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 제4조 제1항 제6호 에서 정한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중 상이'의 요건으로서의 인과관계(=상당인과관계) 및 그에 대한 증명책임의 소재(=주장하는 자)
[2] 인사행정업무를 담당한 육군 부사관의 만성췌장염이, 군복무 중 발병한 급성췌장염이 공무로 인한 스트레스나 과로 등으로 인하여 악화되어 발생하였다고 본 원심판결을 공무상 질병에 있어서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피고,상고인
인천보훈지청장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급성췌장염의 발생원인은 알코올, 담석, 약물, 유전 등 다양하고, 과로와 스트레스는 직접원인이라기보다는 간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급성췌장염을 초래한 원인이 제거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급성췌장염이 만성췌장염으로 전환될 수 있고, 과로와 스트레스가 그 전환과정에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사실, 원고는 1987. 8. 12. 육군에 입대하여 부사관으로서 소정의 교육을 마치고 인사행정업무를 담당하여 오다가 1994. 9.부터 2002. 1.경까지 17사단 공병대대 내지 100연대에서 군기강담당관 내지 사제안전담당관으로서 사병 1,800명, 부사관 200명, 동원병력 200명 등 모두 2,200명에 대한 인사관리, 안전사고 예방활동, 사고처리, 민원처리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1년에 2개월(5월과 10월) 정도는 집중적으로 밤 10시 이후에 예하부대를 순찰하며 안전사고 예방활동을 하였고, 분기에 1회 정도 불시 순찰계획을 수립하여 예하부대를 돌면서 사고 예방활동을 한 사실, 원고가 위와 같이 군기강담당관 내지는 사제안전담당관으로 근무하면서 부대 내에 폭행, 총기 및 실탄분실 사고 등이 자주 발생하여 원고는 상급부대의 검열과 안전사고예방대책의 수립을 위하여 자주 야근을 하였던 사실, 원고는 1997. 9.경, 2000. 1.경, 2000. 12.경 급성췌장염으로 치료를 받았고, 2001. 1.부터 만성췌장염으로 치료를 받다가 2002. 6. 30. 전역하였는데, 전역 당시 원고는 원고의 만성췌장염이 공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판정을 받아 군인연금법에 의한 상이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 사실, 한편 원고는 1997. 9.경 췌장염으로 치료받기 이전에는 술을 마셨으나 췌장염으로 치료를 받은 후부터는 금주를 하여 온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와 같이 과로나 스트레스가 급성췌장염의 발생에 간접요인이 될 수 있고,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급성췌장염이 만성췌장염으로 전환될 수 있는 점, 알코올이 급성췌장염의 발생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원고는 1997. 9.경 췌장염으로 치료받기 이전에는 술을 마셨으나 췌장염으로 치료를 받은 후부터는 금주를 하여 온 점, 원고는 군기강담당관 내지는 사제안전담당관으로서 2,200명에 이르는 사병 등의 인사관리, 안전사고예방, 사고처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상급부대의 검열과 안전사고 예방대책의 수립을 위하여 수시로 야근을 하게 되었고, 그 업무의 내용이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질병이 군인연금법상의 공무상 질병으로 인정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이 사건 질병인 만성췌장염은 원고의 군복무 당시 발병한 급성췌장염이 공무로 인한 스트레스나 과로 등으로 인하여 악화되어 발생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인정 사실만으로 과연 원고의 업무가 업무시간 및 업무강도에 있어서 과중하였는지 의문일 뿐 아니라, 이를 전제로 하더라도 원고의 공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기존질병인 급성췌장염이 만성췌장염으로 악화되었다는 원심의 인정과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 제4조 제1항 제6호 (공상군경)에서 말하는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중 상이(공무상의 질병을 포함한다)'라 함은 군인 또는 경찰공무원이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중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을 뜻하므로, 위 규정이 정한 상이가 되기 위하여는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그 부상·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기존의 질병이 교육훈련이나 직무수행으로 인한 과로나 무리 등이 겹쳐서 재발 또는 악화된 경우도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그 직무수행 등과 부상 등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을 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4두6983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심이 채용한 제1심법원의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면, 과로와 스트레스는 급성췌장염의 직접적 원인이라기보다는 간접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급성췌장염이 만성췌장염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도 과로와 스트레스가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하고 있으나, '간접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는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가 극히 모호하여 그것이 과연 과로와 스트레스가 급성췌장염의 발병원인이 된다거나 또는 급성췌장염을 악화시켜 만성췌장염으로 발전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사실이 의학적으로 규명되었음을 뜻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므로, 위 사실조회 결과만으로는 과로와 스트레스가 급성췌장염의 발병원인이 된다거나 또는 급성췌장염을 만성췌장염으로 악화시킨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할 것이고, 만약 위 사실조회회신이 과로나 스트레스는 신체의 면역기능을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떨어뜨려 일반적으로 급성췌장염의 발생 또는 만성췌장염으로의 악화에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정도의 막연한 의미에 불과할 뿐, 현재까지 의학적으로 과로나 스트레스와 급성췌장염의 발생 또는 만성췌장염으로의 악화 사이의 인과관계가 증명된 바가 없다는 뜻이라면, 이는 결국 현재의 의학적 소견으로는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급성췌장염이 발생하거나 나아가 만성췌장염으로 악화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원심이 원고의 만성췌장염은 군복무중 발병한 급성췌장염이 공무로 인한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악화된 것이라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예외적인 인과관계를 추단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할 터인데, 기록을 살펴보아도 그에 관한 자료를 찾기가 어렵다.
또한 원심이 채용한 갑 제1호증에 첨부된 의학적 소견(기록 22면)에 의하면, 만성췌장염은 과식이나 과음 등이 원인이 되어 장액이 췌관 내로 역류함으로써 췌장조직을 자가 소화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급성췌장염이 되풀이되다가 만성으로 이행하는 경우에 발병한다고 하고 있고, 제1심법원의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더라도 급성췌장염이 계속 재발하면 만성췌장염으로 이행한다고 하는바,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1997. 9.경 최초로 급성췌장염이 발병한 이래 해마다 한 두 번씩 급성췌장염이 재발한 끝에 결국 2001. 1.경 만성췌장염으로 발전하였다는 것이므로(기록 62, 107~110면), 이 점에 비추어 원고의 급성췌장염이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만성췌장염으로 악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여겨진다.
그러므로 원심으로서는 현재 의학적 소견으로 과로나 스트레스와 급성췌장염 또는 만성췌장염 사이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었는지 여부를 좀 더 자세히 심리한 다음에, 원고의 기존질병인 급성췌장염이 공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만성췌장염으로 악화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가 모호하기 짝이 없는 제1심법원의 사실조회 결과만을 바탕으로 하여 원고의 만성췌장염은 군복무 당시 발병한 급성췌장염이 공무로 인한 스트레스나 과로 등으로 인하여 악화되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위 법률상의 공무상 질병에 있어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않는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