위적 청구원인에 관한 주장은 이유 없다.

3. 예비적 청구(국가배상법 제5조에 의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가. 예비적 청구에 관한 심판범위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당심 법원은 원고의 청구 금액(120,262,800원 및 그 지연손해금) 중 31,052,560원 및 그 지연손해금 부분을 인정하고 나머지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므로, 원고의 예비적 청구는 원고의 청구금액에서 위 인정 금원을 제외한 금액(이하 '나머지 청구금액'이라고 한다) 부분에 한정된다.

나. 판단

원고는, 이 사건 소음관리차와 그 위에 탑재된 스피커(실제로 추락한 이 사건 스피커 틀도 포함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경찰이 집회나 시위현장에서 사용되는 물건들로서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이 정한 '공공의 영조물'에 해당하는데, 경찰공무원들로서는 집회나 시위가 격화될 경우 시위대가 경찰버스 탈취하고 이를 이용하여 다른 시설이나 경찰 장비 등에 대한 충돌을 감행하는 행위 등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스피커 틀이나 스피커는 이 사건 소음관리 차에 단단하게 결박되어 있지 않았는바, 이는 시위현장에 투입되는 영조물로서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설치 또는 관리상의 하자에 해당하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 대하여 국가배상법 제5조의 영조물의 하자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위 나머지 청구금액의 지급을 구한다.

살피건대, 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이 사건 소음관리차와 그 위에 설치된 이 사건 스피커 틀 또는 스피커가 집회나 시위현장에 투입되는 경찰 장비, 즉 영조물로서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안전성을 갖추지 못하여 영조물의 설치 및 관리상에 하자가 존재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② 오히려 제2항의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에서 살펴본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스피커틀은 시위 상황에 대응한 유·무선의 선무방송을 위하여 수시로 오르내려야 하고 방향도 전환할 필요가 있어 볼트 등으로 단단하게 고정하지 않고 체인으로 연결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이 사건 소음관리차와 그 위에 체인으로 연결된 이 사건 스피커 틀 또는 스피커가 집회나 시위현장에 투입되어 경찰에서 진행하는 '방송' 및 '조명'을 하는데 사용되는 경찰 장비, 즉 영조물로서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안전성을 갖추고 있었다고 볼 수 있으며, ③ 설령 원고의 주장대로 이 사건 소음관리차와 그 위에 설치된 이 사건스피커 틀 또는 스피커가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안전성을 갖추지 못하여 영조물의 설치 및 관리상에 하자가 존재한다고 보더라도,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그와 같은 하자로 인하여 원고에게 앞서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에서 인정한 손해배상 액수를 넘는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 소결론

그렇다면 나머지 청구금액과 관련한 원고의 예비적 청구원인에 관한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 론

따라서 원고의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을 누락한 제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이를 직권으로 취소하고,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며, 나머지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이순형

판사 김정민

판사 김병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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